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불교의 공사상 성립과 전개>
1. 대승공사상의 사상적 배경
대승의 공사상은 BC1세기에서 AD1세기 경 성립된 대승경전에서 체계화 되었다. 이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은 『반야경』이라 할 수 있다. 『반야경』은 현장이 역출한 『대반야바라밀다경』을 위시하여 600권의 방대한 분량으로, 그중에서도 가장 원형에 가까운 것이 『팔천송반야 또는 소품반야』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점차 증광 되어 『일만팔천송』 『이만오천송』『십만송반야경』으로 편찬되었다. 또한 이 중에서 한 가지 주제만을 설한 소부(小部)의 반야경류로 『금강반야경』 『문수반야』 『반야심경』 『반야이취분』 등이 편찬되었다.
『반야경』에서는 대승수행의 근본인 육바라밀의 수행을 중시하고 이중에서도 반야바라밀다의 실현을 궁극으로 하고 있다. 반야바라밀다는 보살의 실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진리이고 반야바라밀다에 의해 개현된 진리를 무소득(無所得) 공(空śūnya)이라 한다. 이러한 공사상은 근본불교의 제행무상 제법무아로 설명되던 연기의 진리를 재해명한 것이다. 곧 관법으로는 일체의 사물이 공이며 고정 불변의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고, 실천수행론으로는 제법에 대한 무소득 무집착의 공사상(空思想)을 바탕으로 하여 대승보살의 실천 수행을 매우 중시하였을 뿐 아니라 또한 재가 신도가 수행해야 할 종교적 덕목으로 하였다.
관법으로는 일체 존재하는 사물들은 그 본성이 공하며, 또한 고정적인 실체가 없다고 관하는 공관의 수행을 말한다. 이러한 『반야경』의 공관은 대승불교 자체의 기본적인 교설이 되었고 아울러 대승불교도의 실천적 기반을 이루었다.
일체가 공하다는 관찰은 반야바라밀을 실천하여 얻어지는 것으로 이것은 세간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과정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지혜의 완성에 도달한 경지에서 얻어진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반야지혜로서 공관은 용수와 그 이후의 사상가들에게 있어 이제설(二諦說)의 입장에서 명확히 그 구분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반야경』에 나타나는 관법의 사상적 배경을 살펴보면 대승불교 이전의 부파불교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부파불교 가운데 설일체유부의 교리는 『반야경』의 공사상이 출현하는 사상적 배경이 된다. 이 설일체유부에서 일체법이 존재한다는 실유(實有)의 주장은 『반야경』의 공사상과 중관철학이 발생하는 역사적 배경이 되었다.
『반야경』에서 가장 중시하는 공사상은 후에 나가르주나(龍樹, Nagarjuna)에 이르러 철학적 체계를 가지고 대승불교 철학을 발생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나가르주나는 부파불교 중의 하나인 설일체유부에서 주장한 법의 견해를 비판하여 공은 곧 무자성(無自性)인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는 공의 개념이 불타가 깨달은 연기법의 이치와 다르지 않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처럼 나가르주나에 의해 체계화되는 공사상에 대한 논리는 이미 불타의 근본교설을 전하는 초기불전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초기불전에서는 불타의 근본사상을 나타내는 가장 근본적인 교설이 연기설이며, 이 연기설을 바탕으로 공을 이론적으로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기불전에서는 공의 의미가 무아(無我)설과 밀접히 관련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부파불교의 입장은 당시 대표적 부파인 설일체유부의 진리관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유부에서는 모든 요소를 법(法)이라 부르고 그 법을 5위75법으로 분류하여 일체 존재를 해명하였다. 이와 같이 일체존재에 대해서 다양한 법의 이름으로 분류하고 그 각각의 법에는 멸하지 않는 법의 고유한 자성이 실재한다고 주장하였다. 곧 일체법은 색법, 심법, 심소법, 심불상응법, 무위법의 5위의 체계로 나누어지고, 이들 각각에는 다시 75개의 법이 있어서 과거, 현재, 미래를 걸쳐 항상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이 유명한 설일체유부의 법체항유설(法體恒有說)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야경』은 각각의 법에는 그와 같은 실체, 자성이 없으며 따라서 그것은 공이라고 역설하였던 것이다. 즉 모든 법은 공한 것이기 때문에 고정적인 법의 관념을 주장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일체법은 다른 법과 조건 지어져 성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정적, 실체적 본성을 갖지 않는 것이며, 따라서 그것은 무자성인 것으로, 이 무자성인 것은 곧 공인 것이다.
