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육바라밀
 대지도론에는 대승불교의 중요한 수행 육바라밀을 설하고 있다. 육바라밀의 내용과 그 공덕을 중심으로 고찰해보기로 한다.(대지도론 제11권부터 18권까지)

 ①보시바라밀의 교설과 공덕
 보시바라밀을 행할 때에는 머무르지 않는 법으로 반야바라밀에 머무르고, 버릴 바 없는 법으로 보시바라밀을 구족해야 한다고 설한다. 베푸는 이와 받는 이와 베푸는 물건이 모두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살이 육바라밀을 행 할 때에는 머무르지 않는 법으로 반야바라밀에 머물러서 육바라밀을 만족해야 한다. 머물지 않는 법은 다음의 5가지이다. 온갖 법은 항상함이 아니고 무상함도 아니며, 괴로움도 아니고 즐거움도 아니며, 공도 아니고 진실도 아니며, 나도 아니고 무아도 아니며, 생멸도 아니고 불생멸도 아님을 관찰해야 한다.
 중생들은 보시를 행하고 그 결과를 바라는 경우가 있는데, 보시의 결과는 인연이 화합할 때 일어난다. 만일 시절이 이르지 않았으면 다만 원인만 있고 결과는 없다고 한다. 보시의 결과는 크게 보면 법을 구하는 이에게는 도를 주고, 보시를 행할 때 번뇌가 얇아진다.
 보살이 끊어야 할 번뇌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삼독의 마음을 끊고 인천의 오욕락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요, 둘째는 인천의 오욕락에 집착하지 않으나 보살의 공덕과 과보에는 오욕락이 남아 있는 경우로 이런 보살은 반야바라밀을 닦아야 한다.   
 보시바라밀을 닦으면 다음과 같이 번뇌들이 얇아지고 선법을 얻게 된다.(14가지)
 첫째, 보시한 물건에 대하여 아까워하지 않기 때문에 인색함을 없애준다.
 둘째, 받는 사람을 사랑하고 공경하기 때문에 질투를 없애준다.
 셋째, 곧은 마음으로 보시하기 때문에 아첨하고 곡해하는 마음을 없애준다.
 넷째, 한결같은 마음으로 보시하기 때문에 조절하는 마음[調]을 없애준다.
 다섯째, 깊이 생각해서 보시하기 때문에 후회[悔]를 없애준다.
 여섯째, 받는 이의 공덕을 생각하기 때문에 공손하지 못함을 제거해 준다.
 일곱째, 스스로 자기 마음을 거두기 때문에 염치없음[慚]을 제거해 준다.
 여덟째, 남의 좋은 공덕을 이해하기 때문에 남부끄러움[愧]을 제거해 준다.
 아홉째, 재물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애착을 제거해 준다.
 열째, 받는 이를 가엾게 여기기 때문에 성냄을 없애준다.
 열한째, 받는 이를 공경하기 때문에 교만을 없애준다.
 열두째, 착한 법을 행하는 줄 알기 때문에 무명을 없애준다.
 열셋째, 과보가 있음을 믿기 때문에 그릇된 견해[邪見]을 없애준다.
 열넷째, 과보가 있음을 믿기 때문에 의심을 제거한다.

 또 보시를 행하면 여러 가지 선법이 증장된다. 육근이 청정해지고, 팔정도 내지 삼십칠조도법이 생겨나며, 삼십이상을 얻는 인연이 되며 전륜성왕의 7가지 보배를 구족하게 된다.
 첫째, 보시를 행하면 육근이 청정해지니 육근이 청정해지면 선을 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고, 이 선심이 생기면 속마음이 청정해지고 이와 같이 해서 진실한 지혜가 생겨난다.
 둘째, 보시를 행하면 팔정도가 생겨난다. 보시할 때 마음속에 보시의 과보를 믿고 희망하기 때문에 바른 견해가 생기고, 바른 견해에서 생각이 어지러워지지 않으므로 바른 생각이 생기고, 청정한 말을 하기 때문에 바른 말이 생기고, 몸의 행동을 바르게 하기 때문에 바른 행위가 생기고, 갚음을 구하지 않기 때문에 바른 생활이 생기고, 부지런한 마음으로 보시하기 때문에 바른 노력이 생기고, 보시할 생각을 쉬지 않기 때문에 바른 기억이 생기고, 마음이 안정되어 흩어지지 않기 때문에 바른 선정이 생긴다. 이와 같이 하여 37조도법까지 마음속에 생기게 된다.  
