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용이 된다’ 함은 *가죽을 주어 개미의 생명을 보존케 한 일이니, 마하지관 제七의 기술과 같다. 또한 *난타(難陀) ․ 사갈(沙竭)의 부류 같은 용왕은 다 *큰 방편의 보살들이다. ‘코끼리가 된다’ 함은, *보살이 옛날에 암컷의 코끼리가 되어, *스스로 제 이를 부러뜨려 사냥꾼에게 준 것과 같다. 탈조(鵽鳥)라 한 것에 대해 살피건대, ‘탈’은 새 이름이다. 음은 적(的)⋅괄(刮)의 *반절(反切)이요, 또한 독(篤)⋅괄(括)의 반절로 읽기도 하니, 그 생김새는 꿩과 같다 한다. 그런데 *이아(爾雅)에서는 이르되, ‘생김새는 비둘기 같고, 쥐의 발모양을 하고 있는데 뒤의 발톱이 없다. 어미새를 먹으니, 사막에 난다’고 했다. 그리고 *대지도론 一四에서는 이르되, ‘*가빈사라조(迦頻闍羅鳥)에게는 두 친구가 있으니 원숭이와 코끼리다. *그들은 서로 상대를 밀어 존귀히 받들었다……. 이들이 서로 태우고 노니니, 보는 자마다 부끄러워했다’고 했으니, 자세함은 대지론의 글과 같다. 대취(大鷲)라 한 것을 살피건대, 대발열반경 제四에서, 여래께서는 영부제에서 *오역(五逆)과 *천마외도(天魔外道)와 여인(女人) 등의 모습을 나타내 보이셨다 하고, ‘또 내가 몸을 나투어 오래 공동묘지 사이에 살면서 큰 독수리의 몸이 되어 여러 새들을 제도하니, 중생들은 내가 참으로 독수리의 몸인 듯 여겼으려니와, 여러 독수리들을 제도키 위해 이렇게 몸을 나타낸 것이었느니라’고 하신 바 있다. 독수리(鷲)에 대해, 설문(說文)은 이르되 ‘검은 색의 새인데 많은 새끼를 낳는다’고 하였다.
爲龍者. 與輪皮全蟻, 如止觀第七記. 亦如難陀娑竭之流, 並是大權菩薩. 爲象者. 如菩薩昔爲牸象, 自析己牙, 以專獵者. 鵽鳥者. 鵽鳥名也. 的括友, 亦篤括友. 其狀如雉. 爾雅云. 狀如鴿, 鼠脚無後指, 噉母鳥, 出沙漠. 大論十四云. 迦頻闍羅鳥有二親友, 謂猴及象, 遞推爲尊云云. 相載爲行, 見者生愧, 廣如論文. 大鷲者. 大輕第四. 如來於閰流提, 示作五逆, 天魔外道, 及女人等. 又我示現久住塚間, 作大鷲身, 度諸飛鳥. 衆生謂我實是鷲身. 爲欲度脫諸鷲鳥故, 如是示現. 鷲者. 說文云, 黑色多子.
11681가죽을 주어 개미의 생명을 보존케 함. 원문은 ‘輪皮全蟻’. 보기만 해도 죽는 독룡이 있어, 하루 동안 계를 지키기로 하고 숲속에 들어가 사유에 잠기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용은 잠자는 동안에는 형상이 뱀같이 바뀌게 마련인데, 마침 지나가던 사냥꾼이 뱀에 찬란한 무늬가 있음을 보고 크게 기뻐해, 몽동이로 그 머리를 누르고 칼을 써서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한편 용은 생각하기를, ‘나는 큰 힘이 있어 이 나라도 뒤집어엎을 수 있는데, 이까짓 사냥꾼 하나야 무슨 문제가 되랴. 그러나 오늘은 계를 지키기로 맹세하였은즉, 부처님의 뜻을 따르기로 하자’ 하여, 눈을 감고 고통을 참아냈다. 그러는 중에 가죽을 다 벗긴 사냥꾼은 떠나가고 시뻘건 살덩이의 몸만이 남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개미 따위의 벌레들이 달려와서 그 몸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이에 용은 다시 생각하기를, ‘좋다. 뜯어먹게 놓아두자. 오늘은 이 살로 저들의 몸을 살찌게 하지만, 후일 성불할 때는 마땅히 법시(法施)로 저들의 마음을 이롭게 해 주리라’ 하다가 끝내 죽고 말았으니, 이것이 석가여래의 전신이었다는 것이다.
11682난타⋅사갈. 둘이 다 팔대용왕(八大龍王)의 하나여서, 법화경 서품에도 나온다. ‘사갈’은 사가라(沙伽羅)라고도 한다.
11683큰 방편. 원문은 ‘大權’.
11684보살. 수행하던 시절의 부처님을 이른다.
