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또한 집착하여 취한 것(곧 오온)은 또한 그것 자체(자성)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어떻게 다른 것으로부터 존재하겠는가.
*집착하여 이루어진 오온은 자성(自性)으로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자성이 없다면 어떻게 타성(他性)이 존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10. 이와 같이 집착하여 취하는 작용도 집착하는 주체도 모두 다 공(空)하다. 그런데 공한 여래가 어떻게 공한 것에 의해 파악되겠는가.
*이처럼 취하는 작용도 공하고 취하는 것도 공하다. 어떻게 공한 것으로 공한 여래를 설하겠는가.
11. 공(空)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공이 아니라고 한다든가, 공이건 공이 아니건 이들이 양자가 있건 또한 양자가 아니든(공도 아니고 불공도 아니다) 마찬가지이고, 가설 때문에 설해지는 것이다.
*공은 말할 수 없고 비공(非空)도 말할 수 없다. (공과 비공이) 함께건 함께가 아니건 말할 수 없다. 단지 가명(假名)으로 설하는 것이다.
12. 이러한 고용한 경지 (적정)에 대해서, 어떻게 여기에 영원하다거나[常] 영원하지 않다거나[無常] 등의 사구(四句)가 성립할 수 있겠는가. 또한 이러한 고요한 경지에 대해서 어떻게 유한(有限)이나 무한(無限) 등의 사구가 성립할 수 있겠는가.
*적멸(寂滅)한 상(相) 중에는 영원하다든지 무상(無常)하다는 등의 사구가 없다. 적멸한 상 중에는 끝이 있다든지 끝이 없다든지 하는 등의 사구가 없다는 것이다.
13. 그러나 여래는 존재한다고 하는 깊은 집착에 붙들려 있는 사람은 열반에 들어있는 여래에 대해서도 "여래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상상하고 망상 분별한다.
*사견이 깊고 두터운 사람은 “여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하고 여래의 적멸한 모습에 대해서도 있다거나 그렇지 않다고 분별한다.
14. 그러나 여래는 그것 자체로서는 공하기 때문에 이런 여래에 대해서 “여래가 입멸에 든 이후 존재한다”라고 하거나 혹은 “입멸 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사색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처럼 여래가 空하다면 열반에 이후 여래가 다음에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분별하는 생각은 결코 성립하지 않는다.
15. 희론(형이상학적 논의)을 초월해 있어서 불멸(不滅)인 부처를, 여러 가지 희론을 일삼는 자들은 모두 희론하여 해를 끼치므로 (그들은) 여래를 보지 못한다.
*여래는 희론을 넘어서 있는데 사람들이 희론을 낸다. 희론은 해를 끼쳐서 혜안(慧眼)을 파괴하니 그들은 모두 부처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16. 여래가 갖는 자성은 바로 이 세간의 자성이다. 여래는 그 성품이 없으니[무자성] 이 세계도 또한 자성이 없다.
*여래는 본질을 자성 그것은 이 세계의 자성인데 여래는 무자성하니 이 세계도 자성이 없다.
제23장 전도된 망상에 대한 관찰[觀顚倒品]
1. 탐욕과 진에와 우치는 망상의 사고작용에서 생긴다고 설해진다. 왜냐하면 정(淨)과 부정의 뒤바뀜[顚倒]을 연하여 (貪瞋癡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망상분별로부터 탐욕과 진에와 우치가 생긴다. 정과 부정이라는 전도는 모두 여러 가지 인연에서 생긴다.
2. 정과 부정의 뒤바뀐 오해를 연하여 일어나는 것들은 그것들은 자체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 번뇌는 본체에 대해서 말한다면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정과 부정의 전도가 원인으로 삼독심이 발생한다면 삼독심은 그 자성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번뇌는 그 실체가 없다.
3. 아트만(自我)의 존재와 비존재는 결코 성립하지 않는다. 그것(자아) 없이 번뇌들의 존재와 비존재가 어떻게 성립하겠는가.
*자아라는 법의 존재성과 존재하지 않음이란 결코 성립하지 않는다. 이러한 자아가 없으니 모든 번뇌의 존재와 비존재도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4. 이러한 번뇌들은 누군가 어떤 사람에게 속하여 존재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사람도 성립하지 않는다. 누군가 어떤 사람이 없기 때문에 번뇌들은 어떠한 사람에게도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이러한 번뇌를 소유하고 존재하는가. 그러나 이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만일 이것을 떠나서 존재한다면 번뇌는 그 소속이 없는 꼴이 된다.
5. 자신의 신체가 아트만(자아)이 있다고 보는 견해와 마찬가지로 번뇌에 물들은 사람에 대해서 다섯 가지로 추구해 보아도 번뇌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체가 아트만이 있다고 보는 견해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번뇌에 대해서 다섯 가지로 추구해 보아도 번뇌에 물들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몸이 있다는 견해 그것을 다섯 가지로 추구해 봐도 얻을 수 없듯이 번뇌는 (번뇌로) 더러워진 마음으로부터 다섯 가지를 추구해도 얻을 수 없다.
