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인식능력의 고찰

1. 보는 작용, 듣는 작용, 냄새 맡는 작용, 맛을 보는 작용, 접촉하는 작용, 사고작용 이상이 여섯 가지 인식능력(육근)이다. 보여지는 (색, 물체) 등이 이런 인식능력의 대상이다.

2. 실로 보는 작용(시각, 안근)은 스스로 자기를 볼 수 없다. 자기를 볼 수 없는데 어떻게 남을 볼 수 있겠는가.

※자신의 눈으로 자기의 눈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내 눈이 실재하지 않음을 말한다. 마치 진실한 바람은 움직이는 작용이 있고, 진실한 불의 존재는 태우는 작용이 있듯이 진실한 눈이기 위해서는 자신을 보는 작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니 보는 작용의 눈 곧 안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안근이 없다면 우리 눈에 보이는 대상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3. 불은 자신을 태우지 않으나 남을 태운다고 한다. 불의 비유는 보는 작용을 성립시키는데 충분하지 않다. 보는 작용과 불의 비유는 이미 제2장에서 밝혔고 여기서는 현재 사라져가는 것과 이미 사라진 것과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것에 의하여 이미 배척되었다.

4.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고 할 때에는 보는 작용이 없다. 보는 작용이 본다고 하지 않는 다면 어째서 이 일이 이치에 맞겠는가.

5. 보는 작용이 보는 것은 아니다. 보는 작용이 아닌 것이 보는 것도 아니다. 보는 작용을 배척했던 것에 의해서 보는 주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도 설명된다고 이해하라.

6. 보는 작용을 떠나도 떠나지 않아도 보는 주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보는 주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보여지는 것도 보는 작용도 함께 존재하지 않는다.

7. 어머니와 아버지가 연하여 아들이 태어났다고 부르는 것처럼, 안과 색의 형상에 연해서 인식작용이 생긴다고 설한다.

8. 보여지는 것도 보는 작용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식(識) 등의 네 가지 식 외에 기관과 대상과의 접촉의 촉, 감수작용의 수(受), 맹목적 충동의 애(愛)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집착의 취 등은 일체가 어떻게 존재하는 것인가. 

9. 듣는 작용, 냄새 맡는 작용, 맛을 보는 작용, 접촉하는 작용, 사고작용도 또한 듣는 주체, 듣게 하는 대상 등도 보는 작용에 대해서 논해지는 것을 적용해서 같은 양상으로 설명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제4장 집합체 온(蘊)의 고찰

1. 물질적 요소의 원인 곧 4원소를 떠난 물질적 요소는 인식되지 않는다. 또한 물질적 요소를 떠난 물질적 요소의 원인도 또한 인식되지 않는다.

2. 만약 물질적 요소가 물질적 요소의 원인을 떠나서 있는 것이라면 물질적 요소는 원인이 없이도 있다고 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원인에 의지하지 않는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3. 여기에 반해서 만약 물질적 요소를 떠난 물질적 요소의 원인이 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다면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 원인이 있다고 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 원인이라고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4. 물질적 요소가 이미 이전에서 존재하고 있었다면 물질적 요소의 원인이 되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물질적 요소가 이미 이전에서 존재하지 않았다면 물질적 요소의 원인이 되는 것은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5. 다시 원인을 가지고 있지 않은 물질적 요소를 이루는 것은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물질적 요소에 관해서는 어떠한 분별적 사고를 의지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6. 결과가 원인과 같다고 하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결과가 원인과 같지 않다고 하는 것도 또한 성립하지 않는다.

7. 감수작용의 수(受)와 마음과 표상작용과 상(想)과 여러 가지의 잠재적 형성작용 행(行)과 이러한 모든 것은 어떤 점에서도 전혀 물질적 요소와 똑같은 관계가 성립한다.

8. 논쟁이 벌어졌을 때 공하다고 하는 것, 공성에 의해서 논파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에 있어서는 모두가 논파되지 않아서 모두는 논증해야만 할 것 논파되어야 할 것과 똑같다고 한다.

9. 해설할 때에 공성(空性)에 의해 비난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에 있어서는 모두가 비난받지 않아서 대부분은 논증해야만 할 것(비난받아야할 것)과 똑같다고 할 수 있다.


제5장 요소[界]의 고찰

1. 허공의 특질(모습 相)이 존재하는 이전에는 어떠한 허공도 존재하지 않는다. 

2. 어디에 있더라도 특질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질을 초래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디에 특질이 나타나는가.

