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용수의 대지도론 중요 교설
대지도론은 대품반야경의 논서로 마하반야바라밀경석론(摩訶般若波羅蜜經釋論) 또는 석론(釋論) 등으로 불린다. 중요내용은 대승의 대표적인 논서로의 위상에 걸맞게 대승의 보살도를 중심으로 대승의 보살사상이나 육바라밀 등의 불교 실천행을 잘 설명하고 있지만, 대품반야경의 해석에 있어서 근본불교의 중요 불교 교설이나 이념을 취하여 밝히고 있어서 대승 소승의 불교사상 교류에도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중론(中論)』이나 『십이문론(十二門論)』에서는 아비달마에서 전개된 소승불교 교설에 대하여 파사현정의 정신에서 대승불교운동을 크게 고양시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비해서, 이 논서는 사상적으로 부처님의 근본정신의 발현이라는 법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내용별로 살펴보면, 제1권에서는 귀경게와 이 논을 지은 취지를 게송으로 설하고, 이어서 부처님이 반야바라밀을 설하시는 20여 가지 인연을 밝힌다. 본격적인 논서로서의 서술은 제1권 후반부터 제34권까지로 『대품반야경』 제1 「초품(初品)」을 해석한다. 중요교설은 불·보살·성문·연기(緣起)·공(空)·열반(涅槃)·사무소외(四無所畏) 등으로 본경에 나오는 중요한 용어나 불교의 기본 개념들의 해설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제35권에서 제100권까지는 『대품반야경』의 각 품에 대한 설명으로, 제2 「보응품(報應品)」에서 제90 「촉루품」을 해설하고 있다. 각 품의 해석은 단(段)을 나누어 차례로 설명하는 형식을 취한다.
대지도론에는 불교의 백과사전이라 할 만큼 다양한 불교교설과 실천사상들이 들어 있다.
그중에 중요한 몇 가지를 발췌하여 정리한다.
(1) 겁(劫)(대지도론 제5권)
불교에서 시간 세월을 말할 때 겁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원래 범어 kalpa의 번역으로 겁파(劫波), 갈랍파(羯臘波)라 음역하며 장시(長時)라 번역한다. 시간의 단위로는 계산할 수가 없는 아주 긴 시간을 뜻한다. 대지도론에서는 겁에 대해서 개자겁(芥子劫)과 반석겁(磐石劫)으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개자겁이란 “사방 40리의 큰 성 안에 개자(芥子)를 가득 채우고 장수인(長壽人)이 백 년이 지날 때 마다 한 번씩 와서 한 알씩 집어내어 그 개자가 다 없어져도 겁은 다하지 않는다”고 하여, 40리의 큰 성에 개자씨가 다 없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겁이라 한다. 반석겁이란 “둘레가 사방 40리나 되는 바위산에 장수인(長壽人)이 백 년마다 한 번 오사 엷은 옷으로 스치고 지나가 마침내 그 바위가 다 닳아 없어지더라도 겁은 다하지 않는다”(대정장 25, p.100하) 라고 하여, 사십리 바위산이 백년에 한 번씩 오는 장수인의 부드러운 옷이 스치고 지나가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의 긴 세월을 겁이라 하고 있다.
(2) 육도 윤회의 중생(대지도론 제30권)
대지도론에서 설하는 중생의 의미는 다양하게 정의하고 있다.
“중생(衆生)이란 5음(五陰) 18계(界) 12입(入) 6종(種)과 12인연(因緣) 등의 많은 법 가운데서 이름을 빌어 중생이라 했으니 이것은 하늘이다, 이것은 사람이다, 이것은 소다, 이것은 말이다 라는 식이다”라고 하여, 온·처·계, 육근 12인연의 법속에서 임시로 붙인 이름이 중생이라 하고 있다.
이중에서 삼계의 중생에 대해서 자세히 밝힌다.
“욕계의 중생에는 세 가지가 있다. 선근(善根)에 상․중․하가 있기 때문이다. 상의 선근자는 6욕천(欲天)이고, 중은 인간 세계에서 부귀를 누리는 것이며, 하는 인간 세계에서의 비천한 사람이다. 얼굴들이 같지 않기 때문에 사천하(四天下)가 구별되고 다르다.
착하지 않은 것[不善]에도 3세 품이 있다. 상품의 선하지 못함은 지옥이고, 중은 축생이며, 하는 아귀이다.