이 공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어 사상적인 면에서 논의한 것을 공사상이라 하며, 특히 대승불교에서 이러한 공사상을 강조한 사람들을 공론자(空論者)라 부르고, 이들의 주의 주장을 공론(空論)이라 한다. 이들은 학파를 형성하여 전승하면서 나가르주나 이후 중관파(中觀派)를 형성하여 공사상을 전개해 가게 된다. 중론의 사상은 그들은 스스로를 공성론자(空性論者)라 불렀다.
대승불교운동이 전개되면서 수많은 대승경전이 편찬되자, 이들 대승경전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확립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대승사상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 나가르주나의 중관사상이다. 나가르주나는 남인도 출신으로 불교의 여러 사상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시대사조에도 밝았다. 그의 저서들에서는 주로 『반야경』의 공(空)사상을 논리적으로 밝히고 있으며, 공(空)사상에 입각해서 당시의 부파불교의 교리와 외도의 교리를 논파하였다.
당시 나가르주나의 제자로 제바(提婆 Arya-deva, 성천聖天, 170∼270년 경)와 라후라발타라(羅侯羅跋陀羅 Rahulabhadra, 200∼300년 경)가 있다. 제바는 스승 나가르주나의 사상을 널리 펴면서 중론송에 가르쳐진 파사적(破邪的) 활동에 힘썼다. 특히 외도(外道)의 사상을 통렬히 비판하여 논적(論敵)들의 미움을 사서 피살되었다고 전한다. 제바는 『사백론(四百論)』, 『백론(百論)』, 『백자론(百字論)』 등을 남기고 있다. 라후라발타라는 『중론』에 대한 주석을 주었다고 전해지지만 현존하지 않고, 『반야바라밀다찬(般若波羅蜜多讚)』, 『법화찬(法華讚)』 등이 전해진다. 제바와 라후라발타라는 용수와 함께 초기 중관파로 분류되며, 용수의 사상을 크게 드날리고 중관 사상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의 가장 핵심적인 교학은 불교의 근본 진리를 연기(緣起)의 관계로 이해하고, 연기하는 것들은 서로 상관되어 전개하기 때문에 실체적인 자성이 없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이러한 입장을 가장 잘 피력하고 있는 '중론(中論)'에서는 연기를 생멸(生滅), 거래(去來), 일이(一異), 단상(斷常)의 차별적인 대립을 넘어선 것으로 해석한다. 중론송에서는 이러한 부정논리를 통하여 현상적인 어떠한 개체적 존재나 그 구성요소들인 인(因) 연(緣) 온(蘊) 처(處) 계(界) 육계(六界) 등과 이들 개체나 구성요소들로부터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도 실체적으로 항상 실재하는 존재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 이런 구성요소들 곧 생(生), 멸(滅), 거(去), 래(來), 작(作), 견(見), 염(染), 수(受), 취(取), 전도(顚倒), 고(苦), 락(樂) 등에 대해서도 실체적으로 항상 존재하지 않음을 해명하였다.
따라서 현실 세계에서 경험되는 현상의 모든 것은 다른 것과의 상호관련 속에서만 존재할 뿐, 그 자체의 성품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실체하지 않기 때문에 현상적인 대상에 대하여 분별 인식이 무소득(無所得)이 된다. 대상에 대해 무소득일 때 일체존재는 공(空)하다고 한다. 나가르주나는 이를 통하여 연기(緣起), 무자성(無自性), 공(空)의 이론체계를 확립하였고 이는 향후 대승불교의 인식론의 토대가 되었다.
2. 대승경전의 공사상
용수에 의해 이론적 기반을 다진 대승불교는 다양한 관점에 따라 새로운 경전이 생겨나면서 발달된 교학체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들 새로운 대승경전들은 공사상을 기반으로 하면서, 각각의 교학사상을 전개하였다.
