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관세음보살보문품」 제목의 해석

『법화문구』에서는 이 품의 제목을 해석을 통하여 법화경에서 관세음보살의 교화행과 수행을 잘 밝히고 있다. 통괄적인 해석과 개별적인 해석을 한다.
먼저, 통괄적인 해석에는 열 가지 쌍으로 해석한다.
 첫째, 관세음(觀世音)이란 사람[人]이요, 보문(普門: 널리 문을 열어 놓고 있다는 뜻)이란 법(法)에 입각해서 해석한 것이다. 경의 문답에서 먼저 관세음보살을 논하고 뒤에 보문의 법을 논하므로 인 법을 합쳐서 관세음보살보문품이라 한다.
 둘째, 관세음이란 대비로 괴로움을 없애 줌이요[拔苦], 보문이란 대자(大慈)로 중생들에게 낙(樂)을 주는 것이다.
 셋째, 관세음이란 지혜장엄이니 지혜가 미혹을 끊음이 날이 밝으면 어둠이 사라짐과 같다. 보문이란 복덕장엄이니 복덕으로 수명을 늘려줌이 마니주(여의주)가 보배를 비 오듯 하는 것과 같다.
 넷째, 관세음이란 관(觀)이 경계[境]와 일치함이니 법신이요, 보문이란 뜻에 따라 몸을 나투므로 응신이다.
 다섯째, 관세음이란 약왕의 나무[藥樹王]처럼 나무로 몸을 비추면 모든 병을 다 알 수 있어서 무슨 병이든 고칠 수 있음이요, 보문이란 여의주왕처럼 무엇이나 줄 수 있는 것과 같다.
 여섯째, 관세음이란 남모르게 이익을 주어 보고 들음이 없게 하되 삼독 칠난을 다 떠나 고난을 여의고 바라는 바가 다 채워지는 일이다. 보문이란 이익됨이 드러나 보임이니 33응신의 성스런 모습을 보고 19응신의 존귀한 가르침을 듣는 일을 말한다.
 일곱째, 관세음이란 관세음보살 자신의 뜻에 따라[隨自意] 진실지를 비추심이요, 보문이란 중생의 뜻에 따라[隨他意] 방편지를 비추시는 일이다.
 여덟째, 관세음이란 진여의 절대지에서 움직이지 않으심[本際]이요, 보문이란 중생의 근기에 따라 자취를 나타내심[方圓]이다.
 아홉째, 관세음이란 근원이 되는 뿌리는 요인(了因)의 종자이니 관세음의 뿌리는 진여를 밝히는 지혜의 씨라는 것이요, 보문이란 근본은 연인(緣因)의 종자이니 지혜를 일으키는 조건이 되는 온갖 선근종자라는 것이다.
 열째, 관세음이란 구경의 지덕(智德)으로 열나흘의 달빛과 같음이요, 보문이란 단덕(斷德)으로 그릇된 번뇌를 끊어가는 29일의 달빛과 같아짐이다.
 
