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장엄왕본사품 제27(妙莊嚴王本事品 第二十七)
1. 묘장엄왕본사품의 대의(大意)
이 품은 묘장엄왕의 과거세 법화경 유통의 인연이 있게 된 근본의 일을 설하였다. 이전 품에서는 다라니주로 『법화경』을 수호할 것을 설한 데 비해, 이 품에서는 선지식에 의해 『법화경』을 수호한 일을 들어서 유통을 권하는 것이다. 유통분에는 촉루유통 화타권유통 자행유통의 셋이 있는데 이 품은 이중에 교화를 권하는 화타권유통에 속한다. 수행의 측면에서 보면 다라니품을 통하여 신통력으로 가지(加持)하여 바깥 마구니가 이미 소멸되었고, 법력(法力)이 안에서 훈습하여 삿된 견해가 제거되어 보리와 열반을 증득하므로, 이제 묘장엄왕의 본사를 설하게 되는 것이다. 약왕과 약상의 두 보살은 『법화경』을 수지하고 보살도를 닦아 많은 사람들을 교화했고 이제 외도에 빠진 묘장엄왕을 교화하기 위해 그의 아들로 태어나 법화의 정법에 인도하였으니, 이들 두 선지식은 서원(誓願)으로 『법화경』을 유통하는 것이다.
2. 이 품이 설해진 인연
운뢰음수왕지불 시대에 묘장엄왕이 정덕부인과 정장, 정안의 두 아들이 있어서 보살도를 닦았으니, 육바라밀과 방편바라밀, 자비희사, 삼십칠조도법을 밝게 통달하고 삼매에 통달했다. 이 때 때가 이르렀고 인연이 계합하여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하시게 되었다.
두 아들과 어머니는 사도(邪道)에 빠져 있는 부왕을 교화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한 끝에 두 아들이 갖가지 신통삼매를 보여 아버지로 하여금 믿음을 내고 발심하게 하여 부처님께 귀의하도록 하였다. 마침내 묘장엄왕이 출가하여 『묘법연화경』을 수행하고 일체정공덕장엄삼매를 얻어 불사를 지었으며, 부처님을 친견하고 아누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게 했으니 이는 모두 정안, 정덕의 두 선지식의 공덕이었다. 왕은 지금의 화덕보살, 왕비는 광조장엄상보살이었다.
이 품이 이루어지기 이전의 인연은 약장보살경(藥藏菩薩經)에 나와 있다.
옛 부처님 말법시대에 네 비구가 있었는데 법화경을 지극히 존중하였다. 이들은 비록 경의 비밀스런 가르침을 공부했으나 감로법에 젖어들지 못하여, 밤낮으로 성심을 다해 한 시각도 가르침을 잊는 일이 없었다. 그들은 탄식하고 말하기를, “진실로 우리는 이 경을 깨달을 만한 사람이 아닌가. 우리가 수행하고 있는 장소가 좋지 않은 곳인가. 세간은 소란스러워서 고요한 마음과 산란한 마음이 서로 어긋나니 오로지 한가한 것만을 구하는 것도 오히려 싫어하고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도를 숭상하는 일이겠는가”라고 하였다. 이에 네 사람은 산림에서 결사를 맺고 불도 닦기로 뜻을 모았다. 산속에서 수행이 계속되자, 의복과 양식이 모두 바닥나고 의식을 갖추는 데 걱정이 많아서 궁핍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 한 끼 식사를 얻지 못해 만리길 수행을 폐해야만 하니, 열흘 중 구일 만을 식사하면서 불도완성의 뜻을 굽혀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으니 안타까움을 말로 다할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그 중의 한 수행자가 말하였다. “우리들은 사방이 다 궁색하여 몸조차 보전하지 못할 처지인데 법이 어디에 붙어 있겠는가. 그대들 세 사람은 목숨을 다해 도를 받들고 조석 걱정은 하지 말게. 나 한 사람이 몸과 힘을 다 바쳐 맹세코 필요한 물자를 공급 하겠네” 이에 석장을 울리며 마을 집을 찾아다녀 공양을 끊이지 않고 구해왔다. 봄에서 겨울까지 한 바퀴 돌면 이듬해 다시 또 시작하기를, 마치 노복이 주인을 받들 듯이 하여, 달건 쓰건 기뻐하는 기색이나 싫어하는 기색을 나타내는 일이 없었다. 그리하여 다른 세 사람들은 성도(誠道)를 펼 수 있어서 깨달음 공부도 원만해지고 교화도 이루어지니 일세에 이익을 끼침이 무량생(無量生)에 해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수행자를 위해 생계를 맡아서 속세에 자주 드나들면서 누차 보고 듣는 여러 가지 유혹을 마주치게 되었으니 기와나 질그릇이 구워지지 않으면 깨어지기 쉬운 법이다.
어느 날 우연히 왕이 수레와 말의 행렬이 성대하게 나부끼며 외출하는 광경을 만나게 되었다. 이에 수행자는 부러워하는 마음이 생기고 생각이 흔들려 그 영광스런 모습에 애착심이 생기게 되었다. 그동안 쌓았던 훌륭한 공덕이 훈수(熏修)하니 이 생각에 따라 과보를 받게 되어, 사람 가운데 나거나 천상에서 항상 임금이 될 수 있었다. 그 복(福)은 비록 셀 수조차 없이 많더라도 역시 삼계 윤회의 한계가 있는 것이었다.
