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가르주나와 제바의 만남(전편에 이어서)
코살라국 성 남쪽 멀지 않은 곳에 오래된 가람이 있고, 그 옆에는 솔도파(率堵波, 불탑)가 있다. 무우(無憂 아쇼카)왕이 건립한 것이다. 옛날에 부처님께서 이곳에서 대신통력을 보여 외도들을 설복시킨 일이 있다고 전해진다. 후에 이곳에 용수보살이 출현하여 그 가람에 머물렀다고 한다. 당시 이 나라의 왕은 싸타바하나(娑多婆訶, 당나라에서는 인정引正이라 함)라고 불렸다. 이 왕이 용수보살을 지극히 존경하여 보호해줄 수문장을 파견하여 사는 곳의 문을 지키도록 하였다.
그때 제바보살은 집사자국(執師子國 승가라국 세일론)에서 논란을 하고자 찾아와 수문장에게 말했다. “원컨대 들어가게 해 주어 스님을 만나게 해주십시오.” 수문장은 그의 뜻을 스님께 전하였다. 용수는 일찍이 제바의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바루에 물을 가득 채워놓고 제자에게 “이 물을 가지고 가서 그에게 보여라”라고 명했다. 제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을 보더니 바늘을 던져 넣었다. 제자는 의아스런 마음으로 바루를 가지고 돌아왔다. 용수는 제자에게 물었다. “그가 뭐라고 하더냐?” 제자가 대답했다. “묵묵히 아무 말도 않고 다만 바늘을 물속에 던져 넣었을 뿐입니다.” 용수는 감탄하면서 말하기를, “이 사람은 어떤 것이든 다 아는 자이구나. 아는 것이 대략 신과 같다. 미묘한 것을 관찰하는 것은 성인을 이을 사람이다. 이와 같이 훌륭한 덕을 갖춘 사람이라면 빨리 들어오도록 통과시켜라” 하고 말했다.
제자는 의혹이 일어 물었다. “이것이 뭐라고 하는 뜻입니까. 무언의 묘변(妙辯)이라는 것이 여기에 있는 겁니까?” 스승이 말하기를, “이 뜻은 물이란 그릇에 따라서 네모나기도, 원의 모양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물건을 따라 맑기도 흐리기도 한다. 가득하게 되면 틈도 없고, 맑으면 깊고 얕음을 측량할 수 없다. 방금 바루에 물을 가득 채워 보인 것은 내가 배움의 지혜가 두루 한 것을 비유한 것이다. 그런데 그는 바늘을 던져 넣어 마침내 그 극한 경지를 궁구하려고 하였다. 이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곧 바로 들어오도록 해라”고 말했다.
그런데 용수의 교화하는 방식은 풍모가 당당하고 신중하여 말을 주고받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의견에 수긍하여 머리를 숙였다. 제바는 전부터 용수의 풍모를 듣고 오랫동안 가르침을 받기를 희망했었다. … 제바는 용수의 위엄에 눌려 공손히 당에 올라 멀찍이 앉았다. 그러나 그의 현묘한 논의가 종일 계속되는데 말과 논리가 훌륭하였다. 용수가 말했다. “후학인 그대는 참으로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이 될 겁니다. 그 말솜씨는 먼저 배운 나의 눈앞을 비추는 듯합니다. 내가 나이 들어 이같이 준수한 사람을 만났구나. 법등을 전할 만한 사람을 얻었구나. 교법을 널리 선양하는 것이 이 사람의 바라는 바입니다. 원컨대 자리에서 나와서 우리와 깊은 뜻을 말해 주시오”라고 말했다.
제바는 이 명을 듣고 마음에 은근히 자부심이 생겨서 크게 변론을 펴고자 생각하고, 말의 실마리를 듣고서 스승을 우러러 보자, 스승의 위엄에 눌려 마침내 그가 준비한 말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곧 “가르침을 바랍니다.”하고 물러나 앉았다. 이때 스승은 “자리로 돌아가시오. 이제 그대에게 지극한 묘리를 부처님의 참된 가르침을 전해줄 것이오. 삼가 받도록 하시오.”라고 말하였다. 제바는 오체투지하고 일심으로 귀의하여 말하였다. “저는 이후로 삼가 가르침의 명을 받들어 전하고자 합니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하여 지자와 제바는 마침내 스승의 문하에 귀의하게 되었다. 현장삼장의 전기 “대당대자은사 '삼장법사전' 권 4에는 나가르주나와 제바의 만남에 대하여 이와 똑같은 사실을 전하고 있다. 놀랍게도 두 저서에는 현장의 동일의 메모를 참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중복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이해의 편리를 생각해서 이 삼장법사전의 기술을 현대어로 요해해 보기로 한다.
여기에서 서북쪽으로 1천8백여 리를 가면 남교살라국(南憍薩羅國 남코살라)에 이른다. 이 나라의 왕은 찰제리(刹帝利 크샤트리아)라고 하는데, 불법을 숭상하고 존경했으며 학예(學藝)를 좋아하고 숭상하고 있다. 이 나라에는 승원(가람)이 백 개소가 있고, 승려가 1만 명이나 되며, 천신을 섬기는 외도들 또한 매우 많이 섞여 살고 있다.
성의 남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오래된 가람이 있고, 그 옆에는 아쇼카왕(무우왕)이 세운 탑이 있다. 옛날 여래께서 이곳에서 큰 신통변화를 나타내시어 외도를 항복시켰다고 한다. 그 후로 용맹보살(龍猛菩薩)이 이 가람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 당시 사다파하(娑多婆訶)왕은 용수보살을 대단히 존경하여 정중하게 공양하였다.
