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장 생성과 괴멸에 대한 고찰[第21 觀成壞品]
1. 생성(生成)을 떠나거나 혹은 생성과 함께하더라도 괴멸(壞滅)은 존재하지 않는다. 괴멸을 떠나거나 혹은 괴멸과 함께하더라도 그 중에도 역시 생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2. 만일 생성을 떠난다면 어떻게 괴멸이 존재할 수 있는가. [만일 괴멸이 있다고 한다면] 태어남이 없는데도 죽음이 존재한다는 것이 되니 이것은 옳지 못하다.
*생성 없는 괴멸이 도대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그와 같이 존재한다면 이는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죽는다고 하는 것이다. 태어나지 않은 것은 괴멸하지 않기 때문이다.
3. 괴멸이 어떻게 생성과 함께 동시에 있을 수 있겠는가. 왜냐하면 이와 같이 태어남과 죽음은 동시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성과 괴멸이 함께 존재한다면 어떻게 생성과 괴멸이 존재하겠는가. 마치 세간에서 태어남과 죽음이 동시에 함께하는 것이 옳지 않은 경우에서 보는 것과 같다.
4. 괴멸이 없는데 어떻게 생성이 있을 수 있겠는가. 왜냐하면 여러 가지 사물을 보아도 무상한 성품이 없는 것은 그 언제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괴멸을 떠난다면 어떻게 생성이 성립하겠는가. 무상은 모든 법에 있지 않을 때가 없다.
5. 생성이 어떻게 괴멸과 함께 존재할 수 있겠는가. 왜냐하면 태어남과 죽음은 결코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성과 괴멸이 함께한다는 것은 성립하지 않으나 떠나 있다는 것도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이 두 경우가 모두 불가능하니 어떻게 [생성과 소멸이] 성립하겠는가.
6. 생성과 괴멸은 서로 함께 존재한다 하더라도 또한 서로 떠나서 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이 성립하는 일이 없는 두 가지의 일이 성립하는 일이 어째서 있을 수 있는가.
7. 괴멸에는 생성이 있을 수 없다. 또한 괴멸함이 없다고 하더라도 생성은 있을 수 없다. 괴멸에는 소멸이 있을 수 없다. 괴멸이 없음에도 소멸은 있을 수 없다.
*사라진다면 생성은 존재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아도 생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라진다면 괴멸은 존재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아도 역시 괴멸하지 않는다.
8. 사물을 떠나서 생성이나 괴멸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또 생성과 괴멸을 떠나서는 사물이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사물이 공한 것이라면 무엇이 생성이나 괴멸을 갖겠는가. 만일 자성이 공하지 않은 것이라면 역시 생성이나 괴멸은 존재하지 않는다.
9. 공한 것에는 생성과 괴멸이 결코 성립하지 않는다. 또 공하지 않은 것에 있어서는 생성과 괴멸이 결코 성립하지 않는다.
*공한 것에 생성과 괴멸이 만일 동일하다면 그것은 옳지 못하다. 생성과 괴멸이 만일 다르다면 그것도 역시 옳지 못하다.
10. 생성과 괴멸이 한 가지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성립하지 않는다. 또 생성과 괴멸이 다르다는 것도 결코 성립하지 않는다.
*만일 눈에 생생하게 생성과 괴멸이 보이니 생성과 괴멸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면 이것은 어리석어서 생성과 괴멸이 存在한다고 보는 것이다.
11. 그대에게 생성과 괴멸이 보인다고 떠오른다면 생성과 괴멸은 실로 어리석음 때문에 보이는 것이다.
*법[存在]에서 법을 생기게 하지 않고 법 아닌 것을 생기게 하지도 않는다. 법 아닌 것에서 법이나 법 아닌 것이 생기게 하지 않는다.
12. 존재[有, 존재하는 것]는 존재로부터 생기지 않는다. 존재는 비존재로부터 생기지 않는다. 비존재는 비존재로부터 생기지 않는다. 비존재는 존재로부터 생기지 않는다.
*존재는 스스로 생기지 않으며 다른 것에서 생기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나 다른 것에서 생기는 것이 아닌데 어떻게 생함이 있겠는가.
13. 사물은 자체(자성)로부터 생기지 않는다. 또 다른 것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기 스스로거나 다른 것으로부터 생기는 것이 아니라면 어디서 생기겠는가.
*만일 받아들이는 존재가 있다면 단멸론(斷滅論)이나 상주론(常住論)에 떨어진다. 받아들이는 존재는 상주하거나 무상한 것이 됨을 알아야 한다.
14. 유(有, 존재하는 것)를 승인하는 사람에게는 상주한다고 생각하는 편견[상견常見]과 사물이 단멸한다고 생각하는 단편[단견斷見]의 오류에 빠진다. 왜냐하면 그 존재가 상주한 것이거나 무상한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받아들이는 존재가 있는 자는 단견이나 상견에 떨어지지 않는다. 원인과 결과가 상속되므로 단절도 아니고 상속도 아니다.
15. 유(有의 입장)를 승인하는 자에게는 단멸한다고 하는 것도 없고, 또한 상주한다고 하는 것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이러한 생존은 결과와 원인 양자의 발생과 소멸이 연속[相續]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원인과 결과의 생멸이 상속되어 끊어지지 않는다면 소멸한 것은 다시 생기지 않으므로 원인은 단멸(斷滅)되고 만다.
16. 만일 생존이 결과와 원인의 생기(生起)와 소멸(消滅)의 연속이 생존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소멸한 것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원인의 단멸이 따라서 일어난다.
