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
법연화경 제바달다품 제12 提婆達多品 第十二
[강의] 이 품은 옛날에 『묘법연화경'을 펴서 교화를 시킨 이익이 불가사의함을 들어 지금 가르침을 펴서 교화하는 일의 효험이 무량함을 밝히며, 이를 지금의 사람들에게 권함으로써 이 경을 유통시키려 함이다. 제바달다가 옛날 아사선인(阿私仙人)이었고 부처님께서 왕이었을 때, 왕은 『묘법연화경'의 가르침을 얻기 위해 정성껏 시봉하였다고 한다, 아사선인은 왕에게 이 경으로 교화를 펴서 부처님께서 정각을 이루셨고 제바달다는 미래에 천왕여래(天王如來)로 성불하신다는 수기를 받았다. 특히 오역죄(혹은)삼역죄를 저지른 악인 제바달다도 부처님의 대자비로 제도되어 성문제자로 등장하고 다시 『묘법연화경'에서 옛 인연을 듣고 일불승도를 깨달아 수기 받는 것은 부처님 대자비의 극치이고 이 경의 위신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문수보살은 용궁에서 『묘법연화경'을 펴서 무량한 중생을 교화시켰는데 그 예로 8세의 용녀가 부처님께 보배 구슬을 바치는 순간보다 빨리 변성(變姓)하여 보살도를 갖추고 정각을 이루었으니, 악인 제바달다 성불에 이어 일체중생을 다 제도하는 이 경의 무량한 공덕을 나타낸 것이다.
『묘법연화경'의 가르침으로 인하여 제바달다의 악인 성불과 용녀의 여인성불이라는 두 가지 성불을 보여 경의 유통을 권하는 것이다.
원래 이 품은 범본과 『정법화경' 그리고 후대의 '첨품법화경'에서는 모두 「견보탑품」에 속해 있고, 오직 이 라집본 『묘법연화경' 만이 독립된 품으로 되어 있다. 이 품은 구마라집 법사가 28품으로 번역한 것을 장안의 궁인(宮人)이 「제바달다품」을 청하여 빌려가서 궁 안에 두었기 때문에 강동(江東)에는 이 품이 빠진 27품으로 유통되었다고 한다. 그 후 남악혜사(南岳慧思)가 이를 바로잡아 「견보탑품」 뒤에 두었다고 한다. 그 후 수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고 강동 사람들도 장안에 가서 구마라집 법사가 번역했던 구본(舊本) '묘법연화경'을 보니 과연 혜사가 경의 취지를 깊이 알고 배열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法華文句').
“제바달다”는 석가모니부처님 당시 인물로 빈파사라왕(瀕婆沙羅)의 아들 아사세(阿闍世) 태자와 함께 갖가지 악행을 저지른 역사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부처님의 교단에서 오백 명을 꾀어내어 끌고 가버리니 사리불은 신통력으로 제바달다를 잠들게 한 후 목건련이 이들을 모두 데리고 돌아왔다. 이는 승단의 화합을 깬 오역죄 중의 하나가 된다. 또한 그는 30주(肘)나 되는 큰 바위를 들어서 부처님께 던져 그 부서진 돌멩이가 튀어서 부처님 발에 피가 났다. 또 아사세왕을 선동해 술에 취한 코끼리를 풀어놓아 부처님을 짓밟도록 했다. 또 열 손가락마다 손톱에 독을 바르고 부처님 발에 예배하여 부처님을 해치고자 하였다. 이를 삼역죄(三逆罪:화합승을 파괴하고, 부처님 몸에 피를 내며, 아라한을 죽이는 가장 악한 일)라 한다.
제바달다는 이와 같이 삼역죄(혹은 오역죄)를 지어 마침내 산채로 지옥에 떨어졌다고 한다. 그 후 본생경을 시작으로 그의 비행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제바달다도 '증일아함경'(제47)에서 제바달다가 지옥에 떨어진 후 부처님께서 목련(木蓮)을 보내 교화하여 벽지불의 수기를 주셨는데, 이제 본경에서는 옛날 아사세선인으로 법화경을 편 공덕으로 천왕여래(天王如來)의 수기를 받는다.
[경] 그때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과 하늘과 사람과 사중에게 이르시되, “내가 과거 한량없는 겁 중에서 법화경을 구하여 게으른 마음이 없었노라.