이에 세 사람이 득도(得道)한 뒤 모여서 의논하였다. “우리들이 번뇌의 새장과 육도의 울타리 안에 갇히는 신세를 면하게 된 것은 그 공덕이 왕으로 태어난 이 친구에 말미암은 것이다. 그런데 그는 과보에 빠져 유위(有爲)의 법만 불어나고 자라나게 되었으니, 이제부터 죽고 나면 다시는 왕이 될 수 없고 마침내는 지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니, 그때는 참으로 구제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그는 아직 그러한 고를 받지 않고 있으니 바로 이때가 그의 지혜를 열어주고 교화해야 할 시기다”라고 했다.
그 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이 왕은 애욕에 집착해 있고 또한 사견(邪見)을 지니고 있어서 만약 사랑이라는 미끼가 아니면 그의 고를 제거해 줄 길이 없다. 우리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단정한 그의 부인이 되고, 두 사람은 총명한 아들이 되는 것이 좋겠다. 왕은 아들과 부인의 말에 반드시 순종할 것이니, 잘 교화를 펴서 과연 사견을 고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 때의 부인이 곧 지금의 묘음보살(妙音菩薩)이요, 예전의 두 아들은 지금의 약왕보살(藥王菩薩) 약상보살(藥上菩薩) 두 보살이며, 옛날의 왕은 지금의 화덕보살(華德菩薩)이 그 사람이다.
그러한 까닭에 부처님이 백호(白毫)에서 빛을 놓아 동방보살을 불러 자대(紫臺)에 올라 서방으로 인도하셨으며, 신주(神呪)로 경을 호지하고 유통시키도록 하여 큰 이익을 얻게 한 것이다. 이와 같이 네 분 성인의 전세 인연을 설한 것이기에 「묘장엄왕본사품(妙莊嚴王本事品)」이라 말한 것이다.
[경] 그때 부처님께서 모든 대중에게 이르시되,
“지나간 옛적에 한량없고 가이없는 불가사의 아승지겁을 지나서 부처님이 계셨으니, 이름이 운뢰음수왕화지, 다타아가도 아라하 삼먁삼불타이시며, 나라의 이름은 광명장엄이요, 겁의 이름은 희견이라. 그 부처님의 법 가운데에 왕이 있었으니 이름이 묘장엄이라.(금장본 묘장엄왕본사품 제27 p976)
이시불고제대중 내왕고세 과무량무변불가사의아승지겁유불 명운뢰음수왕화지 다타아가도
爾時佛告諸大衆 乃往古世 過無量無邊不可思議阿僧祇劫有佛 名雲雷音宿王華智 多陀阿伽度
아라하 삼먁삼불타 국명광명장엄 겁명희견 피불법중 유왕 명묘장엄
阿羅訶 三藐三佛陀 國名光明莊嚴 劫名喜見 彼佛法中 有王 名妙莊嚴
[강의] 이 품의 내용은 첫째 묘장엄왕 과거세의 일이 있게 된 근본을 설하시고, 둘째 교화하는 이와 교화받는 이를 밝히며, 셋째 교화하는 이의 방편을 밝히고, 넷째 교화받는 이의 이익을 설하며, 다섯째 옛과 지금을 맺음이고, 여섯째 이 품을 듣고 도를 깨달은 일이다.
첫째, 묘장엄왕 과거세의 일[本事]이 있게 된 근본이 운뢰음수왕화지(雲雷音宿王華智) 시절이었음을 밝힌 것이다. 묘장엄왕의 지난 과거[本事]를 밝히기에 앞서 그가 공양한 부처님을 설한 것이다.
“지나간 옛적에[乃往古世]”란 내왕(乃往)은 오랜 옛날[昔昔]의 뜻이다.
“운뢰음수왕지(雲雷音宿王智)”란 이 부처님 명호의 뜻은 ‘구름 속에서 울려 퍼지는 우레 소리[雷鳴]와 같은 음성을 내시고, 별들의 왕인 월천자(月天子)에 의해 신통력을 발휘한 부처님’이라는 의미이다.
“다타아가도”란 tathāgata의 음사로 여래(如來)라고 번역한다. 여래십호의 하나이다.
“아라하”란 arhat의 음사. 번역하면, 공양을 받을 만 하다는 뜻의 응공(應供)이라 한다.
“삼먁삼불타”란 samayaksaṃbuddha의 음사이다. 번역하면 정등정각(正等正覺)이라 한다.
“광명장엄”이란 나라이름은 태양의 광명에 의해 장엄된 땅이라는 의미.
“겁의 이름”이란 시대의 이름.
“희견(喜見)”이란 시대가 태평스러워 사람들이 보면 즐거워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묘장엄(妙莊嚴Subhalagarbha)”이란 온갖 미묘하고 선한 것으로 장엄하였다는 왕이름.
[경] 그 왕의 부인은 이름이 정덕(淨德)이며 두 아들이 있으니 첫째 이름은 정장(淨藏)이요, 둘째 이름은 정안(淨眼)이라.
이 두 아들은 큰신통력과 복덕 지혜가 있었으니 오랫동안 보살이 행할 바의 도를 닦았느니라. 즉 보시바라밀, 지계바라밀, 인욕바라밀, 정진바라밀, 선바라밀, 반야바라밀, 방편바라밀과 자비희사(慈悲喜捨)와 또 삼십칠품의 조도법(助道法)을 다 명료히 통달함이니라.
또 보살의 정삼매(淨三昧) 일성수삼매 정광삼매 정색삼매 정조명삼매 장장엄삼매 대위덕장삼매를 얻어서 이 모든 삼매에 또한 다 통달함이니라.
