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법연화경 제바달다품 제12 提婆達多品 第十二-
[경] 말이 다하기 전에 용왕의 딸이 홀연히 앞에 나타나서 두면으로 예배 공경하고 물러서 한쪽에 머물러 게송으로 찬탄하되,
언론미흘 시용왕녀홀현어전 두면예경 각주일면 이게찬왈
言論未訖 時龍王女忽現於前 頭面禮敬 却住一面 以偈讚曰
[강의] 다섯째, 용녀가 홀연히 성불하는 모습을 보여 의혹을 풀어주게 되는데, 이는 원교의 뜻을 밝혀 의혹을 풀어 준 것이다. 지적보살이 의혹을 일으킨 것은 석가여래도 무량겁을 두고 난행고행으로 수행하여 보리를 얻었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여덟 살의 용녀가 성불한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것은 오랜 기간 동안 복과 지혜를 닦아 차례로 계위에 올라야 보리를 얻을 수 있다는 차제적 성불론으로, 별교의 처지에서 성불을 보기 때문에 생긴 의혹이다. 그러나 원교의 입장에서는 번뇌 즉 보리이므로 오랜 수행과정을 뛰어 넘어 그대로 성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 깊이 죄와 복의 상을 통달하여 두루 시방을 비침이라.
심달죄복상 변조어시방
深達罪福相 遍照於十方
[강의] 경을 수지하여 이해하였음을 밝힌 내용이다. 용녀가 부처님께서 죄와 복의 상을 깊이 깨달아 밝은 지혜로 시방을 두루 비추어 보심을 찬탄하였다.
“죄와 복의 상[罪福相]”이란 죄악과 복덕의 모습. 죄와 복에 대한 장교 통교 별교 원교의 입장이 다르다. 원교에서는 죄도 없고 복덕도 없다는 진리에 깊이 통달해서 일실상에 들어감을 말한다.
“깊이 통달함”이란 제법의 실상을 아는 것. 평등한 일실상의 진리.
“시방을 비춤”이란 시방법계에 진실한 지혜를 가지고 법을 펴 보임을 말한다.
[경] 미묘하고 깨끗한 법신(法身)이 삼십이상을 다 갖추시고,
팔십종호로 법신을 장엄하시니,
하늘과 사람들이 우러러 받들고 용신이 다 공경하며,
일체 중생들이 받들지 않는 자가 없나이다.
미묘정법신 구상삼십이
微妙淨法身 具相三十二
이팔십종호 용장엄법신
以八十種好 用莊嚴法身
천인소대앙 용신함공경
天人所戴仰 龍神咸恭敬
일체중생류 무불종봉자
一切衆生類 無不宗奉者
[강의] 부처님께서 불도 성취함을 찬탄하였다.
“미묘하고”란 보신을 뜻하고, “청정한”이란 법신을 말하며, “삼십이상”은 응신을 가리킨다.
“삼십이상을 다 갖추시고”란 법신의 이치를 깊이 얻으면 상호를 얻게 된다는 뜻이다.
“우러러 받들고[宗奉]”란 존중해 받드는 것.
[경] 또 듣고 보리를 이룩함은 오직 부처님만 아시고 증명하시리니,
내가 대승교를 열어 괴로운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케 하리이다.
우문성보리 유불당증지
又聞成菩提 唯佛當證知
아천대승교 도탈고중생
我闡大乘敎 度脫苦衆生
[강의] 부처님을 들어 원교의 성불에 대해 증명을 삼았다.
“듣고 보리를 이룩함[聞成菩提]”이란 문수보살이 바닷속에서 설한 법화경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음을 얻은 것.
“대승교를 열어[大乘敎]”란 대승 일승의 가르침을 밝혀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경] 이때 사리불이 용녀에게 일러 말씀하되, 네가 오래지 않아서 무상도를 얻는다 말함은 이 일은 믿기 어렵도다. 어찌하여 그러한고. 여자의 몸은 때묻고 더러워서 이는 법기(法器)가 아니니, 어떻게 능히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얻으리요. 불도(佛道)는 멀고 멀어 한량없는 겁을 지나도록 부지런히 고행을 쌓고 모든 법도를 갖추어 닦은 연후에 이룩할지니라.