반야경에서 반야바라밀다의 보살행으로 열어 드러낸 공사상이 주된 주제였다면, 이후에 전개된 대승 경전인 법화경에서는 반야경의 공사상을 기조로 하여, 붓다의 지혜와 붓다의 본회(本懷)에 대한 찬탄을 통하여 방편과 진실의 교화를 중시한다. 여기서는 불탑숭배를 계승하고 그 발전 위에 새로운 불타관으로 삼신관(三身觀)을 내세웠다. 법화경에서는 영축산에서 설법해가는 부처님은 가야성에서 성불하여 꾸시나가라에서 입멸에 든 부처로 사바세계에 응화하여 교화행을 펼치고 있고, 그 본지는 이미 구원겁 전에 성불하여 교화해오고 있다고 하여 구원실성(久遠實成)이라 한다. 그러므로 붓다 가르침의 근원은 이 구원실성의 법신불에 있다고 함으로써 법의 영원성을 제창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붓다 교설은 성문 연각 보살의 교화하는 법으로 정리하고, 이들 삼승의 법은 붓다 교화방편에서 나온 것이며, 붓다의 본지에서 보면 일체중생을 불도에 이끌어 들이기 위한 일승법으로 귀일한다고 선언한다.
이것은 모든 소승의 가르침을 방편설이라 하고 이를 대승으로 흡수하여 이승 삼승도 성불에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획기적 법문으로 평가된다.
한편 같은 반야경의 공사상에 기초하면서도 이를 붓다의 깨달은 내용으로 보고, 그 자내증의 세계를 표상화한 화엄경에서는 현상의 세계를 중중무진 법계연기로 설명하고 그 진상을 법성으로 설명하였다. 화엄경은 보살의 수행 단계를 설한 십지경이나 선재동자의 구법행을 주제로 한 입법계품 등이 가장 먼저 성립되어 점차 증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의 구성은 붓다가 성도한 3.7일 동안 체험한 자내증의 세계를 내관으로 여기에 나타난 법계는 비로자나불의 현현이라 하여 비로자나불을 법신불이라 한다. 법신은 진리 그 자체로서 붓다이고 붓다이면서 법으로, 그 본질은 깨달음의 지혜이며 비로자나라고 한다. 이러한 진리관 속에서 보살은 마땅히 육바라밀을 기초한 십바라밀을 실천하여 삼계유심(三界唯心)을 관득하여야 한다. 이 십바라밀의 궁극은 중생 제도를 위하여 힘쓰는 붓다의 지혜로 반야바라밀다와 아울러 자리이타의 상즉을 강조한다. 이를 대승보살도로 승화시킨 것이 화엄의 보살도이다.
깨달음을 보편적인 목적으로 하는 대승불교에서는 시방삼세 시방세계에 제불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 때문에 대승 이전의 일시일불설(一時一佛說)에서 나아가 삼세 다불설(多佛說)로 발전하게 되었다. 따라서 신앙적으로는 삼세의 시방불에 구원과 그 불국토에 대한 정토신앙이 대두하였다. 시바의 모든 부처님은 불국토가 정해져 있고 그것은 이 사바세계와는 다른 이상경으로 정토라 하였다. 따라서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 깨달음을 얻는 것은 곧 정토에 왕생(往生)하는 것이 된다. 이런 정토왕생을 주창한 경전을 정토부 경전이라 한다. 이러한 정토신앙에 의하여 미래불인 미륵불이 현재의 주처인 도솔천으로 왕생하였다고 설하고 있고, 이 부처는 미래세에 현재불이 되어 중생을 제도할 것이라 한다. 또한 아촉불은 동방의 묘희국(妙喜國)에 아미타불은 서방의 극락세계 주처로 정토신앙을 고취하고 있다. 이중에 아미타불을 설하고 있는 경전들은 그 기원을 AD1세기까지 상정하지만, 교리적으로는 법화경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면 아미타불의 전신인 법장보살은 발심할 때 중생제도의 서원을 따라 열반에 들지 않고 항상 극락에 머물기 때문에 무량수(無量壽)라 하는데 이것은 법화경의 구원실성의 사상에서 비롯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러한 정토부 경전들은 여래장이 붓다와 본질적으로 일치한다고 하여 이를 불성이라 하는데 이는 뒤에 나오는 불성사상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밖에 미혹과 깨달음의 주체로서 마음의 본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경전으로 여래장경과 유식계 경전을 들 수 있다. 