(금장본 묘장엄왕본사품 제27 p976~978)
기왕부인 명왈정덕 유이자 일명정장 이명정안 시이자 유대신력 복덕지혜 구수보살소행지
其王夫人 名曰淨德 有二子 一名淨藏 二名淨眼 是二子 有大神力 福德智慧 久修菩薩所行之
도 소위단바라밀 시라바라밀 찬제바라밀 비리야바라밀 선바라밀 반야바라밀 방편바라밀
道 所謂檀波羅蜜 尸羅波羅蜜 羼提波羅蜜 毗梨耶波羅蜜 禪波羅蜜 般若波羅蜜 方便波羅蜜
자비희사 내지삼십칠품조도법 개실명료통달 우득보살 정삼매 일성수삼매 정광삼매 정색
慈悲喜捨 乃至三十七品助道法 皆悉明了通達 又得菩薩 淨三昧 日星宿三昧 淨光三昧 淨色
삼매 정조명삼매 장장엄삼매 대위덕장삼매 어차삼매 역실통달
三昧 淨照明三昧 長莊嚴三昧 大威德藏三昧 於此三昧 亦悉通達
[강의] 둘째, 교화하는 이[능화能化]와 교화받는 이[소화所化]를 밝힌다. 교화하는 사람은 정덕왕비와 정장, 정안의 두 아들이고, 교화받는 이는 묘장엄왕이다.
“정덕(Vimaladata)”이란 청정함을 부여받았다는 왕비이름.
“정장(Vimalagarbha)”이란 청정한 태(胎)를 가졌다는 묘장엄왕의 첫째 아들.
“정안(Vimalanetra)”이란 청정한 눈을 가졌다는 묘장엄왕의 둘째 아들.
“큰신통력과 복덕 지혜”란 두 아들이 위신력을 갖추고 진실지와 방편지가 드러나 광대하게 작용함을 밝혔다. 복과 지혜인 육바라밀과 사홍서원(경에서는 사무량심)을 합하여 십바라밀이라 한다. 부처님은 복과 지혜를 닦아 이를 만족하므로 양족존(兩足尊)이라 하는데, 이 둘을 합하여 십바라밀 수행으로 하고 각각의 지분을 닦아 동등한 자격으로 깨달음과 연결되므로 횡(橫)으로 닦는 법문이라 한다. 이에 비해 삼십칠조도법은 차례로 닦아 나아가는 수(竪)의 법문이다. 성불을 향해 나아가는 수행은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법화문구에서는 사무량심을 해석하고 있는데, 이는 사무량심이 사홍서원의 모체가 되므로 종종 이와 같이 본다고 한다. 곧 자무량심의 자(慈)가 있으면 모든 중생을 제도하려는 마음이 나기 마련이며, 비(悲)는 고를 제거하는 뜻이 있으니 모든 번뇌를 끊겠다는 마음으로 이어지며, 희(喜)는 모든 법문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오며, 사(捨)는 불도를 완성하려는 생각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사무량심의 무량하다는 것이 사홍서원의 홍서(弘誓)의 크고 넓다는 의미와 상통하기 때문이 사홍서원으로 대치하여 해석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보시바라밀(단바라밀檀波羅蜜)”이란 dāna-pāramitā의 음사. 보시(布施, 檀)의 완성. 곧 단나바라밀[布施波羅蜜].
“지계(시라尸羅)바라밀”이란 계율(持戒, 尸羅)의 완성.
“인욕(찬제羼提)바라밀”이란 인욕(忍辱, 羼提)의 완성.
“정진(비리야毗梨耶)바라밀”이란 정진(精進, 毗利耶)의 완성.
“선(단나檀那)바라밀”이란 선정의 완성.
“반야(般若)바라밀”이란 지혜의 완성.
“방편(方便)바라밀”이란 방편의 완성. 교묘한 수단과 방법으로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일. 십바라밀의 일곱째.
“자비희사(慈悲喜捨)”란 사무량심을 말한다. 중생에 무량한 즐거움을 주고(자무량심), 고통을 없애주며(비무량심), 기쁨이 번지게 하는(희무량심), 평등한 마음을 얻게 함(사무량심).
“삼십칠조도법”이란 깨달음의 지혜를 얻기 위한 실천 수행방법. 사념처 사정근 사신족 오근 오력 칠각지 팔정도의 삼십칠법을 닦는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육도 사무량심(사홍서원) 삼십칠조도법에 대해서 조도 정도로 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대품반야경 무생삼관품에서는 삼십칠조도법을 정도로 하고 행행(行行)을 조도로 하며, 법화에서는 십바라밀을 정도로 삼십칠조도법을 조도로 한다는 것이다. 행행법은 진리의 뒷받침이 없는 수행들로 구상 팔념 십상 등을 말한다. 십바라밀을 정도로 한 것은 육바라밀과 사무량심을 십바라밀로 닦을 때 법화경에서는 원교적인 수행이므로 단계적으로 닦지 않기 때문이다.
“보살의 정삼매 일성수삼매~대위덕장삼매를 얻어서 이 모든 삼매에 또한 다 통달함이니라”란 선정바라밀 중에서 고루 삼매가 있고 도품을 닦음에도 단계마다 삼매가 있다. 여기서의 일곱 가지 삼매는 널리 법문을 나타내려는 의도이다.
“정삼매(vimalasya-samādhi 淨三昧)”란 물들지 않았다는 뜻의 삼매.
“일성수삼매(nakṣtra-rājāditsya-s 日星宿三昧)”란 태양이나 별과 같이 밝은 지혜를 갖추는 삼매.
“정광삼매(vimala-bhasa-s 淨光三昧)”란 더러움이 없는 빛을 지닌 삼매라는 뜻.
“정색삼매(淨色三昧)”란 몸의 표정 행동 등에 맑고 깨끗한 덕을 갖추는 삼매.
