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 이로부터 나는 항상 이 사바세계에 있어 법을 설하여 교화하며,
또 다른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의 나라에서도 중생을 인도하여 이익케 하노라.(여래수량품 제16 p704)
자종시래 아 상재차사바세계 설법교화 역어여처백천만억나유타아승지국 도리중생
自從是來 我 常在此娑婆世界 說法敎化 亦於餘處百千萬億那由他阿僧祗國 導利衆生

 [강의] 중생을 이익되게 함이 적절했음을 말한다. 여기에는 셋이 있다. 중생에 이익되게 하신 장소를 말하고, 둘째 수적의 일에 의혹을 씻어 줌이요, 셋째 “모든 선남자야, 만일 어떤 중생이 나의 처소에 이르면”이하는 바로 중생에 이익됨이 적절했음을 밝힌 내용이다.
 이 구절은 이익되게 하신 장소이다. 성불하신지 그 오랫동안 이 사바국토와 다른 국토에서 교화하셨음을 밝히셨다. 
 “이로부터[自從是來]”란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自)와 종(從)은 ‘⋯로부터’의 뜻. 
 “또 다른 곳[餘處]”란 사바세계뿐만 아니라 다른 국토에서도 설법 교화했다는 것. 부처님의 광대한 자비로 일체중생을 이롭게 한 것을 밝힌 것이다.
   
 [경] 모든 선남자야, 이 중간에서 내가 연등부처님 등을 설하였으며 또 다시 그를 열반에 들었다고 말하였으나 이는 다 방편으로써 분별함이니라.(여래수량품 제16 p704)
제선남자 어시중간 아 설연등불등 우부언기입어열반 여시 개이방편 분별
諸善男子 於是中間 我 說燃燈佛等 又復言其入於涅槃 如是 皆以方便 分別

 [강의] 수적의 일에 의혹을 씻어줌이니. 자취를 보이신 것에 대해 의혹 있었던 일을 해소했다. 부처님께서 이미 오래전에 성불하셨고 그 중간에 연등불로부터 수기 받으신 일에 의혹을 가진 것을 제거했다. 연등불은 당시에 연이 성숙했기에 부처님의 형상을 나타내 중생들을 교화하시고 부처님께서는 연이 성숙하지 않았으므로 보살이 되어 기(記)를 받으신 것뿐이다. 인(因)을 의심하고 과(果)를 의심하게 된 것이니, 예전의 교설에서 설해진 곳곳의 수행인[行因]은 인의 의심이며 또한 곳곳에서 수기 얻음은 곧 과의 의심이라 할 수 있는데 이제 이 의문을 털어 없앤 것이다.
 “연등부처님 등을 설함”이란 방편의 대승에서는 삼아승지겁(三阿僧祇劫)을 수행해야 성불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선혜보살(善慧菩薩)이 연등불을 만나, ‘오는 세상에 석가모니불이 될 것입니다’라는 수기를 받았다고 한 일. 「서품」에서도 일월등명불의 제 팔왕자 연등불이셨다. 연등불(然燈佛)은 석가여래가 인지(因地) 제2아승지겁에 만난 부처님으로 다음 생에 불도를 이루리라고 수기를 주신 부처님. 경설마다 차이가 있어 『서응경(瑞應經)』에는 정광불(淨光佛) 때 석가보살이름이 유동(儒童)이었고, 2경연(莖蓮)화와 오경연꽃을 바쳤으며, 진흙땅을 지나시매 머리를 깔아 부처님이 지나가시게 한 뒤 수기하시되 현겁(賢劫)에 석가문여래(釋迦文如來)가 되리라 수기하셨다 한다. 이외에도 『대지도론』에는 연등태자가 성불하여 연등불(然燈佛)이 되었다고 한다.

[경] 모든 선남자야, 만일 어떤 중생이 나의 처소에 오면, 나는 부처님의 눈으로써 그의 신심과 모든 근기의 날카롭고 둔함을 관해서 응하여 제도할 바를 따라(여래수량품 제16 p706)
제선남자 약유중생 내지아소 아이불안 관기신등제근이둔 수소응도
諸善男子 若有衆生 來至我所 我以佛眼 觀其信等諸根利鈍 隨所應度

