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 능히 이 경을 가지는 자는
모든 법의 뜻과 명자(名字)와 말씀을
즐겨 설하되 궁진함이 없음이
바람이 공중에서 일체 장애가 없음과 같으리라.
여래가 멸도하신 후 부처님께서
설하신 경의 인연과 차례를 알아서
뜻에 따라 진실과 같이 설하되,
일월(日月)의 광명이 능히 어두움을 제하는 것처럼
이 사람이 세간에서 행하여
능히 중생의 어두움을 멸하고
한량없는 보살을 가르쳐 마침내
일승(一乘)에 머무르게 하리라.(금장본 여래신력품 제21 p862~864)
능지시경자        어제법지의
能持是經者        於諸法之義
명자급언사        요설무궁진
名字及言辭           樂說無窮盡
여풍어공중        일체무장애
如風於空中        一切無障礙
어여래멸후        지불소설경
於如來滅後        知佛所說經
인연급차제        수의여실설
因緣及次第        隨義如實說
여일월광명        능제제유명
如日月光明        能除諸幽冥
사인행세간        능멸중생암
斯人行世間        能滅衆生暗
교무량보살        필경주일승
敎無量菩薩        畢竟住一乘

 [강의] 이 단락 4항 게송은 “여래에게 있는 일체 심심한 일”을 노래하였다. 법을 설해 중생들의 미혹을 깨고 일불승에 들어오게 함이 부처님의 깊은 일임을 말한다.
“모든 법의 뜻…장애가 없음”이란 일체법에 걸림이 없는 법무애(法無礙)와 일체법의 뜻에 걸림이 없는 의무애(義無礙)를 가리킨다.
“명자와 언사…장애가 없음”이란 사무애(辭無礙)를 가리킨다. 명자는 이름과 지위와 별호 등을 말하고, 언사는 언어의 설명을 말한다.
“즐겨 설하되 궁진함이 없음이…장애가 없음”이란 요설무애(樂說無礙)를 뜻한다.
“마침내 일승에 머무르게 하리라”란 네 가지 무애를 얻어 설법에 능란해서 한량없는 보살을 가르쳐 일승법의 광대한 이익에 머무르게 한다는 것이다.
“설하신 경의 인연”이란 경이 설해지게 된 인연. 곧 일대사인연을 뜻한다.
“경의 차례[次第]”란 경이 전개되어 가는 순서. 곧 이 경은 삼주설법(三周說法)으로 표현하여 점차 닦아 깨달음을 얻도록 하며, 치우친 가르침에서 원만한 가르침으로 적문과 본문 등의 경이 설해진 순서를 말한다.

 [경] 이런 고로 지혜 있는 자는
이 공덕과 이익을 듣고
내가 멸도한 후 마땅히
이 경을 받아 가질지니
이 사람은 불도에 결정코
의심이 없으리라.(금장본 여래신력품 제21 p864)
시고유지자        문차공덕리
是故有智者        聞此功德利
어아멸도후        응수지사경
於我滅度後        應受持斯經
시인어불도        결정무유의
是人於佛道        決定無有疑

 [강의] 사법(四法)을 맺는 말씀으로, “이 경에서 펴고 보이고 나타내 설함”이라는 것을 노래했다. 이 법은 여래께서 도량에서 증득한 진리이므로 이 경전을 수지하면 공덕이 광대하다. 따라서 이 경전의 수지를 권한 것이다.
“결정코 의심이 없으리라”란 이렇게 지혜로운 사람은 일불승 불도에 대해 의아해 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촉루품 제22(囑累品 第二十二)

