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 이 때 보살 대중에서 미륵보살이 상수(上首)로 되어 합장하고 부처님께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옵나니 이를 설하시옵소서. 우리들은 마땅히 부처님 말씀을 믿고 받으오리다.”
이와 같이 세 번이나 말씀하시고 다시 말씀하되,
“오직 원하옵나니 이를 설하시옵소서. 우리들은 마땅히 부처님 말씀을 믿고 받으오리다.”(여래수량품 제16 p700)
시시보살대중 미륵위수 합장 백불언 세존 유원설지 아등 당신수불어 여시
是時菩薩大衆 彌勒爲首 合掌 白佛言 世尊 惟願說之 我等 當信受佛語 如是
삼백이 부언 유원설지 아등 당신수불어
三白已 復言 惟願說之 我等 當信受佛語
[강의] 부처님께서 세 번 경계하시고 나서, 미륵보살이 세 번 청하고[삼청] 거듭 청하는[중청] 내용이다. 보살들이 이미 진실하게 경계하시는 말씀을 받들어 감히 의혹을 일으키지 않으니 들으면 반드시 믿음을 가져 참된 말씀을 믿을 것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①세존이시여∼믿고 받으오리다. : 세 번 법을 청함(三請)
②오직 원하옵나니∼믿고 받으오리다. : 거듭 청함(重請)
“원하옵나니 이를 설하시옵소서[惟願說之]”란 마땅히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받아들여 감히 의심치 않겠다는 것이다.
“세 번이나 말씀하시고[三白已]”란 세 번 부처님께 여쭈어도 부처님께서 잠자코 있을 뿐 허락하지 않으신 것을 말한다.
[경] 그때 세존께서 모든 보살이 세 번이나 청하여 그치지 아니함을 아시고 일러 말씀하시되,(여래수량품 제16 p700)
이시세존 지제보살 삼청부지 이고지언
爾時世尊 知諸菩薩 三請不止 而告之言
[강의] 부처님께서 바로 대답하심을 나타내었다.
“세 번이나 청하여 그치지 않음”이란 원문은 삼청부지(三請不止). 앞에서는 부처님께서 세 번 경계하시고 여기서는 보살들이 세 번 청하니 삼계삼청(三誡三請)이라 한다. 삼계는 법문을 지극한 마음으로 들으라고 주위를 환기시킴이고, 삼청은 부처님의 법문을 지극한 마음으로 간청하기를 세 번하여, 이와 같이 삼계삼청이 있고 나서 부처님의 법문이 시작된다. 앞의 적문(迹門)에서는 사리불이 세 번 청하고 부처님께서 한 번 경계(三請一誡)하셨다.
[경] “너희들은 여래의 비밀신통력을 자세히 들으라. 일체 세간의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는 다 지금의 석가모니불은 석씨의 궁전을 나와, 가야성에서 멀지 않은 도량에 앉아 아뇩다라삼막삼보리를 얻었다고 생각함이라.(여래수량품 제16 p702)
여등 제청 여래 비밀신통지력 일체세간 천인 급아수라 개위 금석가모니불
汝等 諦聽 如來 秘密神通之力 一切世間 天人 及阿修羅 皆謂 今釋迦牟尼佛
출석씨궁 거가야성불원 좌어도량 득아뇩다라삼막삼보리
出釋氏宮 去伽耶城不遠 坐於道場 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강의] 여래께서 대답하신 내용이다. 여기부터는 본문으로, 법설과 비유설로 이루어진다. 법설은 삼세의 중생들에게 이익 줌을 밝히고, 통틀어 허망하지 않음을 밝힌다.
○ “여래의 비밀신통력∼환희심을 일으키게 하였느니라.”('금장본 법화삼부경', p.156): 과거의 중생들에게 교화하여 이익을 끼침이다. 보통 사람들은 가까운 과거에 성불하신 부처님만을 부처님으로 생각하여 과거 무량겁의 수명과 미래 불멸의 수명을 지닌 부처님을 보지 못하니 이에 삼세에 입각해 가까운 것을 열어 먼 미래불을 드러내신다. 이러한 이익은 온갖 부처님 또한 마찬가지이다.