마음은 깨달음의 세계를 낳는 원천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혹의 세계를 낳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마음은 보리(菩提)의 바탕인 동시에 윤회의 주체이기도 한 것이다. 여래장계 경전들은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하는 이상적 측면에서 고찰한 여래장(如來藏)설을 바탕으로 전개되었고, 유식계 경전들은 마음의 현실적 기능의 분석에서 출발하는 유식(唯識)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유식사상은 현상의 인식에서 출발하여 일체의 분별 망상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의식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전식득지(轉識得智)라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진여(眞如)와 열반의 성취를 목적으로 한다. 이들 사상은 AD3~4세기 무렵 출현한 무착(無着, Asanga)과 세친(世親, Vasubandhu)에 의해 완성되었다. 이들은 유가행파라 불렸고 동시에 그들의 학설에 따라 유식론자라고도 하였다. 그런데 후에 여래장계 학파들은 여래장을 아라야식과 동일시함으로써 사상의 독립성을 잃고 유식설에 흡수되었다. 이러한 대승불교의 이론은 점차 체계화되고 정비되어 감에 따라 이전의 아비달마불교처럼 대단히 번쇄하고 어려워 이해하기 힘들게 되었다. 유식은 아비달마의 5위75법과 같이 오위 100법으로 정비되면서 자연히 초기 대승불교의 활발한 기운을 상실하게 되고, 후기에는 불교의 사상계에도 일대 변혁이 일어나면서 기존의 전통사상과 습화하여 이전의 불교와는 성격이 다른 밀교(密敎)가 출현하였다. 밀교라는 비밀불교는 그 성격을 간단히 정의하기 어렵지만, 붓다의 깨달음을 주술적 의례로 조직화한 다라니(陀羅尼)나 진언(眞言), 만다라(曼多羅) 등의 상징으로 나타내며, 신비주의 의례를 중심으로 한 불교라 할 수 있다. 이시기 불교는 급격히 밀교화하여 종래의 불보살 외에 새로운 예배의 대상으로 밀교적인 여러 존상들이 유입하였다. 이후 진언승의 우도밀교와 금강승의 좌도밀교로 전개되다가 13세기 이슬람의 침입으로 흥망성쇠를 마감하였다.
1. 대승공사상의 사상적 배경
대승의 공사상은 BC1세기에서 AD1세기 경 성립된 대승경전에서 체계화 되었다. 이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은 『반야경』이라 할 수 있다. 『반야경』은 현장이 역출한 『대반야바라밀다경』을 위시하여 600권의 방대한 분량으로, 그중에서도 가장 원형에 가까운 것이 『팔천송반야 또는 소품반야』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점차 증광 되어 『일만팔천송』 『이만오천송』『십만송반야경』으로 편찬되었다. 또한 이 중에서 한 가지 주제만을 설한 소부(小部)의 반야경류로 『금강반야경』 『문수반야』 『반야심경』 『반야이취분』 등이 편찬되었다.
『반야경』에서는 대승수행의 근본인 육바라밀의 수행을 중시하고 이중에서도 반야바라밀다의 실현을 궁극으로 하고 있다. 반야바라밀다는 보살의 실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진리이고 반야바라밀다에 의해 개현된 진리를 무소득(無所得) 공(空śūnya)이라 한다. 이러한 공사상은 근본불교의 제행무상 제법무아로 설명되던 연기의 진리를 재해명한 것이다. 곧 관법으로는 일체의 사물이 공이며 고정 불변의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고, 실천수행론으로는 제법에 대한 무소득 무집착의 공사상(空思想)을 바탕으로 하여 대승보살의 실천 수행을 매우 중시하였을 뿐 아니라 또한 재가 신도가 수행해야 할 종교적 덕목으로 하였다.
관법으로는 일체 존재하는 사물들은 그 본성이 공하며, 또한 고정적인 실체가 없다고 관하는 공관의 수행을 말한다. 이러한 『반야경』의 공관은 대승불교 자체의 기본적인 교설이 되었고 아울러 대승불교도의 실천적 기반을 이루었다.