1. 촉루품의 의의

 법화경에서 여래신력품 제21부터는 부처님께서 경의 유통을 부촉하시는 부촉 유통분에 해당한다. 이중에서도 여래신력품과 촉루품은 촉루유통에 속한다. 다만 앞의 여래신력품은 부처님께서 부촉을 명하신 것을 보살들이 받잡는 촉루유통[受命咐囑]이고, 이 품에서는 부처님께서 손으로 정수리를 쓰다듬으면서 부촉하심[摩頂咐囑]이다.
 이 품을 촉루품이라 한 것에는 세 가지 뜻이 있다.(법화문구)
 첫째, 촉(囑)이란 이 경을 펴는 사명을 부처님이 위촉하신다는 뜻이요, 루(累)란 상대에게 번거롭게 설해서 전파하도록 한다는 뜻이니, 이는 부처님의 뜻에서 보아 촉루라 한다.
 둘째, 촉(囑)이란 부탁하신 것을 마음을 다하여 듣는다는 뜻이요, 루(累)란 기꺼이 받아 수고롭지 않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니, 이는 공경해 따르는 보살의 입장에서 촉루품이라 하였다.
 셋째, 촉(囑)은 여래께서 금구(金口)로 부탁하신 내용이라는 뜻이고, 루(累)는 보살이 일편단심으로 공경히 받아서 짊어진다는 뜻이니, 이는 주고받는 입장에서 하나로 논하여 촉루품이라 한다.   
 신력품에서 사대보살들이 법화경을 홍포하겠다고 원을 세웠고, 이와 같이 큰일을 위촉하게 되므로 열 가지 위신력을 나타내 보이셨다. 촉루품에서는 여래께서 보배탑 속의 법좌에서 일어나시어 다시 신통력으로 오른팔을 펴서 보살들의 이마를 어루만지시며 이 경을 펼 것을 부탁하는 것이다.

2. 이 품의 구성

 이 품의 내용은 처음에는 부처님께서 촉루하시고, 이어 그 때의 대중들이 법을 받아 환희함을 나타낸다.
 처음의 여래부촉에는 먼저 여래께서 법좌에서 일어나시어 대신통력으로 무량한 보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면서 일심으로 법을 유포하도록 부촉한다. 다음으로는 경을 수지하고 널리 펴서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듣고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법을 펴는 데 있어서는 인색하거나 두려워함 없이 부처님의 지혜[佛之智慧], 여래의 지혜[如來智慧], 자연의 지혜[自然智慧]를 준다. 그리고 여래의 지혜를 믿는 자에게는 『법화경』을 설해 주되, 믿지 않는 자에게는 여래의 방편지혜로 베풀어 교화한다.
 둘째, 보살이 법을 받아들임으로, 보살들이 부처님의 부촉을 받들어 수용하겠다고 세 번에 걸쳐 말씀드렸다.
 셋째, 부처님께서 부촉을 마치고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시방에서 온 분신불 등은 본토로 돌아가도록 하고, 다보탑도 본래대로 돌아가시도록 하는 선언을 한다.

 [경] 그 때 석가모니불께서 법좌로부터 일어나시어 큰 신력을 나타내시어 오른손으로 한량없는 보살마하살의 머리를 어루만지시고 이 말씀을 하시되,
“내가 한량없는 백천만억 아승지 겁에 이 얻기 어려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닦고 익혔노라. 지금 너희들에게 부촉하노라. 너희들은 응당 일심으로 이 법을 널리 펴서 이로움을 더하도록 하라.”
이와 같이 세 번이나 모든 보살마하살의 머리를 어루만지시고 이 말씀을 하시되,
“내가 한량없는 백천만억 아승지 겁에 이 얻기 어려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닦고 익혔노라. 지금 너희들에게 부촉하노라. 너희들은 마땅히 받아 가져 읽고 외워서 널리 이 법을 선포하여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듣게 하고 알도록 할지니라.(금장본 촉루품 제22 p866~868)
이시석가모니불 종법좌기 현대신력 이우수 마무량보살마하살정 이작시언 아
爾時釋迦牟尼佛 從法座起 現大神力 以右手 摩無量菩薩摩訶薩頂 而作是言 我
어무량백천만억아승지겁 수습시난득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 금이부촉여등 여
於無量百千萬億阿僧祗劫 修習是難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法 今以付囑汝等 汝
등 응당일심 유포차법 광령증익 여시삼마제보살마하살정 이작시언 아 어무
等 應當一心 流布此法 廣令增益 如是三摩諸菩薩摩訶薩頂 而作是言 我 於無
량백천만억아승지겁 수습시난득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 금이부촉여등 여등 당
量百千萬億阿僧祗劫 修習是難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法 今以付囑汝等 汝等 當
수지 독송 광선차법 영일체중생 보득문지
受持 讀誦 廣宣此法 令一切衆生 普得聞知

