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열네 가지 무기법(無記法)은 부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것이니
이것에 관해 헤아려서는 안 되며 깨달음[覺]에 의해 소멸시킬 수도 없네.
十四不記法,日親之所說,於此勿應思,不能令覺滅。

*일친(日親)이란 석가모니불을 가리킨다. 경전에서 석가모니불에 대해서 전지하신 부처님의 뜻으로 사용하였다. 태양이 널리 두루 대지와 산천을 비추는 것이 마치 중생에게 친히 이르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광명이 또한 일체 중생에게 두루 비추어 이익을 얻게 하므로 일친이라고 한다.

*열네 가지 무기법이란 당시 한 외도가 제기한 열네 가지 질문에 대하여 붓다가 대답을 거부하고 침묵하였다고 하여 십사무기(十四無記 · Fourteen unanswerable questions)라고 한다. 14불가기(十四不可記) 또는 14난(十四難)이라고도 한다. 석가모니부처님은 근기에 응해서 법을 설하여 널리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데, 이 14가지의 질문은 흔히 그 성격상 무의미하다는 뜻에서 무기로 답하였다고 한다. 곧 열반 또는 깨달음에 이르는 것을 돕는 실천적인 물음이 아니라는 뜻에서 '형이상학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14무기에 대한 내용은     중아함경     제60권,     전유경(箭喻經)     제10,     잡아함경(雜阿含經)     제16권 408,     사유경(思惟經)    ,     잡아함경(雜阿含經)     제34권 962, 견경(見經) 등에 들어 있다. 질문내용은 시간, 공간, 자아, 사후세계에 관한 질문들로 이들 질문은 열반에 이르게 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므로 가르치거나 말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곧 중생들은 지금 삼계고해 속에 빠져 있어서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므로, 이러한 14가지 문제를 논의 하는 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독화살을 맞았을 때 그것이 어디서 누가 쏘았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재료는 무엇인지 등을 따지고 의사를 찾지 않는다면 그 사이에 독이 온 몸에 퍼져 마침내 죽고 말 것이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하고 우선해야할 것은 먼저 독화살을 뽑고 의사를 찾아 치료 받고 화살을 누가 쏘았는지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십사무기의 질문은 첫째, 시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질문이다.
① 세간유상(世間有常) · 세간상(世間常) · 세유상(世有常): 우주는 시간적으로 영원하다.
② 세간무상(世間無常) · 세무상(世無常) · 세무유상(世無有常): 우주는 시간적으로 영원하지 않다.
③ 세간유상무상(世間有常無常) · 상무상(常無常): 우주는 시간적으로 영원하기도 하고 영원하지 않기도 하다.
④ 세간비유상비무상(世間非有常非無常) · 비상비무상(非常非無常): 우주는 시간적으로 영원한 것도 아니고 영원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둘째, 공간에 대하여 네 가지 질문이다.
⑤ 세간유변(世間有邊) · 유변(有邊) · 세유저(世有底): 우주는 공간적으로 유한하다.
⑥ 세간무변(世間無邊) · 무변(無邊) · 세무저(世無底): 우주는 공간적으로 무한하다.
⑦ 세간유변무변(世間有邊無邊) · 변무변(邊無邊): 우주는 공간적으로 유한하기도 하고 무한하기도 하다.
⑧ 세간비유변비무변(世間非有邊非無邊) · 비변비무변(非邊非無邊): 우주는 공간적으로 유한한 것도 아니고 무한한 것도 아니다.
셋째, 자아에 대하여 두 가지 질문이다.
⑨ 시명시신(是命是身) · 명즉시신(命即是身): 자아[命]와 육체[身]는 동일하다.
⑩ 명이신이(命異身異) · 위명이신이(為命異身異): 자아[命]와 육체[身]는 별개이다.
넷째, 사후세계에 대하여 네 가지 질문이다.
⑪ 여래사후유(如來死後有) · 여래유사후(如來有死後) · 여래종(如來終): 여래는 육체가 죽은 후에도 존재한다.
⑫ 여래사후무(如來死後無) · 무후사(無後死) · 여래부종(如來不終): 여래는 육체가 죽은 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⑬ 여래사후유무(如來死後有無) · 유무후사(有無後死) · 여래종부종(如來終不終): 여래는 육체가 죽은 후에는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
⑭ 여래사후비유비무(如來死後非有非無) · 비유비무후사(非有非無後死) · 여래역비종역비부종(如來亦非終亦非不終): 여래는 육체가 죽은 후에는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110. 무지로부터 업이 일어나며 업으로 말미암아 다시 식(識)이 생기네.
식은 명색(名色)을 말미암고 명색은 육처(六處)를 생겨나게 하네.
從無知起業,由業復生識,識緣於名色,名色生六處,

