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만약 모든 방편의 위계를 결료(決了)한다면 혹은 안위(按位)가 묘(妙)요 혹은 진입(進入)이 모여서, *추(麤)의 대립할 것이 없어 똑같이 하나의 묘를 이루니, 그 도리는 이미 드러난다.

若決諸權, 或按位妙, 或進入妙, 無麤可待, 同成一妙. 其義已顯.

15175추의 대립할 것이 없어 똑같이 하나의 묘를 이룸. 원문은 ‘無麤可待, 同成一妙’. 원교에 서면 예전의 방편 속에서의 수행과 깨달음 또한 원교의 진실 아님이 없었던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묘[一妙]란 원교의 유일절대의 묘.

 [석첨] 둘째로는 비유를 들었다. 그리고 이 비유 중에 둘이 있으니, 먼저 비유하고, 다음에서는* 합(合)했다.

次擧譬. 譬中二. 先譬. 次合.

15176합함. 원문은 ‘合’. 4390의 주.

 [석첨] 이제 다시 비유를 들어 설한다면, 비유컨대 소국의 대신이 대국에 *내조(來朝)하매 *본래의 위계의 석차(席次)를 상실함과 같으니, 비록 *항오(行伍)에 참여한다 해도 *한외(限外)의 공관(空官)일 뿐이다. 이에 비해 만약 대국의 소신(小臣)으로 *심려빙기(心膂憑寄) 되는 경우라면 작위(爵位)가 높지 못하다 해도 남들로부터 존경받는 바가 된다.

今更譬說. 譬如小國大臣, 來朝大國, 失本位次. 雖豫行伍, 限外空官. 若大國小臣, 心膂憑寄, 爵乃未高, 他所敬貴.

15177내조. 제후의 사신이 종주국을 찾아와 천자를 배알하는 일. 입조(入朝)라고도 한다. 15178본래의 위계의 석차를 상실함. 원문은 ‘失本位次’. 본국에서는 조회 때면 상석에 서 있던 대신이지만, 종주국에 오면 그럴 수가 없는 일.
15179항오. 원래 군대에서 25명의 조직을 항이라 하고, 5명의 조직을 오라 했었으나, 여기서는 조회 때의 반렬(班列)을 이른다.
15180한외의 공관. 원문은 ‘限外空官’. 한외는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는 것. 공관은 이름뿐인 벼슬. 소국의 대신을 반렬의 말석에 끼어 주었다 해도, 일종의 예우일 뿐 실제의 벼슬인 것은 아니라는 뜻.
15181심려빙기. 황제를 가까이서 보좌하여 그 황제에 의지하는 일. 심(心)은 가슴이요 여(膂)는 등뼈니, 황제를 보좌하여 신임받는 신하의 비유. ‘빙기’는 믿어서 의지하는 일.

 [석첨] 비유 중에서 ‘소국의 대신’ 따위라 말함은, *앞의 삼교(三敎)를 일러 소국이라 하고, *교주(敎主) 이하를 다 일러 신하라 한 것이니, 신하들 중 높은 위계에 있는 것을 일러 대신이라 한 것이다. 그리고 양교(兩敎)의 아라한과 *통교의 구지(九地)․별교의 십주(十住)로서 개권(開權)되어 원교로 들어옴을 일러 내조(來朝)라 하고, 아울러 아라한과 *지주(地住) 등의 위계의 이름을 잃게 됨을 ‘본래의 위계를 상실한다’고 이른 것이다.
 ‘비록 항오에 참여한다 해도’ 따위라 함은, 아라한이 위계에 멈춘 채 원교에 들어감 같음을 비록 *육근(六根)의 항오의 위계에 참여하기는 한다 해도, 본래부터 *원교의 수희(隨喜)로부터 온 것에 비길 때는 한외(限外)의 *공위(空位)의 보살임이 되니, 그러므로 공관(空官)이라 말한 것이다. 이는 처음으로 드는 경우에 의거해 이런 주장을 함이거니와, 오래 들어 진리를 관하는 작용이 일어나 혹(惑)이 깨지고 행(行)이 이루어진다면 도리어 *구위(舊位)의 항오의 한계 안에 있는 자와 동일해진다. 그리고 원교의 ‘대국’의 범부의 ‘소신(小)’이라면 *명자불(名字佛)이라 이를 수 있으리니, 그러므로 빙기(憑寄)라 말했다. 여(膂)는 등이니, *설문(說文)에서는 이르되 뼈라 했다. 그러므로 ‘심려빙기’란 오직 전적으로 신심(身心)을 *불경(佛境)에 기탁(寄託)하는 일일 뿐이니, 능히 *색심(色心)이 곧 법성(法性)임을 관하기에, 그러므로 *불법계(佛法界)에 의지한다 이른 것이다. 아직 *품위(品位)에 들지 않아 타인을 교화하지 못함을 ‘작위가 높지 못하다’고 일렀으니, 그러면서도 *구계(九界)의 공경하여 귀하게 여기는 바는 되는 것이다.

譬中云小國大臣等者. 前之三敎, 名爲小國. 敎主已下, 皆名爲臣. 臣中高位, 名之爲. 兩敎羅漢, 反通九地, 別敎十住, 開入圓敎, 名爲來朝. 竝失羅漢反地住等次位之名, 名失本位. 雖豫行伍等者. 如阿羅漢按位入國, 雖豫六根行伍位次. 比於本從圓隨喜來, 乃成限外空位菩薩, 故云空官. 此據初入, 作如此說. 久聞官轉, 惑破行成, 還同舊位行伍之限. 若圓大國, 凡夫小臣, 名名字佛, 故曰憑寄. 膂者, 脊也. 說文云, 骨也. 秖是全以身心, 寄託佛境耳. 能觀色心卽是法性, 故名憑寄佛法界也. 未入品位, 不能益他, 名爵未高. 乃爲九界之所敬貴.

