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두 번째 글 중에서 ‘지론․섭론 등은 따로 일부에 대해서만 서술하고 있다’고 말한 취지를 살피건대, 이것들은 다분히 별교의 일문(一門)에만 국한돼 있어서, 그 도리가 대승․소승을 겸하지 못함을 가리킨다. 그리고 방등시의 여러 경은 위계를 밝히고는 있어도 *자세함이 영락경에 미치지 못하고, 반야시의 여러 경은 위계를 밝히고는 있어도 자세함이 인왕경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러나 영락경은 편벽되이 별교에 있고, 인왕경은 다분히 원교․별교 중에 있으면서 또 통교의 취지까지도 포함하고 있어, 둘이 다 위계를 가리는 뜻을 밝히지는 못했다. 그리하여 추묘도 가리지 못하고 있거니, 하물며 개현(開顯)을 논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므로 다만 *당미(當味)에서 도리를 밝혔을 뿐, 시종(始終)의 위계의 뜻을 가리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여기서 ‘뜻’이라고 말함은, *모든 가르침을 무슨 까닭에 권실이 동일하지 않으며, *모든 설법은 무슨 까닭에 증감(增感)의 차이가 지느냐 하는 문제니, *시개폐(施開廢) 따위가 곧 그 뜻이다.

次文中言地攝等論別叙一途者. 此等多是別敎一門, 義不兼於大小. 方等諸經明位, 委悉不及瓔珞. 般若諸經明位, 位悉不及仁王. 然瓔珞偏存別門, 仁王多在圓別, 及含通意, 竝不明辨位之意. 尙不辨麤妙, 何況論開. 故知但是當未明義, 而不辨於始終位意. 所言意者. 諸敎何故權實不同, 諸未何故增減差異. 謂施開發等, 卽其意也.

12453자세함. 원문은 ‘委悉’.
12454당미. 당시(當時)와 같다. 오미(五味)로 오시(五時)를 비유한 것이 미(味)니, ‘그 시(時)’를 ‘당미’라 한 것이다. 그러므로 영락경에서는 방등시가 당미요, 인왕경에서는 반야시가 당미임이 된다.
12455모든 가르침. 원문은 ‘諸敎’. 화법사교(化法四敎)를 이른다.
12456모든 설법. 원문은 ‘諸味’. 오시(五時)를 이른다. 자세함은 248의 ‘五時八敎’의 주 참조. 12457시개폐. 189의 ‘施等’의 주.

 [석첨] 셋째로 *금경(今經)에 관한 것에서는, 먼저 간략히 취지를 말하고, 다음에서는 간략히 *소속을 배당했다.

三今經者. 先略叙意. 次略屬對.

12458금경. 법화경.
12459소속을 배당함. 원문은 ‘屬對’.

 [석첨] 금경은 위계의 이름을 드러내 나타내지는 않았으나, 취지에 있어서는 소승․대승을 겸하여 대략 권실을 구별하고 있다. 그런데 범어의 원문이 다 건너오지 못했으므로, 본래의 법화경에는 반드시 그 모두가 있었을 것이다.

今經位名不彰, 而意兼小大, 粗列權實. 然梵文不盡度, 本經必有.

12460본래의 법화경에는 반드시 그 모두가 있었을 것임. 원문은 ‘本経必有’. 중국에서 번역된 것은 그 일부일 뿐, 원래의 법화경은 매우 방대할 것이라는 설은 권칠(卷七)의 상(上)에도 나와 있다.

