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불과 장작에 대한 고찰
 
1. 만약 “장작이 그대로 불이다”라고 하는 것이 성립된다면 행위 주체와 행위는 일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만약 “불이 장작과 다르다”라고 한다면 장작을 떠나서도 불이 존재한다고 하는 것이 될 것이다. 

2. 또한 [불이 장작과 다른 것이라고 한다면 불은] 영원히 타오르고 있는 것이 된다. (이와 같이 타오르면)타는 원인도 없이 타는 것이 되고 만다. 더욱이 불을 붙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이와 같다면 불은 불타는 작용을 갖지 않은 것이 된다.
*불이 장작과 상관없이 타오른다면 불은 스스로 영원히 타오르고, 장작에 의하여 생긴 것이 아니므로 불을 붙이는 노력이나 불타게 하는 작용도 필요 없게 된다.

3. 불과 장작이 다른 것이라면 관계가 없기 때문에 불은 타는 원인을 의존하지 않게 되고 언제까지나 타올라서 불을 붙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불과 장작이 다르다는 것은 불이 장작에 의존하지 않고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때 불이 항상 타오른다면 불이 장작에 의존하지 않고 타오르는 것이 되어 둘은 인연에 의하여 생기는 것이 아니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된다.

4. 이것에 의해서 만약 그 때문에 타오르고 있는 것이 장작이라고 한다면 이 장작이 타오르고 있는 것뿐일 때에 그 장작은 무엇에 의해서 타오르는 것일까.

5. 만일 다르다면 별도의 것은 도달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도달하지 않는 것이라면 타오르는 것이 없게 된다. 또한 타오르지 않는 것은 꺼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꺼지지 않는 것은 자기 자신의 특질을 가진 채 존속할 것이다.
*장작과 불이 다르다면 장작에 불이 도달하지 못하고, 도달하지 않는 것은 타오르지 못한다. 태우지 않으면 장작불은 꺼지는 일도 없다. 장작에 불이 붙지도 않고 불이 꺼지는 일도 없으면 자신의 특질은 그대로 상주한다는 것이다.

6. 만약 장작과 다르면서 다른 별도의 것이 있어서 불이 장작에 도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여자가 남자에 이르고, 또한 남자가 여자에 이르는 것과 같다.

7. 만약 불과 장작의 양자가 서로 떨어져 별도의 것이 있다고 한다면 장작과는 다른 별도의 것으로 있는 불이 그 장작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장작과 불이 모두 떨어져 있는데 불이 타오른다면 이러한 불은 그 장작에 능히 도달할 수 있다.

8. 만일 장작에 의존해서 불이 있고, 또한 불에 의존해 장작이 있다고 한다면 그 둘 중의 어느 쪽이 먼저 성립되어 그것에 의존해서 불이 되고, 혹은 장작이 나타나는 일이 되겠는가.
*만일 불이 장작에 의존해 있고 장작이 불에 의존해 있다면 그 둘 중의 어느 쪽이 미리 성립되어 있어서 불이나 장작이 의존하게 되겠는가.

9. 만약 장작에 의존해서 불이 있다고 한다면 장작은 이미 성립되어 있는 불의 현실수단이다. 이와 같은 존재라면 불이 없는 장작도 역시 있는 것이 된다.
*만일 불이 장작에 의존한다면 이미 성립된 불이 다시 장작에 의존해 성립되는 것이 된다. 이렇게 말한다면 장작 중에 불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으리라.

10. 혹은 어떤 것(갑)이 다른 것(을)에 의존해서 성립하는 것에서, 그의 갑에 의존해서 을이 성립하고 있다. 만약 의존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먼저 성립하는 것이 있다고 무엇이 무엇에 의존해서 성립하는 것일까.
만일 어떤 존재가 의존적으로 성립한다면 이 존재가 거꾸로 의존 받음이 성립되리니 지금은 의존함도 없고 성립될 존재도 없다.

11. (다른 것에) 의존해서 성립(무엇인가에) 의존하여 성립되는 것은 그것이 아직 성립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의존하겠는가. 또한 만약 이미 성립된 것이 (다시) 의존한다는 것도 의존에 있어서는 이치에 합당하지 않다.

12. 불은 장작에 의존하지 않는다. 불은 장작에 의존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장작은 불에 의존하지 않는다. 장작은 불에 의존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13. 불은 다른 곳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불은 장작 속에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 장작에 관해서 다른 것들은 (제2장에 있고) 지금 현재는 지나가고 있는 것, 이미 지나가 버린 것, 아직 가버리지 않은 것(에 대한 고찰)에 의해 설명되었다.
*불은 다른 곳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요. 현재 과거 미래 어느 때 이건 불타고 있는 곳에도 불은 없으며, 장작도 마찬가지이다.

