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 이와 같이 나는 들었노라.
한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 산중에 계시사
(금장본 무량의경 덕행품 제1 p1020)
여시아문 일시불주왕사성기사굴산중
如是我聞 一時佛住王舍城耆闍窟山中

 [강의] 서분성취를 나타내 보인 것이다. 서품은 경의 서분으로 대부분 경들이 보이는 보편적인 형식인 통서와 이 경만의 특징을 보이는 별서로 구성 된다. 지금은 통서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如是]”란 듣는 법의 체를 든 것으로, 한 부의 능전(能詮)을 가리키니 곧 믿고 따른다는 말이다.
“나는 들었노라”란 듣는 사람을 가리키니 아난이 결집하였음을 나타낸다.
“한 때”란 석가모니께서 정각을 이루시고 40여 년 후 무량의경을 설하시고 법화경을 설하시는 때이다.
“부처님”이란 설하시는 주인공을 말하니 금구(金口)설법의 법문임을 나타낸다. 이는 범어를 생략한 것으로, 만약 갖추어 말하면 불타(佛陀)이다. 중국에서 한자로는 각자(覺者)라고 번역했다. 곧 깨달음(무상정등정각)을 얻은 자라는 뜻이다.
“왕사성 기사굴 산중에 계셨다”란 설하는 주인공을 나타내고, 경을 설한 장소를 든 것으로 두 가지의 수승함을 나타낸다. 첫째는 왕성이 수승한 것과 같이 법문이 수승함을 나타낸다. 둘째는 기사굴산이 수승한 것처럼 공덕이 수승함을 말한다.
“왕사성”이란 중인도 땅 마갈타국(摩竭陀國)의 한림성(寒林城)에 있는 이름이다. 범어 ‘Rājagṛha’의 음사이다. 흔히 라열지성(羅閱祗城) 또는 라열기국이라 하며, 부처님 당시의 마가다국(摩伽陀國)의 수도인 왕사성(王舍城)을 가리킨다. 왕사성의 둘레에는 바이바루 · 비뿌라 · 라트나 · 우다야 · 소나의 다섯 산이 있다고 한다.
“기사굴산”이란 왕사성 동북쪽에 있는 산이다. 신역으로는 취봉산(鷲峰山)이라고 하는데, 정설로는 개경과 합경(合經)의 설한 곳이라 한다. 범어 ‘Gṛdhrakūṭa’, 빨리어 ‘Gijjhakūṭa’를 음사한 말이다. 한문음으로 옮겨서 게리태라구지(揭梨駄羅鳩胝) · 길율타라구타(姞栗陀羅矩吒) 등으로 쓰이며, 번역하여 축두(鷲頭) · 축봉(鷲峰) ·영산(靈山)이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영축산(靈鷲山)이라 일컫는다. 영축산 왕사성이 있는 마갈타국은 마가타(摩訶陀) 마갈타(摩竭陀)라고도 하며 Magdha의 음사. 번역하여 선승(先勝) 무뇌(無惱). 중인도에 있던 옛 왕국. 이 나라에 왕사성이 있다. 석가모니부처님은 옛날 이 나라 고행림에서 수행하고 니련하에 목욕한 다음 부다가야에서 성도하셨다. 빈바사라왕 때는 석존을 위해 최초의 사원으로 죽림정사를 지었다. 법화경을 설한 영취산도 이 나라에 있다.

 [경] 큰비구 대중 일만 이천인과 함께 계셨으며,
(금장본 무량의경 덕행품 제1 p1020)
여대비구중 만이천인구
與大比丘衆 萬二千人俱

[강의] 성문대중(아라한)을 나타낸다.
“큰비구”란 사중(四衆)중 하나로 구족계를 받은 남자 스님이다. 여기서는 아라한을 얻은 성문 대중을 뜻한다.  묘법연화경 에서는 아라한의 덕을 세 가지로 나열하였는데 여기서는 생략되었다. 생사윤회의 모든 번뇌를 끊었으므로 살적(殺賊)의 도리를 갖추고 있고, 삼계의 진리를 깨달아 마땅히 인 천으로부터 공양받을 만하다고 하여 응공(應供)의 도리가 있다고 하며, 생사하게 하는 번뇌를 다 끊어 더 이상 생사가 없는 무생의 도리를 갖추고 있다.
“일만 이천 인”이란 십계호구(十界互具, 십계에 십계가 갖추어져 있음)와 십여시(十如是)의 실상에 12처의 제법을 말한다.