다시 욕계의 중생에는 열 가지가 있으니, 3악도(惡道)와 인간과 여섯의 하늘[六天]이다.
지옥의 중생에는 세 가지가 있다. 열(熱)지옥과 한(寒)지옥과 흑암(黑闇)지옥이 그것이다.
축생의 중생에도 세 가지가 있다. 공중으로 다니는 것[空行]과 육지로 다니는 것[陸行]과 물속에서 다니는 것[水行]이 있으며, 낮에 다니는 것과 밤에 다니는 것과 밤낮으로 모두 다니는 것 등 이와 같은 차별이 있다.
귀신에는 두 가지가 있다. 폐귀(弊鬼)와 아귀(餓鬼)가 그것이다. 폐귀는 하늘[天]들과 같이 즐거움을 받으나 다만 아귀와 같이 살면서 곧 그들의 주인이 된다. 아귀의 배는 마치 산골짜기같이 크면서도 목구멍은 바늘만큼 하며, 오직 검은 피부와 힘줄과 뼈의 세 가지가 있을 뿐이다. 이들은 수 없는 세월동안 음식이라는 이름조차도 듣지 못하는데 하물며 볼 수가 있겠는가. 또 귀신에는 입에서 불을 내뿜는 것이 있는데 날아다니는 나비들이 그 불에다 몸을 던지므로 그것을 음식으로 삼는다. 또한 똥·눈물·침·고름·피 및 그릇을 씻은 찌꺼기를 먹으며, 혹은 제사 지낸 음식을 먹기도 하고 혹은 아이를 낳은 뒤의 부정(不淨)한 것을 먹기도 하나니, 이러한 등의 여러 가지 아귀가 있다.
6욕천(欲天)이란 4왕천(王天) 등이며 이 여섯 하늘의 중간에 또 다른 하늘들이 있다. 이른바 지영락천(持瓔珞天)과 희망천(戱忘天)과 심에천(心恚天)과 조족천(鳥足天)과 낙견천(樂見天)이 그것이다. 이 모든 하늘은 모두 육욕천에 속한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욕계의 중생에게는 마땅히 열한 가지가 있어야 한다. 먼저 5도(道)를 설명했고 이제 아수라도(阿修羅道)를 더했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곧 욕계중생은 6욕천, 인간, 지옥 아귀 축생의 5도와 아수라를 합하여 6도의 중생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11종류의 중생이라 한 것은 3악도(惡道)와 인간과 육욕천(이상 5도), 그리고 아수라를 합한 것이다.
(3) 육도중생의 과보(대지도론 제30권)
나가르주나(용수)는 중생들이 선업과 악업을 닦아서 선도와 악도에 나아감을 부파의 논의와 법화경을 들어 육도중생(육취중생)으로 설명한다.
묻는다. 경에서는 5도(五道)가 있다고 설하는데 무엇을 6도(六道)라고 하는가.
답한다. 부처님께서 가신 지 오래되고 멀어서 경전과 법이 전해진 지 5백년 뒤에는 많은 다른 이설들이 있어서 부파마다 동일하지 않다. 어떤 부파에서는 5도(五道)를 말하고, 어떤 부파에서는 6도(六道)를 말한다. 5도를 말하는 부파도 부처님의 경[佛經]에서 글을 끌어다 5도를 말하고 있으며, 6도를 말하는 부파도 부처님의 경[佛經]에서 글을 끌어다 6도를 말하고 있다. 또한 대승불교[摩訶衍] 중에서 『법화경(法華經)』에서는 “6취(六趣) 중생이 있다”고 말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부파불교와 대승불교의 여러 경전들의 이치를 자세히 살펴보면 마땅히 6도(六道)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선악으로 분별하므로 6도(六道)가 있다. 선(善)에는 상·중·하가 있기 때문에 세 가지 선도(善道)가 있으니,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가 그것이다. 악(惡)에도 상·중·하가 있으니, 지옥과 축생과 아귀의 도(道)가 그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악에는 세 가지 과보가 있으나 선에는 두 가지 과보가 있게 되니 이런 일은 서로 어긋난다. 만일 6도(六道)가 있다 한다면 이치에 있어서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
중생들이 태어나는 선도 악도에 대해서 5도 6도의 이설이 부파불교에 있었던 모양이다. 이를 대지도론에서 육도설로 확정하면서 그 전거로 법화경의 육취설을 들고 있다. 곧 6도(六道) 중 지옥도·아귀도·축생도는 삼악도로 불선법을 행한 과보로 태어나는 곳이고, 수라도·인간도·천상도는 삼선도로 선법을 행한 과보로 태어나는 곳이다. 이와 같이 그 중생들이 각각 삼선과 삼악을 행함으로 나는 곳이므로 삼악취 삼선취의 육취가 이루어진다 한다.
