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십주비바사론(十住毘婆沙論)

 이 책은  화엄경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또한 핵심으로 되어 있는 「십지품」(또한 독립된 경전으로서는  십지경 )에 나가르주나가 주석한 것이다.  십지경 의 주석서로 통한다.  화엄경 에서 가장 중요한 십지(十地)를 해설한 것이다. 보통 『십주론』 『십주비바사』라고도 한다. “집주”란 이 경우 십지와 같은데 대승의 구도자(보살)가 나아가야할 열 가지의 수행 단계를 말한다. 비바사란 산스크리트의 vibhāșā의 음사이다. 주석이라는 의미로 널리 해설한다는 뜻이다. 산스크리트의 원본도 티벳트역도 없다. 후진의 구마라지바(鳩摩羅什:344∼413)가 기원 5세기 한역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대정장  26권, p.40-45). 모두 17권 35품으로 되어 있다. 현재  고려대장경 (K-584)  신수대장경 (T-1521)에 들어 있다.
 본서의 저자가 과연  중론 의 저자로 되어 있는 나가르주나(龍樹:약 150∼250) 혹은  대지도론 의 저자로 있는 나가르주나와 동일인이지 않을까 의문이 되고, 현재는 다른 인물이라고 하는 설이 유력하지만 지금 여기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이 책에 대해서 특히 연구한 저술로는 하게무라쇼호우(武邑尙邦),  十住毘婆沙論研究 (京都, 百華苑, 1979년 7월)가 있다.
 이 저술 17권 35품의 구성을 보면, 「서품」 제1~27품은 십지중 제1지인 환희지(歡喜地)에 대하여 기술하였고, 28품 이하는 제2지 이구지(離垢地)에 대하여 해설하고 있다. 따라서 3지 이상에 대한 해설은 없고 십지 중 제1지부터 제2지까지 만을 해설하였다. 그 내용은 단순히 해석에만 그치지 않고 게송(偈頌)으로 경의 뜻을 요약하여 부연 해설하였다.
 내용은 크게 서론과 본론으로 나뉜다. 서론에서는 십지의 의의와 삼승(三乘)의 구별, 보살의 의미를 설명하였다. 본론은 모두 35장이며, 이 중 27장까지는 십지 중 제1지인 환희지에 대한 내용이고, 나머지는 제2지 이구지에 대한 내용이다.
  화엄경 의 십지를 해설하고 있으나, 십지 전체를 다루고 있지 않아서  화엄경 의 논서이면서도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으나, 이중에서 아미타불 신앙을 설명한 제9장 「이행품(易行品)」은 용수의 사상과 정토 사상을 담고 있어 예로부터 중요시 해왔는데 여기에는 정토사상이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토종의 초조로 꼽히는 담란(曇鸞:476∼542)이  왕생논주(혹은 정토론주)  2권 이라는 저서에 쓴 난행 이행의 이도[難易二道]라는 용어는 이 저술에 책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또한 담란을 따라 정토 염불을 크게 일으킨 도작(道綽:562∼645)은  안락집(安樂集) 이라는 저술을 통하여 담란의 입장을 계승하였고, 뒤에 일본 정토종의 개조인 호넨[法然:1133∼1212]과 신란[親鸞:1173∼1262]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여기서는 이 가운데서 이행도와 정토문의 근거로 삼은 부분만을 골라서 현대어로 역출해 보았다.( 십주비바사론  「이행품」 제9. ( 대정장 26, p.41중)
 불교는 무량의 법문이 있다. 세간의 도에도 수행하기 어려운 도(곤란한 도)가 있고, 또한 수행하기 쉬운 도(道)도 있다. 육지의 도로를 걸어가는 것은 어렵지만, 수로를 배를 타고서 지나가는 것은 즐겁다고 한다. 보살(구도자)의 실천하는 도도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혹은 부지런히 실행해서 정진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고, 혹은 신앙이라고 하는 방법에 의해 쉬운 수행을 통해서 신속히 불퇴전의 경지에 도달하는 사람들도 있다. 게송에는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동방선덕불(東方善德佛)          남방전단덕불(南方栴檀德佛)   
서방무량명불(西方無量明佛)      북방상덕불(北方相德佛)
동남방무우덕불(東南方無憂德佛)  서남방보시불(西南方寶施佛)
서북방화덕불(西北方華德佛)      동북방삼승행불(東北方三乘行佛)
하방명덕불(下方明德佛)          상방광중덕불(上方廣衆德佛)

 이와 같은 여러 세존께서는 지금 현재 시방에 나타나 계시다. 만약 사람들이 빨리 불퇴전의 경지에 이르려고 한다면 마땅히 공경히 공경하는 마음으로 마음속에 이러한 부처님의 일을 계속 생각해 (이러한 부처님)명호를 불러야 한다.
