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승불교의 성립과 용수 공사상의 성립
 
1. 대승불교의 성립
 『도행반야경(道行般若經)』(지루가참 번역 10권)에 의해 추정한다. 반야경에서 가장 연원이 오래된 『도행반야경』10권은 이중에 도행품(道行品) 난행품(難問品)의 순서로 성립되어 오랜 세월에 걸쳐 경이 이루어졌다. 중국에는 서기 170년 전해졌으므로(「도행경」 172년 역, 「도행반야경」 179년 역), 대월지국에는 150여년에 존재했고, 이와 같은 추정으로 도행품 등은 서기 1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에는 대승을 마하연(mahāyāna)이라는 말로 음역하여 나타내고 있어서 이때부터 대승불교가 시작된 것으로 본다.

2. 원시 대승경전의 성립
 1) 『아촉불국경(阿閦佛國經)』과 원시 반야경 : 『도행반야경』 6, 8, 9권에서 아촉불(阿閦佛)에 관해 언급하고 있어서, 반야경에 앞서 아촉불신앙이 있어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내용은 아촉불께서 아비라제국(阿比羅提國, 妙喜國)의 대목건연 밑에서 육바라밀을 수행하고 후에 그 불국토를 계승했다는 설화의 원형이다. 항가제바라는 여인이 내세에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가 되어 아촉불의 정토에 왕생하는 것을 설하고 있다. 이것은 『도행반야경』 성립 당시 이미 『아촉불국경』 등의 아촉불에 관한 경전이 성립되어 있었음을 나타내주는 것이다. 원시 대승경전중에서 『육바라밀경(六波羅蜜經)』, 『도지대경(道智大經)』, 『삼품경(三品經)』, 『보살장경(菩薩藏經)』 등은 현전하지 않는다.
 2) 『대아미타경(大阿彌陀經)』과 『반주삼매경(般舟三昧經)』 : 다음으로 오래된 경전군으로 아미타신앙을 담고 있는 경전들이 있다. 『반주삼매경』 1권본과 3권본(지루가참 번역. 1권본 보다 더 오래됨. 서방 정토의 장엄 등에 관해서는 없지만 아미타불을 전념하여 삼매에 듦으로써 서방세계의 미타불을 볼 수 있게 되는 법을 밝히고 있다) 아미타불 신앙도 반주삼매경이 성립되기 이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미타불이 『도행반야경』에는 보이지 않으므로 반야경과 다른 계통의 보살 대승교단에서 이루어진 신앙이다. 아미타불 신앙에는 항상 염불과 관불이 따라 다님. 관불(觀佛)의 수단으로 불상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반주삼매경은 아미타불 신앙보급을 위한 수단으로 봄. 불상 조상을 설하므로 1세기 말 이후 성립된 것으로 본다.
 3) 『도사경(兜沙經)』과 화엄사상 : 『도사경』은 지루가참이 번역한 화엄계통의 경전이다. 여기에는 16불찰(佛刹)과 그의 교주 10부처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돈진다라경(伅眞多羅經)』에서는 보살 10지를 설하고, 육바라밀에 방편을 더하여 7바라밀을 설하고 있다.
 4) 『아사세왕경(阿闍世王經)』의 보살 : 내용은 문수보살이 25보살과 함께 산에 머무르며 수행하고 있는 것을 기술하고 있다. 문수는 이미 오랜 과거세에 불도를 성취한 보살이고 석가도 일찍이 문수에 의해 불도에 이끌려 보리심을 냈으므로 문수는 보살의 부모(대정15, p.394중)라고 한다. 아버지를 죽인 아사세가 문수의 가르침으로 공을 깨닫고 아버지를 죽인 공포에서 벗어남. 보살이 수행을 완성하고도 성불하지 않고 이 땅에 머물러 있다는 사상도 서기 1세기경에 이미 성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4) 대승불교의 기원 : 이상의 내용으로 볼 때 서기 1년경에는 대승불교의 여러 가지 계통이 병행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고 그것들의 교리가 상당히 진전되어 있었다. 또 『보살장경』 『삼품경』 『도지대경』 『육바라밀경』 등으로 미루어 대승불교의 기원은 서기 전후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3. 대승경전의 전개