'과거 중생을 이익되게 함 가까운 과거만을 고집함
법설 가까운 것을 파하고 먼 진실을 드러냄
현재 중생을 이익되게 함
통틀어 허망하지 않음을 맺음
과거의 중생에 이익 끼침을 밝힌 부분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이 단락은 지금으로부터 가까운 과거에 부처님이 성도하셨다고 집착하는 생각을 드러내 보이고, “그러나 선남자야”이하는 가까운 것을 파하고 먼 진실을 드러냄[破近顯遠]이다. 가까운 과거에 집착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미혹하게 된 법을 나타내 보이고, 미혹한 대중들을 나타내 보이며, 구원에 미혹하는 생각을 나타내 보인 것이다.
“여래의 비밀신통력”이란 여래는 자비로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므로 미묘하고 심오한 신통력으로 진실을 감추고 방편도를 행하여 낮은 수준으로 설하므로 써 도를 이루게 하신다. 비밀(秘密)”이란 일신(一身)이 곧 삼신(三身)임을 비(祕)라 하며, 삼신이 곧 일신임을 밀(密)이라 한다. 또 예전에는 설하지 않으셨음을 비(祕)라 하고, 오직 부처님만이 스스로 알고 계신 일을 밀(密)이라 한다. “신통력[神通之力]” 이란 삼신의 작용 말한 것이다. 신(神)이란 천연(天然)의 움직일 수 없는 진리를 말한 것이니, 곧 법성신(法性身)을 뜻한다. 통(通)이란 막힘이 없는 불가사의한 지혜를 말한 것이니 곧 보신(報身)을 뜻하며, 력(力)이란 일을 맡아 작용함이 자유자재함을 뜻하니 곧 응신(應身)을 말한 것이다.
“자세히 들으라[諦聽]”란 거듭 경계하심[重誡]이다. 부처님께서 진실한 말씀을 설하시려하므로, 대중들에게 마음을 모아 잘 들으라고 당부하시는 것이다.
“가야성에서 멀지 않은 도량”이란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도량(붓다가야Buddhagaya)은 부처님께서 출가 수행한 곳인 가야성(Gayā: 인도 마갈타국 바트나 남쪽 60마일)에서 오 육리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일체 세간의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는”이란 온갖 이 본문의 교설 가운데서는 다시 이승(二乘)에 관하여는 언급하시지 않으시고 다만 보살들만을 상대로 하셨는데, 본문에서 이승(二乘)도 성불할 수 있다는 등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으신 것은 이미 적문에서 개권현실(開權顯實)에 의하여 이승들도 본래 불도에 있는 보살임이 드러났으므로, 여기서는 다만 보살에 대해 설한다는 것이다. 보살은 하늘 사람 아수라의 세 가지 선도(善道)안에 포함되어 있으나, 다른 삼악취(三惡趣)에서는 무거운 죄업과 근기가 둔하고 지혜가 적어 이런 말을 할 줄 모르는 것이다.
법화의 보살에 세 종류의 보살이 있다. 즉 하방보살(下方菩薩)과 타방보살(他方菩薩)과 구주보살(舊住菩薩)의 세 종류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①하방보살은 「종지용출품」에서 사바세계의 아래 허공에서 법화를 펴기 위해 나온 보살이다. 곧 본지(本地) 때인 옛적 본지에서 교화를 펼 때 교화하신 보살인 까닭에 가까운 시간에 집착하는 생각이 없다. ②타방보살은 구주보살로 「견보탑품」에서 시방세계에 있는 석가모니 분신불들이 사바세계로 올 때 온 보살들이다. 「종지용출품」에서 이 보살들이 다시 등장한다. ③구주보살은 오래전부터 이곳에 머물러 있던 보살들이다. 여기서 타방보살과 구주보살에는 또 각기 두 종류의 구분이 있다.
