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그러므로 인왕반야경에서 이르되,
 ‘*입리(入理)의 반야를 일러 주(住)라 한다’ 고 하신 것이다. 곧 *열번에 걸쳐 나아가 *무루(無漏)의 지혜를 일으켜 똑같이 *중도불성제일의(中道佛性第一義)의 진리를 봄이니, *부주(不住)의 법을 가지고 얕은 데로부터 깊은 데에 이르러, 부처님의 *삼덕(三德)과 온갖 불법(佛法)에 주(住)하는 것이어서, 그러므로 십주의 위계라 이르는 것이다.

故仁王云. 入理般若名爲住. 卽是十番進發無漏, 同見中道佛性第一義理. 以不住法, 從淺至深, 住佛三德, 及一切佛法, 故名十住位.

14059입리의 반야. 원문은 ‘入理般若’. 절대적 진리에 들어간 경지에 나타나는 반야. 원교의 반야.
14060열번. 원문은 ‘十番’. 초주에서 제십주(第十住)에 이르는 열 단계의 수행을 이른다. 14061무루의 지혜. 원문은 ‘無漏’. 6957의 ‘無漏智’의 주.
14062중도불성제일의. 중도․불성․제일의는 다 절대적인 초고의 진리를 나타내는 말이다. 14063부주. 집착하여 머물지 않는 것.
14064삼덕. 부처님의 덕을 세 가지 면에서 파악한 내용. (1)은덕(恩德). 중생을 위해 교화하는 은혜를 베푸시는 일. (2)단덕(斷德). 번뇌를 제거하시는 일. (3)지덕(智德). 지혜를 가지고 있는 그대로 보시는 일. 또 법신․반야․해탈을 이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석첨]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는 깨달음에 얕고 깊은 차별이 있다는 말을 하는 경우도 눈에 띄기는 하나, 이것이 다분히 원교․별교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견해임은, *자세함이 아래에서 가린 것과 같고, *또한 정관(正觀) 중의 글과도 같다.

可知. 人見淺深之言, 多不曉於圓別之意, 具如下辨, 亦如正觀中文.

14065사람에 따라서는 깨달음에 얕고 깊은 차별이 있다는 말을 하는 경우도 눈에 뜨임. 원문은 ‘人見淺深之言’. 이는 청량(淸凉)의 점원(漸圓)의 주장을 물리친 내용이다.
14066자세함이 아래에서 가린 것과 같음. 원문은 ‘具如下辨’. 별교의 위계를 원교의 위계에 비교한 글이 뒤에 나온다.
14067또한 정관 중의 글과 같음. 원문은 ‘亦如正觀中文’. 마하지관 六의 一과 七의 四에 나오는 글을 이른다. ‘正’은 ‘止’의 잘못으로 봄이 좋다.

 [석첨] 이 위계는 여러 경의 출처(出處)가 동일치 않다.
  *화엄경에서는 이르되,
  ‘*초발심(初發心) 때 곧 정각(正覺)을 이루어 제법(諸法)의 진실의 본성을 깨달으니, 온갖 *문법(聞法)에 있어 *남에게 말미암아 깨닫는 것이 아니다. 이 보살은 *십종(十種)의 지력(智力)을 성취함으로써 궁극에 도달하고 거짓을 떠나, 더러움 없음이 허공과 같으니, 청정하고 미묘한 법신이 고요하여 일체(一切)에 응한다.’
하니, 마땅히 알라, 곧 *진무루(眞無漏)를 일으켜서 무명(無明)의 초품(初品)을 끊는 것이다.
  또 *정명경(淨名經)에서는 이르되,
  ‘일념(一念)에 일체(一切)의 법을 아는 것, 이를 *도량(度場)에 앉음이라 하니, *일체지(一切智)를 성취하는 까닭이다.’
하니, 또한 *불이법문(不二法門)에 들어 *무생인(無生忍)을 얻는 일이요, 대품반야경에서 밝히되,
  ‘초발심에서 곧 도량에 앉아 법륜(法輪)을 굴려 중생을 제도한다.’
고 하니, 마땅히 알라, *이 보살을 부처님과 같음이라 하며, 또한 *아자문(阿字門)이어서 소위 *일체법초불생(一切法初不生)이다.
  곧 *금경(今經)에서,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知見)을 열게 하기 위함이다.’
하고, 또한
  ‘*용왕의 딸은 찰나 사이에 보리심(菩提心)을 일으켜 등정각(等正覺)을 이룬다.’
함이 이것이요, 곧 열반경에서 밝히되,
  ‘*발심(發心)과 필경(畢竟)의 둘이 다르지 않거니와, 이 같은 *이심(二心)에서는 *전심(前心)을 어렵다 한다.’
고 한 것도 이것이다.
  이 여러 대승경전은 모두 원교의 초발심주(初發心住)를 밝힌 내용이니, *내지 제십주(第十住)는…….