11685스스로 제 이를 부러뜨려 사냥꾼에게 줌. 원문은 ‘自析己牙, 以專獵者’. 석가여래께서 과거세에 흰 코끼리가 되신 일이 있었는데, 사냥꾼이 이를 살아 맞추자 여러 코끼리들이 성을 내서 달려들어 사냥꾼을 밟아 죽이려 했다. 이에 흰 코끼리는 그들을 가로막아 말리고, 사냥꾼에게 물었다. ‘왜 나를 쏘았는가?’ ‘상아가 탐났기 때문이다.’ 이에 코끼리는 여섯 이빨을 돌구멍에 넣어 분지른 다음, 이를 사냥꾼에게 주었다 한다. 이 전생담을 전하는 대지도론 一二에는, ‘암코끼리’라는 말은 안 보인다.
11686반절. 한자의 음을 표시함에 있어, 쉬운 두 글자의 음을 통해 나타내는 방법. ‘文’을 ‘無와 分의 반절’이라 함 같음이 그것이니, 無의 ‘口’과 分의 ‘「」’이 합쳐져 ‘문’의 음인 것이 된다.
11687이아. 2966의 주.
11688대지도론 一四. 원문은 ‘大論十四’. 一二의 잘못이다.
11689가빈사라조. 가빈사라의 원어는 kapinjala. 탈조(鵽鳥)⋅치(雉)라 번역한다.
11690그들은 서로 상대를 밀어서 존귀히 받들었다. 원문은 ‘遞推爲尊’. 가빈사라조와 원숭이⋅코끼리가 필발라수(必鉢羅樹) 밑에서 놀다가, 셋 중에서 누가 어른이냐 하는 것이 화제로 떠올랐다. 먼저 코끼리가 말했다. ‘이 나무는 예전엔 내 배 밑에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커졌다. 그렇다면 내가 어른이다.’ 원숭이가 말했다. ‘예전에 나는 땅에 엎드려 이 나무의 끝을 당기곤 했었다. 그렇다면 내가 어른이다.’ 가빈사라조가 말했다. ‘나는 예전에 필발라수의 열매를 따먹은 일이 있는데, 똥 속에 섞여 있던 그 씨가 자라나 이 나무가 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어른이다.’ 그러자 ‘선생이 어른이시니, 공양을 받으셔야 합니다.’ 이리 말한 코끼리는 원숭이를 업고 가빈사라조는 원숭이 머리 위에 앉아, 이런 모양을 하고 돌아다녔으므로, 금수뿐 아니라 사람까지도 교화를 받아 어질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법이 무너짐을 바로잡기 위해, 부처님이 전생에서 가빈사라조가 되셨던 것이라 한다.
11691오역. 계율에서 가장 무거운 죄. 이를 범한 자는 무조건 교단에서 추방된다. 어머니를 죽이는 일. 아버지를 죽이는 일. 성자(아라한)를 죽이는 일. 교단의 화합을 깨는 일. 부처님의 몸에서 피가 나게 하는 일.
11692천마외도. 천마와 외도. 둘이 다 불도에 지장을 주는 존재다.
11693설문. 7248의 주.
[석첨] 아귀(餓鬼)의 유(有)를 *심락삼매(心樂三昧)로 깨는 것에 대해 살피건대, 이 유는 항상 굶주림에 시달려야 하는데다가, 악업의 고 ․ 견사의 고 ․ *객진암장(客塵闇障)의 고 ․ *무명근본(無明根本)의 고가 있게 마련이다. 보살은 이러한 여러 고를 깨기 위해 앞의 지계(持戒)를 닦아 악업의 고를 깨며, 정(定)을 닦아 견사의 고를 억제하며, 생(生)⋅무생(無生)의 혜를 닦아 견사의 고를 깨며, 무량의 혜를 닦아 진사의 고를 깨며, 무작의 혜를 닦아 무명의 고를 깨는 것이니, 견사의 고를 깨기에 *무위(無爲)의 심락삼매가 이루어지며, 악업진사(惡業塵沙)의 고를 깨기에 *다문분별락삼매(多聞分別樂三昧)가 이루어지며, 무명의 고를 깨기에 *상락삼매(常樂三昧)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본행(本行)의 자비로 암묵리에 법계에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므로, 저 아귀도(餓鬼道)에 만약 기연(機緣)이 있어서 자비와 상관된다면, 왕삼매(王三昧)의 힘으로 법성을 동요시키지 않은 채 달려가 이에 응해서, 어울리는 몸을 보이며 어울리는 법을 설하게 된다. 곧 *선도(善道)의 근기가 있으면 지계의 자비를 가지고 응해, 손으로부터 *향유(香乳)를 내어 이를 베푸는 것에 의해 배부르게 해 준다. 입공(入空)의 근기가 있으면 생⋅무생의 자비를 가지고 응해, 무위의 피안(彼岸)에 이르게 해 준다. 입가(入假)의 근기가 있으면 무량의 자비를 가지고 응해, *오도(五道)에서 유희하게 해 준다. 입중(入中)의 근기가 있으면 무작의 자비를 가지고 응해, 삼독의 뿌리를 정화(淨化)하여 불도를 성취함에 의혹이 없도록 해 준다. 보살은 스스로 이미 낙(樂)을 얻은지라, 또 타인으로 하여도 낙을 얻게 해 줌이니, 그러므로 일러서 심락삼매라 하는 것이다.
