<중관학파의 전개>

 나가르주나의 『중론』은 구마라집에 의하여 청목(靑目)의 주석과 함께 한역되어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티베트 전승에 의하면 7세기까지 인도에는 8대 『중론』 주석가들이 나와서 주관파의 형성과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 8대 주석가들은 다음과 같다.

① 나가르주나 자주(自注) 『아크토바야 Akutobhaya 無畏注』-티베트역 만이 현존
② 붓다팔리타(Buddhapālita 佛護 470∼540)
③ 찬드라키르티(Candrakīrti 月稱 600∼650)
④ 데바샤르만(Davaśarman 5∼6세기)
⑤ 구나슈리(Gunaśurī 5∼6세기)
⑥ 구나마티(Guṅņamat 德慧 5∼6세기)
⑦ 스티라마티(Sthiramati 安慧 510∼570)
⑧ 바비야(Bhavya 淸辯 500∼570)
 
 인도에서 중관학파(Mādhyamika)는 사상사적 흐름에 따라 다음과 같이 전개되었다. 『중론』
을 근본 성전으로 공사상을 강조하여 당시의 유가행파에 대항하여 4∼6세기 중관학파가 성립하였다. 이 초기 중관학파는 용수(龍樹) 제바(提婆) 라후라발타라(羅喉羅跋陀羅) 청목(靑目) 바수(婆藪) 등이 이에 해당된다. 중관학파의 선구는 붓다팔리타(불호)의 귀류론증파(歸謬論證派prāsaṅgika)와 바바비베카(490∼570)의 자립논증파(Svātanrika)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이중에서 자립론증파(自立論證派)는 다시 유가행瑜伽行중관파(Yogacar Mā dhyamika)와 경량행經量行중관파(Sautrantika Mādhyamika)로 양분되었다. 이중에서 유가행중관파의 대표적 인물인 적호(寂護, Santaraksita)는 심(心) 식(識)의 유(有)를 설하기 때문에 유가행파와 다르다. 이들은 적호와 연화계(蓮華戒, Kamalasila)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후기 중관파가 활약한 시기는 대체로 8~11세기로 이들은 중관사상과 유가행파의 사상을 종합하여 후에 유가행중관파(瑜伽行中觀派)라고 불리었다. 경량행중관파는 자립논증파 중에서 청변(淸辨)은 유식설에 반대하여 외계의 실재를 인정하므로 경량부중관파라 부르게 되었다.
 후기중관학파의 산타라크쉬타(Śāntarakșita, 725∼788경)는 철학체계를 심리적 체계와 물질적 체계가 실재한다는 이원론과 물질적 세계를 부정하고 인식만이 실재한다는 일원론으로 나누었다. 그의 사상으로부터 유가행중관파는 형상진실파(形象眞實派)와 형상허위파(形象虛僞派)로 다시 나누어졌다. 그리고 그중 형상허위파는 유구론파(有垢論派)와 무구론파(無垢論派)로 양분되었다. 오늘날 티베트의 종의서(宗義書)인 '학설보환(學說寶環)'의 내용에 따라, 중관학파의 학승들은 그 형성시기의 초기(初期), 그리고 불호(佛護)와 청변(淸辨)에 의해 양분되는 중기(中期), 그리고 적호(寂護)와 연화계(蓮華戒) 등이 활동하던 시기의 후기(後期)로 나누며, 다음과 같이 위 학파별로 정리된다.
◯ 초기 중관학파 용수(龍樹) 제바(提婆) 라후라(羅喉羅) 청목(靑目) 바수(婆藪) ◯ 중기 중관학파귀류논증파 [불호(佛護) 월칭(月稱) 적천(寂天)]자립논증파 [청변(淸辨) 계통]경량행 중관파(經量行中觀派)유가행 중관파(瑜伽行中觀派) ◯ 후기 중관학파 형상진실파(形象眞實派) [적호(寂護) 연화계(蓮華戒)]형상허위파(形象虛僞派) 유구론파(有垢論派)무구론파(無垢論派)