15182앞의 삼교. 원문은 ‘前之三敎’. 삼장교․통교․별교.
15183교주 이하를 다 일러 신하라 함. 원문은 ‘敎主已下, 皆名爲臣’. 교주는 그 가르침을 설하신 부처님이니, 신하라는 말 속에 부처님까지 포함시킨 것은 그것이 방편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15184통교의 구지. 원문은 ‘通九地’. 12415의 ‘三乘共位’의 주.
15185지주 등의 위계의 이름. 원문은 ‘地住等次位之名’. 통교의 구지(九地)․별교의 십주(十住) 따위의 이름.
15186육근의 항오의 위계. 원문은 ‘六根行伍位次’. 육근청정위. 곧 원교의 십신위(十信位). 15187원교의 수희로부터 옴. 원문은 ‘從圓隨喜來’. 원교의 수희품(隨喜品)으로부터 들어온 것. 수희품은 오품위(五品位)의 그것이니, 3155의 ‘五品弟子位’의 주 참조.
15188공위. 내실이 없는 공허한 위계.
15189구위. 본래부터 원교이던 자의 위계. 오품제자위에서 출발한 사람.
15190명자불. 명자즉(名字卽)의 부처님. 2346의 ‘六卽’의 주 참조.
15191설문에서는 이르되 뼈라 함. 원문은 ‘說文云, 骨也’. 등뼈라는 해석이다. ‘설문’은 913의 주.
15192불경. 부처님의 경지.
15193색심이 곧 법성임. 원문은 ‘色心卽是法性’. 신심(身心) 그대로가 그대로 절대적 진리인 것. 색심은 물질과 정신이니 곧 신심.
15194불법계. 부처님의 세계. 십법계 중의 하나.
15195품위. 오품제자위.
15196구계. 십계(十界)에서 불계(佛界)를 제외한 아홉 가지 세계. 186의 ‘十界十如’의 주 참조.

 [석첨] 둘째로 비유를 합(合)한 것에 둘이 있으니, 먼저 합하고, 다음에서는 더한 것이 비교했다.

次合中二. 先合. 次況.

 [석첨] *여러 가르침의 여러 위계는 추를 결료(決了)하여 묘에 들어 비록 *성자의 흐름에 들 수 있다 해도, 원교에서 묘에 들어감에 비교하려 할 때에는 오히려 둔한 가운데서 옴이 되려니와, 원교의 *발심(發心)은 아직 위계에 들지 못했다 해도 능히 여래의 *비밀장(祕密藏)을 아는 터이므로 곧 불러 부처라 해도 무방하다.

諸敎諸位, 決麤入妙, 雖得入流, 欲比圓敎入妙, 猶是從鈍中來. 圓敎發心, 雖未入位, 能知如來祕密之藏, 卽喚作佛.

15197여러 가르침의 여러 위계. 원문은 ‘諸敎諸位’. 전삼교(前三敎)의 모든 위계.
15198성자의 흐름에 들어감. 원문은 ‘入流’.
15199발심. 4666의 주.
15200비밀장. 원문은 ‘祕密之藏’. 486의 ‘祕密之奧藏’의 주.

 [석첨] 합(合)하는 중에서 처음의 ‘諸敎’로부터는 간략히 합한 내용인 바, 처음에서는 소국의 대신을 합하고, ‘圓’으로부터는 대국의 소신(小臣)을 합했다.

合中初從諸敎去, 略合也. 初合小國大臣. 從圓去, 合大國小臣.

 [석첨] 초심(初心)도 그렇거늘, 하물며 후위(後位)이겠는가…….

初心尙然, 何況後位乎云云.

 [석첨] *대장(大章) 제구(第九)로 경을 인용하는 중에 둘이 있으니, 처음에서는 *내의(來意)를 서술했다.

大章第九引經中二. 初叙來意.

15201대장 제구. 원교의 위계를 밝힘에 있어 십장(十章)을 나눈 것 중의 아홉째.
15202내의. 본래의 취지.

 [석첨] 아홉째로 열반경의 다섯 비유를 끌어 사교(四敎)의 위계를 *나타낸다. 만약 四교를 가지고 비유를 해석하지 않는다면 비유를 해석할 수 없을 것이며, 만약 다섯 비유로 四교의 위계를 판별(判別)하지 않는다면 믿음을 실현하기에 어려움이 생기려니와, 만약 경의 글을 믿는다면 위계의 뜻을 알기 쉬워지며, 모든 위계의 취지를 이해한다면 저 비유가 *분명해질 것이다. *피차가 상수(相須)하여 가히 *겸미(兼美)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九引涅槃五譬, 成四敎位. 若不將四敎釋譬, 譬不可解. 若譬五非判四敎位, 取信爲難. 若信經文, 則位義易曉. 解諸位意, 彼譬冷然. 彼此相須, 兼美.

15203나타냄. 원문은 ‘成’.
15204분명함. 원문은 ‘冷然’.
15205피차가 상수함. 원문은 ‘彼此相須’. 서로 상대를 기다려서 완전해지는 일.
15206겸미. 아울러 아름다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