그때 제바보살(提婆菩薩)이 실론에서 찾아와 논쟁하기를 청하였다. 그래
코살라국 성 남쪽 멀지 않은 곳에 오래된 가람이 있고, 그 옆에는 솔도파(率堵波, 불탑)가 있다. 무우(無憂 아쇼카)왕이 건립한 것이다. 옛날에 부처님께서 이곳에서 대신통력을 보여 외도들을 설복시킨 일이 있다고 전해진다. 후에 이곳에 용수보살이 출현하여 그 가람에 머물렀다고 한다. 당시 이 나라의 왕은 싸타바하나(娑多婆訶, 당나라에서는 인정引正이라 함)라고 불렸다. 이 왕이 용수보살을 지극히 존경하여 보호해줄 수문장을 파견하여 사는 곳의 문을 지키도록 하였다.
그때 제바보살은 집사자국(執師子國 승가라국 세일론)에서 논란을 하고자 찾아와 수문장에게 말했다. “원컨대 들어가게 해 주어 스님을 만나게 해주십시오.” 수문장은 그의 뜻을 스님께 전하였다. 용수는 일찍이 제바의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바루에 물을 가득 채워놓고 제자에게 “이 물을 가지고 가서 그에게 보여라”라고 명했다. 제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을 보더니 바늘을 던져 넣었다. 제자는 의아스런 마음으로 바루를 가지고 돌아왔다. 용수는 제자에게 물었다. “그가 뭐라고 하더냐?” 제자가 대답했다. “묵묵히 아무 말도 않고 다만 바늘을 물속에 던져 넣었을 뿐입니다.” 용수는 감탄하면서 말하기를, “이 사람은 어떤 것이든 다 아는 자이구나. 아는 것이 대략 신과 같다. 미묘한 것을 관찰하는 것은 성인을 이을 사람이다. 이와 같이 훌륭한 덕을 갖춘 사람이라면 빨리 들어오도록 통과시켜라” 하고 말했다.
제자는 의혹이 일어 물었다. “이것이 뭐라고 하는 뜻입니까. 무언의 묘변(妙辯)이라는 것이 여기에 있는 겁니까?” 스승이 말하기를, “이 뜻은 물이란 그릇에 따라서 네모나기도, 원의 모양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물건을 따라 맑기도 흐리기도 한다. 가득하게 되면 틈도 없고, 맑으면 깊고 얕음을 측량할 수 없다. 방금 바루에 물을 가득 채워 보인 것은 내가 배움의 지혜가 두루 한 것을 비유한 것이다. 그런데 그는 바늘을 던져 넣어 마침내 그 극한 경지를 궁구하려고 하였다. 이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곧 바로 들어오도록 해라”고 말했다.
그런데 용수의 교화하는 방식은 풍모가 당당하고 신중하여 말을 주고받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의견에 수긍하여 머리를 숙였다. 제바는 전부터 용수의 풍모를 듣고 오랫동안 가르침을 받기를 희망했었다. … 제바는 용수의 위엄에 눌려 공손히 당에 올라 멀찍이 앉았다. 그러나 그의 현묘한 논의가 종일 계속되는데 말과 논리가 훌륭하였다. 용수가 말했다. “후학인 그대는 참으로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이 될 겁니다. 그 말솜씨는 먼저 배운 나의 눈앞을 비추는 듯합니다. 내가 나이 들어 이같이 준수한 사람을 만났구나. 법등을 전할 만한 사람을 얻었구나. 교법을 널리 선양하는 것이 이 사람의 바라는 바입니다. 원컨대 자리에서 나와서 우리와 깊은 뜻을 말해 주시오”라고 말했다.
제바는 이 명을 듣고 마음에 은근히 자부심이 생겨서 크게 변론을 펴고자 생각하고, 말의 실마리를 듣고서 스승을 우러러 보자, 스승의 위엄에 눌려 마침내 그가 준비한 말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곧 “가르침을 바랍니다.”하고 물러나 앉았다. 이때 스승은 “자리로 돌아가시오. 이제 그대에게 지극한 묘리를 부처님의 참된 가르침을 전해줄 것이오. 삼가 받도록 하시오.”라고 말하였다. 제바는 오체투지하고 일심으로 귀의하여 말하였다. “저는 이후로 삼가 가르침의 명을 받들어 전하고자 합니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하여 지자와 제바는 마침내 스승의 문하에 귀의하게 되었다. 현장삼장의 전기 “대당대자은사 '삼장법사전' 권 4에는 나가르주나와 제바의 만남에 대하여 이와 똑같은 사실을 전하고 있다. 놀랍게도 두 저서에는 현장의 동일의 메모를 참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중복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이해의 편리를 생각해서 이 삼장법사전의 기술을 현대어로 요해해 보기로 한다.
여기에서 서북쪽으로 1천8백여 리를 가면 남교살라국(南憍薩羅國 남코살라)에 이른다. 이 나라의 왕은 찰제리(刹帝利 크샤트리아)라고 하는데, 불법을 숭상하고 존경했으며 학예(學藝)를 좋아하고 숭상하고 있다. 이 나라에는 승원(가람)이 백 개소가 있고, 승려가 1만 명이나 되며, 천신을 섬기는 외도들 또한 매우 많이 섞여 살고 있다.
성의 남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오래된 가람이 있고, 그 옆에는 아쇼카왕(무우왕)이 세운 탑이 있다. 옛날 여래께서 이곳에서 큰 신통변화를 나타내시어 외도를 항복시켰다고 한다. 그 후로 용맹보살(龍猛菩薩)이 이 가람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 당시 사다파하(娑多婆訶)왕은 용수보살을 대단히 존경하여 정중하게 공양하였다.
그때 제바보살(提婆菩薩)이 실론에서 찾아와 논쟁하기를 청하였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