 만약 보살이 이 몸 그대로 불퇴전의 경지에 이를 수 있고, 무상의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을 완성 하려고 한다면 이들 시방의 제불을 생각해야만 한다. 이러한 제불의 명호를 부르는 것은  보월동자소문경(寶月童子所問經) 의 속에 불퇴전을 서술하는 장「아유월치품(阿惟越致品)」의 속에 설하신 것과 같다.
(이하에는 이상의 시방의 제불의 명호와 그 국토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 후에는 부수적으로 아미타불에 관한 설명이 서술되어 있다.

* 아유월치(阿惟越致)는 불퇴전(不退轉)이라고 번역하는데, 다시는 선근을 끊지 않고 악도에 떨어지지 않는 지위이다. 무상정등정각을 성취하려면 맨 먼저 이 불퇴전의 지위에 올라야 하는데, 여기에 "근행정진(勤行精進)"과 "신방편이행(信方便易行)"의 길이 있다는 것이다. 근행정진은 공사상을 바탕으로 스스로 육바라밀 등을 열심히 닦는 길이며, 신방편이행은 불보살의 자비광명에 의지하여 아미타불 및 불보살의 명호를 일념으로 염(念)하는 길이다.
 불퇴전(不退轉)의 계위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각각 차이가 있다. 원효는 불퇴전이란 악도로 물러나지 않는 정정(正定)이라 하고, 여기에 세 부류가 있는데, 첫째는 초지보살이요, 둘째는 십해초발심주요, 셋째는 구품의 정토왕생이라 하였다. 십해초발심주(十解初發心住)는 보살계위 제11위로써 범부를 뛰어넘어 대승의 관문을 통과하는 지위다. 공관(空觀)이 확립되어 연기(緣起)의 도리를 이해하고 순리발심(順理發心)한 경지를 말한다.

 이 10불의 명호를 듣고 믿어 그 명호를 부른다면 불퇴전위에 이르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수 있다.   
➀동방의 선덕불이란 동방 무우세계 부처님 명호이다. 그 부처님은 빛깔과 형상은 마치 금산과 같고 그 명성이 끝이 없다. ‘선덕(善德)’이라 함은 그 덕이 순후하고 착하므로 편안함과 즐거움만이 있어서, 여러 하늘ㆍ용ㆍ신과 같은 복덕으로써는 중생을 뇌란스럽게 하거나 괴롭히지 않는다.
➁남방의 전단덕불(栴檀德佛)이란 남방 환희(歡喜)세계 부처님 명호이다. 그 부처님은 얼굴이 깨끗하여 마치 만월과 같고 빛이 밝기가 한량없다고 한다. ‘전단덕’이란 이 부처님이 남방에 계시면서 법을 설하는데 마치 전단향과 같이 맑고 시원하며, 그 부처님의 이름이 멀리 들림이 향기가 널리 퍼지는 것과 같으며, 중생들이 삼독의 뜨거운 번뇌를 꺼주어 맑고 시원함을 얻게 한다.
➂서방의 무량명불(無量明佛)이란 서방 선(善)세계 부처님의 명호이다. 여기서 한량없고 끝이 없는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부처님국토를 지나서 이 세계가 있다. 이 부처님의 몸의 광명과 지혜로 밝게 비추는 광명이 한량없고 끝이 없다.
➃북방의 상덕불(相德佛)란 북방의 불가동(不可動)세계 부처님의 명호이다. 여기서 한량없고 그지없는 항하 모래만큼 많은 부처님국토를 지나면서 세계가 있다. 몸에 갖가지 상호를 갖추어 저절로 장엄을 하셨으며 악마의 무리를 꺾고 깨뜨려서 사람과 하늘을 잘 교화한다. 상호를 갖추었으며 지금도 계시면서 법을 말씀하시는데, 그 부처님의 복과 덕은 높게 드러나서 마치 당기의 형상과 같다.