시사리불 어용녀언 여위불구득무상도 시사난신 소이자하 여신구예
時舍利弗 語龍女言 汝謂不久得無上道 是事難信. 所以者何 女身垢穢
비시법기 운하능득무상보리 불도현광 경무량겁 근고적행 구수제도연후내성
非是法器 云何能得無上菩提 佛道懸曠 經無量劫 勤苦積行 具修諸度然後乃成
[강의] 사리불이 의문을 제기한 내용이다. 그 내용은 여인의 몸은 장애가 있어 불법을 감당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성불한다고 하느냐는 물음이다. 이 같은 물음은 삼장교의 방편에 속하는 도리를 들어 물음을 제기해 보인 것이다. 즉 여인의 다섯 장애는 삼장교 방편의 도리이다.
“믿기 어렵도다[是事難信]”란 문수보살이 지적보살에게 ‘용녀가 겨우 여덟 살인데 자비롭고 화락하고 우아하여 능히 보리에 이른다’고 한 말을 들었기에 사리불이 의심을 낸 것이다.
“법기(法器)”란 불법을 감당할 만한 능력을 가리킨다.
“멀고 멀어[懸曠]”란 부처님 도가 어려워 깨닫기가 아득히 멀다는 뜻.
“부지런히 고행을 쌓고[勤苦積行]”이란 부지런히 고행하고 공덕을 쌓아 모든 바라밀(諸度)을 수행한다는 것.
“모든 법도[諸度]”란 육바라밀 등 온갖 바라밀을 가리킨다.
[경] 또 여자의 몸은 다섯 가지의 장애가 있으니, 첫째는 범천왕이 되지 못하며, 둘째는 제석천이요, 셋째는 마왕이요, 넷째는 전륜성왕이요, 다섯째는 불신(佛身)이니라. 어찌 여자의 몸으로 속히 성불한다 말하느뇨.
우여인신 유유오장 일자부득작범천왕 이자제석 삼자마왕 사자전륜성왕
又女人身 猶有五障 一者不得作梵天王 二者帝釋 三者魔王 四者轉輪聖王
오자불신 운하여신 속득성불
五者佛身 云何女身 速得成佛
[강의] 도를 이루기 어려운 다섯 가지 장애에 대해 밝혔다. 사리불(舍利弗)은 여인의 몸에 다섯 장애가 있다는 것에 집착하여 성불이 어려운 단서로 삼은 것이다.
“다섯 가지 장애”란 이를 오장설(五障說) 또는 여인오장(女人五障)이라 한다. 이런 주장은 아비달마시대에 여인과 비구니를 낮추어 보는 데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설은 『중본기경』, 『오분률』에도 나온다. 다섯 장애의 이유는 『불설초일명삼매경(佛說超日明三昧經)』
에도 ‘여성은 제석천․범천․마왕․전륜성왕․부처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장애가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성은 “첫째, 용맹하고 욕심이 적으면 제석이 될 수 있는데 잡스럽고 악독하며 교태가 많기 때문에 제석이 될 수 없다. 둘째, 청정행을 받들고 더러움을 없애며, 네 가지 등심(等心)을 수행하고 네 가지 선정을 닦을 것 같으면 범천이 될 수 있는데 음란하고 방자하며 절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범천이 될 수 없다. 셋째, 열 가지 공덕(십선)을 구족하고 삼보를 공경하며, 효도로 양친을 섬기고 장로들에게 겸허하게 순종하면 마왕이 될 수 있는데 경박하고 불순하며 정법을 훼손하므로 마왕이 될 수 없다. 넷째, 숨기는 태도가 84종이며, 청정한 행이 없기 때문에 성스러운 제왕이 될 수 없다. 다섯째, 본래의 법인을 깨닫고 일체가 허깨비, 꿈, 그림자 등과 같고, 오온이 본래 없는 것이며, 3취(趣)의 상이 없다고 분별하면 성불할 수 있는데 색욕에 탐착하고 정이 흐리며, 태도가 솔직하지 못해 신구의 3업이 다르기 때문에 성불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편 여인도 아라한과를 얻을 수 있다는 설이 율전 『비구니건도』에 나온다. “만약 여인이 여래가 설한 법과 율에 따라 출가한다면 아라한과를 증득할 수 있습니까?” “아난다여, 여인이 법과 율에 따라 출가한다면 아라한과를 증득할 수 있다.” 대승경전에는 『유마경』 『승만경』 『화엄경』에서도 여인성불을 설하고 있고, '보적경』에서는 남성으로 변성하여 성불하는 것으로 설해져 있다. 특히『승만경』에서는 설법의 주체가 부처님이나 성문제자(남자제자)가 아니고 부처님이 아닌 재가 여성으로 되어 있다. 여자 주인공인 승만부인은 부처님으로부터 ‘장차 성불하리라’는 수기를 받는다. 더 나아가 승만부인은 성불의 수기를 자신에게만 국한시키지 않고 대승보살도를 실천하는 일체 중생도 모두 성불할 수 있다는 것으로 확대시켰다. 『
