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현존하는 저작

1) 나가르주나의 진작(眞作)과 주 전승저작

 그러나 이와 같이 여러 전승들이 과연 어디까지 사실을 전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 있어서도, 매우 의문점이 많아서, 말할 것도 없이 문헌연구에 의해 찾아내야 할 것이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검토한 결과 거의 대부분 나가르주나의 진작으로 생각되는 것은 아래의 저술들이다.
① '중론' (게송)……범본 티베트역, 한역
② '육십송여리론(六十頌如理論)' (게송)……티베트역, 한역
③ '공칠십론(空七十論)' (게송과 자주自注)……티베트역
④ '회정론(廻諍論)' (게송과 자주自注)……범본, 티베트역, 한역
⑤ '바이달랴론' (바이달랴 수트라(Vai dalya-sūtra)와 자주(自注)……티베트역
-이상 오부정리론(五部正理論)

⑥ '보행왕정론' (게송) …… 범본(일부 결) 티베트역, 한역
⑦ '권계왕송(勸誡王頌)' (게송)……티베트역, 한역
⑧ '사찬가(四讚歌)' (게송)……범본(단편) 티베트역, 한역(일부)
⑨ '대승파유론(大乘破有論)' (산문논서)……티베트역, 한역
⑩ '보리자량론(菩提資糧論)' (게송)……한역
⑪ '인연심론(因緣心論)' (게송과 산문논서)……범본, 티베트역, 한역
이들 외에도 여전히 지금까지 나가르주나의 저작에 대한 진위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으나, 그의 사상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자료로는
⑫ '십이문론' (게송과 자주自注) ……한역
⑬ '대승이십송론' (게송)……범본, 티베트역, 한역
⑭ '대지도론' (산문주석)……한역
⑮ '십주비바사론' (게송과 주해)……한역이 있다.

  2) 대표적인 저작의 내용
 그런데 이상의 여러 저술 가운데 주저작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중론'이다. 비교적 초기의 작품이라고 생각되지만 이 '중론'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서술할 것이다. 이하에는 미산웅일(梶山雄一)․과생진융진(瓜生眞隆眞) '대승불전14 용수논집'의 말미에 있는 “해설”가운데 위에서의 여러 저작중 ②에서부터 ⑦까지와 ⑪및 ⑬에 대해서 간단히 해설하고 있는데 이를 다소 보완하고 수정해 가면서 인용하고자 한다.

② '육십송여리론(六十頌如理論)'
여리란 공성(空性) 곧 연기의 도리라고 하는 것인데 이 진리를 60의 게송으로 서술하고 있는 것이 본서이다. 공성이란 “사물은 모두가 공하다”라고 하는 존재의 진리를 가리키는데 이것은 연기의 진의를 명확히 하는 것을 주제로 삼고 있다. 주석서를 저술했던 찬드라키르티는 이점에서 본서를 '중론'과 같은 서열에 위치시키고 있다. 사상적으로는 연기가 유무  생멸의 양 극단을 넘어선 불이(不二)임을 밝히고, 일체 존재가 무자성이고 공임을 강조하여 유자성론(有自性論)을 주장하는 인도 전통종교와 부파불교를 비판하고 열반의 경지를 말하고 있다.
사물의 실재성을 주장하는 유부(아비달마 철학)에서는 연기를 실체로 하는 것(존재) 사이에 있어서 관계성으로서 이해하지만, 나가르주나는 사물이 실체로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곧 공이라는 것에 의해서 연기가 성립한다는 독자적인 해석을 베풀고 있다. 여기에는 불타의 정신이 이것으로 의해 되살아난다고 하는 그의 확신을 볼 수 있다.  