 [강의] 셋째, 중생을 교화하여 이익됨이 적절했음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감응을 밝히고, 다음에는 부처님의 이끄심을 중생이 받음이다. 인연에 따른 작용을 밝힌 것이다.
 “나의 처소에 오면”이란 과거세의 중생중 점교 돈교 두 부류의 사람들이 법신을 묻는 일이다. 다만 근기들이 형체나 음성으로 직접 나타내어 물은 것이 아니라, 근기가 그런 징후를 나타내어 부처님이 아시는 것이다.
 “부처님의 눈으로써[佛眼]"란 곧 부처님의 눈으로써 중생을 본다는 것이다. 옛날에 이미 성불하신 몸이므로 불안으로 살펴보시면 어긋남이 없으니 장차 수승하고 열등함에 따라 이익을 입히고자 하시는 것이다. 중생의 근기에 맞게 장차 열등하고 뛰어난 두 응신 곧 승응신과 열응신을 일으켜 그 근기들을 이익되게 하신 것이다. 선한 근기[善機]에는 무릇 두 가지 힘이 있으니, 첫째는 사람과 하늘세계에서의 화보(華報)를 감득 하는 것이며, 업인(業因)에 의하여 정식 과보(果報) 곧 실보(實報)를 받음에 대하여, 임시적인 과보로서 가과(假果)를 말한다. 화(華)는 비유의 뜻이니, 과실을 얻기 위해 나무를 심으면 과실 전에 부수적으로 꽃을 얻듯이 직접 결과를 얻는 과보에 부수하여 얻는 보를 말한다. 불살생(不殺生)의 업인으로 멀리 열반(涅槃)의 과보를 얻음에 대하여, 이전에 장수(長壽)를 얻음은 화보가 된다. 중생부터 부처에 이르는 길에는 단계적으로 보아 오안(五眼: 육안 천안 혜안 법안 불안)이 있다. 중생들의 안목은 육안(肉眼)으로 부모로부터 받은 중생의 몸으로 지각하는 안목이니 탐 진 치를 야기하는 안근의 안목이다. 다음은 천안으로 천인의 안목이다. 천안에서는 선근공덕을 쌓는 안목을 말한다. 다음으로는 혜안은 이승들이 얻는 안목으로 지헤로 일체를 비추어 보는 안목이다. 혜안이라야 생사를 건널 수 있다. 다음으로는 법안으로 보살들의 안목이다. 일체존재들의 실상을 알아서 이해하고 법을 베푸는 안목이다. 불안에서는 부처의 안목이니 부처의 눈으로 일체 법계의 존재들의 실상을 알아서 응화하시는 것이다. 불안으로 얻으면 불도의 과보를 감득한다. 만약 법안(法眼)이라면 만선(萬善) 그 경중(輕重)에 연해서 각기 화보 얻음을 관해 알지만, 구경에서 끝내 일체종지(一切種智)의 과보 얻음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만약 불안(佛眼)이라면 만선을 원만히 비추어 종말을 알게 된다. 이 경은 오로지 불안으로 중생의 온갖 선공덕이 궁극에 달하면 부처가 됨을 관하여 아심을 밝히니 이것이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신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으로 세상에 나오신 바른 뜻이다.
 “신심과 모든 근기[信等諸根]”란 오근(五根)을 말한다. 오근이란 올바른 깨달음에 나가게 하는 다섯 가지 선근. 신근(信根)은 삼보(三寶)와 사제법(四諦法)을 믿음, 정진근(精進根)은 용맹하게 선법을 닦음, 념근(念根)은 정법을 기억하는 것. 정근(定根)은 마음을 한 경지에 모아 흩어지지 않음. 혜근(慧根)은 진리를 생각하는 것. 여기서 혜근(慧根)은 곧 요인불성(了因佛性)이며 나머지 근은 모두 연인불성(緣因佛性)이다. 이 두 선근에는 각기 뛰어나고 둔한 구별이 있으나, 통괄적으로 돈교 점교의 기연(機緣)을 포함하고 있다. 
 돈기(頓機)의 뛰어나고 둔함은 곧 원교와 별교의 근기이며, 점기(漸機)의 뛰어나고 둔함은 삼장교와 통교의 기연(機緣)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 소승의 근기를 둔하다고 이름하고, 대승의 근기를 뛰어나다고 이름 한다. 또 소승의 근기를 뛰어나다고 이름하고, 인승 천승의 근기를 둔하다고 이름 한다.
 (여래는) 십법계의 중생들이 갖고 있는 선근의 뛰어나고 둔함을 기연으로 삼으시되, 악법(惡法)은 사용하지 않으시니, 악법은 연연불성이나 요인불성이 아닌 것이다. 여래께서 십법계의 선한 근기를 다 비추어 보시고 그 마땅함에 따라 제도하시니 형체와 음성으로 나타나셔서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시는 것이다.

