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 이 모든 불자들의 그 수는
가히 헤아리지 못하오리다.
오래도록 이미 불도를 행하여
신통력에 머물고 보살도를 잘 배워
세간법에 물들지 않음이
연꽃이 물에 있음과 같음이라.
땅으로부터 솟아나 다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켜
세존 앞에 머무름이라.
이 일은 생각하기 어려움이니
차제불자등          기수 불가량
此諸佛子等          其數 不可量
구이행불도          주어신통력
久已行佛道          住於神通力
선학보살도          불염세간법
善學菩薩道          不染世間法
여연화재수          종지이용출
如蓮華在水          從地而涌出
개기공경심          주어세존전
皆起恭敬心          住於世尊前
시사 난사의
是事 難思議       

 [강의] 먼 옛날 교화했다는 일을 의심함이니, 이 대보살들이 혹시 옛날부터 보살행을 닦았을 것이라 금생에서 성불하신 석존께서 교화한 무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신통력에 머무름”이란 이미 오랫동안 수행하여 걸림 없는 대신통력에 머문다는 것.
 “땅으로부터 솟아나”란 연꽃이 물속에 있는 것과 같이 땅속에서 홀연히 보살들이 솟아나왔다는 것.
 
 [경] 어찌 믿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도를 얻으심은 심히 가깝고
성취하신 바는 심히 많으시니,
원하옵건대, 대중의 의심 덜어 주시고
진실을 분별해 설해 주시옵소서.
운하이가신             불득도 심근
云何而可信             佛得道 甚近
소성취심다             원위제중의
所成就甚多             願爲除衆疑
여시분별설
如實分別說

 [강의] 청하는 뜻을 맺는 내용이다.(1항 1구)
 “성취하신 바는 심히 많음”이란 도를 얻으신 시일은 오래지 않았으나 교화한 중생은 매우 많다는 것.
 “대중의 의심”이란 여러 사람들의 가까운 일, 먼 옛일에 대한 의혹.

 [경] 비유하건대 나이 스물다섯의 
젊고 씩씩한 사람이 머리가 희고
얼굴이 주름진 백살된 사람을 가리켜
이는 나의 소생이라 하고,
아들 또한 이는 아버지라고 한다면
아버지는 젊고 아들은 늙었다고
온 세상은 믿지 아니하오리다.
비여소장인           연시이십오
譬如少壯人           年始二十五
시인백세자           발백이면추
示人百歲子           髮白而面皺
시등아소생           자역설시부
是等我所生           子亦說是父
부소이자로           거세소불신
父少而子老           擧世所不信

 [강의] 비유를 설해 경을 여는 뜻을 밝힌 것이다.
 “젊고 씩씩한 사람”이란 원문은 소장인(少壯人). 젊은 사람.
 “머리가 희고 얼굴이 주름진”이란 원문은 발백이면추(髮白而面皺)
  
 [경] 세존께서도 또한 이와 같이
도를 얻으심은 심히 가깝고
세존역여시         득도래심근
世尊亦如是         得道來甚近

 [강의] 여기부터는 비유의 뜻을 합하여[합비] 노래한 것이다.(7항) 여기에는 3부분으로 나눈다. 첫째, 먼저 가까운 것에 얽매인 비유를 합하여 노래했다.
 
 [경] 이 모든 보살들은 뜻이 견고하여
겁냄도 약함도 없어서
한량없는 겁으로부터 보살도를 행하여
어려운 문답에 교묘하며
그 마음에 두려운 바가 없음이라.
인욕의 마음이 결정되고 단정하며 위덕이 있어
시방의 부처님께서 찬탄하시는 바라,
능히 잘 분별해서 설하며
많은 사람과 있기를 즐겨하지 않고
항상 선정에 있기를 좋아하여
불도를 구하기 위해
아래 공중에 머무름이라.
시제보살등             지고무겁약
是諸菩薩等             志固無怯弱
종무량겁래             이행보살도
從無量劫來             而行菩薩道
교어난문답             기심무소외
巧於難問答             其心無所畏
인욕심결정             단정유위덕
忍辱心決定             端正有威德
시방불소찬             선능분별설
十方佛所讚             善能分別說
불락재인중             상호재선정
不樂在人衆             常好在禪定
위구불도고             어하공중주
爲求佛道故             於下空中住

 [강의] 먼 옛적의 일에 얽매인 일을 합하여 노래했다.(3항 반) 즉 대보살들이 옛날에 훌륭한 보살행을 닦아서 현재 대보살이 된 것일 뿐 부처님께서 교화하신 대중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는 뜻을 노래한 것이다.
 “문답에 교묘하고 그 마음에 두려운 바가 없어”란 어려운 문답에 잘 응함으로 마음이 원활해져 두려움이 없어짐을 말한다.
 “인욕의 마음이 결정되고[忍辱心決定]”란 인욕을 잘하여 마음에 간사한 의심이 없으니 믿음이 확고해진다.
 “단정하며 위덕이 있어[端正有威德]”란 모습이 단정하여 위덕이 갖추어짐을 말한다.
 “많은 사람과 있기를 즐겨하지 않음[不樂在人衆]”이란 여러 사람 속에 섞여 있기를 바라지 않음을 말한다. 