14. 더욱이 불은 장작이 아니다. 또한 불은 장작 이외의 다른 곳에서 비롯되는 것도 아니다. 불은 장작을 가진 것이 아니다. 또한 불 속에 장작들이 있지도 않다. 또한 장작 속에 불이 있지도 않다.
*장작은 불이 아니다. 장작을 떠나서 불은 없다. 불은 장작을 갖지 않는다. 불 속에 장작은 없다. 장작 속에도 불은 없다.

15. 아뜨만과 집착(곧 오취온)과의 모든 관계가 불과 장작 양자에 의해 아뜨만과 취착의 모든 절차가 남김없이 설명되었다. 또 병이나 옷감 등과 함께[일체 모든 존재에 대해서] 설명되고 있다.

16. 아뜨만은 실체를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여러 가지 사물은 이러저러한 차이가 있다고 설하는 사람은 그들이 교법의 의의에 숙달해있는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제11장 전후의 구극에 관한 고찰

1. 위대한 성자는 이전의 구극(시원)은 알 수 없다고 설하셨다. 왜냐하면 윤회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으니, 거기에는 시작함도 없고 끝남도 없기 때문이다.

2. 시작도 없고 끝남도 없는데 어째서 중간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여기서는 앞도 뒤도 동시도 성립하지 않는다.

3. 만일 生이 앞선 것이고 老死가 나중의 것이라면 老死 없는 生이 있다고 하는 것이 된다. 어째서 죽지도 않은 사람이 태어나는 일이 생기겠는가.

4. 만일 최초에 노·사가 있어서 뒤에 生이 있다고 한다면 그 노·사는 원인 없는 것이 된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노사가 있겠는가.

5. 그런데 노·사와 함께 존재한다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재 지금 생하고 있는 중인 것이 죽어버리게 될 것이다. 또 [생과 사의] 양자는 원인이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 생과 노·사는 동시에 함께 존재할 수 없다는 것. 만약 함께 존재한다면 生하는 순간에 사망하게 되고 이런 生과 死는 양자가 모두 원인이 없는 것이 된다.

6. 이전 이후 동시라고 하는 이러한 것들이 일어나지 않는 데에서 어째서 그의 생과 그의 사를 상정해서 논의 하는가.
*앞이라고 하거나 뒤라고 하거나 동시라고 하는 여러 가지 체계들이 성립되지 않는 상황인데 그런 生과 그런 老死에 대해 戱論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7. 윤회 이전의 구극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결과와 원인, 특징을 띈 것과 특징, 感受작용과 感受者같은 事體들은 그 어떤 것이건, 이른바, 이전의 [최초의] 구극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12장 고(苦)에 대한 고찰

1. 고는 자기 스스로 짓는다(자작), 남에 의해서 짓는다(타작), 양자에 의해 짓는다(공작), 원인없이 짓는다(무인작)고 어떤 사람은 이렇게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고(苦)는 결과로서 성립한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스스로 짓거나 남이 짓거나 함께 짓거나 無因으로 짓는다는 등과 같이 갖가지 苦를 說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苦)이 지어지리라는 것은 불합리하다. 그러나 결과에 있어서는 옳지 못하다.

2. 만일 고가 스스로 짓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고는 무엇인가를 緣하여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임종의 (5가지의) 구성요소[五蘊]에 연하여 [다음 생애의 다섯 가지의] 구성요소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3. 만일 임종의 이 구성요소 (오온)가 저 [다음 생애의] 구성요소와 다르다면 간혹 저것은 이것보다도 다른 것이 있다면 다른 것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고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저 구성요소는 다른 것에 있는 이런 구성요소에 의해서 만들어질 것이다.

4. 만일 고가 자신의 개인존재(푸갈라)에 의해 지어진 것이라면, 그렇다면 苦를 스스로 짓는 어떤 個體가 苦를 떠나서 존재하는 것이겠는가?

5. 만일 苦가 다른 개인존재에서 생겨서 있는 것이라면 그 고가 다른 사람에 의해서 지어서 이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면 苦를 떠난 이 사람이 어떻게 존재해서 그것을 받겠는가.

6. 만일 고가 다른 개인존재에서 생한 것이라면 그 고를 지어서 다른 개인존재에게 그것(=苦)을 떠넘기는 다른 존재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

7. 스스로 짓는다는 것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의해서 짓는 苦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왜냐하면 다른 사람이 짓는 苦, 그것은 그 (다른) 사람에 있어서는 스스로 짓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8. 먼저, 苦는 스스로 짓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자신)에 의해 그것(자신)이 지어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만일 다른 사람이 그 스스로 짓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苦가 다른 사람에 의해 지어진 고가 있겠는가.

9. 만일 한 사람 한 사람에 의해 지어진 고가 있다면 자타 양자에 의해서 지어진 고가 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지은 것도 아니고 스스로 지은 것도 아닌 無因의 고이겠는가.

10. 고가 [지어지는 것에 대해서] [위에서 서술한] 단지 苦에 있어서만 네 가지 의미(자작 타작 공작 무인작)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밖에 있는 여러 사물의 [성립에 대해서도 위에서 서술한] 네 가지는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