(4) 백팔번뇌(대지도론 제8권)
우리중생이 가지고 있는 번뇌를 흔히 백팔번뇌(百八煩惱)라고 한다. 108결(百八結) 또는 108결업(百八結業)이라고도 하는데, 108번뇌는 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번뇌의 총체로 흔히 중생의 대지도론 제8권과 대승불교 일반의 논서 대승의장 제6권에 의하면 98결(九十八結)과 10전(十纏)을 합하여 108번뇌를 구성하고 있다. 98결은 부파불교의 설일체유부의 번뇌론에 따른 것이다. 근본번뇌를 3계 5부로 구분했을 때 얻어지는 98수면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10전은 근본번뇌(간략히는 6수면, 자세히는 98수면)를 따라 일어나는 수번뇌들 가운데 특정한 10가지를 말한다. 따라서, 108번뇌는 3계의 모든 근본번뇌와 10가지 수번뇌를 합한 것으로, 욕계 색계 무색계의 모든 번뇌를 말한다. 대지도론에서는 108번뇌를 가전연자아비담(迦旃延子阿毘曇)설에 의하여 밝히고 있다.
얽매임[纏]이라 함은 열 가지 얽매임[十纏]을 말한다. 곧 성냄의 얽매임[瞋纏]·죄를 숨김의 얽매임[覆罪纏]·졸음의 얽매임[睡纏]·잠의 얽매임[眠纏]·희롱의 얽매임[戲纏]·들뜸의 얽매임[掉纏]·제 부끄러움 없음의 얽매임[無慚纏]·남부끄러움 없음의 얽매임[無愧纏]·인색함의 얽매임[慳纏]·질투의 얽매임[嫉纏]이다. 또한 일체의 번뇌는 마음을 얽어매는 까닭에 모두 일컬어 얽매임[纏]이라 한다.
번뇌라 함은 능히 마음을 번거롭게 하고[能令心煩] 괴롭히기[能作惱] 때문에 번뇌라 한다.
번뇌에 두 가지가 있으니, 내적인 집착[內著]과 외적인 집착[外著]이다. 내적인 집착이란 다섯 가지 견해[五見]와 의심[疑]과 교만[慢] 등이요, 외적인 집착이란 음욕[婬]·성냄[瞋] 등이다. 무명(無明)은 안팎에 동시에 속한다.……번뇌를 일체의 결사(結使)라 하는데, 결(結)에는 아홉 가지[九結]가 있고, 사(使)에는 일곱 가지가 있어 합치면 98결(九十八結)이 된다.
가전연자아비담(迦旃延子阿毘曇)에 말하기를 “10전(十纏)과 98결(九十八結)이 합해 108번뇌(百八煩惱)가 된다. 독자아아비담(犢子兒阿毘曇) 가운데에서는 결(結)과 사(使)는 같은 것으로 5백의 얽매임[五百纏]이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모든 번뇌를 보살은 능히 갖가지 방편으로 스스로 끊으며, 또한 교묘한 방편[巧方便]으로써 다른 사람의 번뇌들도 끊게 한다.
여기서 가전연자아비담(迦旃延子阿毘曇)은 부파불교 설일체유부의 개조인 가다연니자(迦多衍尼子)의 아비달마발지론(阿毘達磨發智論)을 가리키고, 독자아(犢子兒)는 부파불교의 한 부파로, 설일체유부에서 갈라진 부파인 독자부(犢子部)를 말한다. 98번뇌는 견도소단의 번뇌인 욕계의 고제 집제 멸제 도제에 따르는 번뇌 88가지(견혹)와 수도소단의 번뇌로 수혹(혹은 사혹이라 함)의 번뇌 10가지를 말하고, 여기에 10전의 번뇌를 합하여 108번뇌로 구성하였다.
<상지은니대지도론 권28 (橡紙銀泥大智度論 卷二十八) 보물 제1102호(1권1첩)>
상지은니대지도론 권제28(橡紙銀泥大智度論 卷二十八)]; 고려 말에 대지도론(大智度論)을 은니(銀泥)로 필사한 책.