➄동남방 무우덕불(無憂德佛)이란 동남방 월명(月明)세계 부처님의 명호이다. 그 부처님의 신령한 덕이 모든 하늘과 사람들에게 근심과 걱정을 없게 한다. 광명이 일월보다 뛰어나시며 만나는 이면 번뇌가 없어진다고 한다.
➅서남방 보시불(寶施佛)이란 서남방 중상(衆相)세계이며 부처님의 명호이다. 보시불은 모든 무루의 5근(根)ㆍ5력(力)ㆍ7각(覺)ㆍ8도(道) 등의 보배로써 언제나 중생들에게 보시한다. 언제나 모든 가르침의 보배로써 널리 일체중생에게 베푸시며 하늘들이 엎드려 예배하므로 보배관이 발아래 있게 되었다.
➆화덕불(華德佛)이란 서북방 중음(衆音)세계 부처님의 명호이다. 그 부처님의 육신은 마치 아름다운 꽃과 같고 그 덕은 한량이 없다. 그 세계의 뭇 보배나무에서 미묘한 법의 음성이 연출되며 언제나 7각(覺)의 꽃으로써 중생들을 장엄하고 백호상(白毫相)이 마치 달과 같다.
➇삼승행불(三乘行佛)이란 동북방으로 안온(安穩)세계 부처님의 명호이다. 그 부처님께서 언제나 성문의 행과 벽지불의 행과 모든 보살의 행을 설하시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보배들이 합쳐서 이루어진 곳이며, 그 부처님은 한량없는 상호로 몸을 꾸미셨다. 지혜의 광명이 한량없어서 무명의 어둠을 능히 깨뜨리며 중생들은 근심과 괴로움이 없다. 혹은 상·중·하의 정진을 말씀하시는 까닭에 명호를 삼승행이라 한다.
➈명덕불(明德佛)이란 하방 광대(廣大)세계 부처님의 명호이다. 밝음[明]이라 한 것은 몸이 밝고 지혜가 밝고 보배의 나무 빛이 밝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의 밝음이 항상 세간에 비춘다.  보배 땅은 매우 넓고 크므로 광대세계라 하였다. 그 부처님은 몸의 상호가 미묘하시어 염부단(閻浮檀)의 금산보다 뛰어나며 언제나 지혜의 해로써 선근의 꽃들을 피게 한다.
➉광중덕불(廣衆德佛)이란 상방 중월(衆月)세계 부처님 명호이다. 지금도 계시면서 법을 말씀하시는데, 그 부처님 제자의 복과 덕이 넓고 큰 까닭에 명호를 광중덕불이라 한다. 이 세계는 보배로 장엄된 곳이며 큰 덕을 지닌 성문 대중과 보살들은 한량없다.

묻는다. 어째서 이상의 10부처님 명호를 듣고 마음으로 생각한다면 무상의 완전한 깨달음을 향하여 나가는 경지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는가. 그리고 이 외의 부처님과 이외의 보살들의 이름을 마음에 염해서도 불퇴전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가.
답한다. 아미타불 등의 제불과 대보살의 이름을 부르고 일심으로 염한다면 역시 불퇴전의 경지를 얻을 수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아미타불 등의 제불을 공경하고 존경하고 예배하며 그 이름을 불러야 한다. 이제 지금부터 무량수불의 일을 자세히 설하겠다.