 2) 『중론』의 논리 -푸라상가
 따라서 철학자 찬드라키르티(Candrakirti, 월칭, 600?∼650?)는 “중론파에서는 스스로 독립적인 추론을 이루는 것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두 가지의) 입론(立論)의 일방을 승인하는 것은 불가하기 때문이다.”(「푸라상가빠다」, p.16)라고 말한다. 다시 같은 책(p.18∼19)에서 일반으로 주장명제(종宗)도, 이유명제(인因)도, 실예명제(유喩)도 사용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물론 이 프라상기카파-Prāsaṅgika, 불호파-의 주장에 대해서는 바바비베카(Bhāviveka)의 반대가 있었으나 위에서 말한 『이론의 배척』이라는 책의 문구 등에서 본다면 찬드라키르티의 주장 쪽이 원의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중론』에 사용된 논리는 추론하지 않는 프라상가(귀류논법)이다.
 프라상가는 결국 자설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논적들에게 원하지 않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 등에 있다.(같은 책 p.23 각주3, p.210)
 “실은 우리들은 (논적에게 있어서) 원하지 않는 논증으로 논적의 의론을 폭로 시킨다”라고 찬드라키르티는 호언하고 있다.(같은 책, p.399) 타파의 주장을 극력 비판하지만 그것은 결국 거기에 반대의 주장을 승인한다고 하는 의미는 아니다.(같은 책 p.24) 그러나 무엇을 주장할까 그것은 뒤에 답하게 될 것이다.
 ‘프라상카’란 이와 같은 의미의 논리에서 엄밀한 의미에서는 논증으로 간주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같은 책, p.23. 각주3) 따라서 프라상가는 귀류법(reductio ad absurdum)이라고 번역되고 있다.
 중관파의 철학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이 논박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하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대승불교가(선을 포함해서) 신비적인 명상을 실천하는 것은 그와 같은 사상적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중관파는 증명해야할 자기 자신의 주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변증가는 사고과정으로서 무언가 테제-예를 들면 플라톤의 이데아, 헤겔 또는 불라드레이(?)의 절대-를 증명하지 않으면 안된다. 상카라는 절대자는 상향하는 사고의 움직임에 의해서는 달성되지 않는 것으로 새로운 변증법의 기술을 전개하였다. 이것에 의해 테제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아트만은 내증되는 것이다. …나가르주나의 분석은 상카라가 그의 변증법을 형성했던 원형이었다고 생각된다.(R.C.판데아  「중관파의 철학」 「철학-서와 동」, 1964년 4월, p.20∼22)
그의 논법은 후대의 동아시아에 계승되었다.
중국에서는 승조(僧肇 374∼414)가 유(有)와 무(無)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절대적인 혹은 보편적인 술어로 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3) 파사(破邪) 논법의 해석
나가르주나는 이 프라상가라고 불리는 파사의 논법에 의해서 당시의 제학파에 의해서 논의되고 있던 여러 가지 철학적 문제들을 종횡으로 자재하게 비판하였다. 그의 파사의 논법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각 시구의 하나하나에 대해서 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각 장에 있어서 각각의 문제를 다루는 태도는 상당히 유사하게 되어 있다. 곧 대단히 적은 기본적인 형식이 여러 가지 모습을 변화시켜 적용되고 있다. 때문에 『중론』의 논법을 설명하는 데서는 다만 그 대표로 되는 논법에 대해서 그 특징을 설명한다면 『중론』의 논법 전체를 설명하기 위해서 열쇠를 제공하는 것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중론』에 있어서 부정적 표현의 대표적인 것은 이 책의 모두에 들고 있는 “불생(不生) 불멸(不滅) 부상(不常) 부단(不斷) 불일(不一) 불이(不二) 불래(不來) 불거(不去)”라고 하는 여덟 가지의 부정이다(제Ⅲ부 「중론」 참조). 동아시아 제국에서는 이것을 팔부(八部)라고 부르고 있다. 지금 여기서는 부정의 논리의 대표로 구체적으로 ‘팔부’에 대해서인 논해보기로 한다(그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불래불거”에 대해서는 이미 전장에서 “운동의 부정”으로서 해명하였다.).

◯ 『중론』의 팔부(八不)
 나가르주나의 『중론』은 반야경의 정신을 계승하여 대승불교를 정립한 것으로, 아비달마 불교의 실유사상, 즉 제법의 체가 삼세에 걸쳐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상을 타파하여 중관학을 확립시키게 된다. 그 시작은 『중론』첫머리 귀경게(歸敬揭)에 있는 팔부중도론에서 찾을 수 있다. 팔부는 제법의 진리를 밝힌 것으로 단상(斷常) 유무(有無) 거래(去來) 일이(一異) 등의 극단에 치우치는 삿된 견해를 시정하고 중도의 진리를 올바로 관찰하는 지혜를 말한다. 중관은 곧 정관중도라는 말과 통한다.  팔부중도에서 여덟 가지 부정은 다음과 같다.