대지도론은 대품반야경의 논서로 마하반야바라밀경석론(摩訶般若波羅蜜經釋論) 또는 석론(釋論) 등으로 불린다. 중요내용은 대승의 대표적인 논서로의 위상에 걸맞게 대승의 보살도를 중심으로 대승의 보살사상이나 육바라밀 등의 불교 실천행을 잘 설명하고 있지만, 대품반야경의 해석에 있어서 근본불교의 중요 불교 교설이나 이념을 취하여 밝히고 있어서 대승 소승의 불교사상 교류에도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중론(中論)』이나 『십이문론(十二門論)』에서는 아비달마에서 전개된 소승불교 교설에 대하여 파사현정의 정신에서 대승불교운동을 크게 고양시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비해서, 이 논서는 사상적으로 부처님의 근본정신의 발현이라는 법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내용별로 살펴보면, 제1권에서는 귀경게와 이 논을 지은 취지를 게송으로 설하고, 이어서 부처님이 반야바라밀을 설하시는 20여 가지 인연을 밝힌다. 본격적인 논서로서의 서술은 제1권 후반부터 제34권까지로 『대품반야경』 제1 「초품(初品)」을 해석한다. 중요교설은 불·보살·성문·연기(緣起)·공(空)·열반(涅槃)·사무소외(四無所畏) 등으로 본경에 나오는 중요한 용어나 불교의 기본 개념들의 해설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제35권에서 제100권까지는 『대품반야경』의 각 품에 대한 설명으로, 제2 「보응품(報應品)」에서 제90 「촉루품」을 해설하고 있다. 각 품의 해석은 단(段)을 나누어 차례로 설명하는 형식을 취한다.
대지도론에는 불교의 백과사전이라 할 만큼 다양한 불교교설과 실천사상들이 들어 있다.
그중에 중요한 몇 가지를 발췌하여 정리한다.
(1) 겁(劫)(대지도론 제5권)
불교에서 시간 세월을 말할 때 겁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원래 범어 kalpa의 번역으로 겁파(劫波), 갈랍파(羯臘波)라 음역하며 장시(長時)라 번역한다. 시간의 단위로는 계산할 수가 없는 아주 긴 시간을 뜻한다. 대지도론에서는 겁에 대해서 개자겁(芥子劫)과 반석겁(磐石劫)으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개자겁이란 “사방 40리의 큰 성 안에 개자(芥子)를 가득 채우고 장수인(長壽人)이 백 년이 지날 때 마다 한 번씩 와서 한 알씩 집어내어 그 개자가 다 없어져도 겁은 다하지 않는다”고 하여, 40리의 큰 성에 개자씨가 다 없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겁이라 한다. 반석겁이란 “둘레가 사방 40리나 되는 바위산에 장수인(長壽人)이 백 년마다 한 번 오사 엷은 옷으로 스치고 지나가 마침내 그 바위가 다 닳아 없어지더라도 겁은 다하지 않는다”(대정장 25, p.100하) 라고 하여, 사십리 바위산이 백년에 한 번씩 오는 장수인의 부드러운 옷이 스치고 지나가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의 긴 세월을 겁이라 하고 있다.
(2) 육도 윤회의 중생(대지도론 제30권)
대지도론에서 설하는 중생의 의미는 다양하게 정의하고 있다.
“중생(衆生)이란 5음(五陰) 18계(界) 12입(入) 6종(種)과 12인연(因緣) 등의 많은 법 가운데서 이름을 빌어 중생이라 했으니 이것은 하늘이다, 이것은 사람이다, 이것은 소다, 이것은 말이다 라는 식이다”라고 하여, 온·처·계, 육근 12인연의 법속에서 임시로 붙인 이름이 중생이라 하고 있다.
이중에서 삼계의 중생에 대해서 자세히 밝힌다.
“욕계의 중생에는 세 가지가 있다. 선근(善根)에 상․중․하가 있기 때문이다. 상의 선근자는 6욕천(欲天)이고, 중은 인간 세계에서 부귀를 누리는 것이며, 하는 인간 세계에서의 비천한 사람이다. 얼굴들이 같지 않기 때문에 사천하(四天下)가 구별되고 다르다.
착하지 않은 것[不善]에도 3세 품이 있다. 상품의 선하지 못함은 지옥이고, 중은 축생이며, 하는 아귀이다.