일체가 공하다는 관찰은 반야바라밀을 실천하여 얻어지는 것으로 이것은 세간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과정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지혜의 완성에 도달한 경지에서 얻어진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반야지혜로서 공관은 용수와 그 이후의 사상가들에게 있어 이제설(二諦說)의 입장에서 명확히 그 구분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반야경』에 나타나는 관법의 사상적 배경을 살펴보면 대승불교 이전의 부파불교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부파불교 가운데 설일체유부의 교리는 『반야경』의 공사상이 출현하는 사상적 배경이 된다. 이 설일체유부에서 일체법이 존재한다는 실유(實有)의 주장은 『반야경』의 공사상과 중관철학이 발생하는 역사적 배경이 되었다.
『반야경』에서 가장 중시하는 공사상은 후에 나가르주나(龍樹, Nagarjuna)에 이르러 철학적 체계를 가지고 대승불교 철학을 발생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나가르주나는 부파불교 중의 하나인 설일체유부에서 주장한 법의 견해를 비판하여 공은 곧 무자성(無自性)인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는 공의 개념이 불타가 깨달은 연기법의 이치와 다르지 않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처럼 나가르주나에 의해 체계화되는 공사상에 대한 논리는 이미 불타의 근본교설을 전하는 초기불전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초기불전에서는 불타의 근본사상을 나타내는 가장 근본적인 교설이 연기설이며, 이 연기설을 바탕으로 공을 이론적으로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기불전에서는 공의 의미가 무아(無我)설과 밀접히 관련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부파불교의 입장은 당시 대표적 부파인 설일체유부의 진리관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유부에서는 모든 요소를 법(法)이라 부르고 그 법을 5위75법으로 분류하여 일체 존재를 해명하였다. 이와 같이 일체존재에 대해서 다양한 법의 이름으로 분류하고 그 각각의 법에는 멸하지 않는 법의 고유한 자성이 실재한다고 주장하였다. 곧 일체법은 색법, 심법, 심소법, 심불상응법, 무위법의 5위의 체계로 나누어지고, 이들 각각에는 다시 75개의 법이 있어서 과거, 현재, 미래를 걸쳐 항상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이 유명한 설일체유부의 법체항유설(法體恒有說)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야경』은 각각의 법에는 그와 같은 실체, 자성이 없으며 따라서 그것은 공이라고 역설하였던 것이다. 즉 모든 법은 공한 것이기 때문에 고정적인 법의 관념을 주장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일체법은 다른 법과 조건 지어져 성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정적, 실체적 본성을 갖지 않는 것이며, 따라서 그것은 무자성인 것으로, 이 무자성인 것은 곧 공인 것이다.
이 공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어 사상적인 면에서 논의한 것을 공사상이라 하며, 특히 대승불교에서 이러한 공사상을 강조한 사람들을 공론자(空論者)라 부르고, 이들의 주의 주장을 공론(空論)이라 한다. 이들은 학파를 형성하여 전승하면서 나가르주나 이후 중관파(中觀派)를 형성하여 공사상을 전개해 가게 된다. 중론의 사상은 그들은 스스로를 공성론자(空性論者)라 불렀다.
대승불교운동이 전개되면서 수많은 대승경전이 편찬되자, 이들 대승경전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확립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대승사상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 나가르주나의 중관사상이다. 나가르주나는 남인도 출신으로 불교의 여러 사상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시대사조에도 밝았다. 그의 저서들에서는 주로 『반야경』의 공(空)사상을 논리적으로 밝히고 있으며, 공(空)사상에 입각해서 당시의 부파불교의 교리와 외도의 교리를 논파하였다.