 『반야경』 성립이후 그 교리적 영향은 극히 커지고 모든 경전이 그 공사상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동시에 제불의 신앙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그 가운데서 아미타불의 신앙이 보편화되어 정토교의 대표로 된다. 그러한 중에 새롭게 『화엄경』『법화경』 그룹이 발전하고 또한 법화경 신앙의 운동이 급속히 확대 된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교리의 조직 체계화가 수반되면서 부파불교와 결합이 이루어져 대승경전이 이루어진다.  
 중기 이후는 여래장계통의 경전과 유식계통의 경전이 출현한다. 여래장계열의 경전으로 『대방등여래장경(大方等如來藏經)』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대운경(大雲經)』 『금광명경(金光明經)』(진제역) 『승만경(勝鬘經)』 『앙굴마라경(央堀摩羅經)』을 들 수 있다. 이들 여래장계 경전은 『법화경』의 영향 하에 일승사상을 강조한다. 특히 『대법고경(大法鼓經)』
 『살차니건자경(薩遮尼乾子經)』은 법화경의 직계로 간주 된다. 한편 유식계통으로는 『해심밀경(解深密經)』(보리유지 역)은 4세기 말까지 성립한다. 이들과 『유가사지론』 『대승장엄경론』과의 관계는 불분명하다. 『대승아비달마경(大乘阿毘達磨經)』. 『무상의경(無上依經)』은 『보성론』과 닮아 있으며, 이어서 『능엄경』 등이 나타난다.
 후기 경전으로는 『연화면경(蓮華面經)』 나연제야사역(那連提耶舍譯). 『대집경』의 일장분(日藏分). 『지장십륜경(地藏十輪經)』은 여래장 사상 하에 생겨남. 650년 전후 『대일경(大日經)』이 성립하고, 이어 『금강정경(金剛頂經)』에 의해 교리를 확립하였다.  

  1) 반야경의 성립
 반야경 계열은 먼저 팔천송반야(32음절을 1송으로) 곧 『소품반야경』에서 2만 오천송반야 곧 『대품반야경』, 그리고 『십만송반야』로 증광 되었다. 이와 같이 소품반야로 시작하는 대경군이 먼저 성립되고 이어, 금강반야와 문수반야와 같은 개별적인 경들이 그 후에 성립된 것으로 본다.
 반야경의 번역은 『마하바라밀경(摩訶般若波羅蜜經)』 27권 구마라집 408년역(대품반야), 408년 역 동경 10권(소품반야), 반야사상을 요약한 『마하바라밀대명주경(摩訶般若波羅蜜大明呪經)』(현장 역은 「반야바라밀다심경」)과 『금강반야바라밀경』은 구마라집 역본이다. 이후 반야부 총16회 600권으로 집대성하여 번역한 것이 『대반야바라밀다경(大般若波羅蜜多經)』(혹은 「반야경」) 현장(玄奘)역(7세기 중엽)이다. 이중에서 『대품반야』『소품반야』
 『반야심경』 『금강반야바라밀경』의 4경이 가장 애독 연구되었다.
 8천송에서 이만오천송은 초기 대승에 속함. 이만오천송은 『팔천송』의 「초품」을 26품(「대품반야」)으로 부연 확대하고 「촉루품」 뒤에 20품 정도를 추가했던 점이 특징이다. 초품 확대된 내용은 ‘보살대사’를 논하고, ‘대승’을 논하며, ‘십지’에 대하여 언급하고, ‘십팔공’을 언급하고 다양한 삼매의 명칭을 열거하고 다라니문을 나열하고, 그리고 일체의 법을 공으로써 부정한다. 그리고 후오백세를 언급하고 있다.
 