이시불고제보살급천인사중
爾時佛告諸菩薩及天人四衆,
오어과거무량겁중 구법화경 무유해권
吾於過去無量劫中 求法華經 無有懈倦
[강의] 이 품의 내용은 첫째, 옛날 제바달다(提婆達多)는 선지식으로 법화경을 유통했었고 석가는 수행자로 도를 이루셨음을 밝히고, 둘째 문수보살은 경을 유통하고 용녀는 성불했음을 밝히니, 가르침 받은 이가 이와 같은 이익을 얻었거늘 경을 편 공덕이야 어찌 크지 않겠는가? 따라서, 제바달다는 수기를 받은 것이고 문수보살은 석가불의 9대 조사로 나오시는 것(「서품」에서)이다.
옛날 제바달다가 경을 유통시키고 석가모니께서 도를 이룬 내용에는 세 부분이 있으니 첫째 옛날 스승과 제자로 만나 경을 받아 지닌 모습을 밝히고 둘째 옛일과 지금을 맺으며, 셋째 믿을 것을 권한다. 옛날 스승과 제자관계로 경을 받아 지닌 일에는 첫째 법을 구하신 시기를 밝히고, 둘째 법을 구하고, 셋째 법사를 구했으며, 넷째 법을 받아 행하신 것을 나타냈다.
<이 품의 구조>
''스승과 제자로 경을 수지함'구법시기
경을 유통하고''제바달다와 석가모니''옛날과 지금을 맺음 '법을 구함
도를 이룸' '믿음을 권함 '법사를 구함
'문수보살과 용녀 '법을 봉행함
이 구절은 석가모니가 스승과 제자로 무량겁 전에 법화의 법을 구하던 시기를 설하였다.
[경] 많은 겁 중에 항상 국왕이 되어 발원하여 위 없는 보리심을 구하되 마음이 퇴전하지 아니하였느니라.
어다겁중 상작국왕 발원구어무상보리 심불퇴전
於多劫中 常作國王, 發願求於無上菩提 心不退轉
[강의] 스승과 제자로 법을 구함에 먼저 발원한 내용으로 위 없는 보리를 구하고자 하였다.
“많은 겁 동안”이란 옛날 석가모니께서 국왕이었을 때 법을 구한 일이다.
“물러서지 않음[不退轉]” : 발원하여 성불하는 도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물러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발원하여 위 없는 보리를 구함”이란 최상의 깨달음인 불도를 이루리라는 발원을 세운 것이다.
[경] 육바라밀을 만족하고자하여 보시를 부지런히 행하되 마음에 인색함이 없어, 코끼리 말 칠보 국성(國城) 처자 노비 복종(僕從) 두목수뇌(頭目髓腦) 신육수족(身肉手足) 신명(神命)일지라도 아끼지 아니하였노라.
위욕만족육바라밀 근행보시 심무린석
爲欲滿足六波羅蜜 勤行布施 心無悋惜
상마칠진 국성처자 노비복종
象馬七珍 國城妻子 奴婢僕從
두목수뇌 신육수족 불석구명
頭目髓腦 身肉手足 不惜軀命
[강의] 스승과 제자로 법을 구함에 발원하고, 다음으로 수행을 통하여 육바라밀을 대표하는 보시바라밀을 부지런히 실천하였다.
“육바라밀(六波羅蜜)”에서 바라밀(pāramitā)이란 사바세계를 건너 열반의 피안에 도달 하는 것. 육바라밀은 보시(베품) 지계(계를 지킴) 인욕(어려움을 인내함) 정진(부지런히 노력) 선정(산란한 마음을 집중시킴) 반야(지혜)이다.
육바라밀 수행은 사교에 따라 다음과 같이 닦는다.
⓵장교의 육바라밀은 의보(依報)와 정보(正報)를 버려 도와줌을 보시라 하고, 십악(十惡)을 막는 것을 지계라 하며, 치고 욕하여도 화를 내지 않음은 인욕이라 하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루어 냄을 정진이라 하며, 사선 팔정을 닦음을 선정이라 하고, 색 향 미 촉 4법에 얽매이지 않아 논쟁에서 멈추는 것을 반야라 한다.
⓶통교의 육바라밀은 베푸는 자 받는 자 베푸는 물건 세 가지가 다 공함을 보시라 하고, 지키고 범함을 구별해 보지 않음을 지계라 하며, 스스로 참고 참을 대상조차 없는 것을 인욕이라 하고, 몸과 마음이 동요하지 않음을 정진이라 하며, 마음이 산란하지 않고 고요함에 집착하지도 않음을 선정이라 하며, 지혜롭지도 않고 어리석지도 않음을 반야라 한다.