 [경] 보살마하살 팔만인과(금장본 무량의경 덕행품 제1 p1020)
보살마하살팔만인
菩薩摩訶薩八萬人

 [강의] 보살대중을 들었다.
“팔만 인”은 십계호구에 십여시 십선(十善) 팔정도(八正道)를 말한다.

 [경]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와
(금장본 무량의경 덕행품 제1 p1020)
천 룡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天 龍 夜叉 乾闥婆 阿修羅 迦樓羅 緊那羅 摩睺羅伽

 [강의] 잡중의 천룡팔부 대중이다.
“야차(yakṣa)”란 용감한 귀신[勇健鬼] 혹은 흉악하게 사람을 해치는 귀신이라고 하는데, 불교에 귀의하여 불법을 수호하는 천룡팔부에 속한다.
“건달바(乾達婆, candharva)”는 향기를 음식으로 삼아서 후향(嗅香)이라 한다(정법화경에는 향음신香音神이라 함). 천제(天帝)에 속한 하늘의 음악신이다.
“아수라(阿修羅, asura)”는 아(a)의 부정어에 수라(sura) 신이라는 말이 결합하여 신이 아닌 무리를 뜻하니 육도중의 하나이다. 본래 싸우기를 좋아해 하늘의 무리[天神]나 용의 대중들과 자주 싸움을 일으키므로 단정치 못하다는 뜻으로 부단(不端)이라 번역한다. 사회에서 싸움판이 벌어진 혼란한 곳을 아수라장이라 함은 여기서 온 말이다. 아수라는 두 종류가 있어 아귀의 세계[鬼道]에 포함되는 자는 큰 바다에 살고 축생도에 포함되는 자는 그 바다 밑에 산다고 한다.
“가루라(迦樓羅, garuḍa)”는 금빛 날개를 가진 새이므로 금시조(金翅鳥: 정법화경)라고 한다. 가루라는 신통력이 있어서 수컷은 변화하여 천자(天子)가 되고 암컷은 변화해 천녀(天女)가 되며, 자기가 사는 곳을 변화시켜 보궁(寶宮)을 만들어 그 곳에는 갖가지 음식[百味]이 갖추어져 있지만, 자기의 업(業)에 의해 용(龍)을 먹고 산다고 한다.
“긴나라(緊那羅, kiṃnara)”는 진다라(眞陀羅: 정법화경)라 하기도 하는데 의신(疑神)이라 번역한다. 사람과 비슷하나 한 개의 뿔이 나 있다고 하여 인비인(人非人)이라 한다. 천제(天帝)를 위해 법을 찬미하는 음악을 연주해 주는 신인데,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면 천제가 노래와 음악을 연주하여 찬양할 때 이 신들을 부린다. 긴나라가 법의 음악[法樂]을 연주하는데 대하여 건달바는 속악(俗樂) 즉 악기를 직접 연주한다. 긴나라 대중은 불가사의한 경계에 머물러 멸진정(滅盡定)을 일으키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천만의 게송으로 부처님들을 찬탄하는 덕을 나타내니 이들이 찬미하는 음성은 즉공 즉가 즉중을 관해 삼제(三諦)를 따르는 것이다.
“마후라가(摩睺羅迦 Mahoraga)”란 막호락(莫呼洛), 모호락(牟呼洛)이라 쓰며, 대복행(大腹行)이라 번역한다. 천룡팔부의 한 대중으로, 몸은 사람과 같고 머리는 뱀이라고 한다. 용의 무리에 속하는 악신이며 묘신(廟神)으로 통한다.
 
 [경] 모든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도 함께 하였으니,
(금장본 무량의경 덕행품 제1 p1020)
제비구 비구니 급우바새 우바이구
諸比丘 比丘尼 及優婆塞 優婆夷俱

 [강의] 사중(四衆)들을 들었다.

