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곡식이 허공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땅으로 인하여 자라는 것과 같이,
옛날의 모든 법을 증득한 사람들도 다 번뇌를 가지고 있는 범부였다네.
不從空處墮,如穀因地造,諸先證法人,皆凡具煩惱。

*출가인들은 세간의 일체 일들, 복잡한 성읍의 생활, 화려한 집과 방, 남녀의 가족과 권속들, 재산과 권력 등이 우리의 마음을 번거롭게 한다는 것을 알고 이를 모두 버리고 문(聞) 사(思) 수(修)로 여래의 성교를 닦아서 불도를 성취한다. 출가인 외에도 번뇌가 심중한 범부와 번쇄한 세속에 묶여있는 재가거사는 불도를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인가. 중요한 것은 출가하거나 재가이거나 청정한 지혜를 내어 도를 장애하는 번뇌를 막아내고 이를 제거해야 한다. 여법하게 정진하고 수지하면 또한 똑같이 성취할 수 있다. 불교적 각도에서 보면 불법을 닦는 데에는 중생의 근기와 성품에 따라 갖가지 수행법들이 있다. 무수한 수행자들이 마음가짐을 정하고, 부처님의 경교와 선지식들의 안내로 번뇌의 대해를 건너서 불도에 이를 수 있었다. 깨달음을 얻은 성현들은 마치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듯 자연히 얻어진 것이 아니다. 농부가 봄에 씨를 뿌리고 메마른 땅에 물을 주며, 잡초를 제거하고 거름을 주며, 김을 매며 공을 들이고서야 가을이 되어 알찬 수확을 할 수 있다. 불도를 성취한 무수한 옛사람들도 원래 범부와 똑같이 번뇌에 물들어 있던 사람들이었으나, 속세의 모든 장애를 제거하고 수도하고 발심하여 무수한 정진 끝에 성취한 것이다. 이들도 옛적에는 모두 일개 범부였으나 가르침을 지니고 고행 정진하여 최고의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었으니, 허공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119. 어찌 임시방편의 여러 가지로 진술하리요. 간략히 드러내 말해서 번뇌를 제거하는 것이네. 마음에서 비롯된 일을 굴복시켜야 하니 성인께서는 마음이 근원이라고 말씀하셨네.
何假多陳述,除惱略呈言,事由情可伏,聖談心是源。

 *생사고해의 두려움을 다 끊은 이에게 더 이상 무슨 부연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가장 귀중한 말을 요약해서 말하면 번뇌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번뇌와 괴로움은 다 마음에서 일어나니 이 마음을 따라 조복하면 번뇌를 끊을 수 있다. 부처님께서도 항상 말씀하시기를 마음이 일체법의 근본이라고 하셨다. 중생들은 대상에 대해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을 보고 접촉하고 의식하여 탐내고 화내고 어리석은 생각을 내고 삿된 견해를 내는 등 열 가지 근본번뇌를 야기한다. 이 번뇌들을 견혹이라 하고 이 견혹의 뿌리가 되는 번뇌를 사혹이라 한다. 견혹은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세간 사물에 미혹하고 집착하여 일어난다. ①탐(貪)은 탐내는 마음. ②진(瞋)은 화내는 마음. ③치(癡)는 어리석은 마음. ④만(慢)은 남을 업신여기고 우쭐대는 마음 자만심. ⑤의(疑)는 진리에 대한 의심 의혹심. ⑥신견(身見)은 이 몸을 나라고 여기는 것. ⑦변견(邊見)은 치우친 견해. ⑧사견(邪見)은 사특한 견해. ⑨견취견(見取見)은 비루한 생각을 옳다고 자기주장만을 세우는 것. ⑩계금취견(戒禁取見)은 삿된 도를 고집하여 천상에 태어나는 도라고 믿는 것. 비리(非理)의 계법(戒法)인 우계(牛戒) 구계(狗戒) 등을 확신하여 이것이 천상에 태어나는 원인이 되고 해탈의 도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 이를 근본번뇌(根本煩惱)라 한다. 이중에서 탐 · 진 · 치 · 만 · 의를 오둔사(五鈍使)라 하는데 때와 장소에 따라 맹목적이고 충동적으로 일어나는 번뇌이다. 또한 신견 · 변견 · 사견 · 견취견 · 계금취견을 오리사(五利使)라고 하는데 이치를 추구하여 일어나는 내용이 날카롭고 예리한 성질로 중생의 마음을 부려먹는다고 한다.
 이들 근본번뇌가 원인이 되어서 사혹이 일어난다. 견혹(見惑)은 견도에서 사제의 이치를 보아 다 끊어지는 번뇌이다. 이에 비해서 수혹(修惑)은 사제(四諦)의 이치가 생기더라도 끊어지지 않는 번뇌로 중생을 따라 일어나 그 모양이 미세하여 알기 어려워 수면(隨眠)이라 한다. 이들 견혹이 욕계 색계 무색계 중생에게 일어나는 번뇌이다. 삼계의 중생에게는 이 견혹 사혹이 주지하여 모두 88견혹이 일어나고, 81품의 사혹이 생긴다. 그러므로 견혹 88사와 사혹 81품을 끊어야 비로소 삼계의 번뇌를 벗어나 생사해탈을 이룬다고 한다. 우리 중생들은 이와같이 많은 번뇌가 일어나므로 보통 백팔번뇌가 있다고 한다. 백팔번뇌는 몇 개의 번뇌군을 모아 백팔번뇌라고 이름하기도 하지만 직접 설한 내용에는 보이지 않는다. 백팔이라는 숫자는 인도에서는 성자들이 신성시한 숫자 개념으로 번뇌숫자로 수용하였다. 보통 108번뇌의 숫자를 산출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육근(六根)이 육경(六境)과 접촉할 때 호(好) · 악(惡) · 평등(平等)의 세 가지 구별로 3x6 18번뇌가 나오고, 다시 육근(六根)이 육경(六境)과 접촉하여 고(苦) · 락(樂) · 사(捨)의 삼수가 나므로 3x6 18번뇌가 나오며, 이상 36번뇌가 전생 · 금생 · 미래에 걸쳐 일어나므로 36x3 108번뇌가 나온다. 둘째는 이들 근본번뇌 88사에서 십수면과 십전의 번뇌가 일어나므로 모두 합하여 108번뇌라고 한다. 십수면(十隨眠)의 번뇌는 수혹이라고도 한다. 사제(四諦)의 이치가 생기더라도 끊어지지 않는 번뇌. 중생을 따라 일어나 그 모양이 미세하여 알기 어려워 수면(隨眠)이라 한다. 십전(十纏)의 번뇌는 망혹이 중생을 결박하여 생사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열반을 증득하지 못하게 하는 번뇌. 무참無慚 · 무괴無愧 · 질嫉(질투) · 간慳(아낌) · 회悔(뉘우침) · 면眠(수면) · 도거掉擧 · 혼침惛沈 · 분忿(분노) · 복覆(숨김)의 열 가지 번뇌이다.