당시 나가르주나의 제자로 제바(提婆 Arya-deva, 성천聖天, 170∼270년 경)와 라후라발타라(羅侯羅跋陀羅 Rahulabhadra, 200∼300년 경)가 있다. 제바는 스승 나가르주나의 사상을 널리 펴면서 중론송에 가르쳐진 파사적(破邪的) 활동에 힘썼다. 특히 외도(外道)의 사상을 통렬히 비판하여 논적(論敵)들의 미움을 사서 피살되었다고 전한다. 제바는 『사백론(四百論)』, 『백론(百論)』, 『백자론(百字論)』 등을 남기고 있다. 라후라발타라는 『중론』에 대한 주석을 주었다고 전해지지만 현존하지 않고, 『반야바라밀다찬(般若波羅蜜多讚)』, 『법화찬(法華讚)』 등이 전해진다. 제바와 라후라발타라는 용수와 함께 초기 중관파로 분류되며, 용수의 사상을 크게 드날리고 중관 사상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의 가장 핵심적인 교학은 불교의 근본 진리를 연기(緣起)의 관계로 이해하고, 연기하는 것들은 서로 상관되어 전개하기 때문에 실체적인 자성이 없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이러한 입장을 가장 잘 피력하고 있는 '중론(中論)'에서는 연기를 생멸(生滅), 거래(去來), 일이(一異), 단상(斷常)의 차별적인 대립을 넘어선 것으로 해석한다. 중론송에서는 이러한 부정논리를 통하여 현상적인 어떠한 개체적 존재나 그 구성요소들인 인(因) 연(緣) 온(蘊) 처(處) 계(界) 육계(六界) 등과 이들 개체나 구성요소들로부터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도 실체적으로 항상 실재하는 존재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 이런 구성요소들 곧 생(生), 멸(滅), 거(去), 래(來), 작(作), 견(見), 염(染), 수(受), 취(取), 전도(顚倒), 고(苦), 락(樂) 등에 대해서도 실체적으로 항상 존재하지 않음을 해명하였다.
따라서 현실 세계에서 경험되는 현상의 모든 것은 다른 것과의 상호관련 속에서만 존재할 뿐, 그 자체의 성품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실체하지 않기 때문에 현상적인 대상에 대하여 분별 인식이 무소득(無所得)이 된다. 대상에 대해 무소득일 때 일체존재는 공(空)하다고 한다. 나가르주나는 이를 통하여 연기(緣起), 무자성(無自性), 공(空)의 이론체계를 확립하였고 이는 향후 대승불교의 인식론의 토대가 되었다.
2. 대승경전의 공사상
용수에 의해 이론적 기반을 다진 대승불교는 다양한 관점에 따라 새로운 경전이 생겨나면서 발달된 교학체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들 새로운 대승경전들은 공사상을 기반으로 하면서, 각각의 교학사상을 전개하였다.
반야경에서 반야바라밀다의 보살행으로 열어 드러낸 공사상이 주된 주제였다면, 이후에 전개된 대승 경전인 법화경에서는 반야경의 공사상을 기조로 하여, 붓다의 지혜와 붓다의 본회(本懷)에 대한 찬탄을 통하여 방편과 진실의 교화를 중시한다. 여기서는 불탑숭배를 계승하고 그 발전 위에 새로운 불타관으로 삼신관(三身觀)을 내세웠다. 법화경에서는 영축산에서 설법해가는 부처님은 가야성에서 성불하여 꾸시나가라에서 입멸에 든 부처로 사바세계에 응화하여 교화행을 펼치고 있고, 그 본지는 이미 구원겁 전에 성불하여 교화해오고 있다고 하여 구원실성(久遠實成)이라 한다. 그러므로 붓다 가르침의 근원은 이 구원실성의 법신불에 있다고 함으로써 법의 영원성을 제창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붓다 교설은 성문 연각 보살의 교화하는 법으로 정리하고, 이들 삼승의 법은 붓다 교화방편에서 나온 것이며, 붓다의 본지에서 보면 일체중생을 불도에 이끌어 들이기 위한 일승법으로 귀일한다고 선언한다.
이것은 모든 소승의 가르침을 방편설이라 하고 이를 대승으로 흡수하여 이승 삼승도 성불에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획기적 법문으로 평가된다.
한편 같은 반야경의 공사상에 기초하면서도 이를 붓다의 깨달은 내용으로 보고, 그 자내증의 세계를 표상화한 화엄경에서는 현상의 세계를 중중무진 법계연기로 설명하고 그 진상을 법성으로 설명하였다. 화엄경은 보살의 수행 단계를 설한 십지경이나 선재동자의 구법행을 주제로 한 입법계품 등이 가장 먼저 성립되어 점차 증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의 구성은 붓다가 성도한 3.7일 동안 체험한 자내증의 세계를 내관으로 여기에 나타난 법계는 비로자나불의 현현이라 하여 비로자나불을 법신불이라 한다. 법신은 진리 그 자체로서 붓다이고 붓다이면서 법으로, 그 본질은 깨달음의 지혜이며 비로자나라고 한다. 이러한 진리관 속에서 보살은 마땅히 육바라밀을 기초한 십바라밀을 실천하여 삼계유심(三界唯心)을 관득하여야 한다. 이 십바라밀의 궁극은 중생 제도를 위하여 힘쓰는 붓다의 지혜로 반야바라밀다와 아울러 자리이타의 상즉을 강조한다. 이를 대승보살도로 승화시킨 것이 화엄의 보살도이다.