 관 세 음의 한자씩 개별적인 해석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관(觀)이란 원관(圓觀)을 말한다. 관에는 여럿이 있는데 석관(析觀)이란 색을 분석하여 공에 들어감을 말하고, 체관(體觀)이란 색 그대로가 공임을 관하는 것이며, 차제관은 석관에서 차례로 원융관에 이름을 뜻하며 원관은 석관 그대로가 실상이라 보고 내지는 차제관에서도 실상을 보는 것이다. 즉 관이 원융하므로 보문이라 한다.
 둘째, 세(世)란 부사의세(不思議世)이다. 행을 일으키는 측면에서 보면 ‘세’를 내세우고 뒤에 ‘관’이 있어야 하지만[世音觀], 언설의 순서로 보면 먼저 ‘관’이 있고 뒤에 ‘세’가 따른다[觀世音]는 것이다. ‘세’에도 유위세 무위세[二涅槃] 이변세[生死涅槃] 부사의세(不思議世)가 있는데 여기서는 부사의세다. 부사의세란 실상의 경지이다.
 셋째, 음(音)이란 근기(根機)이다. 여기에는 인천의 근기 이승의 근기 보살의 근기 부처님의 근기가 있는데 여기서는 부처님의 근기이다. 부처님의 근기란 제법중에 차별하지 않는 관을 가지고 일체 무애의 사람이 이승의 실천법으로 생사를 업이나 불도에 이름이다. 여러 음의 근기를 제외하고 부처님의 음을 지닌 근기를 취하니 이와 같이 근기에 응하는 인연으로 관세음이라 한다.
 넷째, 보(普)란 두루 미친다는 뜻이다. 법이 무량하고 넓으므로 원법(圓法)이다. 십법에 입각해 보(普)를 밝히는데  대강을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비보(慈悲普)이니 무연자비처럼 실상과 주체가 같아서 도리가 원융하고 자비가 두루하여 온갖 중생에 미치기 때문이다. 둘째 무작사제에 입각하므로 홍서보(弘誓普), 셋째 이지(理智)에서 수행하므로 수행보(修行普), 넷째 일체종지를 써서 무명을 끊으므로 이혹보(離惑普), 다섯째 도를 깨달아 왕삼매에서 온갖 위의를 나타내므로 입법문보(立法門普), 여섯째 실상을 알아 수행하므로 신통보(神通普), 일곱째 근기에 맞추어 구제함이 원만하므로 방편보(方便普), 여덟째 하나의 묘음으로 십법계 근기에 들어맞으니 설법보(說法普), 아홉째 온갖 현성에까지 시교리희(示敎利喜)하여 보리를 성취시키므로 성취중생보(成就衆生普), 열째 원만한 지혜로 제행을 인도하고 여러 행으로 원만한 지혜를 돕는 것이 곧 부처를 공양함이므로 공양제불보(供養諸佛普)라 한다.   
 다섯째, 문(門)이란 중도실상을 말한다. 만약 종가입공(從假入空)이라면 공은 통하나 가(假)에 막히고 종공입가(從空入假)라면 가는 통하고 공이 막혔는데 이와 같이 한쪽만 통하는 것은 보(普)가 아니요, 막혔으므로 문이 아니다. 중도는 중도 아니고 공도 가도 아니므로 실상에 통하고 이제(二諦)를 서로 비추어 보(普)라 이르고 바로 통하므로 문(門)이라 한다.

 3. 이 품의 대의

 첫째, 무진의보살(無盡意菩薩)이 무슨 인연으로 관세음보살이라고 부르는지를 질문하고, 부처님께서 그 인연을 설하셨다.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지극한 마음으로 부르면 고난에서 해탈할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중생들의 신·구·의(身口意) 삼업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일곱 가지 환란과 삼독과 이구양원(二求兩願)에 관세음보살께서 응하시는 것이다.
 일곱 가지 환란이란 ⓵불의 재난, ⓶물의 재난, ⓷바람의 재난, ⓸칼 몽둥이에 의한 재난, ⓹악귀에 의한 재난, ⓺감옥에 들어가는 가쇄의 재난, ⓻원수 도적을 만나는 재난이다. 삼독은 ⓵음욕의 마음, ⓶성내는 마음, ⓷어리석은 마음이다. 이구양원이란, 지혜와 복덕을 갖춘 아들과 숙세에 덕본을 심은 딸을 낳고자 하는 바람이다.  
 둘째, 무진의보살이 질문한 것은 관세음보살이 어떻게 사바세계에서 교화하시는지를 여쭈니 부처님께서 이 보살은 33응신 19설법으로 중생을 교화한다고 밝히셨다.
 셋째, 무진의보살은 부처님의 권유를 받들어 관세음보살에게 목걸이를 공양하는데 관세음보살은 이를 받아 석가모니불과 다보불탑에 바쳤다.
 넷째, 지지보살(持地菩薩)은 이 품의 자재한 행동과 관세음보살의 넓은 문으로 나타내는 신통력을 찬탄하였고 이 품을 들은 팔만사천대중은 아누다라삼먁삼보리에 발심했다.

 ○ 이 품은 보현삼매(普現三昧: 널리 모습을 나투는 삼매)에 의해 남을 교화하여 법화경의 유통을 권하는 품이다. 앞의 묘음보살품도 삼매의 유통인데 오히려 등각이전의 삼매로 여전히 오고 가는 모습이 남아 있으나(묘음보살내왕품), 여기서는 묘각에 들어감으로써 인과가 일여(一如)하여 비로소 구경이라 할 수 있으며, 장애가 청정하여 진여의 경계가 다하므로 위대한 위신력의 작용이 드러난 것이다.
 이 품 전체 내용은 첫째 무진의보살이 질문하고, 둘째는 부처님께서 대답하시며, 셋째는 이 품을 듣고 얻은 이익을 설한다.

