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도안은 부견에게 라집 법사의 중국초빙을 권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의 도안전에는 “도안은 먼저 라집이 서역에 있다는 말을 듣고 함께 연구하고자 생각했다. 그래서 매번 부견에게 라집을 취하도록 권하였다.”는 대목이 보인다. 부견도 도안이 권하는 것을 받아들여 라집을 초청하려는 생각을 결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3. 전진왕 부견의 서역 경영
부견이 여광을 서역에 파견하여 라집 법사를 모셔왔기 때문에 부견이 본래 서역 경영에 대해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부견은 라집 법사의 소식을 알기 전에 이미 서역에 대한 정보를 듣고 이곳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전진은 동진이 전연을 침입하여 구원을 청하였을 때 연에 들어가 이를 막아주고 연과 조약을 체결했으나, 연이 이를 지키지 않자 370년에 연을 무너뜨리게 되었다. 이때부터 서역 경영에 눈을 뜨게 되었다. '진서'여광전에 의하면, “부견은 이미 산동부근을 평정하고 군사력이 강성해지자 마침내 서역을 도모할 뜻이 생겼다”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나아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것은 376년 7월 전량을 무너뜨리고 서하지방을 점령하고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 전량의 옛 영토는 무위 곧 호장을 국가의 수도로 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장액, 주천, 돈황에 이르고, 다시 고창, 팔부까지를 포괄하고 있었다. 이 지방을 계승하게 됨으로써 전진은 서역과 직접적인 경계를 갖게 되었다. 이곳의 통치자인 양주자사에는 이곳을 점령하는데 큰 공을 세운 중서령 양희(梁熙)가 임명되었다. 그는 376년 7월부터 9년간 양주자사로서 호장에 사자를 서역에 파견하여 부견을 위엄과 덕망이 있는 왕으로 전해 서역의 10여 국에서 조공을 해왔다.
'진서'양무소왕 이현성전(李玄盛傳)에는 “양희는 곧 양주(凉州) 자사가 되었다. 진씨의 병란(전진의 전란)에 의해서 규율로 엄격하게 전량의 땅을 점령하고, 밖으로는 백성들을 위무하고 안으로는 바라는 많은 것을 모았다”라고 하고 있다. 또 '진서'여광전에는 “글이 고상하고 눈치가 빠르다”고 엇갈린 평을 하고 있어서 그가 악정을 베풀었는지 선정을 베풀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다. 그런데 그가 서역 경영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진서'부견에 관한 기사 중에는
“이보다 앞서 양희는 사신을 서역에 파견하여 부견의 위덕을 찬탄하고 아울러 그림을 가지고 제국의 왕에게 보냈다. 이로 인해서 진나라에 조공하여 온 자가 십여 국에 달했다. 대왕국에서는 천리를 달리는 한혈마(汗血馬)를 보내오고 주옥과 보배등 오백여 가지 진귀한 물건들을 보내왔다”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견은 한漢나라 문제文帝가 천리를 달리는 말을 돌려보냈던 일을 상기하면서 이 한혈마를 다시 돌려보내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군신들에게 말과 같은 사치품을 보내지 말라고 시를 써서 보내도록 함으로써 자신이 욕심이 없다는 것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양희의 적극적인 서역 정책으로 서역에서 조공을 왔다는 것과 멀리 투르키스탄(Turkistan)의 대완국에서 중국과 화친하고자 사신을 파견해서 한혈마를 바친 일도 있었다.
부견은 처음에는 이와 같이 사치를 금하고 한혈마를 되돌려 보내는 등 모범을 보였다. 그가 한문제漢文帝(기원전 202~157)의 고사를 들어 말을 되돌려 보내고 말을 바치는 것을 금하는 시를 짓게 했다는 것이 '자치통감'에 378년 10월로 기록되어 있다. 부견은 스스로 중국 정통군주임을 자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유교의 덕목인 근검절약의 모범을 친히 보여주려고 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부견은 여러 나라를 정복하고 서역과 교섭이 빈번해지자, 완고한 태도가 변하기 시작한다. '진서'부견전에는 “부견이 여러 나라를 평정하고 난 후 국내에 재물이 풍부해지자 마침내 사람들에게 사치스런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궁전에 주렴을 달거나, 군신들에게 관사, 수레, 기물, 복식 등에 모두 구슬, 낭옥廊屋, 기묘한 옥 등 진귀한 물건들을 가지고 장식하게 했다”하는 것이 보인다.
결국 부견은 후에 사치에 빠져 서역의 진귀한 보배나 물건들을 바라게 되어, 서역의 여러 나라들은 사신을 파견하여 이런 물건들을 조공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완국의 한혈마를 비롯해서 각국의 명산품과 진귀한 물건들을 바치게 되었다.
'고승전'라집전에도 “외국의 전부왕(前部王)과 구자왕의 동생이 모두 와서 부견을 조회했다. 부견이 이들을 인견했는데 이 둘이 부견에게 진언하였다. ‘서역에는 진기한 물건들이 많이 나옵니다. 군사를 이끌고 가서 평정하여 속국으로 하라고 요구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여 부견으로 하여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