 셋째, 보시를 행하면 32상이 구족된다. 보시를 할 때 마음이 더욱 견고해지므로 발밑이 편평하고 편안함[足下安立相]을 얻으며, 보시할 때에 다섯 가지 일이 둘러싸고 받는 이는 권속이 되는 인연이 되므로 발밑의 바퀴모습을 얻고[足下輪相], 대단히 용맹한 힘으로 보시하기 때문에 발꿈치가 넓고 평평함을 얻으며[足跟廣平相], 보시는 사람을 거두어 주므로 손발이 보드랍고 일곱 곳이 만족하고[手足柔軟七處滿相], 보시하여 생명을 이롭게 하므로 손가락이 길고 몸이 굽지 않아 크고 곧은 모습[長指身不曲大直相]을 얻으며, 보시할 때에 ‘내가 마땅히 보시해 주리라’고 말함으로써 보시할 마음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에 발등이 높고 몸의 털이 위로 향한 모습[足趺高毛上向相]을 얻고, 보시 할 때에 받을 이가 구하는 말을 일심으로 잘 듣고 정중히 약속하되 반드시 빨리 얻게 하려는 까닭에 이니연(伊泥延) 사슴 다리 모습을 얻으며, 구하는 사람을 가벼이 여기거나 업신여기지 않기 때문에 손이 무릎을 지나는 모습[臂長過膝相]을 얻고, 구하는 이의 뜻을 알아 말하기 전에 보시하므로 성기가 드러나지 않는 모습[陰藏相]을 얻으며, 좋은 의복과 침구와 금․은 등 진귀한 보배로 보시하므로 황금빛 몸매[金色身相]와 얇은 피부모습[薄皮相]을 얻고, 또한 보시할 때 받은 이가 혼자서 마음대로 쓰게 하므로 낱낱 털구멍에 털 하나만이 나며[一一孔一毛生], 눈썹 사이에 흰 털이 나고[眉間白毫相], 구하는 이가 달라고 하면 즉석에서 ‘주리라’ 하였으므로 그 업 때문에 최상의 몸을 얻고, 윗몸이 사자의 어깨같이 원만한 모습[上身如師子肩圓相]을 얻고, 병들은 자에겐 약을 주고 배고픈 자에게는 음식을 주므로 양쪽 겨드랑 밑이 풍만한 모습[兩腋下滿]을 얻으며, 최상의 맛있는 음식 같은 모습[最上味相]을 얻고, 보시할 때에 남에게 보시하기를 권하고 위로하여 보시의 길을 열었으므로 머리에 상투를 지닌 모양[肉髻相]과 니구로다나무 같이 몸이 원만한 모습[身圓如尼拘盧相]을 얻고, 구걸하러 온 이에게 주고자 할 때에 부드럽고 진실한 말로 허락하고 반드시 주어 헛되지 않으므로 넓고 긴 혀의 모습[廣長舌相]과 범의 음성과 같으며[梵音相], 가릉비가 새의 소리 같은 모습[迦陵毘伽鳥聲相]을 얻고, 보시할 때에 실다운 말과 이로운 말을 하므로 사자의 뺨 같은 모습[師子頰相]을 얻으며, 보시할 때에 받을 이를 공경하여 마음이 청정하므로 치아가 희고 고른 모습[牙白齒齊相]을 얻고, 보시할 때에 진실한 말과 화합하는 말을 하므로 치아가 빽빽한 모습[齒密相]과 마흔 대의 치아모습[四十齒相]을 얻으며, 보시할 때에 성내지 않고 집착하지 않아 평등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보므로 푸른 눈[靑眼相]과 눈매가 황소 같은 모습[牛王相]을 얻는다.