“정조명삼매(imala-bhāsasya-s 淨照明三昧)”란 자신의 덕을 가지고 주위를 정화해 가는 삼매.
“장장엄삼매(alaṃkāraśubhasya-s 長莊嚴三昧)”란 청정한 장엄이 있는 삼매.
“대위덕삼매(mahā-tejo-garbhasya-s 大威德藏三昧)”란 위대한 위신력이 있는 삼매를 가리킨다.
[경] 이 때 그 부처님께서 묘장엄왕을 인도하고자 하시며 또한 중생을 불쌍히 생각하시는 고로 이 법화경을 설하심이라.
(금장본 묘장엄왕본사품 제27 p978)
이시피불 욕인도묘장엄왕 급민념중생고 설시법화경
爾時彼佛 欲引導妙莊嚴王 及愍念衆生故 說是法華經
[강의] 셋째, 교화하는 이의 방편을 밝힌다. 이하에는 세 부분이 있다. 첫째는 교화할 때가 이름이고, 둘째는 교화에 대한 논의를 설하고, 셋째는 교화를 위해 변화를 나타냄이다.
이 구절은 첫째의 교화할 때가 이름을 밝힌 것이다. “때가 이름”이란 옛날에는 부처님께서 출세하시어 정법을 폈지만 왕이 인연이 약하여 따르지 않다가, 이제 때가 이르러 부처님께서 『법화경』으로 교화하시게 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묘장엄왕이 삿된 것에 빠져 있으므로 정도로 인도하고자 『법화경』을 설하시고, 또 미혹에 빠져 있는 중생을 불쌍히 여기셔서 『법화경』을 설하시는 것이다.
“묘장엄왕을 인도하고자 하심”이란 묘장엄왕이 삿된 외도에 빠져 있으므로 바른 도에 인도하기 위해 경을 설하시는 것이다. 뒤에 아들에 의해 인도되어 나온다.
[경] 이 때, 정장 정안 두 아들이 그의 어머니 처소에 이르러 열 손가락을 모아 합장하고 말씀하되,
“원컨대 어머니께서는 운뢰음수왕화지 부처님 처소에 가시옵소서. 우리들이 또한 모시고 가서 친근하고 공양 예배하오리다. 어찌하여 그러한고. 이 부처님께서 일체의 하늘과 사람에게 법화경을 설하시오니 의당히 듣고 받을지이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일러 말하되,
너희 아버지께서 외도를 믿고 받아서 깊이 바라문법에 집착하시니 너희들은 응당 가서 아버지께 말씀하여 함께 갈지니라.
정장 정안이 열 손가락을 모아 합장하고 어머니에게 말씀하되,
우리들은 이 법왕의 아들이어늘 어찌해서 이 사견의 집에 태어남이니이까.
어머니는 아들에게 일러 말하되,
‘너희들은 마땅히 아버지를 염려하고 생각해서 신통변화를 나타낼지니라. 만일 보게 되면, 마음이 반드시 청정하여져서 혹 우리들이 부처님 처소에 이르도록 허락하시리라.(금장본 묘장엄왕본사품 제27 p978~980)
시 정장정안이자 도기모소 합십지조장 백언 원모왕예운뢰음수왕화지불소 아등역당시종친
時 淨藏淨眼二子 到其母所 合十指爪掌 白言 願母往詣雲雷音宿王華智佛所 我等亦當侍從親
근 공양예배 소이자하 차불 어일체천인중중 설법화경 의응청수 모고자언 여부신수외도
近 供養禮拜 所以者何 此佛 於一切天人衆中 說法華經 宜應聽受 母告子言 汝父信受外道
심착바라문법 여등 응왕백부 여공구거 정장정안 합십지조장 백모아등 시법왕자 이생차사
深著婆羅門法 汝等 應往白父 與共俱去 淨藏淨眼 合十指爪掌 白母我等 是法王子 而生此邪
견가 모고자언 여등 당우념여부 위현신변 약득견자 심필청정 혹청아등 왕지불소
見家 母告子言 汝等 當憂念汝父 爲現神變 若得見者 心必淸淨 或聽我等 往至佛所
[강의] 둘째 교화에 대한 논의이다. 어머니와 두 아들이 외도에 빠진 아버지를 구할 논의를 한 것이다. 두 아들이 어머니에게 운뢰음수왕화지불께서 『법화경』을 설하시는 때가 이르렀음을 아뢰니, 어머니는 아버지를 교화하도록 타일렀다.
“열 손가락을 모아 합장[合十指爪掌]”이란 원 뜻은 열 손가락의 손톱과 손바닥을 모음.
“의당히 듣고 받음[宜應聽受]”이란 이 경은 마땅히 들어야만할 위대한 법문이기에 어머니께 권했다는 것이다.
“바라문법에 집착”이란 바라문이 행한 법에 대해 깊이 신봉함. 바라문교란 베다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범천(梵天)에 태어나기 위해 고행수도 한다.
“법왕의 아들[法王子]”이란 법왕이란 부처님이니 부처님의 아들 곧 불자를 가리킨다. 부처님 법을 바르게 전승하는 사람. 여기서는 운뢰음수왕화지불의 법왕자이다.
“사견의 집”이란 그릇된 견해를 지닌 자의 가정. 여기서는 외도를 신봉하는 집안. 묘장엄왕이 바라문교를 믿기 때문이다.
“신통변화[神變]”란 불보살께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신통력을 발휘하여 여러 가지 모습 동작을 보이는 것.
“보게 되면 마음이 반드시 청정해짐”이란 선법(善法)으로는 듣지 않을 것이지만, 신통력을 보게 되면 받아들이게 될 것임.