 [경] 우리는 부처님으로부터 들어서
이 일에 의심이 없거니와,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미래를 위해
열어 해석하사 설하시옵소서.
만약 이 경에 의심을 내어 믿지 아니하는 자는
곧 마땅히 악도에 떨어지오리다.
원컨대 지금 해설하시옵소서.
이 한량없는 보살을 어떻게 하여
짧은 시간에 교화하사
발심하여 불퇴지에 머물게 하셨나이까.
아등종불문          어차사무의
我等從佛聞          於此事無疑
원불위미래          연설령개해
願佛爲未來          演說令開解
약유어차경          생의불신자
若有於此經          生疑不信者
즉당타악도          원금위해설
卽當墮惡道          願今爲解說
시무량보살          운하어소시
是無量菩薩          云何於少時
교화령발심          이주불퇴지
敎化令發心          而住不退地

 [강의] 부처님께서 질문에 답해 주시기를 청한 뜻을 합해 노래했다.(3항) 현재 대중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믿으나, 미래중생들이 미혹해 죄를 범할까 염려되므로 밝게 분별해 주시기를 청하는 것이다.
 “열어 해석함[開解]”이란 이해가 열리는 것. 진리를 이해하는 것을 뜻한다.
 “악도에 떨어짐”이란 악행을 저지른 그 과보로 악도에 태어난다는 것. 경에 의심을 내면 진리에 의심을 내고 비방하므로 악도에 떨어짐을 말한다. 악도는 축생 아귀 지옥의 세 곳을 삼악도라 한다.
 “발심함”이란 불도 구하려는 마음을 내는 것.
 “불퇴지에 머물게 함[而住不退地]”이란 불퇴전의 경지에 머무름을 말한다.
 
 여래수량품 제16

<여래수량품의 대의>
이 품은 법화경 전체로는 적문 설법의 근본이 되는 여래의 본지(本地)를 밝히는 본문설법의 기둥이 되는 법문이다. 이 품의 구성은 여래수명이 무궁하다는 법설과 이를 의사 아들의 비유를 들어 밝힌 비유설법으로 되어 있다.
 법설은 앞의 「종지용출품」에서 질문한 뜻을 가까운 일을 들어 먼 일을 밝히시는[廣開近顯遠] 도리로 답하시는 것이다. 적문의 「방편품」에서 부처님의 중대한 법문이 있을 때, 부처님께서 세 번에 중지시키시고, 사리불이 세 번에 걸쳐 설법을 청한 다음 부처님께서 다시 한 번 경계하시어 ‘잘 들으라’고 하시고 부처님께서 출세하신 일대사인연과 일불승 실상법을 설하셨듯이, 지금의 본문에서도 먼저 삼세 번 경계하시고[三誡], 미륵보살이 세 번 청[三請]한 후 거듭 청하고[重請] 거듭 경계(重誡)하신 후에야 비로소 여래께서 본래 구원겁전에 성불하시고(久遠實成)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사바세계에 오시어 쿠시나가라에서 입멸을 보이셨다고 밝히시니, 이제까지 들을 수 없었던 미묘 법문인 것이다. 
 미륵보살과 대중들은 부처님께서 성불하신지는 겨우 40여 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옛날 지용보살 등의 무량한 대중들을 이미 교화했다고 설하시어 의혹이 일었으므로 부처님께 다시 질문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 여래의 수명은 영원하여 이미 구원겁전에 성불하셨음을 밝히므로 「여래수량품」이라 한다. 지금까지 부처님께서는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신 본뜻을 다양하게 열어 놓으셨다. 이 품에서는 몸소 온 마음을 다해 세상에 출현하신 부처님의 본뜻을 진술하시고 법신전체를 명확하게 제시하여 여래의 수량이 무궁무진함을 설하시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이미 오래전에 성불하셨으면서도 지금 성불하셨다고 하는 것은 방편을 베풀어 중생을 제도하시려는 뜻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멸도하기도 하고 멸도하지 않은 도리를 밝히는 것이다.  
 여래께서는 이미 오래전에 성불하시어 지금까지 교화해오시고 계시고 쿠시나가라에서 입멸을 보이신 것은 방편임을 밝히셨는데, 이것은 마치 의사가 독병(毒病)에 든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방편으로 죽었다고 한 비유(醫子喩)와 같은 것이다.
 부처님께서 멸도를 보이신 것은 여래가 세상에 영원히 머물러 계신 것을 보면 복덕이 얇은 사람들은 빈궁하고 하천하여 선근을 심지 않고 오욕에 탐착하여 망념에 걸리며, 또한 여래께서 항상 계시어 멸하지 않는 것을 보면, 교만한 마음이 일어나 나태심에 빠져 불법을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과 공경심을 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여래께서 교화 방편을 설하신 것이니, 제불을 만나고 만나지 못하는 것은 중생의 선근 공덕에 따르는 것이다.
 여래의 교화 방편은 훌륭한 의사가 아들을 치료함과 같다. 여래께서 수명이 무량하시지만 멸도하심을 보여 박복한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을 연모해 선근을 심도록 함으로써 중생을 제도하듯이, 훌륭한 의사는 독약을 마신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방편으로 죽었다고 함으로써 아들로 하여금 스스로 양약을 구하여 먹게 하여 목숨을 구하였으니 이를 법화칠유중 일곱 번째 비유, 의자유(醫子喩)라고 한다. 