*존재가 그 자성에 머물러 있다면 존재가 무(無)로 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열반에서는 상속이 소멸하니 단멸(斷滅)에 떨어진다.
17. 그 자체로서 실재하는 것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 열반에 들 때에는 생존의 연속이 멈추므로 적정(寂靜)에 돌아가기 때문에 생존의 연속은 단멸(斷滅)한다.
*만일 최초의 생존이 소멸한다면 나중의 생존은 존재하지 못한다. 처음의 생존이 만일 소멸하지 않는다고 해도 역시 나중의 생존은 존재하지 않는다.
18. 최후의 생존이 소멸하는 순간에 최초의 생존이 일어나는 것이라면 이치에 합당하지 않다. 또한 최후의 생존이 아직 멸해버리지 않았을 때만 최초의 생존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은 이치에 합당하지 않다.
*최후의 것이 소멸한다면 최초의 생존(이 있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소멸하는 순간이 하나의 생존이고 발생하는 순간이 (다른)하나의 생존이(라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19. 만일 최후의 생존이 소멸하고 있는 중인 때에 최초의 생존이 발생한다고 하는 것이 있다면 멸해간다고 하는 것은 하나의 생존하는 것이 되고, 생기는 것으로 있는 것도 하나의 생존으로 있다고 하는 것이 될 것이다.
*만일 발생과 소멸이 동시에 있다고 한다면 이 五陰에서 죽어 (같은) 이 五陰에서 生하는 꼴이 된다. 곧 후자는 소멸하는 중인 것이고 전자는 발생하고 있는 중인 것이 되리라.
20. 만일 지금 현재에 소멸하는 중인 것과 지금 현재에 발생하는 중인 것이 함께하는 것이 이치에 합당하다고 한다면 이러한 구성요소[온蘊]에 있어서, 죽은 바로 그 五蘊에서 또한 그와 똑같이 구성요소에 있어서 생기지 않겠는가.
*삼세 중에 생존이 상속하는 것은 포착되지 않는다. 만일 삼세 중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생존의 상속이 존재하겠는가.
21. 이와 같이 세 가지 시간(과거․현재․미래)에서도 생존이 연속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삼세에 존재하지 않는 그러한 생존의 연속이 어떻게 존재하겠는가.
제 22장 여래의 고찰[第22 觀如來品]
1. 수행의 완성자[여래如來]는 개인 존재의 구성요소 오온(五蘊)이 아니고, 구성요소와 다른 어떤 오온이 아니며, 그 분(여래) 속에 오온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들(오온) 속에 그분이 있는 것도 아니며, 여래가 오온을 갖는 것도 아닌데 이런 가운데 어느 것이 여래이겠는가.
*오온도 아니고 오음을 떠난 것도 아니며 이것(여래)과 저것(오온)이 서로 內在하는 것도 아니다. 여래는 오음을 소유하지도 않으니 어디에 여래가 존재하겠는가.
2. 오음이 화합하여 여래가 존재한다면 그 自性은 없다. 만일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다른 것으로 인해 존재하겠는가.
*만약 붓다[여래]가 여러 가지 구성요소[오온五蘊]에 집착해서 의존[取]한다면 자성으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자성으로서 존재하지 않는 것, 그것이 어떻게 타성으로서 존재하겠는가.
3. 다른 것으로 인해 존재하는 것에 의존해서 생기는 것은 무아라고 하는 것이 성립된다. 그런데 무아(無我)인 것이 어떻게 여래가 되겠는가.
*존재가 만일 다른 것을 인연으로 하여 발생한다면 그것은 자아(自我)가 아니다. 만일 존재가 자아가 아니라면 어떻게 그것이 여래이겠는가.
4. 만일 이런 자체[자성 自性]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다른 것[타성 他性]이 존재하겠는가. 자성과 타성을 떠나서 무엇이 그 여래이겠는가.
*만일 자성이 존재하지 않으면 어떻게 타성이 존재하겠는가. 자성과 타성을 떠나서 무엇을 여래라고 부르겠는가.
5. 만일 개인 존재의 구성요소[오온 五蘊]를 집착해서 취하지 않고 그 어떤 여래가 존재한다면 그 여래는 지금 집착해서 취하는 것이리라. 집착해서 취하는 그것 여래가 있는 것이 되리라.
*만약 오온을 원인하지 않고 먼저 여래가 존재한다고 하지만 지금 오음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여래라고 말한다.
6. 개인 존재의 여러 가지 구성요소[오온]에 집착해서 취하지 않아도 역시 그 어떤 여래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 오음을 집착해서 취하지 않고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어떻게 집착해서 취하는 것이 있겠는가.
*이제 실제로 오음을 取하지 않는다면 여래라는 존재는 결코 없다. 만일 오음을 취하지 않는다면 이제 어떻게 取하겠는가.
7. 집착해서 취하지 않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집착해서 취한다고 하는 것은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집착해서 취함이 없는 여래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취함이 아직 없다면 취한 것은 取라고 부르지 못한다. 취함이 없는 존재가 없기에 여래라고 부른다.
8. 만일 개인 존재의 여러 가지 구성요소에 대해서 그러한 것들과 동일(同一)이나 별이(別異) 중에 여래가 있을 수 없다면 다섯 가지로 추구해도 존재하지 않는 여래가, 어떻게 집착해서 취함에 의존해서 임시로 표시되는 것으로 존재하겠는가.
*동일성(同一性)과 별이성(別異性)에 의해서 다섯 가지로 추구하여 존재하지 않는 여래가 어떻게 의존[取]에 의해 파악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