 120. 위에서 말한 법과 같이 비구라도 모두 행하기 어려워라.
하나의 일이라도 잘 닦아서 허무하고 요망하게 태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네.
如上所陳法,苾芻難總行,隨能修一事,勿令虛天生。

*위에서 여러 가지 많은 법들을 설하였다. 그러나 이 법들을 다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므로 어떤 것을 실천하든 그 법의 진정한 성품을 알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허망한 삶이 아닌 참된 삶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121. 갖가지 선(善)을 수희하여 베풀고 미묘한 행으로 세 가지 스스로 닦고,
성불하기 위해서는 불도에 회향하여 복덕이 모여서 항상 거두어들여야 하네.
眾善皆隨喜,妙行三自修,迴向為成佛,福聚令恒收。

*모든 선행을 중생들에게 즐거이 베풀어야 한다. 그리고 몸으로 짓는 행위, 말로 짓는 행위,  뜻으로 짓는 행위의 세 가지 선행을 스스로 잘 닦아야 공덕이 된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이 선행을 반드시 불도에 회향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이 선업의 복덕이 모여서 불도를 이루기 때문이다. 선업에는 보통 십선업(十善業)을 말한다. 우리가 몸으로 짓는 신업 3가지, 입으로 짓는 구업 4가지, 뜻으로 짓는 의업 3가지를 말한다. 신업은 불살생(不殺生) • 불투도(不偸盜) • 불사음(不邪淫)의 3가지이다. 불살생은 생명을 해치지 않음이니 살아 있는 생명을 귀중히 여겨서 죽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적극적인 선행으로는 죽을 목숨을 살려주는 방생(放生)을 한다. 다음으로 불투도는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음이니 자기가 노력하여 대가로 얻지 않고 남의 물건을 도적질하지 않는 행위이다. 적극적인 선행으로는 보시행으로 불쌍한 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말한다. 불사음은 삿된 음행을 하지 않음이다. 자신의 배우자 외에 다른 중생에게 부도덕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구업은 불망어 • 불기어 • 불양설 • 불악구(不惡口)의 네 가지이다. 불망어는 허망한 말 헛된 말을 하지 않고 진실한 말을 행하는 것이다. 불기어는 거짓말로 꾸며서 사람들을 현혹시키지 않음이다. 불양설은 한 가지 사실을 가지고 두 말하는 일이 없음이다. 사정에 따라 여기서 이 말하고 저기에서는 저 말하는 구업을 짓지 않음이다. 불악구는 남을 좋지 않게 말하는 욕지거리 악담 등을 하지 않음이다. 의업으로는 불탐욕(不貪慾) • 불진에(不瞋恚) • 불치심(不癡心)의 세 가지이다. 불탐욕은 욕심을 내어 탐착하지 않음이다. 탐욕은 대상에 대하여 욕심을 내어 내 것으로 만들려는 집착심이니 모든 악업이 이 탐욕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이 탐욕을 없애기 위하여 부정관을 닦게 한다. 불진에는 화를 내지 않음이다. 화내고 노여워하는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면 남과 다투고 쟁송을 일으켜 악업을 짓게 된다. 십선업을 닦으면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하게 되어 공덕자량(功德資糧)이 된다. 자량이란 수행의 힘이며, 이 자량이 이루어져야 청정공덕을 쌓아 가는데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이상 열 가지 선업은 선과를 내어 선한 보를 받게 하므로 선취(善趣)에 나아가게 한다. 만약 십악업을 지으면 악한 결과와 그 보(報) 받음이 있어 지옥 아귀 축생의 악취(惡趣)에 나아간다. 또한 이러한 선업을 지으면 마침내 연인불성(緣因佛性)이 되고, 이 연인불성을 닦으면 지혜가 나와 요인불성이 되며, 요인불성을 닦으면 부처가 될 정인불성을 만나 불도를 이룰 수 있게 된다.      