  2) 반야경의 교리
 ① 위대한 갑옷으로 몸을 굳건히 하고 있는 大士 : 有情의 대집단 유정의 대군집의 상수라는 의미에서 보살을 대사라고 한다. 보살은 수승한 지혜를 가지고 일체법에 조금도 흔들림이 없으며 성불할 수 있는 이들 중에서 상수가 된다.
 “보살은 자성공법(自性空法) 중에 마땅히 집착하지 않아 경동(傾動)하지 않기 때문에, 또한 보살은 일체법의 불이상(不二相)을 알아 경동하지 않기 때문에 보살이라 한다.”(대품반야 권4)
 ② 십선도(불살생 불투도 불사음 불망어 불양설 불악구 불기어 불탐욕 부진에 불사견, 재가중시로 불음주 대신 구계口戒가 중시됨)와 육바라밀을 중시한다.
 팔천송에는 육재일 십선도 사선 사무량심 사무색정 육신통 삼십칠보리분법(四念處 四正勤 四神足 五根 五力 七覺支 八正道) : 전통적인 계행이 언급되는데 이들은 모두 지혜의 완성에서 생기며 지혜의 완성으로 세상에 유포된다. 육바라밀 각 덕목은 6가지 모두 동등한 가치를 가지지만, 지혜의 완성에 근거하여 인도되며 지혜의 완성으로 지향한다.
 ③ 불모(佛母)로서 반야바라밀을 중시(불탑신앙에서 경권신앙으로) : 자리이타의 보살수행은 육바라밀을 실천하는데 그 중에서 반야바라밀이 主가 된다. 반야바라밀은 부처의 본질이며 마치 어머니와 같이 과거 현재 미래의 부처를 낳는 것이며 반야바라밀이야말로 수투파나 사리보다 더욱 존중된다. 여래는 완전한 신체를 얻고 있기 때문에 여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일체지를 얻고 있기 때문에 여래라 불리는 것이다. 이 여래의 일체지는 반야바라밀의 소산이다.  
 “제가 부처님의 사리를 공경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리가 반야바라밀에서 생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반야바라밀이 아니었다면 어찌 우리가 사리를 공양하겠습니까.”
 ④ 불타관(法身) : 부처의 물리적인 신체에 비하면 반야바라밀은 부처의 정신적 본질이고 동시에 공성의 절대적 진리이기도 하다. 여래는 색신으로서 보여서는 안 되고 여래는 법신이다. 모든 것은 알려지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은 공하기 때문이다. 반야바라밀이 가리키는 śūnya는 특징이 없는 것(無相), 원할 것이 없는 것(無願) 열반, 깨달음의 세계(法界), 진여와 동일시된다.
 ⑤ 실재의 부정 : 무집착, 회향사상이 들어 있다.
  3) 반야바라밀 수행계위 : 보살로서 육바라밀을 자리이타행은 아뇩다라삼막삼보리를 얻어 성불하는데 목적이 있다. 바라밀행을 하면 건혜지(乾慧地) 성지(性地) 팔인지(八人地) 견지(9見地) 박지(薄地) 이욕지(離欲地) 이작지(已作地) 벽지불지(辟支佛地) 보살지(菩薩地, 9지)를 거쳐 불지(佛地 제10지)에 오른다.
  4) 반야경의 공관(空觀) : 지혜가 있다면 공의 이치를 알고 공의 이치를 알면 곧 지혜를 앎이니 공과 반야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원시불교는 아공(我空) 법공(法空), '대비바사론'에는 십공설(十空說), 능가경(楞伽經)에는 7공(空), 대반야경(제44권)에는 20공설, 대품반야(제3권)에는 18공설, 대지도론 18공을 설하고 있다.
 십팔공은 내공(우리의 주관인 육근은 인연으로 생긴 것이기에 자성이 없으므로 공하다), 외공(인식 대상이 되는 육경도 인연으로 생멸하니 공하다. 내외공, 공공, 대공(大空), 제일의공(열반의 모든 미망 집착을 여윔. 불생불멸), 유위공, 무위공, 필경공, 무시공(無始空), 산공(散空, 유위법이 다하면 흩어짐), 성공(性空, 법성이 공함), 자성공(自相空, 자상의 개별상), 제법공(諸法空), 불가득공(不可得空), 무법공(無法空), 유법공, 무법유법공.  
 5) 명주공덕(明呪功德)을 강조하고, 경전의 수지(受持) 독송(讀誦) 서사(書寫) 해설(解說)을 설한다. “이는 대신주요 대명주요 무상주 무등등주이니 능히 일체의 고통을 제거하여 허망하지 아니하니라.(是大明呪 是無上呪 是無等等呪 能除一切苦 眞實不虛”-반야심경-)

4. 대승불교의 공사상 성립과 전개

 공사상은 반야경을 중심으로 한 대승불교에 이르러서 불교사상의 근본적인 개념으로 등장한다. 이 공의 의미를 본격적으로 논하여 사상적인 관점에서 크게 발휘한 사람들을 공론자(空論者)라 부르는데 이들이 주장하는 공론(空論)은 후에 용수에 의해 체계화되어 이후 중관파(中觀派)를 형성한다. 이러한 공사상을 전개한 사람들을 자칭 공성론자(空性論者)라 하였다.
 반야경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는 공사상은 후에 용수에 이르러 철학적 체계를 가지고 대승불교 철학을 발생시키는 계기가 된다. 용수는 공의 개념이 불타가 깨달은 연기법의 이치를 재해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용수는 부파불교 중의 하나인 설일체유부에서 주장한 법에 대한 견해를 비판하여 공은 곧 무자성(無自性) 무집착 공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처럼 용수에 의해 명확하게 체계화되는 공사상에 대한 논리는 불타의 근본교설을 전하는 초기불전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용수는 불타의 근본사상을 나타내는 것이 다름 아닌 연기설이며, 이 연기설을 바탕으로 당시까지 논구되던 희론을 타파하고 공을 이론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의 이론적 전개와 관련하여 불타는 당시 중요한 논쟁의 주제였던 아트만(atman, 自我)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불타는 세간이 공한 것은 아트만이 없는 까닭이며, 그 아트만은 안, 이, 비, 설, 신, 의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六根]이 어디에도 없음을 설하고 있다.
 한편 대승의 공의 의미는 초기불전에서는 무아(無我)설과 밀접히 관련 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대승경전 가운데 가장 먼저 성립된 것이 반야경임을 살펴보았는데 이 반야경은 후에 '대반야바라밀다경' 600권으로 집대성된다. 이러한 반야경에 공통되는 중심사상이 공관(空觀)으로 공관이란 일체 존재하는 사물들은 그 본성이 공하며, 또한 고정적인 실체가 없다고 관하는 것을 말한다. 이 반야경의 공관은 대승불교 기본적인 교설이 되고 아울러 대승불교도의 실천적 기반을 이루게 된다. 반야경에 나타나는 관의 사상적 배경을 살펴보면, 대승불교 이전의 부파불교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부파불교 가운데 설일체유부의 일체법이 존재한다는 실유(實有)의 주장은 반야경의 공사상과 대승불교의 중관철학이 발생하는 사상적 배경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