1. 묘장엄왕본사품의 대의(大意)
이 품은 묘장엄왕의 과거세 법화경 유통의 인연이 있게 된 근본의 일을 설하였다. 이전 품에서는 다라니주로 『법화경』을 수호할 것을 설한 데 비해, 이 품에서는 선지식에 의해 『법화경』을 수호한 일을 들어서 유통을 권하는 것이다. 유통분에는 촉루유통 화타권유통 자행유통의 셋이 있는데 이 품은 이중에 교화를 권하는 화타권유통에 속한다. 수행의 측면에서 보면 다라니품을 통하여 신통력으로 가지(加持)하여 바깥 마구니가 이미 소멸되었고, 법력(法力)이 안에서 훈습하여 삿된 견해가 제거되어 보리와 열반을 증득하므로, 이제 묘장엄왕의 본사를 설하게 되는 것이다. 약왕과 약상의 두 보살은 『법화경』을 수지하고 보살도를 닦아 많은 사람들을 교화했고 이제 외도에 빠진 묘장엄왕을 교화하기 위해 그의 아들로 태어나 법화의 정법에 인도하였으니, 이들 두 선지식은 서원(誓願)으로 『법화경』을 유통하는 것이다.
2. 이 품이 설해진 인연
운뢰음수왕지불 시대에 묘장엄왕이 정덕부인과 정장, 정안의 두 아들이 있어서 보살도를 닦았으니, 육바라밀과 방편바라밀, 자비희사, 삼십칠조도법을 밝게 통달하고 삼매에 통달했다. 이 때 때가 이르렀고 인연이 계합하여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하시게 되었다.
두 아들과 어머니는 사도(邪道)에 빠져 있는 부왕을 교화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한 끝에 두 아들이 갖가지 신통삼매를 보여 아버지로 하여금 믿음을 내고 발심하게 하여 부처님께 귀의하도록 하였다. 마침내 묘장엄왕이 출가하여 『묘법연화경』을 수행하고 일체정공덕장엄삼매를 얻어 불사를 지었으며, 부처님을 친견하고 아누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게 했으니 이는 모두 정안, 정덕의 두 선지식의 공덕이었다. 왕은 지금의 화덕보살, 왕비는 광조장엄상보살이었다.
이 품이 이루어지기 이전의 인연은 약장보살경(藥藏菩薩經)에 나와 있다.
옛 부처님 말법시대에 네 비구가 있었는데 법화경을 지극히 존중하였다. 이들은 비록 경의 비밀스런 가르침을 공부했으나 감로법에 젖어들지 못하여, 밤낮으로 성심을 다해 한 시각도 가르침을 잊는 일이 없었다. 그들은 탄식하고 말하기를, “진실로 우리는 이 경을 깨달을 만한 사람이 아닌가. 우리가 수행하고 있는 장소가 좋지 않은 곳인가. 세간은 소란스러워서 고요한 마음과 산란한 마음이 서로 어긋나니 오로지 한가한 것만을 구하는 것도 오히려 싫어하고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도를 숭상하는 일이겠는가”라고 하였다. 이에 네 사람은 산림에서 결사를 맺고 불도 닦기로 뜻을 모았다. 산속에서 수행이 계속되자, 의복과 양식이 모두 바닥나고 의식을 갖추는 데 걱정이 많아서 궁핍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 한 끼 식사를 얻지 못해 만리길 수행을 폐해야만 하니, 열흘 중 구일 만을 식사하면서 불도완성의 뜻을 굽혀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으니 안타까움을 말로 다할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그 중의 한 수행자가 말하였다. “우리들은 사방이 다 궁색하여 몸조차 보전하지 못할 처지인데 법이 어디에 붙어 있겠는가. 그대들 세 사람은 목숨을 다해 도를 받들고 조석 걱정은 하지 말게. 나 한 사람이 몸과 힘을 다 바쳐 맹세코 필요한 물자를 공급 하겠네” 이에 석장을 울리며 마을 집을 찾아다녀 공양을 끊이지 않고 구해왔다. 봄에서 겨울까지 한 바퀴 돌면 이듬해 다시 또 시작하기를, 마치 노복이 주인을 받들 듯이 하여, 달건 쓰건 기뻐하는 기색이나 싫어하는 기색을 나타내는 일이 없었다. 그리하여 다른 세 사람들은 성도(誠道)를 펼 수 있어서 깨달음 공부도 원만해지고 교화도 이루어지니 일세에 이익을 끼침이 무량생(無量生)에 해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수행자를 위해 생계를 맡아서 속세에 자주 드나들면서 누차 보고 듣는 여러 가지 유혹을 마주치게 되었으니 기와나 질그릇이 구워지지 않으면 깨어지기 쉬운 법이다.
어느 날 우연히 왕이 수레와 말의 행렬이 성대하게 나부끼며 외출하는 광경을 만나게 되었다. 이에 수행자는 부러워하는 마음이 생기고 생각이 흔들려 그 영광스런 모습에 애착심이 생기게 되었다. 그동안 쌓았던 훌륭한 공덕이 훈수(熏修)하니 이 생각에 따라 과보를 받게 되어, 사람 가운데 나거나 천상에서 항상 임금이 될 수 있었다. 그 복(福)은 비록 셀 수조차 없이 많더라도 역시 삼계 윤회의 한계가 있는 것이었다.