此位諸經出處不同. 華嚴云. 初發心時, 便成正覺. 了達諸法眞實之性. 所有聞法, 不由他悟. 是菩薩成就十種智力. 究竟離虛妄, 無染如虛空. 淸淨妙法身, 堪然應一切. 當知卽是發眞無漏, 斷無明初品也. 淨名云. 一念知一切法, 是爲坐道場, 成就一切智故. 亦是入不二法門, 得無生忍也. 大品明從初發心, 卽坐道場, 轉法輪, 度衆生. 當知此菩薩爲如佛. 亦是阿字門, 所謂一切法初不生也. 卽是今經爲令衆生開佛知見. 亦是龍女於刹那頃, 發菩提心, 成等正覺. 卽是涅槃明發心畢竟二不別, 如是二心前心難. 此諸大乘悉明圓初發心住位也. 乃至第十住云云.

14068화엄경에서는 이르되. 원문은 ‘華嚴云’. 육십화엄(六十華嚴)의 八을 가리킨다.
14069초발심. 3064의 ‘初心’의 주.
14070문법. 가르침을 듣는 것.
14071남에게 말미암아 깨닫는 것이 아님. 원문은 ‘不由他悟’. 진실한 깨달음은 자기에게 본래부터 갖추어져 있는 본성을 자각하는 일일 뿐, 남에게서 무엇을 배워서 얻는 것과는 다르다는 뜻. 화엄경에 자주 보이는 말씀이다.
14072십종의 지력. 원문은 ‘十種智力’. 십종의 지혜란, 삼세지(三世智)․일체불법지(一切佛法智)․법계무장애지(法界無障礙智) 따위 열 가지. 번거로우므로 생략한다.
14073진무루. 12460의 ‘眞無漏智’의 주.
14074정명경에서는 이르되. 원문은 ‘淨名云’. 유마경 四를 가리킨다. 다만 경은 ‘一念知一切法是道場, 成就一切智故’여서 ‘爲坐’의 두 글자가 없다.
14075도량. 적멸도량의 뜻이니, 1124의 주.
14076일체지. 부처님의 완전한 지혜. 천태종에서는 이승(二乘)의 지혜의 뜻으로 쓰기도 하나, 여기서는 그 의미가 아니다.
14077불이법문. 3857의 주.
14078무생인. 1209의 주.
14079이 보살을 부처님과 같음이라 함. 원문은 ‘此菩薩爲如佛’. 원교인 까닭에 초주의 위계에 있으면서도 부처님과 같은 것이 되는 것이다.
14080아자문. 범어의 ‘아’라는 글자는 불생불멸의 뜻으로 해석되어 왔다.
14081일체법초불생. 온갖 현상(법)은 처음부터 불생불멸의 것이라는 뜻. 절대적 진리 자체인 것.
14082금경. 법화경.
14083중생으로 하여금……. 원문은 ‘爲令衆生開佛知見’. 방편품의 글.
14084용왕의 딸은……. 원문은 ‘亦是龍女於刹那頃, 發菩提心, 成等正覺’. 제바달다품의 글인데, 문수보살의 발언인 ‘由婆竭羅龍王女, 年始八歲. ……於刹那頃發菩提心’과, 경가(經家)의 서술인 ‘當時衆會皆見龍女, 忽然之間變成男子. 具菩薩行, 卽往南方無垢世界. 坐寶蓮華, 成等正覺’을 결부시킨 인용이다. ‘등정각’은 바른 깨달음․부처님의 깨달음을 이르니, ‘정등각’과 같다.
14085발심과 필경의 둘이 다르지 않음. 원문은 ‘發心畢竟二不別’. 6033의 ‘初發心畢竟不別’의 주.
14086이심. 두 위계. 심(心)은 위계의 뜻. 발심의 위계와 필경의 위계.
14087전심. 앞의 위계. 곧 발심의 위계. 전심이 어렵다 한 것은, 범부인 채 원교의 진리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14088내지 제십주는……. 원문은 ‘乃至第十住云云’. 제二주에서 제一0주의 내용은 생략한다는 뜻이다.