 111. 육처는 촉(觸)을 말미암고, 촉이 생겨남으로 수(受)를 말미암으며,
수가 이미 애(愛)를 말미암고 애를 말미암아 취(取)를 초래하네.
六處緣於觸,觸生緣於受,受既緣於愛,由愛招於取,

 112. 취는 다시 유(有)를 말미암고 유는 또한 생(生)을 말미암으며,
생은 노사(老死)를 말미암으니 근심과 병을 구해도 얻을 수 없네.
取復緣於有,有復緣於生,生緣於老死,憂病求不得,

*십이인연법은 일체 존재가 원인으로부터 결과가 생기고 만사만물의 과정으로 중생이 무명으로부터 생로병사에 이르는 열두 가지 연기를 밝힌 것이다. 십이지분을 간략히 설명해보면, 무명(無明)은 무지 맹목적으로 진여자성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근본불각이다. 마음의 근본 성품은 본래 묘하고 밝고 맑은데 허망한 대상에 마음이 동요하여 바른 지혜를 잃어버리므로 무명이라 하는 것이다, 이 무명의 체에 일념이 처음으로 움직여 이루어지는 잠재적 형성력을 행(行)이라 하고, 행으로 어리석은 미혹이 요동쳐서 정밀한 마음을 잃어버려 지혜가 전환되므로 어리석은 인식 작용을 일으키니 이를 식(識)이라 한다. 십이연기 중에 이 세 가지가 근본이 되어 나머지 아홉 가지 지분이 서로 인연으로 삼세의 연이 이루어진다. 식(識)은 식별작용. 명색(名色)이란 명칭과 형태이다. 육처육입(六處六入)은 육근 육처. 촉(觸)은 육근과 육경의 접촉을 가리킨다. 수(受)는 접촉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작용이다. 애(愛)는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애착심. 유(有)는 갖고 싶어 하는 애착심으로부터 소유하는 업(業) 곧 존재의 뜻. 생(生)은 집착의 업으로 인연하여 과보와 형색이 생긴 것, 곧 출생을 말한다. 노사(老死)란 생겨나는 것으로 인연하여 늙어 죽는 등의 근심과 우환이 생기는 것을 가리킨다. 십이연기를 노사 생으로부터 시작하여 무명까지 역으로 관하는 것(果를 따라 因을 탐구)을 역관(逆觀)이라 하고, 무명(無明)이 있음으로 행이 있고, 행이 있으므로 식이 있고, 식이 있음으로 명색이 있고, 내지 노사가 있음을 관하는 것을 순관(順觀)이라 한다.

*삼세양중인과설(三世兩重因果說): 십이연기의 십이지분 중에서 무명과 행은 과거의 인(因)이고, 식 명색 육입 촉 수는 현재의 과(果)이며, 애 취 유는 현재의 인(因)이고, 생 노사는 미래의 과(果)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무명과 행이 원인이 되어 현재 인식하고 감각하고 느끼는 작용이 일어나고, 현재 애착과 집착으로 인하여 미래의 고가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이를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에 걸친 인과관계라 하여 삼세양중인과설(三世兩重因果說)이라 한다.

 무명  행    식   명색   육입   촉   수    애   취   유    생   노사
  (無明) (行) (識) (名色) (六入) (觸) (受)  (愛) (取)  (有) (生) (老死)
      


   과거 2인(因)        현재 5과(果)           현재 3인(因)  미래 2과(果)

*천태학에서는 십이연기를 관하는 데에도 삼승이 다르다. 이승(二乘)은 생멸의 십이인연을 관하고, 보살을 위해서는 무생의 십이인연을 관한다. 첫째, 생멸(生滅)의 십이인연이란 무명에서 노사에 이르는 연기가 실제로 생기고 실제로 멸한다고 보는 견해이니 무명 내지 노사를 실체시 하므로 삼장교의 견해라고 한다. 둘째, 무생의 십이인연은 무명 내지 노사가 실제로 생기는 일도 없고 멸하는 일도 없다고 보는 견해이다. 십이인연의 인과를 불생불멸하는 것으로 관하는 것이니 원교의 견해라고 한다.