 122. 후생에 수명이 무량하여 널리 하늘과 사람을 제도하는 것이
마치 관자재보살이 끝까지 어려운 원수 맺은 자 친한 자를 똑같이 도와준 것과 같네.
後生壽無量,廣度於天人,猶如觀自在,極難等怨親。

*관자재보살이 한량없는 세월 동안 하늘 사람의 세상에서 널리 제도하여 불쌍한 중생 들을 끝까지 도와주었듯이 원수나 친한 이나 불쌍한 중생들을 널리 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123. 생 • 노 • 병 • 사와 삼독(三毒)을 제거하고 불국토에 의탁해서 세간의 아버지가 되시고,
수명의 양이 길어서 알지 못하는 저 대각(大覺)의 아미타[彌陀主]부처님과 같네.
生老病死三毒除,佛國託生為世父,壽命時長量叵知,同彼大覺彌陀主。

*우리는 사고(생 • 노 • 병 • 사)와 삼독(탐 • 진 • 치)을 여의고 무량한 수명을 받아서 중생을 제도하는 대각의 아미타불처럼, 세간의 한없는 생애 동안 중생들의 주인으로 널리 일체 중생을 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소유한 선근으로 일체 중생에게 회향하고 원컨대 내세에는 청정국토에 태어나 세간의 수승한 아버지가 되어 원만한 불과를 이루며, 원컨대 무량한 세계에서 무량한 세월 동안 무량한 중생들을 널리 제도하여, 곧 대각의 주인 아미타불과 같이 널리 일체중생을 이익 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124. 지계와 보시 지혜를 열어서 하늘과 땅과 허공에 두루 이름이 날리고,
대지에 사는 사람이나 하늘의 무리들로 아름다운 여인들과 애욕을 누리지 말아야 하네.
開顯尸羅及捨惠,天地虛空名遍彰,大地居人及天眾,勿使妖妍女愛傷。

*지계 • 보시 • 지혜를 닦아서 천계 허공계 이 땅에 널리 퍼지면 대지에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천계에서 아름다운 여인들과 함께 한다. 이를 탐하지 않고 더 나아가야 항상 청정하고 평온함을 얻을 수 있다.

 125. 번뇌는 유정의 무리를 얽어매니 생사에 흐름을 끊고 정각(正覺)에 올라,
단지 중생이 있다는 세간을 뛰어 넘어 무생(無生)을 얻어서 티끌세상을 떠나야 하네.
煩惱羈纏有情眾,絕流生死登正覺,超度世間但有名,由獲無生離塵濁。

*번뇌에 쌓여 고통받는 불쌍한 유정들은 두려움과 생로병사의 고통 속에 있으니 부처님은 이러한 생사윤회를 건너서 정각을 이루었다. 이제 우리도 출세간의 적정과 무소외, 늙지도 않고 괴로움도 없는 무생의 과위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지의 훌륭한 사람과 천중들은 저 지계 • 보시 • 지혜의 세 가지 공덕을 닦아서 구족하였으니 미녀나 재물에 탐욕을 내지 않는다. 석가모니부처님은 팔만사천법문을 설하시었으니 그 대강의 법문을 통하여 방종하지 않고 청정한 계율을 지키고, 법이 아닌 것을 능히 가려내는 지혜를 닦고 빈궁한 중생에 자비로 베푸는 보시를 행하라고 하셨다. 이 세 가지 공덕은 세간을 지나 출세간에 이르는 등불이니, 이를 행하면 명성이 천계에까지 알려지고 온 천하에 널리 빛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