이에 세 사람이 득도(得道)한 뒤 모여서 의논하였다. “우리들이 번뇌의 새장과 육도의 울타리 안에 갇히는 신세를 면하게 된 것은 그 공덕이 왕으로 태어난 이 친구에 말미암은 것이다. 그런데 그는 과보에 빠져 유위(有爲)의 법만 불어나고 자라나게 되었으니, 이제부터 죽고 나면 다시는 왕이 될 수 없고 마침내는 지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니, 그때는 참으로 구제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그는 아직 그러한 고를 받지 않고 있으니 바로 이때가 그의 지혜를 열어주고 교화해야 할 시기다”라고 했다.
그 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이 왕은 애욕에 집착해 있고 또한 사견(邪見)을 지니고 있어서 만약 사랑이라는 미끼가 아니면 그의 고를 제거해 줄 길이 없다. 우리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단정한 그의 부인이 되고, 두 사람은 총명한 아들이 되는 것이 좋겠다. 왕은 아들과 부인의 말에 반드시 순종할 것이니, 잘 교화를 펴서 과연 사견을 고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 때의 부인이 곧 지금의 묘음보살(妙音菩薩)이요, 예전의 두 아들은 지금의 약왕보살(藥王菩薩) 약상보살(藥上菩薩) 두 보살이며, 옛날의 왕은 지금의 화덕보살(華德菩薩)이 그 사람이다.
그러한 까닭에 부처님이 백호(白毫)에서 빛을 놓아 동방보살을 불러 자대(紫臺)에 올라 서방으로 인도하셨으며, 신주(神呪)로 경을 호지하고 유통시키도록 하여 큰 이익을 얻게 한 것이다. 이와 같이 네 분 성인의 전세 인연을 설한 것이기에 「묘장엄왕본사품(妙莊嚴王本事品)」이라 말한 것이다.
[경] 그때 부처님께서 모든 대중에게 이르시되,
“지나간 옛적에 한량없고 가이없는 불가사의 아승지겁을 지나서 부처님이 계셨으니, 이름이 운뢰음수왕화지, 다타아가도 아라하 삼먁삼불타이시며, 나라의 이름은 광명장엄이요, 겁의 이름은 희견이라. 그 부처님의 법 가운데에 왕이 있었으니 이름이 묘장엄이라.(금장본 묘장엄왕본사품 제27 p976)
이시불고제대중 내왕고세 과무량무변불가사의아승지겁유불 명운뢰음수왕화지 다타아가도
爾時佛告諸大衆 乃往古世 過無量無邊不可思議阿僧祇劫有佛 名雲雷音宿王華智 多陀阿伽度
아라하 삼먁삼불타 국명광명장엄 겁명희견 피불법중 유왕 명묘장엄
阿羅訶 三藐三佛陀 國名光明莊嚴 劫名喜見 彼佛法中 有王 名妙莊嚴
[강의] 이 품의 내용은 첫째 묘장엄왕 과거세의 일이 있게 된 근본을 설하시고, 둘째 교화하는 이와 교화받는 이를 밝히며, 셋째 교화하는 이의 방편을 밝히고, 넷째 교화받는 이의 이익을 설하며, 다섯째 옛과 지금을 맺음이고, 여섯째 이 품을 듣고 도를 깨달은 일이다.
첫째, 묘장엄왕 과거세의 일[本事]이 있게 된 근본이 운뢰음수왕화지(雲雷音宿王華智) 시절이었음을 밝힌 것이다. 묘장엄왕의 지난 과거[本事]를 밝히기에 앞서 그가 공양한 부처님을 설한 것이다.
“지나간 옛적에[乃往古世]”란 내왕(乃往)은 오랜 옛날[昔昔]의 뜻이다.
“운뢰음수왕지(雲雷音宿王智)”란 이 부처님 명호의 뜻은 ‘구름 속에서 울려 퍼지는 우레 소리[雷鳴]와 같은 음성을 내시고, 별들의 왕인 월천자(月天子)에 의해 신통력을 발휘한 부처님’이라는 의미이다.
“다타아가도”란 tathāgata의 음사로 여래(如來)라고 번역한다. 여래십호의 하나이다.
“아라하”란 arhat의 음사. 번역하면, 공양을 받을 만 하다는 뜻의 응공(應供)이라 한다.
“삼먁삼불타”란 samayaksaṃbuddha의 음사이다. 번역하면 정등정각(正等正覺)이라 한다.
“광명장엄”이란 나라이름은 태양의 광명에 의해 장엄된 땅이라는 의미.
“겁의 이름”이란 시대의 이름.
“희견(喜見)”이란 시대가 태평스러워 사람들이 보면 즐거워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묘장엄(妙莊嚴Subhalagarbha)”이란 온갖 미묘하고 선한 것으로 장엄하였다는 왕이름.
[경] 그 왕의 부인은 이름이 정덕(淨德)이며 두 아들이 있으니 첫째 이름은 정장(淨藏)이요, 둘째 이름은 정안(淨眼)이라.
이 두 아들은 큰신통력과 복덕 지혜가 있었으니 오랫동안 보살이 행할 바의 도를 닦았느니라. 즉 보시바라밀, 지계바라밀, 인욕바라밀, 정진바라밀, 선바라밀, 반야바라밀, 방편바라밀과 자비희사(慈悲喜捨)와 또 삼십칠품의 조도법(助道法)을 다 명료히 통달함이니라.
또 보살의 정삼매(淨三昧) 일성수삼매 정광삼매 정색삼매 정조명삼매 장장엄삼매 대위덕장삼매를 얻어서 이 모든 삼매에 또한 다 통달함이니라.