 [석첨] 다섯째로 *넓은 가르침을 가리켜 보인 것에 대해 살피건대, 함께 일분(一分)의 무생인(無生忍)을 깨닫는 것에 의해 능히 *팔상작불(八相作佛)하니, 그러므로 ‘도량에 앉는다’ 따위라 말한 것이다. 또 *대경(大經)에서 ‘발심과 필경의 둘이 다르지 않다’ 따위라 말한 것은, 이는 함께 *가섭(迦葉)의 초주를 찬탄한 글이다. 그리고 화엄경에서 초주를 해석하는 중에 나오는 찬탄한 글은 매우 자세하니, 그래서 고루 기술할 수 없는 것이다.

五指廣敎者. 竝是證一分無生, 能八相作佛, 故云坐道場等. 大經云發心畢竟二不別等者. 此竝迦葉歎初住文也. 華嚴釋初住中, 讚文甚廣, 不能具記.

14089넓은 가르침. 원문은 ‘廣敎’. 부처님이 성도하시고 나서 一二년 동안은 악을 짓지 말라는 따위로 간략한 내용을 설하셨으므로 약교(略敎)라 하고, 그 후의 대승경전에서는 널리 여러 법을 설하셨으므로 광교라 한다.
14090팔상작불. 12572의 ‘八相成道’의 주.
14091대경. 대반열반경.
14092가섭. 이는 보살의 이름이니, 불제자인 가섭과는 다르다.

 [석첨] 십행(十行)의 위계를 밝히건대, 곧 십주 이후에 *실상진명(實相眞明)이 불가사의해지매, 다시 십번(十番)의 *지단(智斷)으로 십품(十品)의 무명을 깨며, *일행일체행(一行一切行)이라 *염념(念念)에 나아가 평등한 *법계의 바다에 흘러들어간다. 그리하여 모든 바라밀이 *임운생장(任運生長)하는 곳 *자행(自行)과 *화타(化他)의 공덕이 허공과 같아지기에 이르니, 그러므로 십행의 위계라 부르는 것이다.

三明十行位者. 卽是從十住後, 實相眞明不可思議. 更十番智斷, 破十品無明. 一行一切行, 念念進趣, 流入平等法界海. 諸波羅密, 任運生長. 自行化他, 功德與虛空等, 故名十行位也.

14093실상진명. 실상의 참된 광명. 절대적 진리를 광명에 비유한 말.
14094지단. 4784의 주.
14095일행일체행. 9504의 주.
14096염념. 5992의 주.
14097법계의 바다. 원문은 ‘法界海’. 진리(법계)를 바다에 비유한 말.
14098임운생장. 인위적 노력 없이 저절로 자라나는 것.
14099자행. 243의 주.
14100화타. 1667의 주.

 [석첨] 십회향(十廻向)의 위계란, 곧 십행 뒤에 있는 *무공용(無功用)의 도(道)니, 불가사의한 *진명(眞明)이 염념(念念)에 *개발(開發)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온갖 법계의 *원행(願行)의 사리(事理)가 자연히 융화하여 평등의 법계의 바다로 돌아 들어가며, 다시 십번의 지단(智斷)을 실현하여 십품의 무명을 깨니, 그러므로 회향이라 부르는 것이다.

十廻向位者. 卽是十行之後, 無功用道, 不可思議眞明, 念念開發. 一切法界願行事理, 自然和融, 廻入平等法界海. 更證十番智斷, 破十品無明, 故名廻向也.