 [경]그때, 무진의보살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편 어깨를 드러내고,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 이 말씀을 하되,(금장본 관세음보살보문품 제25 p932)
이시무진의보살 즉종좌기 편단우견 합장향불 이작시언
爾時無盡意菩薩 卽從座起 偏袒右肩 合掌向佛 而作是言

 [강의] 무진의보살이 관세음보살이라 부르는 인연을 질문한다.  
 “무진의(Akṣayamati)보살”이란 생각[意思]이 다함이 없는 자라는 뜻의 보살. 이 보살은 부처님의 지견에 잘 들어가 다함이 없는 깊고 오묘한 뜻을 통달하였다고 한다. 이 품에서는 보문시현(普門示現)하는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의 불가사의한 힘을 드러내도록 부처님께 질문하였다.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偏袒右肩]”란 가사를 착용하는데 있어 어깨를 드러내는 것으로 이는 상대방에 대한 공경을 나타내며, 스승을 섬기는데 편리를 도모하기 위함이라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경] “세존이시여, 관세음보살은 무슨 인연으로
이름이 관세음이라 하나이까”(금장본 관세음보살보문품 제25 p932)
세존 관세음보살 이하인연 명관세음
世尊 觀世音菩薩 以何因緣 名觀世音

 [강의] 무진의보살이 관세음보살이라 불리는 인연을 질문하였다. 이 질문으로 인하여 관세음보살의 불가사의한 묘용과 위신력의 실질을 밝히고자 한 것이다. 법화삼매로 인해 부처님의 지혜에 들어 지극한 과보를 증득한 까닭에 「관세음보살보문품」이라 이름 한다.
 “관세음(Avalkitesvara)보살” 그 뜻은 관찰하기가 자재로운 자라는 뜻. 관세음보살은 원래 정법명왕(正法明王)인데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방편으로 보살상을 나타낸 것이다.
 “관(觀)”이란 관은 시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소리로 듣는 것인데 지금 보살은 마음으로 소리를 들으니, 자비심으로 듣고서 소리를 낸 동기와 그 사람의 실상을 투철하게 이해하여 그 고뇌를 없애주는 것이다.

 [경] 부처님께서 무진의보살에게 이르시되,
“선남자야, 만일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중생이 모든 고뇌를 받을 때에,
(금장본 관세음보살보문품 제25 p932)
불고무진의보살 선남자 약유무량백천만억중생 수제고뇌
佛告無盡意菩薩 善男子 若有無量百千萬億衆生 受諸苦惱

 [강의] 둘째, 무진의보살 질문에 대해 부처님께서 답하신 내용이다. 답하신 내용에는 총괄적인 답과 개별적인 답이 있다. 여기서는 부처님께서 총괄적으로 답하신 중에 무량한 백천만억 중생이 있다함은 첫째 고를 받는 중생 수효를 나타낸 것이요, 모든 고뇌를 받을 때란 고를 만남을 말한다.  
 “백천만억의 중생이 모든 고뇌를 받음”이란 괴로움을 받음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많은 고를 스스로 한 사람이 받아 괴로움에 빠지는 경우, 많은 사람이 한 가지 고를 받는 경우, 한 사람이 많은 고를 받는 경우, 한 사람이 적은 고를 받는 경우 등이 있다. 여기서는 “백천만억의 중생”이 고를 받으므로 많은 사람이 고를 받는 경우이며, 또한 “모든 고뇌를 받을 때”라 하므로 많은 고라 할 수 있다. 경문의 뜻은 많음을 들어 적음을 나타낸 것으로, 관세음보살이 이와 같이 많은 고를 구하여 제도할 수 있으니 적은 고야 말할 것도 없이 구제된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경] 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일심으로 부르면
(금장본 관세음보살보문품 제25 p932)
문시관세음보살 일심청명
聞是觀世音菩薩 一心稱名

 [강의] 부처님께서 답하신 중에 셋째 관세음의 명호를 부름이다. 중생들이 고뇌를 만남은 악이요, 이름을 부르는 것은 선(善)이니 선과 악을 합쳐서 교화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경] 관세음보살이 즉시 그 음성을 듣고 다 해탈을 얻게 하느니라.
(금장본 관세음보살보문품 제25 p932)
관세음보살 즉시 관기음성 개득해탈
觀世音菩薩 卽時 觀其音聲 皆得解脫

 [강의] 넷째 고뇌에서 벗어나게 함을 말한다.
 “해탈을 얻음”이란 중생의 구도와 선행이 커져서 교화를 받을 만한 것이 근기요, 이 중생들의 근기에 응해서 부처님이 교화를 베푸시는 것이 응이라 한다.

※관세음보살과 중생의 감응
 부처님께서는 중생이 고뇌에 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