화엄경』에서는 53선지식 중에 21명이 여성이며, 경에서도 “모든 법이 남자나 여자의 현상과 형상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여 법성의 본체에서는 구별이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무량수경』 48대원 가운데 제35원에도 여인성불의 언급이 보인다. “설사 내가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시방 무량 불가사의 모든 부처님 세계에 있는 여인이 나의 이름을 듣고 환희하여 보리심을 일으켜 여자 몸을 싫어하고도 목숨이 다한 뒤에 다시 여성이 된다면, 정각을 이루지 않겠습니다.”라 하고 있다. 한편 '유마경』에서는 여성 남성이라는 분별은 분별심에서 생긴 것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유마와 부처님의 제자들이 법담을 하는 방에 천녀(天女)가 있었다. 천녀는 사리불의 어리석음을 깨우기 위해 사리불의 모습을 여인으로 변하게 하였다. 그러더니 천녀가 말했다. “사리불이여 그대가 그 여인의 몸을 남자 몸으로 바꾼다면 이 세상의 모든 여인들도 남자로 바꿀 수 있습니다. 마치 사리불이 본래 여인이 아닌데 여인의 몸을 나타내듯이, 모든 여인들도 또한 그리하여 여인의 몸을 가졌지만 여인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이르기를 ‘일체의 모든 현상적인 모습에는 남자라고 할 수도 없고, 여자도 아니다’라고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한다.
따라서 여인오장설과 같은 여인과 비구니에 대한 비하는 석가모니부처님의 뜻이라기보다는 인도사회 관습상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후대 불교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있다.
“범천왕(梵天王)”이란 색계 초선천(初禪天)의 왕.
“제석천(帝釋天)”이란 도리천(忉利天)의 왕. 수미산 꼭대기 희견성(喜見城)에 산다.
“마왕(魔王)”이란 악마의 왕. 욕계 제육천인 타화자재천을 가리킨다.
“전륜성왕(轉輪聖王)”이란 인도 신화에서 전 세계를 통일하고 지배한다는 이상적인 왕. 무력을 쓰지 않고 윤보(輪寶)를 앞세워 온 천하를 정복한다고 하여 전륜왕이라 한다.
[경] 그 때 용녀에게 한 보배구슬이 있으되, 값이 삼천대천세계라. 가져다가 부처님께 올리니 부처님께서 곧 이를 받으심이라.
용녀가 지적보살과 존자 사리불에게 말하되, 내가 보주를 드리매 세존께서 이를 받아주시니 이 일이 빠르지 아니하뇨. 대답해 말하되, 심히 빠르도다. 용녀가 말하되, 그대들은 신통력으로 내가 성불하는 것을 보라. 다시 이보다 더 빠르리라.
이시용녀유일보주 가치삼천대선세계 지이상불 불즉수지 용녀위지적보살
爾時龍女有一寶珠 價値三千大千世界 持以上佛 佛卽受之 龍女謂智積菩薩
존자사리불언 아헌보주 세존납수 시사질부 담언심질 여언 이여신력
尊者舍利弗言 我獻寶珠 世尊納受 是事疾不 答言甚疾 女言 以汝神力
관아성불 부속어차
觀我成佛 復速於此
[강의] 일곱째 용녀가 불도 이룸을 나타내어 증명해 보임이다. 바로 보는 앞에서 성불을 성취하여 법화경의 가르침이 속히 성불을 가져옴을 분명히 증명해 보인 것이다. 앞에서는 원교에 대한 원만한 이해가 이루어짐이고, ‘당시에 모인 대중이 수행이 이루어져 불과를 성취한 일이다. 법성(法性)은 큰 바다와 같아서 차별상이 없어 여인이다 남자다 또는 현인 중생의 차별상이 없이 평등하니 차별된 모습으로 인식하는 허망한 번뇌를 없애면 깨달음을 쉽게 얻는 것이다.