 113. 윤회는 큰 괴로움의 덩어리이니 이것은 속히 끊어 제거해야 하며
이와 같이 생이 소멸하면 온갖 괴로움이 다하여 남김 없네.
輪迴大苦蘊,斯應速斷除,如其生若滅,眾苦殄無餘。

*십이인연법도 자세히 사제를 관찰한 것이다. 고제 집제에 입각해서 보면 곧 무명에서부터 노사에 이르기까지 십이연기가 이루어지고, 도제 멸제에 입각하면 곧 무명의 멸에서부터 노사의 멸까지 십이연기가 이루어진다. 무명 · 행 · 애 · 취 · 유의 다섯 지분은 집제(集諦)에 속한 것이고, 식 · 명색 · 육입 · 촉 · 수 · 생 · 노사의 일곱 지분은 고제(苦諦)에 속한다고 한다.

 114. 가장 훌륭한 언교(言敎)의 법장은 깊고 미묘한 연기문(緣起門)이네.
만약 이것을 정견(正見)할 수 있으면 곧 무상존(無上尊)을 뵐 수 있네.
最勝言教藏,深妙緣起門,如能正見此,便觀無上尊。

 115. 정견(正見) · 정명(正命) · 정정진(正精進) · 정념(正念)과 정정(正定) · 정어(正語) · 정업(正業) · 정사유(正思惟), 이를 팔성도(八聖道)라 하니 적정하게 닦고 다스려야 하네.
正見命正念,正定語業思,此謂八聖道,為寂可修治。

 116. 무명은 애욕이 모임으로 인해 일어나고 몸에 의탁하여 갖가지 괴로움이 발생하네.
이것을 제거해야 해탈을 증득하니 팔성도를 마땅히 행해야 하네.
無由集愛起,託身眾苦生,除斯證解脫,八聖道宜行。

*중생은 무명과 번뇌로 업을 짓고, 신업 · 구업 · 의업의 삼업으로 말미암아 생사를 유전하게 한다. 무명번뇌는 중생들의 애탐으로 생기고, 이 애탐으로 말미암아 중생들의 무량한 고통을 생기게 한다. 이러한 고통의 실상을 고제라 하고, 이러한 고통의 근본적인 원인을 집제라 하니 이들은 업과 번뇌로 말미암아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무명번뇌의 집제를 끊고 다시 업을 일으키지 않으면 생사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므로 멸제를 증득하게 된다. 멸제에서 해탈을 증득하면 구경의 적멸을 얻는다. 집제를 끊는 것은 도제에 의지해야 한다. 부지런히 여덟 가지 성도 정진 수행하면 고제와 집제를 제거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닦아가면 윤회의 일체고통으로부터 멀리 여의고 구경의 열반을 얻을 수 있다.   

 117. 곧 이 유가업(瑜伽業)은 사종성제(四種聖諦)의 원인이 되며
비록 잘 꾸민 집에 사는 자라도 지혜로 번뇌의 나루를 막을 수 있네.
即此瑜伽業,四種聖諦因,雖居舍嚴飾,智遮煩惱津。

*석가모니부처님의 초전법륜의 근본 내용이 곧 고 · 집 · 멸 · 도의 사제이다. 우리가 사제의 이치를 통달하면 윤회의 고의 성품을 잘 알아서 고통이 초래한 근원이 업과 번뇌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고를 제거하고 해탈을 얻으려면 반드시 수도를 해야 성자 보살과 아라한과를 얻을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 반드시 여덟 가지 성도를 닦아 지녀야 한다. 이와 같이 닦아서 최후에 멸제의 수승한 유가업을 증득해야 한다. 유가행을 닦아 지녀야 곧 사제를 볼 수 있으니 그러므로 유가업이 사제의 근본원인에 이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