 [석첨] 처음의 글 중의 ‘금경에서 위계를 밝힌’ 것은, 비록 *저 두 경의 위계를 밝힘이 자못 자세한 것 같음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금경에서 밝혀진 것은 도리가 대소승과 *개판(開判) 등을 겸하고 있는 터이므로, 이런 것은 다른 경전들에서 밝히지 못하고 있는 점들이다. 왜 그런가. 서품(序品)의 *천우사화(天雨四華)나 방편품의 개시오입(開示悟入)이나 비유품의 *유어사방(遊於四方)이나 화성유품의 *오백유순(五百由旬)같음은 다 적문(迹門)의 진실의 위계요, *초암(草庵)․*화성(化城)과 *삼초이목(三草二木)은 다 적문의 방편의 위계인 것이다. 그리고 분별공덕품(分別功德品)의 *처음에 무생(無生)으로부터 출발함은 곧 초주(初住)요, 내지 *일생(一生)은 곧 *등각(等覺)이니, 이 또한 본문(本門)의 진실의 위계다. 이 뿐만이 아니라 *암성(庵城)이 폐기되고 오직 *저택(渚宅)만이 남는다든가 *초목이 다 일지일우(一地一雨)에 의지하거나 하는 것, 이는 모든 방편의 위계를 개회(開會)해서 모두 *일실(一實)로 돌아가게 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략 권실을 구별했다’고 말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이 다는 건너오지 못했다’ 함은, 전하기를 ‘서방의 법화경은 *일유순(一由旬)에 펼쳐진다’고 하는 사실을 가리킨다.

初中今經明位, 雖卽不及彼之二經, 明位似細. 而今經義兼大小, 及開判等, 則諸經未明. 何者. 如序天雨四華, 方便開示悟入, 譬喩遊於四方, 化城悟百由旬, 竝迹門實位也. 草庵, 化城, 三草二木, 竝迹門權位也. 今別功德始從無生, 卽初住也. 乃至一生, 卽等覺也. 此亦本實位也. 庵城被廢, 唯存渚宅, 草木並依一地一雨, 此是會諸權位, 咸歸一實. 故云粗判權實. 文不盡度者. 相傳云, 西方法華, 布一由旬.

12461저 두 경. 원문은 ‘彼二經’. 영락경과 인왕경.
12462개판. 위계를 개현하고 권실을 판별하는 일.
12463천우사화. 법화경이 설해지기 직전에, 하늘로부터 만다라화․마하만다라화․만수사화․마하만수사화가 내린 일. 이는 법화경의 가르침이 인(因)이 되어 십주․십행․십회향․십지의 과(果)가 이루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기적이었다.
12464개시오입. 658의 주.
12465유어사방. 비유품의 게송의 ‘乘是寶車, 遊於四方’의 인용. 양거․녹거․우거를 주겠다고 꾀어 아들들이 불난 집에서 나오자, 장자(長者)는 일대백우거(一大白牛車) 한 채씩을 그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이에 아들들은 이 수레를 타고 사방으로 달리며 놀았다는 화택유(火宅喩)의 이야기. 이 ‘사방에 노닐었다’ 함은 일불승(一佛乘)의 도리에 안주하여 자재무애함을 가리킨다.
12466오백유순. 화성유에서 보배 있는 곳까지는 오백유순의 거리라 했는데, 삼백유순은 삼계(三界)요, 사백유순은 유여국토(有餘國土)요, 오백유순은 실보토(實報土)라 함이 천태대사의 해석이다. 화성유는 2147의 ‘化城’의 주 참조.
12467초암. 308의 주. 화성. 보배 있는 곳을 찾아 나섰던 사람들이 지쳐서 돌아가려 함을 본 지도자는, 신통력으로 화성을 만들어 그들을 쉬게 했다고 하니, 이는 이승(二乘)의 방편으로 교화하신 비유다.
12468삼초이목. 2146의 ‘藥草’의 주.
12469처음에 무생으로부터 출발함. 원문은 ‘始從無生’. 분별공덕품 첫머리에서 ‘아일다야. 내 이리 여래의 수명 장원함을 설할 때는, 육백 팔십만억 나유타 항하사의 중생들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으며, ‘다시 그 천배의 보살들이 문지다라니문(聞持陀羅尼門)을 얻었으며’라 하시고, 내지는 ‘다시 일사천하(一四天下) 미진수 보살들이 일생(一生) 만에 아뇩다라삼막삼보리 얻게 됐으며’라 설하셨는데, 무생법인 얻은 중생이란 십주(十住)의 위계에 든 것을 이른다 함이, 천태대사의 주장이다.
12470일생. 한번만 더 태어나면 되는 것. 앞의 인용문 참조.
12471등각. 1207의 주.
12472암성. 초암과 화성.
12473저택. 물가와 저택. 암자가 제거되고 장자의 저택만이 있게 되며, 화성이 없어지고 물가만이 남았다는 뜻. 화성을 물가에 만들었다는 기록은 없으나 상상해서 쓴 표현이다.
12474초목이 다 일지일우에 의지함. 원문은 ‘草木並依一地一雨’. 약초유품의 ‘唯一地所生, 一雨所潤. 而諸草木, 各有差別’의 인용.  
12475일실. 하나의 진실. 일승의 진실.
12476일유순에 펼져짐. 원문은 ‘布一由旬’. 책을 펼치면 일유순이 되도록 분량이 많은 것. ‘유순’은 2128의 주.