(금장본 묘장엄왕본사품 제27 p976~978)
기왕부인 명왈정덕 유이자 일명정장 이명정안 시이자 유대신력 복덕지혜 구수보살소행지
其王夫人 名曰淨德 有二子 一名淨藏 二名淨眼 是二子 有大神力 福德智慧 久修菩薩所行之
도 소위단바라밀 시라바라밀 찬제바라밀 비리야바라밀 선바라밀 반야바라밀 방편바라밀
道 所謂檀波羅蜜 尸羅波羅蜜 羼提波羅蜜 毗梨耶波羅蜜 禪波羅蜜 般若波羅蜜 方便波羅蜜
자비희사 내지삼십칠품조도법 개실명료통달 우득보살 정삼매 일성수삼매 정광삼매 정색
慈悲喜捨 乃至三十七品助道法 皆悉明了通達 又得菩薩 淨三昧 日星宿三昧 淨光三昧 淨色
삼매 정조명삼매 장장엄삼매 대위덕장삼매 어차삼매 역실통달
三昧 淨照明三昧 長莊嚴三昧 大威德藏三昧 於此三昧 亦悉通達
[강의] 둘째, 교화하는 이[능화能化]와 교화받는 이[소화所化]를 밝힌다. 교화하는 사람은 정덕왕비와 정장, 정안의 두 아들이고, 교화받는 이는 묘장엄왕이다.
“정덕(Vimaladata)”이란 청정함을 부여받았다는 왕비이름.
“정장(Vimalagarbha)”이란 청정한 태(胎)를 가졌다는 묘장엄왕의 첫째 아들.
“정안(Vimalanetra)”이란 청정한 눈을 가졌다는 묘장엄왕의 둘째 아들.
“큰신통력과 복덕 지혜”란 두 아들이 위신력을 갖추고 진실지와 방편지가 드러나 광대하게 작용함을 밝혔다. 복과 지혜인 육바라밀과 사홍서원(경에서는 사무량심)을 합하여 십바라밀이라 한다. 부처님은 복과 지혜를 닦아 이를 만족하므로 양족존(兩足尊)이라 하는데, 이 둘을 합하여 십바라밀 수행으로 하고 각각의 지분을 닦아 동등한 자격으로 깨달음과 연결되므로 횡(橫)으로 닦는 법문이라 한다. 이에 비해 삼십칠조도법은 차례로 닦아 나아가는 수(竪)의 법문이다. 성불을 향해 나아가는 수행은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법화문구에서는 사무량심을 해석하고 있는데, 이는 사무량심이 사홍서원의 모체가 되므로 종종 이와 같이 본다고 한다. 곧 자무량심의 자(慈)가 있으면 모든 중생을 제도하려는 마음이 나기 마련이며, 비(悲)는 고를 제거하는 뜻이 있으니 모든 번뇌를 끊겠다는 마음으로 이어지며, 희(喜)는 모든 법문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오며, 사(捨)는 불도를 완성하려는 생각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사무량심의 무량하다는 것이 사홍서원의 홍서(弘誓)의 크고 넓다는 의미와 상통하기 때문이 사홍서원으로 대치하여 해석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보시바라밀(단바라밀檀波羅蜜)”이란 dāna-pāramitā의 음사. 보시(布施, 檀)의 완성. 곧 단나바라밀[布施波羅蜜].
“지계(시라尸羅)바라밀”이란 계율(持戒, 尸羅)의 완성.
“인욕(찬제羼提)바라밀”이란 인욕(忍辱, 羼提)의 완성.
“정진(비리야毗梨耶)바라밀”이란 정진(精進, 毗利耶)의 완성.
“선(단나檀那)바라밀”이란 선정의 완성.
“반야(般若)바라밀”이란 지혜의 완성.
“방편(方便)바라밀”이란 방편의 완성. 교묘한 수단과 방법으로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일. 십바라밀의 일곱째.
“자비희사(慈悲喜捨)”란 사무량심을 말한다. 중생에 무량한 즐거움을 주고(자무량심), 고통을 없애주며(비무량심), 기쁨이 번지게 하는(희무량심), 평등한 마음을 얻게 함(사무량심).
“삼십칠조도법”이란 깨달음의 지혜를 얻기 위한 실천 수행방법. 사념처 사정근 사신족 오근 오력 칠각지 팔정도의 삼십칠법을 닦는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육도 사무량심(사홍서원) 삼십칠조도법에 대해서 조도 정도로 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대품반야경 무생삼관품에서는 삼십칠조도법을 정도로 하고 행행(行行)을 조도로 하며, 법화에서는 십바라밀을 정도로 삼십칠조도법을 조도로 한다는 것이다. 행행법은 진리의 뒷받침이 없는 수행들로 구상 팔념 십상 등을 말한다. 십바라밀을 정도로 한 것은 육바라밀과 사무량심을 십바라밀로 닦을 때 법화경에서는 원교적인 수행이므로 단계적으로 닦지 않기 때문이다.
“보살의 정삼매 일성수삼매~대위덕장삼매를 얻어서 이 모든 삼매에 또한 다 통달함이니라”란 선정바라밀 중에서 고루 삼매가 있고 도품을 닦음에도 단계마다 삼매가 있다. 여기서의 일곱 가지 삼매는 널리 법문을 나타내려는 의도이다.
“정삼매(vimalasya-samādhi 淨三昧)”란 물들지 않았다는 뜻의 삼매.
“일성수삼매(nakṣtra-rājāditsya-s 日星宿三昧)”란 태양이나 별과 같이 밝은 지혜를 갖추는 삼매.
“정광삼매(vimala-bhasa-s 淨光三昧)”란 더러움이 없는 빛을 지닌 삼매라는 뜻.
“정색삼매(淨色三昧)”란 몸의 표정 행동 등에 맑고 깨끗한 덕을 갖추는 삼매.
