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둘째로 *벽지불(辟支佛)의 위계를 밝히건대, 이곳 중국어로는 연각(緣覺)이라 번역하니, 이 사람은 과거세에서 쌓은 복덕이 두터우며 *신근(神根)이 뛰어난지라, *능히 집제(集諦)를 관하여 초문(初門)으로 삼는다. *대지도론에서는 독각(獨覺)․인연각(因緣覺)이라 일컫기도 했는데, 부처님 안 계시는 세상에 나면 *저절로 도를 깨달으니 이는 곧 독각이며, 부처님 계시는 세상에 나면 십이인연의 법을 듣고 이를 받아 도를 얻으므로 *인연각이라 이르는 것이다.
 독각이 부처님 계시지 않는 세상에 나는 것에는 소(小)가 있고 대(大)가 있다. 만약 *본래 학인(學人)의 자리에 있다가 이제 부처님 멸도하신 후에 나서, *칠생(七生)은 이미 찾으나 팔생(八生)은 받지 않은 몸으로 자연히 성도(成道)하는 경우라면, 이름 해 부처님이라 할 것은 아니며 아라한이라 할 것도 아니니, 이를 일러 *소벽지가라(小辟支迦羅)라 한다. 그리고 이런 소벽지가라는 *그 도력(道力)을 논하건대 사리불(舍利弗) 따위 대아라한에 못 미친다. 둘째는 대벽지가라(大辟支迦羅)다. 이 사람은 *二백억겁 동안이나 공덕을 쌓은지라 몸에 *삼십이상(三十二相)의 몫을 얻으니, 혹은 三一상이거나 三0상이거나 二九상이거나, 내지는 一상이거나 한 경우도 있다. 복력(福力)이 증대해 지혜가 뛰어나니, *총상(總相)과 별상(別相)에 능히 알고 능히 들어가며, 오래 선정을 *수집(修集)하여 항상 혼자 있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대벽지가라라고 이른다. *만약 인연에 나아가 소대(小大)를 논한대도, 응당 이같이 분별해야 할 것이다. 이 사람은 근기가 뛰어나므로 *과(果)를 제지할 수 없으니, 능히 *정사(正使)를 끊고, 또 *습기(習氣)의 얼마쯤도 제거한다. 비유컨대 몸이 건장하면 바로 *목적지에 이르러 중간에서 쉬지 않음과 같으니, 그러므로 그 과를 제지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으로 중초(中草)의 위계라 이르는 부분에 대한 설명을 마친다.

二明辟支佛位者. 此翻緣覺. 此人宿世福厚, 神根猛利, 能觀集諦, 以爲初門. 大論稱獨覺, 因緣覺. 若出無佛世, 自然悟道, 此卽獨覺. 若出佛世, 聞十二因緣法, 稟此得道, 故名因緣覺. 獨覺生無佛世, 有小有大. 若本在覺人, 今生佛後, 七生旣滿, 不受八生, 自然成道, 不名爲佛, 亦非羅漢, 名小辟支迦羅. 論其道力, 不及舍利佛等大羅漢. 二者大辟支迦羅. 二百劫中作功德. 身得三十二相分, 或三十一, 三十, 二十九, 乃至一相. 福力增長智慧利. 總相別相, 能知能入. 久修集定, 常樂獨處. 故名大辟支迦羅也. 若就因緣論小大者, 亦應如是分別. 此人根利, 不須制果. 能斷正使, 又加侵習. 譬如身壯, 直到所在, 不中止息, 故不制果. 是名中草位竟.