 [석첨] 다음으로 소속을 배당한 것 중에는 둘이 있다. 처음에서는 경을 인용했다.

  次屬對中二. 初引經.

 [석첨] 이제 약초유품에서는 다만 여섯 위계를 밝히고 있을 뿐이다.
 ‘전륜성왕이나 *제석천이나 범왕 따위 왕이 됨은 작은 약초요,
 *무루(無漏)한 법을 알아 열반에 이르며, 홀로 산 속에서 선정을 닦아
 *연각증(緣覺證)을 얻음은 중간 약초요, 세존 경지 구하여 <내 성불하리라> 해
 정진․선정 닦음은 상등 약초요, 또 여러 불자 불도에 전념하여
 항상 자비 행해 부처될 줄 제 알아서 의심함 없는 것은 작은 나무요,
 신통에 안주하여 불퇴전의 법륜 굴려 무량억․백천의 중생 건지는 이런 보살은 큰 나무니라.’
 이 게송에 나타난 다섯 위계에다가, *덧붙여서 *장항(長行) 중의
 ‘한 땅에 나며 한 비의 적시움을 받는다’하신 말씀과, 뒤의 글에서
 ‘이제 너희에 최상의 진실 일러 주리니,라 하신 것을 취하여, *여섯째의 위계를 삼은 것이다.

今藥草喩品, 但明六位. 文云. 轉輪聖王, 釋梵諸王, 是小藥草. 知無漏法, 能得涅槃, 獨處山林, 得緣覺證, 是中藥草. 求世尊處, 我當作佛, 行精進定, 是上藥草. 又諸佛子, 專心佛道, 常行慈悲, 自知作佛, 決定無疑, 是名小樹. 安住神通, 轉不退輪, 度無量億, 百千衆生, 是名大樹. 追取長行中一地所生, 一雨所潤, 及後文云今當爲汝說最實事, 以爲第六位也.

12477제석천이나 범왕. 원문은 ‘釋梵’.
12478무루. 2632의 주.
12479연각증. 연각의 깨달음.
12480덧붙여 취함. 원문은 ‘追取’. 게송에 나타난 다섯 위계에 하나를 추가하는 일.
12481이제 너희에……. 원문은 ‘今當爲汝, 說最實事’. 게송의 끝에 나오는 ‘今爲汝等, 說最實事’의 인용이다.
 
 [석첨] 다음에서는 소속을 배당했다.

 次屬對.

 [석첨] *앞의 세 도리는 삼장교의 위계요, 작은 나무는 통교의 위계요, 큰 나무는 별교의 위계요, 최상의 진실은 원교의 위계다.

 前三義是藏中位. 小樹是通位. 大樹是別位. 最實事是圓位也.

12482앞의 세 도리. 원문은 ‘前三義’. 작은 풀(小草)․중간 풀(中草)․상등의 풀(上草)의 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