다시 욕계의 중생에는 열 가지가 있으니, 3악도(惡道)와 인간과 여섯의 하늘[六天]이다.
지옥의 중생에는 세 가지가 있다. 열(熱)지옥과 한(寒)지옥과 흑암(黑闇)지옥이 그것이다.
축생의 중생에도 세 가지가 있다. 공중으로 다니는 것[空行]과 육지로 다니는 것[陸行]과 물속에서 다니는 것[水行]이 있으며, 낮에 다니는 것과 밤에 다니는 것과 밤낮으로 모두 다니는 것 등 이와 같은 차별이 있다.
귀신에는 두 가지가 있다. 폐귀(弊鬼)와 아귀(餓鬼)가 그것이다. 폐귀는 하늘[天]들과 같이 즐거움을 받으나 다만 아귀와 같이 살면서 곧 그들의 주인이 된다. 아귀의 배는 마치 산골짜기같이 크면서도 목구멍은 바늘만큼 하며, 오직 검은 피부와 힘줄과 뼈의 세 가지가 있을 뿐이다. 이들은 수 없는 세월동안 음식이라는 이름조차도 듣지 못하는데 하물며 볼 수가 있겠는가. 또 귀신에는 입에서 불을 내뿜는 것이 있는데 날아다니는 나비들이 그 불에다 몸을 던지므로 그것을 음식으로 삼는다. 또한 똥·눈물·침·고름·피 및 그릇을 씻은 찌꺼기를 먹으며, 혹은 제사 지낸 음식을 먹기도 하고 혹은 아이를 낳은 뒤의 부정(不淨)한 것을 먹기도 하나니, 이러한 등의 여러 가지 아귀가 있다.
6욕천(欲天)이란 4왕천(王天) 등이며 이 여섯 하늘의 중간에 또 다른 하늘들이 있다. 이른바 지영락천(持瓔珞天)과 희망천(戱忘天)과 심에천(心恚天)과 조족천(鳥足天)과 낙견천(樂見天)이 그것이다. 이 모든 하늘은 모두 육욕천에 속한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욕계의 중생에게는 마땅히 열한 가지가 있어야 한다. 먼저 5도(道)를 설명했고 이제 아수라도(阿修羅道)를 더했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곧 욕계중생은 6욕천, 인간, 지옥 아귀 축생의 5도와 아수라를 합하여 6도의 중생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11종류의 중생이라 한 것은 3악도(惡道)와 인간과 육욕천(이상 5도), 그리고 아수라를 합한 것이다.
(3) 육도중생의 과보(대지도론 제30권)
나가르주나(용수)는 중생들이 선업과 악업을 닦아서 선도와 악도에 나아감을 부파의 논의와 법화경을 들어 육도중생(육취중생)으로 설명한다.
묻는다. 경에서는 5도(五道)가 있다고 설하는데 무엇을 6도(六道)라고 하는가.
답한다. 부처님께서 가신 지 오래되고 멀어서 경전과 법이 전해진 지 5백년 뒤에는 많은 다른 이설들이 있어서 부파마다 동일하지 않다. 어떤 부파에서는 5도(五道)를 말하고, 어떤 부파에서는 6도(六道)를 말한다. 5도를 말하는 부파도 부처님의 경[佛經]에서 글을 끌어다 5도를 말하고 있으며, 6도를 말하는 부파도 부처님의 경[佛經]에서 글을 끌어다 6도를 말하고 있다. 또한 대승불교[摩訶衍] 중에서 『법화경(法華經)』에서는 “6취(六趣) 중생이 있다”고 말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부파불교와 대승불교의 여러 경전들의 이치를 자세히 살펴보면 마땅히 6도(六道)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선악으로 분별하므로 6도(六道)가 있다. 선(善)에는 상·중·하가 있기 때문에 세 가지 선도(善道)가 있으니,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가 그것이다. 악(惡)에도 상·중·하가 있으니, 지옥과 축생과 아귀의 도(道)가 그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악에는 세 가지 과보가 있으나 선에는 두 가지 과보가 있게 되니 이런 일은 서로 어긋난다. 만일 6도(六道)가 있다 한다면 이치에 있어서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
중생들이 태어나는 선도 악도에 대해서 5도 6도의 이설이 부파불교에 있었던 모양이다. 이를 대지도론에서 육도설로 확정하면서 그 전거로 법화경의 육취설을 들고 있다. 곧 6도(六道) 중 지옥도·아귀도·축생도는 삼악도로 불선법을 행한 과보로 태어나는 곳이고, 수라도·인간도·천상도는 삼선도로 선법을 행한 과보로 태어나는 곳이다. 이와 같이 그 중생들이 각각 삼선과 삼악을 행함으로 나는 곳이므로 삼악취 삼선취의 육취가 이루어진다 한다.