12986벽지불. 1975의 주.
12987신근. 정신. 정신은 몸의 근본이므로 이리 말한다. 또 정신과 능력의 뜻으로도 쓰인다.
12988능히 집제를 관하여 초문으로 삼음. 원문은 ‘能觀集諦, 以爲初門’. 성문이 고제(苦諦)를 초문으로 삼는 데 비해, 연각은 집제를 초문으로 삼는다는 것. 집제는 결국 번뇌이므로, 이는 십이인연과 같은 것이 된다. 초문은 맨 처음에 닦아야 하는 법문. 최초에 통과해야 하는 문.
12989대지도론. 원문은 ‘大論’. 그 一八을 가리킨다.
12990저절로 도를 깨달음. 원문은 ‘自然悟道’. 남의 가르침에 의지함이 없이, 무루지를 일으켜 저절로 깨닫는 것.
12991인연각. 부처님으로부터 십이인연의 법을 듣고 깨닫는 성지라 하나, 벽지불의 번역인 점에서 연각․인연각․독각은 같은 말이다.
12992본래 학인의 자리에 있음. 원문은 ‘本在學人’. 과거세에 이미 학인이던 사람. 학인은 수행자를 이르나, 이것은 유학인(有學人)이니 삼과사향(三果四向)의 성자. 12030의 ‘學人’의 주 참조.
12993칠생은 이미 찼으나 팔생은 받지 않은 몸. 원문은 ‘七生旣滿, 不受八生’. 수다원과를 얻은 성자는 인간계와 천계에 각각 일곱 번 태어나는 것으로 아라한이 되어, 결코 여덟 번의 생존은 받지 않는다. 이제 이것을 연각에도 적용한 것이다.
12994소벽지가라. 벽지불(독각)을 대소로 나눈 것. 벽지가라는 ‘벽지’의 원어 pratyek의 음사여서 벽지불을 이르는 말.
12995그 도력을 논하건대 사리불 따위 대아라한에 못 미침. 원문은 ‘論其道力, 不及舍利弗等大羅漢’. 사리불은 길에서 아설시(阿說示)를 만나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묻고, 그가 설하는 게송을 듣자 곧 깨달아 수다원과를 얻었다. 그리고 부처님을 찾아가 제자가 된지 보름만에 아라한이 되었다. 그러므로 칠생(七生)만에 독각이 되는 사람보다는 도력이 뛰어난 것이 된다.
12996二백억겁. 벽지불에 관한 “현의”의 글은 대지도론에 의거하고 있는데, 대지도론에서는 ‘一백억겁’으로 하고 있으므로 ‘二’는 필사의 과정에서 잘못된 것이라 보여진다.
12997삼십이상의 몫. 원문은 ‘三十二相分’. 독각에도 삼십이상의 몫이 있다는 것. 분(分)은 면(面)의 뜻. 몫이 있다 함은, 삼십이상이 있기는 해도 부처님의 경우처럼 원만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분’을 일부분의 뜻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12998총상과 별상. 원문은 ‘總相別相’. 대지도론의 원문은 ‘於諸深法中, 總相別相’으로 되어 있다. 부처님의 심원한 가르침의 총상과 별상. 총상은 전체적인 특질이요, 별상은 개별적인 특질이다.
12999수집. 수행한 결과로 공덕이 몸에 모이는 것. 대지도론에서는 ‘修習’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를 닦는 일.
13000만약 인연에 나아가 소대를 논한대도, 응당 이같이 분별해야 할 것임. 원문은 ‘若就因緣論小大者, 亦應如是分別’. 앞의 것은 벽지불을 독각의 견지에서 논한 것이지만, 이를 인연각의 처지에서 논한다 해도 소연각과 대연각이 구별될 것이라는 뜻. 곧 부처님을 만나 십이인연의 가르침을 들어 깨닫는 것은 소연각이요, 본디 수다원인 자가 칠생(七生) 안에 자력으로 깨달음을 성취하는 것은 대연각이라는 취지다.
13001과를 제지할 수 없음. 원문은 ‘不須制果’. 아라한과를 이룸을 제지할 도리가 없다는 것. 멈추게 못하는 뜻.
13002정사. 4622의 주.
13003습기의 얼마쯤도 제거함. 원문은 ‘侵習’.
13004목적지. 원문은 ‘所在’.

 [석첨] 벽지불이 집제(集諦)를 초문(初門)으로 삼는다 한 것에 대해 살피건대, 삼승(三乘)에 속하는 사람은 *공통적으로 사제(四諦)를 대상으로 해서 수행하니, *다만 총상․별상의 다름이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도리의 편의를 따르는 까닭에 초문이 같지 않게 된다. 곧 사제의 도리를 따르므로 고제를 초문으로 삼으며, 십이인연의 도리를 따르므로 집제를 초문으로 삼으며, *육도(六度)의 도리를 따르므로 도제(道諦)를 초문으로 삼는 것이니, 이것들은 다 *삼장교(三藏敎)의 도리요, 통교(通敎)의 삼승은 *계내(界內)의 멸제(滅諦)를 초문으로 삼으며, 별교(別敎)의 보살은 *계외(界外)의 도제를 초문으로 삼으며, 원교(圓敎)의 보살은 *계외의 멸제를 초문으로 삼는 것이다. 그리고 *삼장교의 육도․연기(緣起)와 *대승인(大乘人)의 척소(斥小)는, 자세함이 “마하지관” 제三의 기술과 같다.

支佛集諦爲初門者. 三乘之人, 通緣四諦, 但有總別之異. 以隨義便, 故初門不同. 順四諦義, 故苦諦爲初門. 順十二緣義, 故集諦爲初門. 順六度義, 故道諦爲初門. 竝三藏義也. 通敎三乘, 以界內滅諦爲初門. 別敎菩薩, 以界外道諦爲初門. 圓敎菩薩, 以界外滅諦爲初門. 三藏六度緣起, 及衍人斥小, 具如止觀第三記.