 “생겨남도 없고 소멸하는 것도 없으며
 항상함도 없고 단절함도 없으며,
 서로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으며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으면서,
 온갖 희론(戱論)들을 없애는
 길상(吉祥)한 연기(緣起)의 진리를 가르쳐주신 정각자(正覺者),
 여러 설법자중 가장 높으신 분께
 나는 머리 숙여 절합니다.
 이를 팔부게(八不偈)라 한다. 팔부중도는 중생들의 어리석고 삿된 견해를 끊어 없애는 바른 가르침이다. 따라서 팔부중도의 참뜻을 알면 망상과 희론이라는 일체의 어리석고 삿된 견해가 없애어 중도실상을 얻을 수 있다.
 팔부의 내용은 있다는 유의 견해와 없다는 무의 견해, 좋다거나 나쁘다는 이원론적 분석방법, 사물을 바라보는 상대분별적인 인식경험이나 지식개념 모두를 없어짐과 생겨남 단절과 항상됨 등의 네 가지 철학적 카테고리로 묶어 대표적으로 점검하였다. 거기에 나타나는 편견 미집(迷執) 여덟에 대한 부정타파가 [팔부]이다. 이것은 진실과는 거리가 먼 사유개념이나 분별개념 또는 인식착오, 말하자면 인간생활에 아무런 도움 되지 못하는 초경험적인 형이상학적 말장난(戱論) 등이 모두를 없애주는 [연기]의 활동상을 찬미한 것이다. 따라서 이 [없어짐(滅)도 아니요 생김(生)도 아니다]등의 부정논리는, 향락생활과 고행을 부정거부한 불타 초전설법의 중도(中道)에 들어맞는 것으로서 자연 [팔부중도]라고도 이르고, 얽매임 없는 활달한 공(空)사상을 주장하는 반야경의 논리와 똑같아, 결국 [팔부]는 연기․무아‧중도를 재천명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1) 일이문(一異門)을 타파
『중론』의 제2장(운동의 고찰)에서는 운동이라고 하는 것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현재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논의(삼시문三時門을 파함 제1∼제17)의 다음에 있는 제18시(詩)에서 제21시에 의해서 사라지는 작용의 사라짐의 주체로 불일불이(不一不異)를 증명하고 있다. 가상대사 길장은 이것을 “일이문의 타파”라고 이름붙이고 있다. 이제 일이문의 대표로 이 부분의 찬드라키르티의 주를 들어보기로 한다(  프라상가빠다  , p.101∼105).

주 : 1)한역으로 청변(淸辨 Bhāvaviveka, 500∼570). 여러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찬드라키르티와 아발로키타브라타는 바바비베카로 부르고, 산타라크쉬타와 카말라쉴라는 바비야(Bhavya)로 부른다. 중기 중관학파(中觀學派)의 한 사람으로 『중론』의 8대 주석가에 속한다. 그의 학설은 자립논증 학파의 대표적인 학자로 통한다. 그는 디그나가(陳那 Dignāga, 480∼540)의 논리학을 채용하여 공의 사상을 추론식에 의해 논증하고자 하였다. 즉 "공을 적절한 논리로 적극적으로 밝혀 낼 수 있다"는 입장에서, 당시 디그나가가 주장한 신인명론(新因明論)에 의한 정언적(定言的) 추리(推理)형식의 논증법을 사용하였다. 청변(淸辨)은 붓다팔리타(Buddhapālita(불호佛頀, 470-540 무렵)가 나가르주나의 『중론』을 주석하면서 귀류법으로만 논의하는 것을 비판하였다. 그는 이와 같은 정언적 추론법을 사용하여 공의 진리를 증명하려 하였다. 이 추론식은 후대자립논증이라고 불렸기 때문에 바바비베카의 계통을 자립논증파(自立論證派 Svātantrika)라고 하게 되었다. 귀류논증 학파는 이러한 자립논증 학파를 비판하고, 모든 주관과 객관의 존재론적인 사고를 부정하는 논리를 전개한다. 그의 중요한 저술로는 『반야등론(般若燈論 Prajñāpradīpa)』 『중관심론(中觀心論 Madhyamakahṛdaya)』의 『중론』 주석서가 있고, 『
사택의 담(Tarkajvālā)』이란 논서를 지어 유식설을 공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