③ '공칠십론(空七十論)'
70게송으로 이루어진 공성론이라는 의미인데 공성의 사상을 70게송(현존하는 티베트역에는 73게송)으로 통합하여 설하고 있다. 사상적으로는 대론자가 문답을 통해 일체가 공성임을 밝히고 공성을 인식하여 깨달음을 증득할 것을 가르친다. 나가르주나의 자주(自注)가 있어서, '중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본서 가운데 상당수 게송은 '중론'의 게송에 일치하여 내용도 동일하게 보이는 것이 많이 있다. 찬드라키르티에 의하면 '중론'(7․34)에 “생기하는 것도 지속하는 것도, 소멸해도 환(幻)과 같고 꿈과 같고, 신기루와 같다고 비유하고 있다”고 하는 내용을 논리적으로 전개시키고 있는 것이 본서이다.
 이 공의 논리에 대한 주제를 물체 자아 인과 지각 등의 개개의 테마를 들어서 검토해 보면, 그의 논술은 우선 대론자들의 공에 대한 논란을 들어서 거기에 답한다고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 존재와 사물을 실체로 여기는 집착이나 무지를 밝게 하고, 사물의 실체에 붙잡히지 않고 허망하게 보는 공의 지혜를 설해 밝히고 있다.

④ '회정론(廻諍論)'
본성의 원제목은 “논쟁을 그치게 하는 책, 논쟁을 부정하고 그치게 하는 책”이라는 의미로, 아루야 운율에 있는 70의 게송과 하나하나의 게송에 대해서 산문에 있는 자주(自注)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의 20게송에는 존재에는 본체(실체)가 있다고 하는 대론자(對論者)의 주장이 전개되고, 제2이하의 게송은 나가르주나의 여기에 대한 비판이 들어 있다.
실재론을 대표하는 대론자에는 두 종류가 있다. 니카야학파(제1〜제6게송)와 아비달마 철학자(제7〜20게송)가 있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나가르주나는 제21이하 게송에 있어서 니카야학파의 지식론과 아비달마 철학의 범주론적 실재론을 쫒아 하나씩 비판하고 이들의 이론의 기초에 있는 본체(실체)의 개념을 공의 논리에 의해 부정한다.

⑤ '바이달랴론'
본서는 72개의 간결한 산문의 스투라(경)에 있는 강요서 그 자주(自注)로 이루어진다. 제명의 "바이달랴"라고 하는 말은 '광파론(廣破論)'이라고 번역되는 일이 있으나 문제가 있다. 에로부터 "단편 비판의 책" 요컨대 "니야야 16범주 비판의 책"이라고 해석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된다.
니야야학파는 본서의 모두에 열거되어 있는 16범주를 가지고 그 체계를 총괄한다. '니야야 스투라(正理經)' 제1장은 16범주의 설명이다. 나가르주나는 이런 범주를 니야야학파의 정의를 인용하면서 하나하나 비판하고 있다. 또한 그 논의의 방법은 '니야야 스투라' 제5장에 있는 논의법을 역용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본서는 나가르주나 공의 논리가 니카야 학파의 이른바 궤변(詭弁)이나 오난(誤難)을 역용하는 것에 의해 성립해왔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⑥ '보행왕정론(寶行王正論)'
본서는 ⑦ '권계왕송(勸誡王頌)'과 함께 시구(詩句)로 서간(書簡)을 대신하여 친교가 있었다고 생각되는 남인도의 싸타바하나국왕에게 보내주었던 것이다.
내용은 부제의 "왕에게 주는 교훈"이 보여주듯이 대승불교의 사상과 실천에 입장에서 국왕을 위해 정치의 도를 서술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또한 “이 교법은 단지 왕만을 위해 설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리에 합당하게 설해져 있다”(5․99)라고 말하는 것처럼 세속의 일들을 받아들이면서 윤리적 종교적 실천에 힘쓰고 일체중생의 구제를 위해서 지혜와 자비의 완성을 목표로 하는 대승보살의 인간상을 격조 높게 구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널리 대승보살도의 사상과 실천을 왕에게 말해주고 있다. '권계왕송'은 특히 원시불전에서도 잠언시(箴言詩)나 교훈시를 인용하여 철학적 문사를 가능한 줄여서 분명하고 훌륭한 종교시가 되었다.
구성은 제1 안락해탈품(安樂解脫品), 제2 잡품(雜品), 제3 보리자량품(菩提資糧品), 제4 정교왕품(正敎王品), 제5 출가정행품(出家正行品)의 다섯 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 안락해탈품 : 인도의 관습대로 먼저 귀경문(歸敬文)이 있으며, 10선(善) 10악(惡) 등을 기술하여 수행의 대요를 담고 있다. 나아가 대승 불교의 세계관을 제시하고, 유무(有無)의 2변(邊)과 아유(我有), 아소(我所)의 2사견(邪見)을 논파하고, 3세(世) 실유(實有)의 문제를 다루어서 진보적 사상을 드러낸다.
먼저 서술했던 것처럼 의정(義淨)은 '남해기귀내법전(南海寄歸內法傳)'에서 이 책에 대해서 접하였다. 또한 나가르주나의 바라문적 교양의 일단을 드러내는 게송도 많고, 그 외에 지옥 아귀 축생의 이른바 삼악도에 대해서 생생히 묘사하고 있어서 읽는 자의 마음에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 종래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았던 나가르주나의 일면을 접할 수 있어서 매우 흥미 깊다.