13005공통적으로 사제를 대상으로 수행함. 원문은 ‘通緣四諦’. 성문은 사제를 닦고 연각․보살은 각각 십이인연․육바라밀을 수행한다 함이 상식이다. 그러나 십이인연은 번뇌에서 생사에 이르는 과정이 설해진 점에서 사제의 집제․고제에 해당하나,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면 식이 멸하고, ……생이 멸하면 노사가 멸한다고 관하는 경우는 멸제․도제까지도 닦음이 되어, 십이인연과 사제는 같아진다. 또 보살의 육바라밀은 사제 중의 도제임이 되지만, 도제의 완성(바라밀)에는 고제․집제․멸제도 포함됨이 된다. 이렇게 보면 삼승 모두가 사제를 닦는 점에 차이가 없다고 해야 한다.
13006다만 총상․별상의 다름이 있을 뿐임. 원문은 ‘但有總別之異’. 성문은 사제의 하나하나를 별개의 것으로 알아 각각 닦으므로 별상이요, 연각․보살은 둘이나 하나의 제(諦)에 사제 모두가 포함돼 동일하다는 입장에 서므로 총상이다. 그러나 같은 총상이면서도 연각과 보살에 따른 차이가 있음은 이를 것도 없다.
13007도리의 편의. 원문은 ‘義便’. 도리에 있어 어느 쪽이 보다 적합한가 하는 점.
13008육도. 육바라밀.
13009삼장교. 248의 ‘五時八敎’의 주 참조. 아래의 통교․별교․원교도 이것을 참조할 것. 13010계내의 멸제. 원문은 ‘界內滅諦’. 통교는 공반야(共般若)를 교리로 삼는 까닭이다. ‘계내’는 3721의 주.
13011계외의 도제. 원문은 ‘界外道諦’. 무량한 법문을 익힘이 별교의 보살이기 때문이다. ‘계외’는 3723의 주.
13012계외의 멸제. 원문은 ‘界外滅諦’. 바로 구경(究竟)의 진리에 이르는 것이 원교의 수행이기 때문이다.
13013삼장교의 육도․연기. 원문은 ‘三藏六度緣起’. 삼장교는 성문이 주가 되는 가르침이나 종속적으로는 연각․보살도 끼어 있다. 그러므로 삼장교에서도 연각에는 십이인연이 설해지고, 보살에게는 육바라밀이 설해진 것이다.
13014대승인의 척소. 원문은 ‘衍人斥小’. 대승에 속하는 보살에 의한 소승의 배격. ‘연인’은 마하연(대승)에 속하는 사람.

 [석첨] 삼장교의 보살에 둘이 있다. 처음은 법문(法門)을 세우는 일이다.

於三藏菩薩爲二. 初立門.

 [석첨] 상초(上草)의 위계란 곧 삼장교의 보살의 위계다. 이 보살은 처음으로 보리심을 일으킬 때부터 자비의 서원을 일으켜, 사제(四諦)의 도리를 관찰해 도제(道諦)를 초문(初門)으로 삼음으로써 육바라밀(六波羅蜜)을 실천한다.

上草位者, 卽是三藏菩薩位也. 此菩薩從初發菩提心, 起慈悲誓願, 觀察四諦, 以道諦爲初門, 行六波羅蜜.

 [석첨] 둘째로 위계를 밝힌 것에 셋이 있다. 처음의 것은 *삼아승지겁 동안 수행할 때의 위계다.

次明位爲三. 初三祇位.

13015삼아승지겁 동안 수행할 때의 위계임. 원문은 ‘三祇位’. 삼아승지겁에 대하여는 3684의 ‘三僧祗’의 주.