(4) 백팔번뇌(대지도론 제8권)
우리중생이 가지고 있는 번뇌를 흔히 백팔번뇌(百八煩惱)라고 한다. 108결(百八結) 또는 108결업(百八結業)이라고도 하는데, 108번뇌는 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번뇌의 총체로 흔히 중생의 대지도론 제8권과 대승불교 일반의 논서 대승의장 제6권에 의하면 98결(九十八結)과 10전(十纏)을 합하여 108번뇌를 구성하고 있다. 98결은 부파불교의 설일체유부의 번뇌론에 따른 것이다. 근본번뇌를 3계 5부로 구분했을 때 얻어지는 98수면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10전은 근본번뇌(간략히는 6수면, 자세히는 98수면)를 따라 일어나는 수번뇌들 가운데 특정한 10가지를 말한다. 따라서, 108번뇌는 3계의 모든 근본번뇌와 10가지 수번뇌를 합한 것으로, 욕계 색계 무색계의 모든 번뇌를 말한다. 대지도론에서는 108번뇌를 가전연자아비담(迦旃延子阿毘曇)설에 의하여 밝히고 있다.
얽매임[纏]이라 함은 열 가지 얽매임[十纏]을 말한다. 곧 성냄의 얽매임[瞋纏]·죄를 숨김의 얽매임[覆罪纏]·졸음의 얽매임[睡纏]·잠의 얽매임[眠纏]·희롱의 얽매임[戲纏]·들뜸의 얽매임[掉纏]·제 부끄러움 없음의 얽매임[無慚纏]·남부끄러움 없음의 얽매임[無愧纏]·인색함의 얽매임[慳纏]·질투의 얽매임[嫉纏]이다. 또한 일체의 번뇌는 마음을 얽어매는 까닭에 모두 일컬어 얽매임[纏]이라 한다.
번뇌라 함은 능히 마음을 번거롭게 하고[能令心煩] 괴롭히기[能作惱] 때문에 번뇌라 한다.
번뇌에 두 가지가 있으니, 내적인 집착[內著]과 외적인 집착[外著]이다. 내적인 집착이란 다섯 가지 견해[五見]와 의심[疑]과 교만[慢] 등이요, 외적인 집착이란 음욕[婬]·성냄[瞋] 등이다. 무명(無明)은 안팎에 동시에 속한다.……번뇌를 일체의 결사(結使)라 하는데, 결(結)에는 아홉 가지[九結]가 있고, 사(使)에는 일곱 가지가 있어 합치면 98결(九十八結)이 된다.
가전연자아비담(迦旃延子阿毘曇)에 말하기를 “10전(十纏)과 98결(九十八結)이 합해 108번뇌(百八煩惱)가 된다. 독자아아비담(犢子兒阿毘曇) 가운데에서는 결(結)과 사(使)는 같은 것으로 5백의 얽매임[五百纏]이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모든 번뇌를 보살은 능히 갖가지 방편으로 스스로 끊으며, 또한 교묘한 방편[巧方便]으로써 다른 사람의 번뇌들도 끊게 한다.
여기서 가전연자아비담(迦旃延子阿毘曇)은 부파불교 설일체유부의 개조인 가다연니자(迦多衍尼子)의 아비달마발지론(阿毘達磨發智論)을 가리키고, 독자아(犢子兒)는 부파불교의 한 부파로, 설일체유부에서 갈라진 부파인 독자부(犢子部)를 말한다. 98번뇌는 견도소단의 번뇌인 욕계의 고제 집제 멸제 도제에 따르는 번뇌 88가지(견혹)와 수도소단의 번뇌로 수혹(혹은 사혹이라 함)의 번뇌 10가지를 말하고, 여기에 10전의 번뇌를 합하여 108번뇌로 구성하였다.
<상지은니대지도론 권28 (橡紙銀泥大智度論 卷二十八) 보물 제1102호(1권1첩)>
상지은니대지도론 권제28(橡紙銀泥大智度論 卷二十八)]; 고려 말에 대지도론(大智度論)을 은니(銀泥)로 필사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