 [강의] 여래가 바로 부촉하는 내용이다. 부촉하기 위해 먼저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것은 두려움과 의심을 버리고 믿음을 내도록 부촉을 견고히 하고자 부처님의 대자대비를 보여 주시는 것이다. 보리를 얻기는 참으로 어려워서 오래도록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그래서 두세 번 여래께서 보리 얻음이 어렵다고 강조하시는 것이다. 부촉은 이 경을 수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불법을 널리 알려서 중생들이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좌(法座)”란 다보탑안의 법좌를 가리킨다.
“큰 신력을 나타내어 오른 손으로…” 여래가 도를 내리어 남을 교화하므로 선교(善巧)에서 나오는 권지(權智)의 손이라 한다. 또한 “보살의 머리”란 보살은 자행을 닦아 도를 받으므로 실지(實智)의 머리가 된다.
“머리를 어루만짐”이란 신업의 부촉을 말하고, 권지의 손으로 실지의 머리에 임하므로 의업의 부촉이며, “말씀을 하시되”는 구업의 부촉이다.
“큰 신력”이란 허공에 있는 다보탑 속의 석가불께서 한량없는 보살들의 이마를 쓰다듬어 주신 신통력이다.
“머리를 어루만지시고”란 정수리를 쓰다듬음 곧 마정(摩頂)이다. 마정은 부처님께서 대법을 촉루하기 위해 제자들의 이마를 어루만져 주시는 것을 말한다. 혹은 수기하시면서 만져주기도 한다.
“일심으로 이 법을 펴라[一心流布]"란 이 법은 얻기 어려운 법이므로 마음이 한결같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그러므로 ‘일심’으로 유포하라고 한 것이다.
 “세 번이나 … 어루만짐”이란 세 번 이마를 어루만짐은 부촉을 견고하게 하려는 뜻이 있다고 한다.
   
 [경] 어찌하여 그러한고. 여래는 큰 자비가 있어 모든 것에 아낌과 인색함이 없으시고, 또한 두려울 바도 없음이라. 능히 중생에게 부처님의 지혜와
여래의 지혜와 자연의 지혜를 주시니, 여래는 이 일체 중생의 큰 시주(大施主)시니라.
너희들은 또한 마땅히 여래의 법을 따라 배울지니, 아끼고 인색한 마음을 내지 말라.(금장본 촉루품 제22 p868)
소이자하 여래 유대자비 무제간린 역무소외 능여중생 불지지혜 여래지혜 자
所以者何 如來 有大慈悲 無諸慳恡 亦無所畏 能與衆生 佛之智慧 如來智慧 自
연지혜 여래 시일체중생지대시주 여등 역응수학여래지법 물생간린
然智慧 如來 是一切衆生之大施主 汝等 亦應隨學如來之法 勿生慳恡

 [강의] 여래의 부촉에 대해서 해석하였다. 부처님의 지혜와 여래의 지혜와 자연의 지혜를 설명하고 있다.
“큰 자비가 있어”란 여래의 방을 뜻하고, “아낌과 인색함이 없음”이란 여래의 옷(인욕)을 뜻하고, “두려울 바도 없음”이란 여래의 좌(공의 뜻)를 뜻한다.
“부처님의 지혜”란 중생이 미혹하므로 가르침을 열어 보여서 중생으로 하여금 깨달아 들어가게 함이다. 삼종지로는 일체지(一切智)를 가리킨다고 한다.
“여래의 지혜”란 중생과 부처가 평등하게 가지고 있어서 수행으로 인하여 증득하게 되는 지혜이다. 도종지(道種智)를 가리킨다.
“자연의 지혜”란 자연의 오묘한 성품이 본래 미혹과 깨달음의 차별이 없고 수행과 증득에 의해 얻어진 것이 아닌 지혜이다. 수행으로 후천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고 본래 진실하고 평등한 큰 지혜가 있으신 것. 일체종지를 뜻한다고 한다.
“일체중생의 큰 시주”란 일체중생에게 베푸시는 분 곧 부처님. 여여(如如)한 지혜로 여여한 대상을 비추어 보면 대상과 지혜가 둘이 아니고 저절로 그 가운데 머무르는데 역시 그 법으로 일체를 교화시키므로 큰 시주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