6. 정과 부정의 뒤바뀜은 그것 자체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떠한 정과 부정의 뒤바뀜에 연하여 있는 여러 가지 번뇌가 일어날 수 있겠는가.
*정과 부정의 전도에서 전도된 마음은 허망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허망하므로 그것은 자성이 없다. 자성이 없는데 어떻게 그 양자로 인하여 모든 번뇌가 일어나겠는가.
7. 형상과 소리와 맛들, 냄새들과 감촉들, 그리고 생각의 내용(法)들은 탐욕과 瞋恚[화]와 愚癡의 여섯 가지 대상이라고 분별된다.
*형상과 소리와 맛 냄새들과 감촉들과 법의 여섯 가지, 이런 여섯 가지는 삼독의 뿌리가 된다.
8. 형상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감촉 그리고 사고하는 것, 이러한 모든 것들에 있어서 실체가 없고 오직 신기루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아지랑이나 꿈과 같다.
*형상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감촉, 그리고 법 이러한 모든 것들은 그 自體의 여섯 가지가 모두 공하여 아지랑이나 꿈과 같고 신기루와 같다.
9. 이러한 환인(幻人: 마법에 의해서 출현하는 사람들)의 허깨비와 같고 거울에 비친 모습과 같다면 거기에(=六入에) 정이나 부정(不淨)이 역시 어떻게 존재하겠는가.
*이처럼 여섯 가지 중에는 어떻게 정이나 부정이 존재하겠는가. 마치 환상으로 만들어진 사람과 같고 역시 거울 속의 비추어진 모습과도 같이 단지 마음이 착각하여 만들어낸 것이며, 실은 공하여 실체가 없다.
10. 청정함에 의존하지 않는 부정(不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에 연하여 정이 있다고 우리들은 설한다. 그러므로 淨은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정의 상(相)을 원인으로 하지 않는다면 부정은 없다. 정을 원인으로 해서 부정이 있으니 이런 까닭으로 부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11. 청정하지 않음에 의존하지 않는 청정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에 연하여 부정이 있다고 우리들은 설한다. 그러므로 부정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부정을 원인으로 하지 않으면 정(淨)도 역시 없다. 부정을 원인하여 정이 있으니 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12. 청정함이 존재하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탐욕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만약 부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화내는 악한 마음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만일 청정함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말미암아 탐욕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만일 부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말미암아 화냄의 번뇌가 생기겠는가.
13. 혹시 무상한 것에 관해서 그것이 상주한다고 생각하는 이와 같은 집착이 전도(顚倒)라고 한다면, 공(의 입장)에서 보면 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째서 그런 집착이 전도이겠는가.
*無常을 常이라고 집착하는 것 이것을 전도라고 부르지만 空에는 常이 없는데 어디에 常이라는 전도가 존재하겠는가. 모든 존재의 자성이 공한데 상주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상주한다는 전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14. 만일 무상한 것에 대해 거꾸로 상주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집착이 전도라고 한다면 무상하다고 생각하는 집착도 공한 것에 관해서 보면 어째서 전도가 아니겠는가.
*무상을 무상이라고 집착하는 것이 전도가 아니라지만 공 가운데는 무상도 없는데 어떻게 전도 아님이 존재하겠는가. 모든 존재의 자성이 공한 가운데서보면 무상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무상이 존재하지 않는데 무엇을 전도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15. 어떤 것에 의해서 집착하는 수단과 어떤 집착과 집착하는 자 그리고 집착되는 것은 모두 자성이 공하여 적멸(寂滅)되어 있다. 그러므로 집착은 존재하지 않는다.
*집착될 것, 집착하는 자, 집착, 또한 집착에 쓰이는 일 등은 모두 그 상이 적멸한데 어떻게 집착이 존재하겠는가.
16. 삿된 것이건 바르게 있는 것이건 집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전도가 존재하고 누구에게 비전도가 존재하겠는가.
*전도는 나쁘다고 말하고 비전도는 옳다고 말하지만, 만일 무엇이 있다 없다고 분별하여 집착이라는 法이 자성이 공하여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런 일을 소유하는 주체는 누구이겠는가.
17. 이미 전도된 자에게는 이런 저런 전도들은 발생하지 않는다. 아직 전도되지 않은 자에게도 역시 전도들이 성립하지 않는다.
*전도가 존재해도 전도가 발생하지 않고, 전도가 존재하지 않아도 전도가 발생하지 않는다. 전도된 자는 전도되지 않고 전도되지 않은 자도 역시 전도되지 않는다.
18. 지금 현재 전도되고 있는 중인 것에는 전도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누구에게 전도들이 발생하는지 그대 스스로 고찰하거라. 어떤 사람에 의해서 이러한 전도들이 일어나는가.
*만일 전도 중일 때도 역시 전도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왜냐하면 이미 전도되었기 때문이다), 그대는 누가 전도를 생하는지 스스로 관찰할 수 있으리라.(아직 전도되지 않은 것은 역시 아직 전도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