첫째는 법신에서 응화하여 생긴 보살이다. 이는 지나간 세상에서 먼저 무생(無生)을 얻어서 혹 이미 먼저 발적현본(發迹顯本)의 법문을 들었으며, 설사 아직 듣지 못하였다하더라도 과보가 다하면 법성신(法性身)을 받고, 법신의 경지에서 스스로 마땅히 장원(長遠)한 옛 적의 설법을 들을 수 있는 보살들이다. 그런 까닭에 응생보살(應生菩薩)이라 하니, 대부분 가까운 일에 집착하는 생각이 없는 것이다.
둘째 금생에 비로소 무생인(無生忍)을 얻은 자와 아직 얻지 못한 보살로 다 이런 말이 있는 것이다[此謂也]. 이런 말 이란 인 천 아수라처럼 석가모니불이 가야성에서 불도를 이룬 부처님이라고 하는 것. 이 부처님을 진실한 부처님으로 집착함을 가리킨다.
“지금의 석가모니불은∼아뇩다라삼막삼보리를 얻었다고 생각함이라”란 부처님은 삼세에 걸쳐 똑같이 삼신이 있으나, 법화이전의 여러 교설에서는 이를 숨겨두고 전해주시지 않으셨다. 그러므로 일체 세간의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는 ‘이제 부처님이 비로소 보리수에서 이 삼신(三身)을 얻으셨다.’ 라고 말한 것이며, 그런 까닭에 가까운 일에 집착하고 먼 옛일을 의심한 것이 된다.
[경] 그러나 선남자야, 나는 실로 성불해 옴이 한량없고 가없는 백천만억 나유타겁이니라.(여래수량품 제16 p702)
연 선남자 아실성불이래 무량무변백천만억나유타겁
然 善男子 我實成佛已來 無量無邊百千萬億那由他劫
[강의] 둘째 집착을 파하고 미혹을 없앰으로 구원의 본지(本地)를 밝힌 글이다. 이는 곧 윗글에서 여래께서 하신 참된 말씀의 경계가 곧 이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로 나눈다. 첫째, 먼 과거의 일을 드러냄이다. 둘째, “이로부터[自從是來](금장본 p.702중)” 이하로부터는 과거에 중생들에 이익을 준 일이 근기에 적합하였음을 밝힌 글이다. 근기에 맞음이란 과거 성불한 이래로 설법 교화하여 중생들을 인도 하여 이익되게 하였다고 하므로 근기에 맞는다[所宜]는 것이다.
첫째(먼 일을 드러낸 내용)도 다시 둘이 있다. 첫째는 법설로 먼 옛 일을 드러내, 두 번째는 비유를 들어 법설과 비교하여 찬탄하였다. 여기서의 비유는 법설 전체에 대한 비설이 아니라, 법설중 파근현원에 대한 비유를 든 내용이다. 성불한지가 백천만억 나유타겁이라는 내용을 오백진점겁(五百塵點劫)의 비유를 든 것이다.
“백천만억 나유타겁”이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의 아주 오랜 세월. 나유타(Nayuta)란 아주 많은 수를 표시하여. 천억 만억이라고도 한다.
[경] 비유컨대 오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의 삼천대천세계를 가령 어떤 사람이 부수어 가루로 하여 동방 오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의 나라를 지나서 이에 가루 하나를 떨어뜨리되, 이와 같이하여 동쪽으로 가서 이 가루를 다 떨어뜨렸다면, 모든 선남자야, 생각에 어떠하뇨. 이 모든 세계를 생각하여 헤아려서 그 수를 알 수가 있겠느냐.”(여래수량품 제16 p702)
비여오백천만억나유타 아승지삼천대천세계 가사유인 말위미진 과어동방오백
譬如五百千萬億那由他 阿僧祗三千大千世界 假使有人 抹爲微塵 過於東方五百
천만억나유타아승지국 내하일진 여시동행 진시미진 제선남자 어의운하 시제
千萬億那由他阿僧祗國 乃下一塵 如是東行 盡是微塵 諸善男子 於意云何 是諸
세계 가득사유교계 지기수부
世界 可得思惟校計 知其數不
[강의] 여래의 성불이 구원겁에 이루어졌음을 비유한 것이다. 비유에는 셋이 있다. 첫째 비유를 들어 물으시는 내용이고, 둘째 대답하는 내용이며, 셋째 비유의 뜻을 합하여 여래수명이 장원함을 밝힌다.