⓷별교의 육바라밀은 보시를 통하여 열 가지 법의 이익과 네 가지 일을 위한다고 한다. 보시에 열 가지 이익이란, 간탐의 번뇌를 억누르고, 사심이 이어지며, 중생과 더불어 자산(資産)을 함께 하고, 부호의 집에 태어나며, 태어날 때마다 보시하는 마음이 일어나고, 사부대중을 사랑하며, 대중 속에 있으면서도 두려움이 없고, 훌륭한 명성이 두루 퍼지며, 손발이 부드러워지고 내지 도량에 이르러 선지식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지계에도 열 가지 이익이 있으니 일체의 지혜를 고루 갖추고, 부처님 배우신 바와 같이 되며, 내지 뛰어난 삼매를 얻고, 신심의 재물이 모자람이 없게 된다. 인욕에 열 가지 이익이 있으니, 불 칼 독 물도 다 해치지 못하고, 비인(非人)에 의해 수호되며, 신상이 장엄되며, 내지 몸이 희열을 떠나지 않는다. 정진에 열 가지 이익이 있으니, 다른 자가 절복하지 못하고, 부처님께 구제받으며, 비인에 수호되고 내지 우발화 자라는 것과 같이 된다. 선정에 열 가지 이익이 있으니, 의식에 안주하고, 자애의 경계를 닦으며, 회열(悔熱, 뉘우침과 고뇌)이 없으며, 내지 부처님의 경지에 안주하며, 해탈이 성숙하다. 반야에 열 가지 이익이 있으니, 보시하되 보시한다는 상에 매이지 않고, 계를 지키되 계에 의지하지 않으며, 인욕을 행하되 인욕의 힘에 머물지 않으며, 정진을 닦되 신심이 정진을 떠나며, 선정을 닦되 선정에 머무름이 없으며, 마도 어지럽히지 못하며, 다른 사람의 논의도 어지럽히지 못하며, 생사의 도리 밑바닥까지 통달하며, 증상자(增上慈)를 일으키고, 이승의 경지를 바라지 않음이다. 보시의 네 가지 위함이란 도를 닦는 사람은 간탐을 깨고자 하므로 보시를 닦고, 보리를 장엄하고자하므로 보시를 닦으며, 자리와 이타를 달성하고자 보시를 닦고, 후세에 큰 공덕의 과를 얻고 부귀를 얻기 위해 보시를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지 반야를 닦는 데에도 네 가지 일을 위함이다. 지혜는 무명을 깨므로 이를 닦으며, 보리를 장엄하여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이를 닦고, 내지 번뇌장(煩惱障) 지장(智障)을 깨어 대과(大果)를 얻기 위해 반야를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⓸원교의 육바라밀은 제일의에서 보아 닦는 것을 말한다. 곧 온갖 공덕을 가져올 일을 짓고 수신(修身) 수심(修心) 수혜(修慧)를 다 제일의를 가지고 훈습하여 닦으면 속히 육바라밀을 완수한다. 걷거나 앉거나 연을 일으키는 생각을 버림은 보시이고, 반연을 버리고 도리를 범하지 않음은 지계, 대상에서 집착을 낳지 않음을 인욕, 출리(出離)하려는 마음을 버리지 않음을 정진, 차별적인 사물 속에 있으면서 방일하지 않음은 선정, 제법의 체성을 무생이라 아는 것은 반야이다. 오온 십팔계에 대해서도 이와 같이 제일의 입장에서 육바라밀을 닦는 것을 원교의 육바라밀 수행이라 한다.
“칠보(七寶)”란 금 은 유리 마노 진주 자거 매괴의 일곱 가지 보물.
“두목수뇌(頭目髓腦)”란 머리와 눈, 골수와 뇌를 가리킨다.
“신육수족(身肉手足)”이란 : 몸 살 손 발. 몸 안의 모든 것을 다 말한다.
[경] 그 때, 세상 사람의 수명은 한량이 없었으나, 법을 위하는 고로 나라 왕위를 버리고 정사(政事)를 태자에게 맡기고 북을 쳐 영을 내려 사방에 법을 구하되, ‘누가 능히 나를 위하여 대승(大乘)을 설할 자이뇨. 내가 마땅히 몸이 다하도록 공급하고 심부름하리라.’ 그때 선인(仙人)이 와서 왕에게 말씀하되, 나에게 대승이 있으니 이름이 묘법연화경이라. 만일 나를 어기지 아니하면 마땅히 위하여 선설하리라.