3. 특질은 특질을 초래하지 않는 것 속에 나타나는 것은 없다. 또한 특질은 특질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것 속에서도 나타나는 것은 없다. 또한 특질은 특질을 가지고 있는 것도 특질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과 다른 것 속에서도 나타나는 것은 없다.

4. 특질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특질이 붙어 있는 것(可相)은 있을 수 없다. 특질이 붙어 있는 것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특질도 또한 성립하지 않는다.

5. 그러므로 특질이 붙어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질도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특질이 붙어 있는 것과 특질을 떠났던 다른 것도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6. 유(有)가 존재하지 않을 때 어떤 것의 무(無)가 존재할까. 유라고 해도 다르고, 무라고 해도 다른 어떤 사람이 있어서 유무를 알 수 있을까.

※ 유와 무는 여러 가지로 독립해서 존재하지 않고 서로 남을 예상해서 성립하고 있는 개념이라고 한다. 곧 유와 무의 대립이라고 하는 가장 근본적인 대립의 근저에 상호의존 상호한정을 나타내었다.

7. 그렇기 때문에 허공은 유(有)에도 없고 비유(非有, 無)에도 없고 특질이 붙어있는 것에도 없고 또한 특질에도 없다. 그 외에 5개의 요소(지 수 화 풍 식)도 허공의 경우도 같다(같은 양상이라고 고찰할 수 있다).

8. 그런데 여러 가지 사물의 유와 무를 보는 어리석은 자는 경험하는 여러 가지 대상이 평범하게 돌아가 뛰어난 존재양상을 볼 수가 없다.


제6장 탐욕에 물드는 것과 탐욕에 물든 사람의 고찰

1. 만약 탐욕에 물들었던 것보다도 이전에 탐욕에 물들었던 사람이 탐욕에 물드는 것을 떠나서 별도로 존재하려고 한다면 탐욕에 물든 그런 사람에 연하여 탐욕에 물듦이 존재할 것이다.

2. 그러나 탐욕에 물든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데 어떻게 탐욕에 물드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탐욕에 물드는 것이라고 하는 실체가 존재하고 있는 것도 혹은 존재하지 않는 것도 탐욕에 물든 사람에 대해서도 이것과 똑같은 모습이 차례로 성립한다.

3. 그런데 탐욕에 물드는 것과 탐욕에 물드는 사람이 같은 때에 일어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만약 그렇게 되면 탐욕에 물드는 것과 탐욕에 물든 사람은 상호에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 탐욕에 물드는 것과 탐욕에 물든 사람이 만약 똑같이 성립해 있다면 양자가 함께 존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사물과 그 사물과는 공동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 양자가 전연 별개로 다른 것이라고 한다면 그 양자가 함께 존재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5. 만약 양자가 동일하게 있기 때문에 공동의 존재가 성립한다고 한다면 조반자(助伴者)가 없다고 해도 공동의 존재가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만약 양자가 별도로 다르기 때문에 공동의 존재가 성립하고 있다면 조반자가 없다고 해도 공동의 존재가 성립할 것이다.

6. 혹은 또한 양자가 별도로 다르게 있기 때문에 공동의 존재가 성립하고 있다면 탐욕에 물드는 것과 탐욕에 물든 사람과 서로 다른 것이 있다고 하는 것이 어떻게 이미 성립되어 있을까. 왜냐하면 이 두 가지는 이미 공동으로 존재해서 합해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7. 혹은 만약 탐욕에 물드는 것과 탐욕에 물든 사람이 별도로 다르게 존재한다고 하는 것이 이미 각각 별도로 성립하고 있다고 한다면, 타방에서 양자가 공동으로 존재하는 것을 그대는 무엇 때문에 상정하는 것인가.

8. “별도로 각각 성립하지 않는다”고 이와 같이 생각해서 그대가 양자의 공동의 존재를 바라는 것이다. 어디서인가 양자의 공동 존재를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그대는 다시 양자가 별도로 다른 것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9. 그런데 양자가 별도로 다르다고 하는 것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양자의 공동의 존재는 성립하지 않는다. 양자가 별도로 다른 것인데 그대는 어디에 공동의 존재를 생각할 수 있을 까.

10. 이와 같이 말하고 있기 때문에 탐욕에 물드는 것이 탐욕에 물든 사람과 함께 성립하는 것은 없고, 또한 양자가 함께 하지 않으면 안되고 별도로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탐욕에 물드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일체의 일에서 함께 성립하는 것도 없으며, 또한 함께 하지 않으면 안되고 별도로 성립하는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