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보살은 대승불교를 크게 일으킨 제2의 석가로 일컬어지며, 모든 종파에서 종조로 추앙하는 분이다. 특히 용수의 공사상은 대승불교의 근본으로 이루고 있고 법화경 또한 이 공사상으로부터 제법실상의 법화불교가 피어났다. 또한 그의 교학사상과 불교학은 대승불교의 근간으로 이룬다. 특히 용수의 저술과 사상은 천태삼대부를 비롯한 천태사상의 토대가 되었다. 따라서 용수의 생애와 사상을 바로 아는 것은 법화 천태학에 매우 중요하다. 이에 이번호부터 용수보살의 생애와 사상을 연재합니다.

『용수보살전』 1권은 요흥에 의해서 처음으로 후진의 구마라집(344-413년)이 한역한 것이다. 대정장 50권 184면 이하(대정장 2047)에 수록되어 있으나 송본 원본 궁내본(구송본)은 대략 일치해서 한 본을 이루는데, 다른 곳 명본은 약간 장문으로 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이 책의 싼스크리트 원문도 티베트 역도 전하지 않는다. 이하에서는 송본 원본에 따라서 번역합니다.

구도자 나가르주나(용수보살)는 남인도 바라문가 출신이다. 천성이 총명하고 명석한 이해력으로 어떤 일이나 다시 알려줄 필요가 없었다. 어린아이였을 때에도 바라문들이 베다 외우는 것을 듣고는 그 문장을 외우고 그 뜻까지 이해했다. 이 베다는 4베다(리그베다 삼마베다 야주르베다 아따르바베다)로 되어 있고 경전은 각각 4만 게송이며 하나의 게송은 32자로 되어 있다. 약관(弱冠)의 나이에 이름을 떨쳐 인도 여러 나라에서 독보적이었다. 그는 천문, 지리, 미래에 대한 예언, 여러 가지 도술, 모두 체득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용수에게는 뜻이 맞는 친구 세 명이 있었다. 이들 역시 당시의 걸출한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서로 의논하여 말하길, “천하의 진리로 마음을 깨우쳐 심오한 도리를 깨닫는데 있어서는 우리가 이미 다 마쳤다. 이제 앞으로는 다시 무엇으로 스스로를 즐겁게 할 수 있는가? 마음대로 최고의 욕망을 누려보는 것이 일생의 즐거움의 최고가 될 것이다. 그러나 브라만들이나 도사 같은 수행자들의 힘은 왕의 힘에 미치지 못하니 어떻게 해야 그 쾌락을 얻을 수 있을까. 오직 은신술이라는 방법이 있으니 이것으로 그 쾌락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네 사람의 친구들은 서로 마음에 이견이 없었으므로 함께 술수를 부리는 사람에게로 가서 은신술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였다.
은신술사는 생각하기를 “이 네 바라문은 마음대로 세상에 이름을 날리며 사람을 초개(草芥)와 같이 여기는 자들이다. 지금은 이 술법 때문에 굴욕스럽게 나에게 왔지만, 이 바라문들은 재주가 뛰어나 세상에 따를 자가 없고 모르는 것이 없는 자들이다. 지금은 오직 나의 이 천한 은신술법 때문이다. 내가 만약 그것을 다 가르쳐 주면 그를 얻고 나서 반드시 나를 버리고, 다시는 나에게 굽실거리지 않을 것이다. 먼저 그 약을 주어 사용하도록 하고 그 약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게 하여, 그 약이 떨어지면 반드시 찾아오게 하여 영원히 나를 스승으로 삼도록 해야겠다.” 은신술사는 네 바라문에게 각각 청색의 약 한 알씩 주며 말하였다. “너희들은 조용한 곳에서 물에 그것을 갈아서 눈꺼풀에 바르면 너희의 모습이 사라져서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용수는 이 약을 갈 때에 그 향기를 알아채고, 약의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즉시 모든 것을 알고 약의 분량의 많고 적음을 나누었는데 조금도 빠진 것이 없었다. 돌아가 약사에게 얻은 약이 70여 종으로 나누어진다고 말하니, 약의 분량의 많고 적음이 모두 그 처방과 같았다. 약사가 묻기를, “그대는 무엇으로 그 약의 성분을 알았는가?” 라고 하자. 대답하기를, “약은 저마다 향기가 있으니 어찌 모르겠는가.”라고 말했다.
술사는 곧 탄복하고, “이와 같은 사람은 들어보기도 어려운 자인데 하물며 서로 만났으니 나의 비천한 술법에 만족하고 아까워 하리요” 곧 빠짐없이 그 술법을 가르쳐 주었다. 네 사람은 술법을 얻고는 뜻대로 자유자재하게 되었다. 그들은 항상 왕궁에 들어갔는데, 궁중 미인들이 능욕의 피해를 입었다. 백여 일이 지나니 궁중 여인중에 임신한 자가 있어 두려워하며 왕에게 말씀드리고 죄를 면해 주기를 청하였다. 왕은 매우 불쾌해 하며, 이 무슨 상서롭지 못한 괴이한 일인가. 왕은 여러 지혜로운 신하를 불러 이 일의 해결책을 찾도록 했다. 그때 늙은 신하가 말하기를, “보통 이런 일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혹은 귀신들의 소행이거나, 혹은 방술에 의한 것입니다. 고운 흙을 모든 문 앞에 깔아 놓아두고 병사로 하여금 그것을 지키게 하고 모든 다니는 사람을 막아야 합니다. 만약 술수를 부리는 사람이라면 그 발자국이 나타날 것이니 병사를 시켜 잡아 없애도록 하면 됩니다. 만약 귀신이라면 들어와도 자취가 남지 않으니 이때는 방술로써 없앨 수 있습니다.” 곧 수문장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