왕이 선인의 말을 듣고 환희하여 기뻐 뛰며 곧 선인을 따라 가서 구하는 것을 공급하되, 과실을 따고 물을 긷고 나무를 주워서 음식을 장만하며, 또는 몸으로써 앉는 자리가 되어도 몸과 마음에 권태로움이 없었느니라. 그 때 받들어 섬기되 천년을 지내었으나 법을 위하는 고로 정근하며 부지런히 공급하고 시봉하여 결핍함이 없게 하였노라
시세인민 수명무량 위어법고 연사국위
時世人民 壽命無量, 爲於法故 捐捨國位
위정태자 격고선령 사방구법 수능위
委政太子 擊鼓宣令 四方求法 誰能爲
아설대승자 오당종신 공급주사
我說大乘者 吾當終身 供給走使.
시유선인 내백왕언 아유대승 명묘법화경
時有仙人 來白王言 我有大乘 名妙法華經.
약불위아 당위선설 왕문선언 환희용약
若不違我 當爲宣說 王聞仙言 歡喜踊躍
즉수선인 공급소수 채과급수 습신설
卽隨仙人 供給所須 採果汲水 拾薪設
식 내지이신 이위상좌 신심무권 우시봉사
食 乃至以身 而爲床座 身心無倦 于時奉事
경어천세 위어법고 정근급시 영무소핍
經於千歲 爲於法故 精勤給侍 令無所乏.
[강의] 스승과 제자로 법을 구함에 발원에 이어 반야를 이루기 위해 묘법을 찾아 구했음을 말하고 있다.
“세상사람”이란 : 원문은 세상(世) 인민(人民)을 말한다.
“북을 쳐 법을 구함”이란 큰 북을 쳐서 명령을 선포하여 사방으로 대승 묘법을 구한 것을 말한다.
“공급하고 심부름함”이란 시종(走使)은 종이 되겠다는 것이니 겸손하고 자기를 낮추지 않으면 법문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몸이 다하도록 공급함은 인내하지 않는다면 괴로움을 참아낼 수 없음을 가리킨다. 이것은 세상 사람들을 위하여 성현의 모습을 나타내어 구도자의 모범으로 삼게 한 것이다.
“선인(仙人)”이란 외도중 깨달음을 얻어 신통자재한 자로서, 산림에 묻혀 수행하는 이.
“몸으로써 앉는 자리가 됨[以爲床座]"이란 몸을 버려 법을 구함이다. 어렵고 괴로운 일을 두루 행하여 피곤하고 수고로움을 견디면서도 법을 구하려는 까닭에 심신이 게으르지 않은 것이다.
[경] 그때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내가 과거의 겁을 생각하니 큰 법을
구하기 위한 고로
이시세존 욕중선차의 이설게언
爾時世尊 欲重宣此義 而說偈言
아념과거겁 위구대법고
我念過去劫 爲求大法故
[강의] 게송은 구법의 시기를 게송했다.
“큰 법[大法]"이란 대승법. 곧 대승의 가르침.
[경] 비록 세상에 국왕이 되었으나
오욕락에 탐착하지 않고 종을 쳐
사방에 이르되 누가 큰 법을 가진 자이뇨.
만약 나를 위해 해설하면
이 몸이 마땅히 노복이 되리라.
수작세국왕 불탐오욕락
雖作世國王 不貪五欲樂
추종고사방 수유대법자
椎鐘告四方 誰有大法者
약위아해설 신당위노복
若爲我解說 身當爲奴僕
[강의] 법을 구하신 일을 게송하였다.
“오욕락(五欲樂)”이란 우리가 대하는 다섯 경계(색 성 향 미 촉)에 대하여 집착해서 일으키는 욕탐. 색욕(色慾) 성욕(聲欲) 향욕(香欲) 미욕(味欲) 촉욕(觸欲) 등 세속적인 욕망의 총칭이다.
“종을 침[椎鐘]"이란 추(推)는 친다는 뜻. 앞에서는 북을 쳐 명령을 선포했다(擊鼓宣令)고 하고, 여기서 종을 쳤다고 하는 것은 법이 심오하기 때문에 종과 북을 모두 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