“삼천대천세계”란 수미산을 중심으로 한 사대주(四大州) 구산팔해(九山八海)와 위로는 제천(諸天)을 포함한 우주의 일천(一千)을 소천세계(小千世界)라 하고, 소천세계가 다시 천이 모인 것을 중천, 중천세계가 천이 모인 것을 대천세계라 한다. 천을 세 번 모았으므로 삼천대천세계라 하고 이를 일불국토(一佛國土)라 한다.
“존자(尊者)”란 뛰어난 수행을 갖춘 분에 대한 존칭.
“보배구슬”이란 둥근 구슬이니 불도를 이루기 위한 인행(因行)이 원만한 것을 나타낸다.
“부처님께 올림”이란 원만한 인행으로 불과를 이룸을 보인 것이다.
“내가 보주를 드리매, 세존께서 이를 받아주시니”란 용녀가 구슬을 바친 것은 원만한 이해가 이루어짐을 표시한 것이고, 여래께서 그 구슬을 받음으로써 그 마음을 인증한 것이다.
“이 일이 빠르지 아니하뇨”란 부처님께서 보배구슬 받음이 매우 빠름이니, 이는 불교 얻음이 매우 빠름을 가리킨다. 곧 일념에 도량에서 성불함을 말한다.
“내가 성불하는 것을 보라. 다시 이보다 더 빠르리라”란 부처님께서 용녀로부터 보주를 받으셨는데 그 받는 일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용녀가 보살도를 갖추어 성불하는 순간은 이보다 더 빠르다는 것이다.
“신통력” 불보살의 불가사의한 능력. 위신력.
[경] 당시 중회가 다 용녀를 보니, 홀연히 잠깐 사이에 변해서 남자로 되어 있어 보살행을 갖추고 곧 남방 무구세계(無垢世界)로 가서 보배연꽃에 앉아 등정각을 이룩하니 삼십이상이요, 팔십종호라. 널리 시방의 일체 중생을 위하여 묘법을 설함이라.
당시중회개견용녀 홀연지간 변성남자 구보살행 즉왕남방무구세계
當時衆會皆見龍女 忽然之間 變成男子 具菩薩行 卽往南方無垢世界
좌보련화 성등정각 삼십이상 팔십종호 보위시방일체중생 연설묘법
坐寶蓮華 成等正覺 三十二相 八十種好 普爲十方一切衆生 演說妙法
[강의] 원만한 인으로 불과가 만족됨을 보였다.
지적보살과 사리불이 믿고 마음으로부터 따름을 가리킨다. 남섬부주의 사바세계는 인연이 성숙하면 8상의 성불하는 모습(태어나 열반에 드시는 여덟 단계)을 보여 교화하고, 이 국토는 인연이 박하므로 용녀의 모습으로 교화해야 하는 것이다.
“홀연히 잠깐 사이에 남자로 변해” 갑자기 남자의 몸으로 바뀌어 보살행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다른 경에서도 “마와 범천 제석천과 여인은 다 몸을 버리지도 않고 받지도 않은 채 모두 현재의 몸으로 성불할 수 있다”고 한다[『보살처태경(菩薩處胎經)』(대정장12‧p.1035하 참조: “마와 범천 제석천과 여인은 다 몸을 버리지 않고 받지도 않은 채 모두 현재의 몸으로 성불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게를 설해 말씀하셨다. ‘법성은 크나큰 바다 같으니 옳고 그른 차별이란 없도다. 범부와 현인과 성인이 모두 끝내 평등하여 고하(高下)가 없나니, 오직 번뇌를 없애면 족해 깨달음을 얻기란 쉽고 쉽니라”(이원섭 역, 『법화문구』 하권 영산법화사, p.1614〜1615.]
“당시 중회[當時衆會]”란 당시에 모임에 참석하여 법문을 듣던 사람들.
“무구세계(無垢世界)”란 남쪽에 변화하여 나타내 보인 나라이름이 무구(無垢)이다.
“등정각”이란 깨달음을 이룸. 곧 보신불(報身佛)이 된 것이다.
“묘법(妙法)”이란 일불승(一佛乘)의 진리. 미묘한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