 여래수량품 제십육
 如來壽量品 第十六

 [경]그때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과 일체 대중에게 이르시되,
“모든 선남자야, 너희들은 마땅히 여래의 진실히 밝히는 말씀을 믿고 해석할 지니라.”
다시 대중에게 이르시되,
“너희들은 마땅히 여래의 진실히 밝히는 말씀을 믿고 해석할지니라.”
또 다시 대중에게 이르시되,
“너희들은 마땅히 여래의 진실히 밝히는 말씀을 믿고 해석할지니라.”
 
이시 불고제보살 급일체대중 제선남자 여등 당신해여래 성제지어 부고대
爾時 佛告諸菩薩 及一切大衆 諸善男子 汝等 當信解如來 誠諦之語 復告大
중 여등 당신해여래 성제지어 우부고제대중 여등 당신해여래 성제지어
衆 汝等 當信解如來 誠諦之語 又復告諸大衆 汝等 當信解如來 誠諦之語

 [강의] 법문은 널리 가까이 성불하신 일을 열어서 구원겁 전에 성불하신 일을 밝힌다[廣開近顯遠]. 먼저 경계하여 믿으라하시고, 다음으로는 바로 대답하신다. 경계하여 믿으라고 한 부분은 세 번 경계하고[삼계(三誡], 세 번 청하고[삼청(三請)], 다시 거듭 청하고[중청(重請)], 다시 거듭 경계함[중계(重誡)]으로 되어 있다.
 위 구절은 세 번 경계하신 내용이다.

❍세 번 경계하심[三誡]
   너희들은 마땅히 여래의 진실히 밝히는 말씀을 믿고 해석하라 … 일계
   다시 대중에게∼여래의 진실히 밝히는 말씀을 믿고 해석하라  … 이계
   또 다시 모든 대중에게∼진실히 밝히는 말씀을 믿고 해석하라 … 삼계

 “진실히 밝히는 말씀[誠諦之語]”이란 남을 속이지 않는 성실한 말. 성제(誠諦)란 성은 참된 마음이고, 제는 진실을 다함이니, 부처님의 말씀이 진리에 이르게 하는 말씀임을 강조한 것이다. 앞에서 부처님께서는 땅에서 솟아나온 보살대중이 사실은 새로 발심한 보살(新發意菩薩)들이 아니고 이미 오래전에 석가불께서 교화한 보살들이라고 밝히시자, 많은 대중들은 도대체 부처님께서 가야성에서 성도하신 지 사십여 년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이렇게 많은 대중을 어떻게 다 교화할 수 있었겠느냐고 의심하게 되었다. 이제 부처님께서 여래의 말씀은 거짓됨이 없으므로, 비방하는 일이 없도록 당부하신 말씀이다. 교학적으로는 법화 이전의 칠방편(七方便)은 수타의(隨他意) 법문[중생의 근기에 맞추어 설하고, 부처님의 본회를 밝히지 않은 법문]으로 성제가 아니었으나, 지금은 수자의(隨自意) 법문[부처님의 본회를 밝히신 법문]이니 매우 요긴한 법을 내보이시는 것으로 성제라 하였다. 
“믿고 해석함[信解]”이란 여래의 진실한 말씀을 믿고 방편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곧 석가불께서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성불하셨고, 가야성에서 보이신 것은 방편임을 믿으라는 것이다.
“다시 모든 대중에게∼믿고 해석할지니라.”는 재차 말씀하신 것으로, 대중들의 믿음을 견고하게 하기 위함이다.
“또 다시 모든 대중에게∼믿고 해석할지니라.”는 재삼 말씀하신 것으로, 법이 깊고 미묘하여 중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믿음이 깊어지게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