깨달음을 보편적인 목적으로 하는 대승불교에서는 시방삼세 시방세계에 제불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 때문에 대승 이전의 일시일불설(一時一佛說)에서 나아가 삼세 다불설(多佛說)로 발전하게 되었다. 따라서 신앙적으로는 삼세의 시방불에 구원과 그 불국토에 대한 정토신앙이 대두하였다. 시바의 모든 부처님은 불국토가 정해져 있고 그것은 이 사바세계와는 다른 이상경으로 정토라 하였다. 따라서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 깨달음을 얻는 것은 곧 정토에 왕생(往生)하는 것이 된다. 이런 정토왕생을 주창한 경전을 정토부 경전이라 한다. 이러한 정토신앙에 의하여 미래불인 미륵불이 현재의 주처인 도솔천으로 왕생하였다고 설하고 있고, 이 부처는 미래세에 현재불이 되어 중생을 제도할 것이라 한다. 또한 아촉불은 동방의 묘희국(妙喜國)에 아미타불은 서방의 극락세계 주처로 정토신앙을 고취하고 있다. 이중에 아미타불을 설하고 있는 경전들은 그 기원을 AD1세기까지 상정하지만, 교리적으로는 법화경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면 아미타불의 전신인 법장보살은 발심할 때 중생제도의 서원을 따라 열반에 들지 않고 항상 극락에 머물기 때문에 무량수(無量壽)라 하는데 이것은 법화경의 구원실성의 사상에서 비롯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러한 정토부 경전들은 여래장이 붓다와 본질적으로 일치한다고 하여 이를 불성이라 하는데 이는 뒤에 나오는 불성사상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밖에 미혹과 깨달음의 주체로서 마음의 본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경전으로 여래장경과 유식계 경전을 들 수 있다. 마음은 깨달음의 세계를 낳는 원천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혹의 세계를 낳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마음은 보리(菩提)의 바탕인 동시에 윤회의 주체이기도 한 것이다. 여래장계 경전들은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하는 이상적 측면에서 고찰한 여래장(如來藏)설을 바탕으로 전개되었고, 유식계 경전들은 마음의 현실적 기능의 분석에서 출발하는 유식(唯識)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유식사상은 현상의 인식에서 출발하여 일체의 분별 망상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의식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전식득지(轉識得智)라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진여(眞如)와 열반의 성취를 목적으로 한다. 이들 사상은 AD3~4세기 무렵 출현한 무착(無着, Asanga)과 세친(世親, Vasubandhu)에 의해 완성되었다. 이들은 유가행파라 불렸고 동시에 그들의 학설에 따라 유식론자라고도 하였다. 그런데 후에 여래장계 학파들은 여래장을 아라야식과 동일시함으로써 사상의 독립성을 잃고 유식설에 흡수되었다. 이러한 대승불교의 이론은 점차 체계화되고 정비되어 감에 따라 이전의 아비달마불교처럼 대단히 번쇄하고 어려워 이해하기 힘들게 되었다. 유식은 아비달마의 5위75법과 같이 오위 100법으로 정비되면서 자연히 초기 대승불교의 활발한 기운을 상실하게 되고, 후기에는 불교의 사상계에도 일대 변혁이 일어나면서 기존의 전통사상과 습화하여 이전의 불교와는 성격이 다른 밀교(密敎)가 출현하였다. 밀교라는 비밀불교는 그 성격을 간단히 정의하기 어렵지만, 붓다의 깨달음을 주술적 의례로 조직화한 다라니(陀羅尼)나 진언(眞言), 만다라(曼多羅) 등의 상징으로 나타내며, 신비주의 의례를 중심으로 한 불교라 할 수 있다. 이시기 불교는 급격히 밀교화하여 종래의 불보살 외에 새로운 예배의 대상으로 밀교적인 여러 존상들이 유입하였다. 이후 진언승의 우도밀교와 금강승의 좌도밀교로 전개되다가 13세기 이슬람의 침입으로 흥망성쇠를 마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