세자재왕불(世自在王佛)ㆍ사자의불(師子意佛)ㆍ법의불(法意佛)ㆍ범상불(梵相佛)ㆍ세상불(世相佛)ㆍ세묘불(世妙佛)ㆍ자비불(慈悲佛)ㆍ세왕불(世王佛)ㆍ인왕불(人王佛)ㆍ월덕불(月德佛)ㆍ보덕불(寶德佛)ㆍ상덕불(相德佛)ㆍ대상불(大相佛)ㆍ주개불(珠蓋佛)ㆍ사자만불(師子鬘佛)ㆍ파무명불(破無明佛)ㆍ지화불(智華佛)ㆍ다마라발전단향불(多摩羅跋栴檀香佛)ㆍ지대공덕불(持大功德佛)ㆍ우칠보불(雨七寶佛)ㆍ초용불(超勇佛)ㆍ이진한불(離瞋恨佛)ㆍ대장엄불(大莊嚴佛)ㆍ무상불(無相佛)ㆍ보장불(寶藏佛)ㆍ덕정불(德頂佛)ㆍ다가라향불(多伽羅香佛)ㆍ전단향불(栴檀香佛)ㆍ연화향불(蓮華香佛)ㆍ장엄도로불(莊嚴道路佛)ㆍ용개불(龍蓋佛)ㆍ우화불(雨華佛)ㆍ산화불(散華佛)ㆍ화광명불(華光明佛)ㆍ일음성불(日音聲佛)ㆍ폐일월불(蔽日月佛)ㆍ유리장불(琉璃藏佛)ㆍ범음불(梵音佛)ㆍ정명불(淨明佛)ㆍ금장불(金藏佛)ㆍ수미정불(須彌頂佛)ㆍ산왕불(山王佛)ㆍ음성자재불(音聲自在佛)ㆍ정안불(淨眼佛)ㆍ월명불(月明佛)ㆍ여수미산불(如須彌山佛)ㆍ일월불(日月佛))ㆍ득중불(得衆佛))ㆍ화생불(華生佛)ㆍ범음설불(梵音說佛))ㆍ세주불(世主佛)ㆍ사자행불(師子行佛)ㆍ묘법의사자후불(妙法意師子吼佛)ㆍ주보개산호색불(珠寶蓋珊瑚色佛)ㆍ파치애암불(破癡愛闇佛)ㆍ수월불(水月佛)ㆍ중화불(衆華佛)ㆍ개지혜불(開智慧佛)ㆍ지잡보불(持雜寶佛)ㆍ보리불(菩提佛)ㆍ화초출불(華超出佛)ㆍ진유리명불(眞琉璃明佛)ㆍ폐일월불(蔽日明佛)ㆍ지대공덕불(持大功德佛)ㆍ득정혜불(得正慧佛)ㆍ용건불(勇健佛)ㆍ이첨곡불(離諂曲佛)ㆍ제악근재불(除惡根栽佛)ㆍ대향불(大香佛)ㆍ도영불(道映佛)ㆍ수광불(水光佛)ㆍ해운혜유불(海雲慧遊佛)ㆍ덕정화불(德頂華佛)ㆍ화장엄불(華莊嚴佛)ㆍ일음성불(日音聲佛)ㆍ월승불(月勝佛)ㆍ유리불(琉璃佛)ㆍ범성불(梵聲佛)ㆍ광명불(光明佛)ㆍ금장불(金藏佛)ㆍ산정불(山頂佛)ㆍ산왕불(山王佛)ㆍ음왕불(音王佛)ㆍ용승불(龍勝佛)ㆍ무염불(無染佛)ㆍ정면불(淨面佛)ㆍ월면불(月面佛)ㆍ여수미불(如須彌佛)ㆍ전단향불(栴檀香佛)ㆍ위세불(威勢佛)ㆍ연등불(燃燈佛)ㆍ난승불(難勝佛)ㆍ보덕불(寶德佛)ㆍ희음불(喜音佛)ㆍ광명불(光明佛)ㆍ용승불(龍勝佛)ㆍ이구명불(離垢明佛)ㆍ사자불(師子佛)ㆍ왕왕불(王王佛)ㆍ역승불(力勝佛)ㆍ화치불(華齒佛)ㆍ무외명불(無畏明佛)ㆍ향정불(香頂佛)ㆍ보현불(普賢佛)ㆍ보화불(普華佛)ㆍ보상불(寶相佛)이시다.
 이 제불 세존은 지금 시방의 청정한 세계에 계시면서 모두 이와 같이 (아미타불) 염하고 그 이름을 부르되 아미타불의 본원을 억념(憶念)해야 한다. 만약 사람들이 아미타불을 염해서 그 이름을 부르고, 스스로 귀의 한다면 그대로 반드시 언젠가는 해탈의 경지에 들어가고 결국에는 무상의 완전한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제나 사람들은 언제나 아미타불을 억념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