『디가니까야』 제3권「삼십이상경」(D30)에서는 세존께서 32상(相)의 각각을 갖춘 것은 아주 이전 생에서부터 보시를 행하고 계를 호지하고 십선업을 짓고 포살일을 준수하는 등을 통해서 천상에 태어나 큰 행복을 누린 후에 인간으로 태어나서 이러한 대인상(大人相)을 얻으셨다고 강조하고 있다.
 넷째, 보시를 하면 전륜성왕의 7가지 보배를 구족하게 된다. 일곱 가지 보배로 사람, 수레, 금, 은, 등촉, 방과 집, 향과 꽃으로 보시하므로 전륜성왕이 되어 7가지 보배가 구족해진다고 한다.
 또한 보시 할 때에는 때를 잘 맞추어 보시해야 한다. 예를 들면 멀리 가는 사람과 멀리서 온 사람, 병들은 사람과 병을 간호하는 사람, 바람 추위 등 온갖 재난과 어려움에 처한 이에게 보시하는 것을 말한다.
 다음으로, 보시의 과보가 더욱 많은 예를 들고 있다. 착한 사람에게 보시는 하는 것이 보 받음이 더욱 많고, 스님에게 보시하는 것이 보 받음이 더욱 많으며, 부처님 보살 아라한 벽지불에게 보시하는 것이 보 받음이 더욱 크다. 갖가지 방법으로 이러한 보 받는 이를 공경하므로 보 받음이 더욱 많다. 또 얻기 어려운 물건을 보시하면 보 받음이 더욱 많다.    
 보시의 종류에도 몇 가지가 있다.
 세간의 보시가 있고, 출세간 보시가 있으며, 성인이 칭찬하는 보시가 있고, 성인이 칭찬하지 않는 보시가 있으며, 불보살의 보시와 성문의 보시가 있다.
 세간의 보시란 범부들의 보시와 성인들이 유루(有漏)의 마음으로 보시하는 경우이다. 세간의 보시는 청정하지 못하다. 이 보시는 애욕이나 사견의 번뇌에 끄달려서 보시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삼독에서 마음이 걸려서 보시하는 경우이다, 인연으로 생긴 모든 법은 아(我)가 없는데 나는 주고 상대방은 받는다고 하는 것을 말한다.
 출세간 보시란 삼독에 걸림이 없이 법의 모습을 진실하게 알아서 마음이 뒤바뀌지 않은 것을 말한다. 곧 보시하는 물건이 인연에 의해 화합해 있고 실제적인 형상이 없으며, 항상 스스로 공한 것이라고 아는 것이다. 이런 보시는 성인이 칭찬하는 바가 된다.
 중생도 위함이 아니고 모든 법의 실상을 알기 위함도 아닌 보시로, 생·로·병·사를 위한 것이면 이는 성문의 보시가 되고, 모든 중생을 위해 보시하거나 법의 실상을 알기 위하여 보시하면 불·보살의 보시이다.  

 ➁ 지계바라밀과 그 공덕
 계(戒, sila)는 본성이 착하다는 뜻으로 착한 일 행하기를 좋아해 스스로 방일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몸과 입의 율의로 8가지 뜻이 있다. 남을 괴롭히고 해치지 않음[不惱害], 남의 것을 빼앗거나 훔치지 않음[不劫盜], 삿된 음행하지 않음[不邪], 거짓말 하지 않음[不妄語], 이간질 하지 않음[不兩舌], 욕설하지 않음[不惡口], 꾸미는 말 하지 않음[不綺語], 술 마시지 않고[不飮酒] 청정하게 생활함[淨命]이다. 이는 계상(戒相)이라 한다.  
 계를 잘 보호하지 않고 놓아버리는 것을 파계라고 한다. 계를 지님에 따라 이루어지는 보 받음은 하품으로 계를 지니면 인간에 태어나고, 중품으로 계를 지니면 육욕천에 태어나고, 상품으로 계를 지니면서 겸하여 사선정 사공정을 닦으면 색계와 무색계의 청정한 하늘에 태어난다.