 [석첨] *처음의 석가(釋迦)로부터 *계나시기불(罽那尸棄佛) 때에 이르는 동안을 제一의 아승지겁이라 이른다. 이때의 보살은 *항상 여인의 몸을 떠나되, 또한 스스로 마땅히 부처가 될지 부처가 못될지를 모른다. *이승(二乘)의 위계를 따라 바라본다면 응당 *오정심(五停心)과 *별상념처(別相念處)․총상념처(總相念處)의 위계 속에 있음이 되리니, 자비심을 가지고 육바라밀의 행을 실천한다.
 계나시기불로부터 *연등불(然燈佛) 때에 이르는 기간을 제二의 아승지겁이라 이른다. 그때에 보살은 스스로 부처가 될 것임을 알되 입으로는 말하지 못한다. 이 위계를 이승의 그것을 따라 바라본다면 응당 *난법(煖法)의 위계 중에 있음이 되리니, 곧 *성지순인(性地順忍)의 *초심(初心)의 위계다. 이미 *법을 깨달을 소식이 있으므로 반드시 부처님 될 것임을 아나, 난법의 이해를 써서 육바라밀을 닦는지라 마음에 분명치는 않으므로, 입을 놀려 남에게 말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연등불로부터 *비바시불(毘婆尸佛)에 이르는 사이를 제三의 아승지겁이라 이른다. 이때에는 마음 속이 환하니 밝아지매 스스로 부처님 될 것임을 알고, 입으로도 스스로 말해 두려움이 없게 된다. 이 위계를 이승의 그것을 따라 바라본다면 응당 *정법(頂法)의 위계 중에 있으리니, 육바라밀을 수행해 사제의 이해가 밝아짐이, 산의 정상에 올라 환하니 사방을 보는 것과 같다. 그러기에 입으로 남에게 설할 수 있는 것이다.

從初釋迦, 至罽那尸棄佛時, 名第一阿僧祇劫. 常離女人身, 亦不自知當作佛不作佛. 準淫二乘位, 應在五停心, 別相總相念處位中. 以慈悲心, 行六度行也. 從罽那尸棄佛, 至然燈佛時, 名第二阿僧祇劫. 爾時雖自知作佛, 而口不說. 準淫此位, 應在煖法位中, 卽是性地順忍初心之位. 旣有證法之信, 必知作佛. 而有煖解, 修行六度, 心未分明, 故口不向他說也. 從然燈佛, 至毘婆尸佛時, 名第三阿僧祇劫. 是時內心了了, 自知作佛. 口自發言, 無所畏難. 準此位, 應在頂法位中, 修行六度, 四諦解明, 如登山頂, 了見四方, 故口向他說也.

13016처음의 석가. 원문은 ‘初釋迦’. 이것은 우리가 아는 석가모니불과는 동명이인인 부처님이다. 곧 우리 석존께서 제一의 아승지겁의 맨처음에 만난 부처님. “대지도론” 四에 보인다.
13017계나시기불. 석존께서 제一 아승지겁의 수행을 마치셨을 때에 만나뵈온 부처님. Ratnasikin. 음사해 날나시기불(剌那尸棄佛)이라 하는데, 이쪽이 원음에 가깝다.
13018항상 여인의 몸을 떠남. 원문은 ‘常離女人身’. 제一의 아승지겁의 수행 때부터는, 언제나 여인의 몸으로는 태어나지 않는다는 뜻.
13019이승의 위계를 따라 바라봄. 원문은 ‘準淫二乘位’. 삼장보살은 오직 육바라밀만을 닦고 번뇌는 끊치 않는다. 그러므로 수행의 위계를 세울 길이 없지만, 잠시 성문의 위계를 빌어 그 정도를 나타내 보겠다는 것이다.
13020오정심. 6587의 ‘停心’의 주.
13021별상념처․총상념처. 원문은 ‘別相總相念處’. 2666의 ‘總相念處’의 주.
13022연등불. 석존이 제二의 아승지겁의 종말에 뵈었던 부처님. 그때 유동(儒童)이라는 이름이었던 석존은 연등불이 가실 때 머리를 풀어 진흙길을 덮었고, 이로 인해 성불하리라는 예언을 받았다. ‘연등’의 원어는 Dipamkara. 
13023난법. 2663의 ‘四善根’의 주 참조.
13024성지순인. 통교에서 세우는 십지(十地)를 삼승에 공통하는 위계라는 뜻에서 삼승공십지(三乘共十地)라고 이르는데, 그 둘째 단계가 성지(性地)다. 난법(煖法)을 얻고 나서 지혜가 늘어나 정법(頂法)․인법(忍法)․세제일법(世第一法)에 드는 것을 다 성지라 하니, 무루의 법성(法性)과 비슷한 것을 얻는다 하여 생긴 이름이다. 그리고 통교의 보살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번뇌를 끊고 육바라밀을 닦음을 유순인(柔順忍)이라 하니, 진리를 따른다는 뜻에서 생긴 이름이다. 이것에 대하여는 소수위(小樹位)의 부분에서 자세히 언급되었다.
13025초심. 3064의 주.
13026법을 깨달을 소식. 원문은 ‘證法之信’. 신(信)은 신호․소식․조짐의 뜻.
13027비바시불. 과거칠불(過去七佛)의 첫째 부처님. Vipassin을 음사한 것이 비바시다. 13028정법. 2663의 ‘四善根’의 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