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실유(實有)와 가유(假有) 상대유(相對有)
먼저 제1의 실유는 남녀 병 옷 수레 군 숲 집 등의 가유(假有) 또는 시설유(施設有)에서 구별된다. 곧 병이라든가 수레라든가 하는 것과 같은 자연적 존재는 실유가 없고 가유(假有)이다. 이와는 반해서 “접촉한 것을 아는 것 일반” “상을 취하는 일반”이라고 하는 “있는 모습”으로서의 수(受) 상(想)과 같은 법만이 실유로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실유라는 법에 관해서만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부는 법의 실재를 설하고 자연적 존재의 실재를 설하지 않았다. 따라서 로젠베르크 계속해서 와츠지(和辻)박사가 주장하는 것과 같이 단순한 실재론이 아니고, 오히려 관념론적 경향마저도 갖추어져 있다고 하는 것은 일면의 진리이다.
둘째 실유는 상대유와 구별된다. 상대유란 장 단 혹은 이것저것과 같이 서로 상관관계로 있으면서 존재하는 유(有)를 말한다. 곧 갑은 을에 상대할 때 유(有)가 되지만, 병에 상대할 때에는 무(無)가 되는 경우,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갑이 을에 상대한다면 장(長)이지만 병에 상대한다면 장이 아닌 단(端)이 되는 경우와 같은 것을 가리킨다.
또한 '대비바사론'에 소개되고 있는 화합유(和合有)란 “이곳에는 있지만 저곳에 있어서는 없다는 것을 말한다”라 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은 상대유를 특히 공간적으로 한정한 경우이다. 시분유(時分有)란 “이 시분에는 있지만, 저 시분에는 없는 것을 말한다”라고 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은 상대유를 특히 시간적인 것에 한정했던 경우이다. 결국 논리적으로는 상대유 가운데 포함되어 있다. 도한 '아비달마순정리론」에 소개되어 있다. 인성유(因性有)는 이 상대유와 같은 뜻이다.
이 상대유의 개념은 중관파의 주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뒤에 고찰하는데(p.205참조), 상대유에 대한 유부의 비평을 보면 상가바드라(Samghabhadra, 衆賢)는 상대유라고 하는 것도 결국은 실유와 가유의 두 가지 가운데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경전에는 “오직 두 가지 유(有) 만이 있다”고 설하고 있기 때문에 그 외에 상대유를 세울 필요가 없다고 하여 배척하고 있다.
유부에 의하면, 법은 각기 “그런 자신의 본질을 지닌다”라고 하기 때문에 법으로써 성립하여 있고, 그 본질은 ‘물체’로서 실체화해서 있기 때문에 법과 법은 전부 개별적인 실체로 보이고 있다. 곧 “오직 자성을 섭수해서 타성을 섭수한다”라 되어 있고, “이것은 저것과 떨어져”, “타성과 항상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다('구사론' 제1권 13매). '중론'에 대해서 보아도 “그것 자체(자성)는 만들어져 나온 것이 아닌 것이며(무소작의 것), 또한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제15장 제2시)라고 되어 있듯이, 본성은 다른 것에 상대하지 않고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성취하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서술한 바와 같이 법은 본성과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따라서 “제법은 각각의 개별적인 것으로 있다”(법의 별체)라고 설하고 있다.
③ 실유(實有)와 명유(名有)ㆍ화합유(化合有)
셋째로 실유는 명유와 구별되지 않으면 안 된다. 명유란 거북이의 털, 토끼의 뿔과 같이 그것 자신에 모순을 포함하고, 자연적 존재의 영역에 있어서 그 대상을 보지 않는 개념이다. 그런데 실유란 여기에 반해서 자연적 존재의 영역에 있어서 있을 수 있는 존재의 있는 모습으로서의 법에 관해서만 말한다.
넷째로 실유는 보특가라(補特假羅, pudgala) 곧 연속하는 개인의 존재와 같은 화합유와 구별된다. 유부는 보특가라의 실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개체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의 모임(오온五蘊)의 화합을 임시로 시설해서 보특가라로 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실유란 법에 관해서만 말하는 것이고 보특가라는 법이 아니기 때문에 실유로는 말하지 않는다.
이제 '아비달마순정리론'에는 성취유와 연합유의 두 가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 두 가지에 대해서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나 경에 “…이 있다”고 되어 있는 경우의 특수한 일예(一例)에 이름붙인 것으로, 실유와 대립하는 철학적 개념은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한다.
이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첫째 실유(實有)란 시간적 공간적 규정을 받고 있는 자연적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물체’로서의 법에 관해서만 말하고 있다. 이점에서 자연적 존재로서 가유(假有)와 구별되고, 또는 자연적 존재 중에 대상을 보이지 않는 명유(名有)와도 구별되며, 또한 실유(實有)하는 다섯 가지 모임(오온)의 가화합으로 이름 붙였던 보특가라인 화합유(和合有)와도 구별된다.
제2법은 자연적 존재의 존재모습에 있기 때문에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되어 있다. 따라서 실유는 상대유와 구별된다. 유부는 실유하는 개념을 다시 분류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으나, 지금은 본질적인 문제를 검토하는데 머무른다.
(3) 일체(一切)의 의의(意義)
① 일체란 무엇인가.