“정조명삼매(imala-bhāsasya-s 淨照明三昧)”란 자신의 덕을 가지고 주위를 정화해 가는 삼매.
“장장엄삼매(alaṃkāraśubhasya-s 長莊嚴三昧)”란 청정한 장엄이 있는 삼매.
“대위덕삼매(mahā-tejo-garbhasya-s 大威德藏三昧)”란 위대한 위신력이 있는 삼매를 가리킨다.
[경] 이 때 그 부처님께서 묘장엄왕을 인도하고자 하시며 또한 중생을 불쌍히 생각하시는 고로 이 법화경을 설하심이라.
(금장본 묘장엄왕본사품 제27 p978)
이시피불 욕인도묘장엄왕 급민념중생고 설시법화경
爾時彼佛 欲引導妙莊嚴王 及愍念衆生故 說是法華經
[강의] 셋째, 교화하는 이의 방편을 밝힌다. 이하에는 세 부분이 있다. 첫째는 교화할 때가 이름이고, 둘째는 교화에 대한 논의를 설하고, 셋째는 교화를 위해 변화를 나타냄이다.
이 구절은 첫째의 교화할 때가 이름을 밝힌 것이다. “때가 이름”이란 옛날에는 부처님께서 출세하시어 정법을 폈지만 왕이 인연이 약하여 따르지 않다가, 이제 때가 이르러 부처님께서 『법화경』으로 교화하시게 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묘장엄왕이 삿된 것에 빠져 있으므로 정도로 인도하고자 『법화경』을 설하시고, 또 미혹에 빠져 있는 중생을 불쌍히 여기셔서 『법화경』을 설하시는 것이다.
“묘장엄왕을 인도하고자 하심”이란 묘장엄왕이 삿된 외도에 빠져 있으므로 바른 도에 인도하기 위해 경을 설하시는 것이다. 뒤에 아들에 의해 인도되어 나온다.
[경] 이 때, 정장 정안 두 아들이 그의 어머니 처소에 이르러 열 손가락을 모아 합장하고 말씀하되,
“원컨대 어머니께서는 운뢰음수왕화지 부처님 처소에 가시옵소서. 우리들이 또한 모시고 가서 친근하고 공양 예배하오리다. 어찌하여 그러한고. 이 부처님께서 일체의 하늘과 사람에게 법화경을 설하시오니 의당히 듣고 받을지이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일러 말하되,
너희 아버지께서 외도를 믿고 받아서 깊이 바라문법에 집착하시니 너희들은 응당 가서 아버지께 말씀하여 함께 갈지니라.
정장 정안이 열 손가락을 모아 합장하고 어머니에게 말씀하되,
우리들은 이 법왕의 아들이어늘 어찌해서 이 사견의 집에 태어남이니이까.
어머니는 아들에게 일러 말하되,
‘너희들은 마땅히 아버지를 염려하고 생각해서 신통변화를 나타낼지니라. 만일 보게 되면, 마음이 반드시 청정하여져서 혹 우리들이 부처님 처소에 이르도록 허락하시리라.(금장본 묘장엄왕본사품 제27 p978~980)
시 정장정안이자 도기모소 합십지조장 백언 원모왕예운뢰음수왕화지불소 아등역당시종친
時 淨藏淨眼二子 到其母所 合十指爪掌 白言 願母往詣雲雷音宿王華智佛所 我等亦當侍從親
근 공양예배 소이자하 차불 어일체천인중중 설법화경 의응청수 모고자언 여부신수외도
近 供養禮拜 所以者何 此佛 於一切天人衆中 說法華經 宜應聽受 母告子言 汝父信受外道
심착바라문법 여등 응왕백부 여공구거 정장정안 합십지조장 백모아등 시법왕자 이생차사
深著婆羅門法 汝等 應往白父 與共俱去 淨藏淨眼 合十指爪掌 白母我等 是法王子 而生此邪
견가 모고자언 여등 당우념여부 위현신변 약득견자 심필청정 혹청아등 왕지불소
見家 母告子言 汝等 當憂念汝父 爲現神變 若得見者 心必淸淨 或聽我等 往至佛所
[강의] 둘째 교화에 대한 논의이다. 어머니와 두 아들이 외도에 빠진 아버지를 구할 논의를 한 것이다. 두 아들이 어머니에게 운뢰음수왕화지불께서 『법화경』을 설하시는 때가 이르렀음을 아뢰니, 어머니는 아버지를 교화하도록 타일렀다.
“열 손가락을 모아 합장[合十指爪掌]”이란 원 뜻은 열 손가락의 손톱과 손바닥을 모음.
“의당히 듣고 받음[宜應聽受]”이란 이 경은 마땅히 들어야만할 위대한 법문이기에 어머니께 권했다는 것이다.
“바라문법에 집착”이란 바라문이 행한 법에 대해 깊이 신봉함. 바라문교란 베다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범천(梵天)에 태어나기 위해 고행수도 한다.
“법왕의 아들[法王子]”이란 법왕이란 부처님이니 부처님의 아들 곧 불자를 가리킨다. 부처님 법을 바르게 전승하는 사람. 여기서는 운뢰음수왕화지불의 법왕자이다.
“사견의 집”이란 그릇된 견해를 지닌 자의 가정. 여기서는 외도를 신봉하는 집안. 묘장엄왕이 바라문교를 믿기 때문이다.
“신통변화[神變]”란 불보살께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신통력을 발휘하여 여러 가지 모습 동작을 보이는 것.
“보게 되면 마음이 반드시 청정해짐”이란 선법(善法)으로는 듣지 않을 것이지만, 신통력을 보게 되면 받아들이게 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