“어떤 사람이[假使有人]”이란 ‘가령 어떤 사람이 있어서’, 혹은 ‘설사 어떤 사람이 있어서’의 뜻이다.
“부수어 가루로 하여[抹爲微塵]”란 가루를 내어 티끌로 만듦. 미진은 아주 작은 크기. 극미(極微)라고도 한다.
“헤아림[校計]”이란 헤아려 그 수를 계산 할 수 있는 것.
[경] 미륵보살 등이 함께 부처님께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그 모든 세계는 한량없고 가없어
산수로 알 바가 아니며, 또한 마음의 힘으로 미칠 바가 아니옵니다.
일체 성문, 벽지불이 누(漏)가 없는 지혜로 생각하여도 그 한도의 수는 능히 알지 못하오리다.
우리들이 아유월치지(阿惟越致地)에 머무름이나 이 일에는 아직 달하지 못하는 바입니다. 세존이시여, 이 같은 모든 세계는 한량이 없고 가없나이다.”(여래수량품 제16 p702~704)
미륵보살등 구백불언 세존 시제세계 무량무변 비산수 소지 역비심력 소급
彌勒菩薩等 俱白佛言 世尊 是諸世界 無量無邊 非算數 所知 亦非心力 所及
일체성문 벽지불 이무루지 불능사유 지기한수 아등 주아유월치지 어시사중
一切聲聞 辟支佛 以無漏智 不能思惟 知其限數 我等 住阿惟越致地 於是事中
역소부달 세존 여시제세계 무량무변
亦所不達 世尊 如是諸世界 無量無邊
[강의] 둘째, 여래의 물음에 대한 답이다. 성문 연각 보살이 모두 헤아리기 어렵다고 대답하였다.
“성문(聲聞)”이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자기만의 깨달음에 치중하는 성자.
“벽지불(辟支佛)”이란 산림 속에서 홀로 수행하여 깨닫는 성자.
“누가 없는 지혜”란 무루의 지혜. 번뇌에 의해 더럽혀 짐이 없는 지혜를 말한다.
“한도[限數]”란 마지막의 수. 그 수량의 한계.
“아유월치지”란 불퇴전(不退轉)의 자리. 깊은 진리에 나아가는 데 물러남이 없는 자리. 아비발치지(阿毘跋致地)라고도 한다.
“달하지 못함”이란 통달할 수 없음. 아무리 이승(二乘 : 성문 벽지불) 무루지 불퇴전지에 있는 이라 할지라도 티끌(微塵)의 예에서 밝힌 이와 같은 수의 한계를 알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경] 그 때, 부처님께서 큰 보살 대중에게 이르시되,
“모든 선남자야, 지금 분명히 너희에게 널리 말하리라.
이 모든 세계에 혹은 작은 가루가 떨어진 곳이나 아니 떨어진 곳을 다 가루로 해서 한 가루를 일겁이라 하여도 내가 성불해 옴은 다시 이보다 지남이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겁이니라.”(여래수량품 제16 p704)
이시불고대보살중 제선남자 금당분명 선어여등 시제세계 약착미진 급불착자
爾時佛告大菩薩衆 諸善男子 今當分明 宣語汝等 是諸世界 若著微塵 及不著者
진위위진 일진 일겁 아성불이래 부과어차 백천만억나유타아승지겁
盡以爲塵 一塵 一劫 我成佛已來 復過於此 百千萬億那由他阿僧祗劫
[강의] 셋째, 비유의 뜻을 합하여 밝힌 내용이다.
“널리 말하리라[(宣語)]”란 선언함. 예전에는 비밀로 감히 털어 놓지 않았었는데 이제 드러내 분명히 말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성불해 온[我成佛已來]”이란 석가불께서 성불하신 지가 계산할 수조차 없었던 티끌의 예보다 다시 헤아릴 수 없는 수효(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겁) 만큼이나 더 오래 되었다는 것이다.
주 : 1) 발적현본 : 가까이 성도하신 석존이 수적신(垂迹身)이었음을 밝혀서 이 부처님은 옛날 구원(久遠)에 성불하신 부처님임을 드러냄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