 [경] 대전륜왕 소전륜왕 금륜 은륜의 모든 전륜왕 등과 국왕 왕자 대신 국민 선비 여인 큰장자와 그의 각각 권속 백천만의 수가 스스로 위요하여 부처님 앞에 나아가 두면으로 발에 예배하고 백천번을 돌며 향을 피우고 꽃을 흩어 가지가지로 공양하며 부처님께 공양을 마치고 물러서 한 쪽에 앉음이라.(금장본 무량의경 덕행품 제1 p1020)  
대전륜왕 소전륜왕 금륜 은륜 제전륜왕 국왕 왕자 국신 국민 국사 국녀 국대장자 각여권
大轉輪王 小轉輪王 金輪 銀輪 諸轉輪王 國王 王子 國臣 國民 國士 國女 國大長者 各與眷
속 백천만수 이자위요 내예불소 두면예족 요백천잡 소향산화 종종공양 공양불이 퇴일면
屬 百千萬數 而自圍遶 來詣佛所 頭面禮足 遶百千匝 燒香散華 種種供養 供養佛已 退一面



 [강의] 사람들 대중[人衆]을 나타낸다. 여기에는 전륜성왕과 나라의 국왕 백성을 들고 있다.  
“전륜왕”은 몸에 32상(相)을 갖추고, 즉위할 때에 하늘로부터 금, 은, 동, 철의 네 윤보(輪寶)를 얻어 이를 굴리면서 사방을 위엄으로 굴복하게 한다고 한다. 금륜왕(金輪王) 은륜왕(銀輪王) 동륜왕(東輪王) 철륜왕(鐵輪王)의 네 왕이 있고 각각의 위신력으로 세상을 다스린다. 이 전륜성왕은 전 세계를 통일하여 지배한다는 이상적인 제왕, 무력에 의하지 않고 정법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제왕이다.  잡아함경(雜阿含經) 에 의하면, 전륜성왕은 7보(寶)와 4신덕(神德)을 갖추고 있다 한다.
7보란 첫째 윤보(輪寶, 또는 금륜보金輪寶, 차카라타나cakkaratana)로 사방을 움직이며 왕에게 대지를 평정하도록 돕는다는 수레바퀴. 이것을 타고 동서남북 사방을 주유하면 그 지나는 곳의 크고 작은 나라의 왕들은 앞다투어 국토와 인민을 바치고 신하가 되기를 자청한다고 한다. 둘째, 상보(象寶, 하티라타나 hatthiratana)는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순백의 코끼리. 셋째 마보(馬寶, 아사라타나 assaratana)는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순백의 말. 넷째, 주보(珠寶, 마니라타나maniratana)는 뿜어내는 광채가 1유순(由旬)은 된다는 보석. 다섯째, 여보(女寶, 이티라타나itthiratana)는 미모와 향기를 지닌 순종적이며 지조 있는 왕비. 여섯째, 거사보(居士寶, 가하파티라타나gahapatiratana)는 국가를 지탱해줄 재력을 갖춘 시민. 일곱째, 장군보(將軍寶, 또는 주병보主兵寶. 파리나야카라타나parinayakaratana)는 현명하고 유능하며 연륜을 갖춘 지장(智將)이다.
또한 4신덕(神德)이란 즉 네 가지의 신령한 덕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첫째, 아름답고 단정한 용모. 둘째, 오래 살며 일찍 죽지 않는 것. 셋째, 건강한 심신(心身). 넷째, 충분한 재산이다. 4종의 전륜성왕을 보살의 수행 단계에 배당했으니, 곧 철륜왕은 십신위, 동륜왕은 십주위, 금륜왕은 십회향위에 배당했다. 이러한 전륜성왕의 개념은 왕권 강화 및 호국불교사상의 고취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전륜성왕에 대한 설명은 '일곱 보물과 네 가지 신덕'이라는 《잡아함경》의 표현에서 점차 '4주(洲)의 왕', '4변의 정복자' 혹은 '여법한 법왕'이라는 《장아함경》의 정형화된 문구로 표현되고 있는데, 비교적 성립 시기가 늦은 불전일수록 반영된 세계관은 더욱 확장되어 그 개념도 복잡하고 다양하게 진화된 양상을 보이는 것은 대표적인 전륜성왕으로 꼽히는 아소카 왕(후술)이라는 구체적인 인도의 역사적 경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유추된다.
“위요함”이란 대중들이 둘러싸는 것을 말한다.
“두면으로 발에 예배함”이란 두면접족례를 말한다. 부처님께 올리는 가장 공경스런 예법. 예배할 때 머리와 얼굴이 부처님 발에 닿게 하는 경례법.
“백천번을 돌며”란 부처님을 오른쪽 어깨 쪽으로 하여 3번 이상 돌며 올리는 예법. 보통 우요삼잡(右繞三匝)이라 하여 공경하는 스승에게 인사할 때 시계방향으로 세 번 돌며 공경의 뜻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