 [경] 곳곳에서 스스로 설하되, 이름이 같지 아니하며 연기(年紀) 가 크고 작음이라. 또 다시 나타나서 열반에 든다 말하며,(여래수량품 제16 p706)
처처자설 명자부동 연기대소 역부현언당입열반
處處自說 名字不同 年紀大小 亦復現言當入涅槃

 [강의] 중생에 응하여 교화하신 것[應化]이 적절했음을 밝혔다. 여기에도 둘이 있다. 먼저 형체를 드러내 이익을 끼친 일과 음성으로 법을 설해 이익을 준 일을 밝히고, 다음은 이익을 얻은 사람들이 기뻐한 일을 밝혔다. 먼저 형상의 이익을 밝힌 내용도 다시 둘이 있다. 먼저 생(生)이 아니면서 생을 나타낸 것을 밝혔고[非生現生], 다음에 멸이 아니면서 멸을 나타낸 것을[非滅現滅] 밝혔다. 이 단락은 형체를 드러내 이익을 준 일이다.
 “스스로 설하되 이름이 같지 아니하며”란 형상이 이미 나타나게 되면 여러 부처님의 이름이 있게 되며 그 이름으로 인하여 형상을 부르게 된다. 독 비로자나불 석가모니불이라는 이름이 있게 되고 그 이름으로 인하여 법신불 응신불의 이름으로 부르게 된다는 것이다. 근기에 우열이 있기에 그에 따라서 형상에는 뛰어나고 뒤진[勝負] 차이가 있게 된다. 뛰어남은 곧 승응신(勝應身)이고, 뒤진 것은 곧 열응신(劣應身)이다. 이와 같이 형상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름이 곧 같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연기”는 연령. 응신(應身)의 사시는 나이에 크고 작은 차이가 있다는 것. 가섭불 때 2만년, 미륵불 때 8만년 등을 말한다.
 “연기가 크고 작음[年紀大小]”이란 부처의 수명도 크고 작다는 것은 열응신과 승응신의 수명을 나타냄에 있어 유량(有量)과 무량(無量)이 있음이다. “곳곳에서[處處]” 라고 한 것은 종으로 논하면 과거의 곳곳에서 인을 닦은(行因) 국토를 말한 것이며, 횡적으로 논하면 곧 시방의 국토를 말한 것이다.
 또 “이름이 같지 아니하며[名字不同]”란 또한 종으로 처소에 입각해 말할 때에는 생신 법 법신의 이름이 같지 않음이다. 지금의 응신에서 과거의 연등불(然燈佛)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또 이 “이름이 같지 아니하다.”는 것을 횡적으로 그 국토와 입각해 논한다면 여기에도 역시 생신 법신의 이름이 있으니, 지금의 분신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열반에 든다 말하며”란 멸도로써 제도할 수 있는 중생에게는 멸도를 보이신다는 것이다. 멸도를 보이어 그들로 하여금 부처님을 사모하게 해서 해탈을 얻도록 하시는 것이다.
 
주:  1) 불안 : 오안의 하나. 여기서는 본지(本地) 때에 얻은 부처님 눈(능력).
        2) 요인불성 : 삼인불성의 하나 진여의 이치를 비추어 아는 지혜. 반야(般若)의 과덕에 의지하므로 혜근이 여기에 속한다고 하였다.
       3) 연인불성 : 연이 인을 도와서 정인(正因: 진여)의 일체 선근 공덕을 개발함을 가리킨다.   해탈(解脫)의 덕에 의지한다. 오근 중에 혜근을 제외한 신근 정진근 염근 정근이 여기에 속한다.
      4) 기연 : 기는 근기, 연은 인연. 중생의 선기(善機)가 교법을 받을 연(緣)이 갖추어진 것을 가리킨다.
      5) 돈기 : 돈교의 근기. 돈교를 받아들여 깨달을 수 있는 자.
      6) 점기 : 점교의 근기를 지닌 자. 점차 교법의 단계를 밟아 깨달음에 들어가는 근기를 지닌 자. 
     7) 부처님을 감득하는 근기에 입각하여 이인(二因)을 논하여 악(惡)을 간별해 낸 것. 중생의 선근(善根)에 뛰어나고 둔한 차이가 있을 뿐이니, 부처님은 중생을 교화함에 있어 선한 성품을 연기하여 깨달음의 지혜를 얻게 하실 뿐 악한 본성을 상대하시지 않음이다. '관음현의'에서 성구악(性具惡)의 연인불성 요인불성을 주장하고 있음에 대하여, 여기에서 성악설을 믿지 않고 있어 '관음현의'가 천태대사 위작(僞作)이라는 설을 주장하는 근거로 삼기도 한다.
    8) 형체와 소리의 이익[形聲益]은 다시 둘로 나누어서, 먼저 형체에 의한 이익을 밝히고 뒤에 소리에 의한 이익을 밝혔다[“또는 가지가지의 방편으로(又以種種)”이하].
    9) 생이 아니면서 생을 나타냄 : 여래의 본체는 법신으로 형체로 나타남이 없으나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수명을 가지고 태어나신다는 것. 경문은 “곳곳에서 스스로 설하되∼연기가 크고 작음이라”의 내용을 가리킨다.
    10) 멸이 아니면서 멸을 나타냄 : 부처님은 본래 멸도가 없으시나 중생을 위하여 멸도를 나타낸다는 것(그 까닭   은 뒤에서 밝힘). 경문의 “또 다시 나타나서 열반에 든다 말하며”의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