⑪ '인연심론(因緣心論)'
본서의 제목은 "연기의 정요(精要)"라는 의미인데, 겨우 7게송 밖에 되지 않는 소작품이다. 6송 반의 게송을 싣고, 이를 설명하는 문답체 형식의 장행으로 12인연법을 설한다. 연기 12지(支) 가운데 첫째와 여덟째와 아홉째, 즉 무명, 애, 취는 번뇌, 두 번째와 열 번째, 즉 행과 유(有)는 업, 그 밖의 일곱 가지, 즉 식, 명색, 육입, 촉, 수, 생, 노사 등은 고이다. 번뇌로부터 업이, 업으로부터 고가, 고로부터 번뇌가 생겨나서 욕(欲), 색(色), 무색(無色)의 3계(界)를 윤회한다. 만약 일체 존재가 무상, 부정(不淨), 고, 무아임을 관찰하여 집착하지 않는다면, 행(行)과 생(生)과 고(苦)가 없는 해탈을 얻을 수 있다고 설한다. 이것은 '주석' 속에 제5게를 나가르주나의 저작으로 인용하는데 적지 않은 부분의 게송은 그의 진작으로 보는 것이 좋다.
원시불교에 있어서 불타의 가르침 중에 중심적인 내용의 하나가 되는 "십이지연기"를 번뇌 혹(惑) 업(業) 고(苦)의 세 가지 관계 속에서 해설하고 윤회하는 존재의 괴로운 모습과 그 고의 지멸을 밝히고 있다. '중론' 제26장과 내용에서 깊은 관계가 보인다.
 
⑬ '대승이십송론(大乘二十頌論)'
본서는 제명이 "대승에 대한 20게송"에 보여주듯이 대승 중심사상을 20게송에 정리하였다.
구성은 크게 서분(序分)을 이루는 귀경게(歸敬偈) 1송, 정종분(正宗分)을 이루는 20송, 유통분(流通分)을 이루는 세부분의 게송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서분과 유통분의 게송은 7언(言)으로 옮겨졌으며, 정종분의 게송만 5언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용은 모든 존재는 본래 영구불변의 자성(自性)이 없고 자아(自我)가 없으나 사람들은 어리석어서 모든 법에는 생함이 있고 자성이 있다고 허망하게 집착하여 괴로움을 받게 된다. 연기이므로 자성이 없고, 자성이 없으므로 공이라는 논리는 중론(中論)의 내용과 다름이 없다. 저자에 대해서는 범본의 발문(속에 쓰여 있는)에 “나가르주나 존사(尊師)의 작(作)이라 되어 있으며, 티베트역(2본)과 한역(1본)도 나가르주나 저술 속에 포함된다. 그러나 '중론'의 저자와 동일 인물이 아닌가에 대해서는 지금 확정할 수 없다.
  내용은 미혹과 깨달음의 세계가 마음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설하고 있고, '십지경'과의 관계를 생각한 점이 있다. 나가르주나의 다른 저작과 비교해 보아도 특히 모순된다고 생각되는 점이 보이지 않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