餓鬼有用心樂三昧破者. 此有常弊饑渴, 惡業苦․見思煩惱苦․客塵闇障苦․無明根本苦. 菩薩爲破諸苦, 修前持戒, 破惡業苦. 修定, 伏見思苦. 修生無生慧, 破見思苦. 修無量慧, 破塵沙苦. 修無作慧, 破無明苦. 破思苦, 無爲心樂三昧成. 破惡業塵沙苦, 多聞分別樂三昧成. 破無明苦, 常樂三昧成. 以本行慈悲, 冥熏法界. 彼餓鬼道, 若有機緣, 與慈悲相關. 王三昧力, 不動法性, 而往應之. 示所宜身, 說所宜法. 若有善機, 以持戒慈悲應之, 手出香乳, 施令飽滿. 有入空機, 以生無生慈悲應之, 令到無爲岸. 有入假機, 以無量慈悲應之, 令遊戱於五道. 有入中機, 以無作慈悲應之, 令淨於三毒根, 成佛道無疑. 菩薩自旣得樂, 又令他得樂, 是故名爲心樂三昧也.
11694심락삼매. ‘마음이 즐겁다’는 이름의 삼매. 고에서 벗어나 즐거움에 이르는 삼매.
11695객진암장. 진사혹(塵沙惑)을 이른 말. ‘객진’은 번뇌의 다른 이름이니, 본래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암장’은 광명을 가리는 어두운 장애라는 것이어서, 진사혹이 중도를 보지 못하게 하는 장애 구실을 함을 이른다.
11696무명근본의 고. 원문은 ‘無明根本苦’. 무명을 온갖 고의 근본으로 본 것.
11697무위. 여기서는 공제를 가리킨다.
11698다문분별락삼매. 다문분별이란 무량한 법의 차별상을 이해하는 일이니, 곧 가제의 심락삼매다.
11699상락삼매. 영원한 심락삼매니, 곧 중도제의 그것이다.
11700선도. 11229의 주.
11701향유. 다갈색의 우유. 자세한 것은 11266의 ‘香色乳’의 주 참조.
11702오도.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의 세계.
[석첨] ‘손에서 *향색의 우유를 낸다’고 함은, 청관음경(請觀音經)에서 이르되, ‘몸을 나투어 아귀가 되어, 향색의 우유 따위를 내어, 내지는 오도(五道)에 노닌다’고 한 것과 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저 경의 오도게(五道偈) 뒤의 *총결(總結)의 부분에서 이르되,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오도(五道)에 노닐되, 항상 잘 닦아서 얻은 지혜와 최고의 뛰어난 방편으로 널리 일체중생을 가르쳐, 생사의 고를 떠나 항상 안락한 곳을 얻어서 열반의 피안에 이르게 한다. 아귀가 굶주림에 시달릴 때는 먹을 것을 베풀어 배부르게 하며, 혹은 지옥에 노닐고, 혹은 축생 중에 있으면서 축생의 몸을 나타내, 큰 지혜를 가지고 가르쳐서 무상보리를 구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며, 혹은 아수라 속에 살면서 부드러운 말로 그 마음을 *조복(調伏)해, 교만의 악습을 제거해 빨리 무위(無爲)의 피안에 이르게 해 준다.’고 한 것이겠다.
대지도론 제10에서는 이르되, ‘아귀는 늘 똥오줌이나 눈물⋅가래침이나 구토한 것이나, *더러운 것을 씻어내고 남은 국물을 먹는다’ 했으니, ‘삼독의 뿌리를 정화한다’고 말한 것은 역시 청관음경의 게송에 나오는 말이다.
手出香色乳者. 請觀音云. 現身作餓鬼, 手出香色乳等. 乃至遊戱於五道. 故彼經五道偈猴總結云. 大慈大悲心, 遊戱於五道. 恒以善習慧, 無上勝方便, 普敎一切衆, 令離生死苦. 常得安樂處, 到於涅槃岸. 餓鬼飢渴逼, 施令得飽滿. 或遊戱地獄, 或處畜生中, 化作畜生形, 敎以大智慧, 令發無上心. 或處阿修羅, 輭言調伏心, 令除憍慢習, 疾至無爲岸. 大論第十云. 餓鬼常食糞尿洟唾嘔吐蕩滌餘汁. 言淨於三毒根者, 亦請觀音偈.
11703향색의 우유. 원문은 ‘香色乳’. 향색은 다갈색. 황색에 엷은 홍색이 섞인 빛깔이니, 가사의 원래의 색이다. 건타라(乾陀羅)라는 향목(香木)의 즙으로 물들인 데서 생긴 이름. 지금은 우유의 색을 향색이라 한 것이다.
11704총결. 전체를 맺는 부분.
11705조복. 억제하는 것.
11706더러운 것을 씻어냄. 원문은 ‘蕩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