14101무공용. 12548의 주.
14102진명. 진성(眞性)의 광명. 진성은 진실한 본성이어서, 본성․진여․실상과 같다. 앞의 ‘십행’의 글에서는 ‘實相眞明’이라 연용되었으므로 ‘실상의 참된 광명’이라 풀이한 바 있었다. 14103개발. 열리는 것. 이끌어내는 것.
14104원행의 사리. 원문은 ‘願行事理’. 원행은 서원과 수행. 서원을 일으켜 실현하려는 깨달음은 절대적인 것이므로 이(理)에 속하고, 수행은 차별적인 것이므로 사(事)라 할 수 있다.

 [석첨] 십지(十地)의 위계란 곧 무루(無漏)의 진명(眞明)이 무공용(無功用)의 도(道)에 들어가되, 오히려 대지와 같아 능히 온갖 불법을 낳아, 법계의 중생을 *업고 두루 삼세(三世)의 *불지(佛地)에 들며, 또 십번의 지단(智斷)을 실현하여 십품의 무명을 깨니, 그러므로 십지의 위계라 부르는 것이다.

十地位者. 卽是無漏眞明, 入無功用道. 猶與大地, 能生一切佛法, 荷負法界衆生, 普入三世佛地. 又證十番智斷, 破十品無明, 故名十地位也.

14105업음. 원문은 ‘荷負’. 걸머짐.
14106불지. 부처님의 위계. 부처님의 경지.

 [석첨] 십행․십회향․십지의 글은 다분히 화엄경․영락경의 글의 취지다. *영락경의 글은 비록 순차적인 위계를 설하고 있기는 해도, *또한 염념(念念)에 나아가 들어간다는 말을 차용(借龍)해도 될 것이다.

行向地文, 多是華嚴纓珞文意. 纓珞文雖次第, 亦可借龍念念進入之言.

14107영락경의 글은 비록 순차적인 위계를 설하고 있기는 해도. 원문은 ‘纓珞文雖次第’. 영락경은 얕은 위계에서 높은 데를 향해 나아가는 수행의 위계를 설하고 있다는 것. 곧 별교의 위계에 해당한다.
14108또한 염념에 나아가 들어간다는 말을 차용해도 될 것임. 원문은 ‘亦可借龍念念進入之言’. 이것을 원교의 위계의 뜻으로 해석해도 된다는 것. 앞에서 설해진 명별의원(名別義圓)의 글을 참조할 것.

 [석첨] 등각(等覺)의 위계란, *무시(無始)의 무명의 근원의 밑바닥을 관(觀)해서 통달하여, *변제지만(邊除智滿)하고 *필경청정(畢竟淸淨)함이니, *최후궁원(最後窮源)의 *미세무명(微細無明)을 끊고 중도의 산마루에 오르며, *무명의 부모와 헤어진다. 이를 *유소단자(有所斷者)라 이르며, *유상사(有上士)라 부르는 것이다.

等覺地者. 觀達無始無明源底, 邊除智滿, 畢竟淸淨. 斷最後窮源微細無明, 登中道山頂, 與無明父母別. 是名有所斷者, 名有上士也.

14109무시의 무명. 원문은 ‘無始無明’. 무시 이래의 무명. ‘무시’는 처음이 없다는 뜻이어서, 아무리 소급해 올라가도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
14110변제지만. 변제지가 차는 것. 변제지는 등각보살의 지혜를 이르니, 그것은 묘각(부처님)의 지혜의 가[邊除]에 해당한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만(滿)은 완성의 뜻.
14111필경청정. 온갖 사물이 궁극에 있어 청정하다는 뜻.
14112최후궁원. 마지막으로 근원을 다함. 중도의 진리의 마지막 부분을 완성하는 일.
14113미세무명. 457의 ‘障中道微細無明’의 주.
14114무명의 부모. 원문은 ‘無明父母’. 무명을 부모에 비유한 것. 무명으로부터 범부의 온갖 것이 나오기 때문이다.
14115유소단자. 무소단자(無所斷者)의 대(對)니, 무소단자가 묘각(부처님)을 이르는 데 대해 유소단자는 등각을 가리킨다. 아직도 끊어야 할 무명이 미세하게나마 남아 있기 때문이다.
14116유상사. 부처님을 무상사(無上士)라 하는 것에 대립하는 말이니, 등각을 이른다. 아직도 다시 올라야 할 부처님의 위계를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