 다시 상품의 계를 지키는 데에도 하등의 청정으로 계를 지니면 아라한이 되고, 중등의 청정으로 계를 지니면 벽지불이 되고, 상등의 청정으로 계를 지니면 불도를 이룬다고 한다.
 그 공덕에 대해서는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계행을 지키면 부귀하면서 파계하는 것보다 수승하고, 계를 지키는 향기는 시방세계에 두루 한다. 계행을 지니는 사람은 완전히 즐겁고 좋은 명예가 멀리 퍼지며 하늘과 인간이 공경하고 사랑하며 이 세상에 사는 동안 항상 갖가지 쾌락을 누린다. 하늘이나 인간에서 부귀와 장수를 얻고자 한다면 어려울 것이 아니니 계율을 청정히 지니면 소원이 모두 이루어진다.     
 <대지도론>에서는 곧이어 계를 깨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궁궐같이 크고 화려한 집에서 좋은 옷과 맛 좋은 음식을 먹더라도 계를 잘 지키면 좋은 곳에 태어나거나 수행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귀하거나 천하거나 작거나 크거나 이 깨끗한 계를 잘 지키면 모두가 큰 이익을 얻을 것이나 이 계를 깨면 귀천을 막론하고 원하는 대로 좋은 곳에 태어날 수는 없다.”
 파계는 이토록 엄청난 손실을 가져오니, 마치 “청량한 연못에 독사가 있는 것과 같아서 그 물에 목욕할 수 없고, 탐스런 과실수에 가시가 많은 것과 같다”고까지 말한다.
 반대로 파계한 사람의 죄업이 적지 않다. 파계한 사람은 만 가지 고통을 받으니 가난한 사람이 병을 깨트리고 물건을 잃은 것과 같다. 이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① 파계한 사람은 사람들이 공경하지 않으니 무덤과 같아서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다.
② 파계한 사람은 모든 공덕을 잃는다. 마치 말라죽은 나무와 같아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③ 파계한 사람은 서리 맞은 연꽃과 같아서 사람들이 보고는 좋아하지 않는다.
④ 파계한 사람은 포악한 마음의 무서움이 나찰귀신과 같다.
⑤ 파계한 사람은 사람들이 의지하지 않는다. 목마른 사람이 마른 우물로 향하지 않는 것과 같다.
⑥ 파계한 사람은 마음에 언제나 의심과 후회가 가득하니, 마치 죄 지은 자가 이제나 처벌이 내려질까 근심하는 것과 같다.
⑦ 파계한 사람은 우박을 맞은 논밭과 같아서 의지할 수 없다.
⑧ 파계한 사람은 쓴 외가 겉보기에는 단 것 같으나 먹을 수 없는 것과 같다.
⑨ 파계한 사람은 함부로 묵을 수 없는 도둑들의 소굴과 같다.
⑩ 파계한 사람은 무서운 전염병 환자와 같아서 사람들이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⑪ 파계한 사람은 괴로움을 벗어날 수 없으니, 마치 험악한 길을 지날 수 없음과 같다.
⑫ 파계한 사람은 함께 살 수 없으니, 마치 흉악한 자[惡賊]와는 가까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⑬ 파계한 사람은 큰 구덩이를 행인들이 모두 피하는 것과 같다.
⑭ 파계한 사람은 함께 살 수 없으니, 마치 독사와도 같기 때문이다.
⑮ 파계한 사람과 접촉하면 안 되나니, 큰 불과 같기 때문이다.
⑯ 파계한 사람은 난파선과 같으니, 난파선을 타고는 바다를 건널 수가 없는 것과 같다.
⑰ 파계한 사람은 뱉어놓은 음식을 다시 먹을 수 없는 것과 같으니, 다시 삼킬 수가 없다.
⑱ 파계한 사람은 좋은 대중 가운데 있는 것은 마치 나쁜 말이나 사나운 말이 잘 조련된 좋은 말들 속에 있는 것과 같다.
⑲ 파계한 사람은 착한 사람과는 다름이 마치 나귀가 소떼에 섞여 있는 것과 같다.
⑳ 파계한 사람이 정진하는 대중 속에 있는 것은 마치 건강하지 않은 자가 건강한 사람들 속에 끼어있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