유부의 본명은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이다. ‘일체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 일체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각종의 논서에서 모은 약간의 자료를 정리해 보면, 일체란 오온 십이처 십팔계라고 말한다. 혹은 단순히 십이처라고도 말한다. 십이처(안 등 여섯 가지 기관 육근(六根)과 그것이 대상으로 하는 육경(六境)과 십팔계(육근 육경 육식의 18요소로 구성되어 주관 객관 모두의 세계)와 만들어 놓은 현상적 존재(유위법)와 그 자체에 존재하는 영구불변의 존재(무위법)와의 양자를 포함하지만, 오온은 유위법만을 포함한다.
또한 일체란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에 있다고도 설명하고 있다. 이 삼세의 원어는 명확하지 않으나 불교는 시간이라고 하는 독립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삼세에 속하는 것”에 있다고도 생각된다. 법의 변화는 생기(生) 지속(住) 변화(異) 소멸(滅)의 네 가지 유위법에 의해서 일어나기 때문에 “삼세에 속하는 것”이란 결국 유위법의 의미이다. 일체를 유위법에 한하는 설도 이와 같이 산견되지만 대부분은 유위법과 무위법 양자를 포함하고 있다. 위에서 서술한 십이처 십팔계가 되는 설 외에 “유위법과 무위법으로 있는”이라고도 말하고, “무위법과 삼계(삶을 살아가는 것이 윤회하는 세 가지 영역)에 속하는 것이 있다”고도 말하고, “삼세와 무위로 있다”고도 말한다.
또한 중국에서는 “색(色) 심(心) 심소(心所) 심불상응행(心不相應行) 무위(無爲)의 다섯 가지 법이 있다”(오위 칠십오법의 도표 참조)고도 말하기 때문에, 그 때에는 무위법을 포함하지만, 또한 “명색(오온)으로 있다”고 할 때는 무위를 포함하지 않는 것이 된다.
일체가 무위법을 포함할 지의 여부에 관해서 트라와레뿌산이나 스제루바스키 등의 서양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으나, 무위법을 실유하는 법으로 볼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에 의해서 정하는 것이 아닐까.
유부와 같이 무위법이라고 하는 실체를 인정한다면, 일체 속에 포함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이 견해는 후세에도 계승되었다.
<오위칠십오법(五位七十五法)>
무위법 --------허공무위(만유를 다 포용하는 장) -----수(受 감수작용)
無爲法-----------택멸무위(무루지혜에 의해 번뇌의 소멸) -----상(想 표상작용)
생멸변화 -------비택멸무위(지혜에 의하지 않고 번뇌의 소멸) -----사(思 마음을 움직이는 작용)
를 초월한 사주
절대적인 것
안근(보는 기능) 촉(觸 감관 대상 식별작용 포함)
이근(듣는 기능) 욕(欲 욕구)
비근(냄새 맡는 기능) 혜(慧 구별해 아는 지혜)
설근(맛보는 기능) 념(念 기억작용)
색법 신근(감촉하는 기능) 작의(作意 마음을 경각케 함)
色法 색경(시각의 대상) 승혜(勝慧 확인)
물질 성경(청각의 대상) 삼마지(三摩地 정신통일)
적인 향경(미각의 대상)
것 미경(후각의 대상) 신(信 의심하지 않고 확신)
촉경(촉각의 대상) 근(勤 부지런함)
무표색(나타나지 않는 ) 사(捨 마음의 평정)
심법(心) 행위의 영향력) 참(慙 스스로 부끄러워함)
변대지법 괴(愧 남에게 부끄러워함)
遍大地法 무탐(無貪 탐내지 않음)
:언제나 마음과 함께 무진(無瞋 화내지 않음)
응하여 일어나는 마음작용 무해(無害 해하지 않음)
경안(輕安 심신이 가벼움)
大善地法 불방일(不放逸 정진 방일하지 않음)
대선지법
:선한 마음과 함께 치(痴 무지)
수반하는 마음작용 방일(放逸 나쁜 일에 참여함)
유위법 해태(懈怠 태만함)
有爲法 심소 大煩惱地法 불신(不信 확신 갖지 않음)
유법 대번뇌지법 혼침(昏沈 심신이 침체됨)
:악심과 번뇌가 덮는 마음작용 도거(掉擧 마음이 들뜸)
유부무기에 상반하는 마음작용
무참(無慚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음)
大不善地法 무괴(無愧 남에게 부끄러워하지 않음)
대불선지법
분(忿 분개함)
복(覆 과거잘못을 덮어버리는 마음)
소번뇌지법 간(慳 아까워하는 마음)
小煩惱地法 질(嫉 질투심)
악심과 유부무기심이 뇌(惱 뇌란스런 마음)
상반하는 마음작용 해(害 남을 해하려는 마음)
한(恨 원한)
첨(諂 아첨함)
광(誑 남을 속임)
교(憍)
악작(惡作 후회)
수면(睡眠 심신을 덮어버리는 마음)
부정지법 심(尋 대강 찾아 구함)
不正地法 사(伺 미세한 분별 사찰)
:위 5마음작용에 속하지 않는 것. 탐(貪 탐냄)
득(得 법을 획득성취한 원리) 진(瞋 노여움)
비득(非得 나로부터 법의 분리) 만(慢 자만심)
동분(同分 살아있는 것의 동류성) 의(疑 의심)
무상과(無想果 무상정을 닦아 얻는 경지)
무상정(無想定 모든 心想을 없애는 선정)
심불상응행법 멸진정(滅盡定)
心不相應行法 명근(命根 생명지속의 힘)
:마음에 수반 생(生 생기함)
하지 않는 것. 주(住 존속)
이(異 변화)
멸(滅 소멸)
명신(名身 명칭의 모임)
구신(句身 문장의 모임)
문신(文身 자모의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