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지혜와 자비를 떠나서 오로지 고행만 있다면 
남에게 손해 끼치는 것을 벗어날 수 없고, 구제의 이익을 줄 수도 없네.
 
以離智悲故  若唯有苦行  不能除損他  與救濟利益 

*자신과 남에게 해를 끼치고 악도에 들어가는 길을 말한다. 외도의 오화설(五火說) 등을 믿어서 음식을 끊고 산속에서 신체적 고행을 닦아서 범천에 태어나서 세상에는 나오지 않으려 한다면 이는 신체적 고통만이 따를 뿐이다. 이 고행은 자신의 수행이 될지는 모르지만 해탈의 인행이 되지 못하고 정법에도 어긋난다. 이런 삿된 도에 빠져서 고행만 하므로 중생을 제도하는 보시 등의 일에는 소홀히 한다. 이렇게 되면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일에는 직접 간접으로 불가능하게 되므로, 나와 남을 위한 일에 손해를 끼치게 된다. 외도의 오화설에서는 고행을 닦다가 죽어서 화장하면 영혼이 연기를 타고 달에 가서, 다음에는 비가 되어 내릴 때 빗물 속에 들어가고, 셋째 지상에 내려 식물 등 곡식에 들어가며, 넷째 이 곡식을 중생들이 먹어서 남자의 몸(정자속)으로 들어오고, 다섯째 부모에 의해 모태에 들어가 다시 생을 받는 등 다섯 곳으로 윤회한다고 한다. 이 오화설은 업설의 원시적인 형태라고 한다.

**우리가 행위를 하면 과보가 생기는데 갖가지 업인을 지어 일어나는 과보는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현법과(現法果, 혹은 士用果)는 지금 현세에서 얻게 되는 실제의 과보를 말한다. 마치 사회생활과 같이 현세에서 곧 과보의 이익과 해를 입는 경우를 말한다. 곧 두 가지의 무거운 선업과 다섯 가지의 무거운 악업은 반드시 현법과를 얻는다고 한다. 두 가지 선업이란 불 · 법 · 승 삼보를 바르게 믿고, 이해하여 바르게 행하는 과보는 현세에서 복락과 안락을 얻는 것이다.  다섯 가지 악한 악업의 과보란 오역죄를 저질러 생기는 무간죄(無間罪)이다. 곧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죽이며, 아라한을 죽이고, 부처님 몸에 피를 내며, 화합승단을 파괴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무거운 악업은 현세에서 바로 과보를 받는다는 것이다.
둘째, 등류과(等流果)는 같은 종류의 인과가 상속되는 것을 말한다. 곧 보시를 한 자는 남에게 인자한 마음을 가지게 되고, 살생한 자는 그 과보로 생명을 해치는 것을 좋아하는 등이다.
셋째, 이숙과(異熟果)는 과보가 내세와 후세에 걸쳐 성숙되어 후생에 육도에 윤회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일생동안 지은 무수한 업이 죽은 후에 일생 내지 다생의 이숙과를 이끈다. 이숙과는 무거운 업이 먼저 성숙되며, 습관화된 것이 먼저 나타난다. 곧 지극히 무거운 업, 죽으려고 할 때 현전하는 업[近死業 臨終業], 일생 항상 행하여 습관을 이룬 업[習慣業], 숙세부터 쌓인 것이 아직 과보를 내지 않았지만 임종이나 죽은 후 가장 먼저 성숙하는 업[累計業, 儲備業]은 가장 먼저 성숙하여 감득한다.  
넷째, 증상과(增上果)는 중생 자신의 업에 의하여 후생이 초래하고, 그 중생의 주의환경에 대하여 발생하는 작용을 말한다. 각 중생 후생에서 주위환경, 곧 시대 지역 및 기후 생활조건 등이 모두 그 중생의 업력에 의해 감득한다. 이를 업력으로 감득하는 중생주체를 정보(正報)라고 하고, 그 국토세간을 의보(依報)라고 한다.
다섯째, 여타증상과(與他增上果)는 중생이 지은 업은 자신뿐만 아니라 그 사람과 관계한 것들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의 업력이 친족과 주변의 사람, 내지 사회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어느 집안에서 출가 득도한 성자가 나오면 그 집안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12. 보시와 지계를 닦아 밝아지는 바른 법의 큰 평탄한 길이 있는데,
이 길을 버리고 삿된 도(道)를 행하면 스스로 고통스러운 소의 형벌을 받으며,

施戒修所明  正法大夷路  若棄行邪道  自苦受牛罰 

*악도로 가는 사람을 말한다. 보시 지계를 닦아 참아 견디면 정법의 대도로 들어가게 된다. 이 정법을 공경하지도 않고 함부로 행하여 몸을 괴롭히면 소와같이 괴로운 삶을 사는 축생도에 떨어진다. 이와 같이 악업을 지으면 들어가는 악도에는 아귀, 축생, 수라가 있다. 보통 삼귀오계를 닦지 않고 십악을 행하면 이 악도에 들어간다고 한다. 탐욕을 버리고 다스려서 보리심을 일으키고, 계를 훼손하여 생기는 후과로부터 벗어나면 청정하고 안락한 마음으로 재물을 베풀어서 일체공덕을 구족하게 된다. 또한 화냄은 선근을 훼손하여 유정들에게 그 영향을 미치니 화내는 마음을 끊고 불퇴전을 이루면 안온한 안락을 얻으니 이것이 정법을 닦는 길이며 일체 불타의 대도에 나아가는 길이다. 어리석음과 무지하여 외도와 같이 삼보에 공경심을 내지 않고 정도를 버리면서 고행으로 신체를 괴롭히면 이로 말미암아 험지(위험한 곳)나 축생에 들어간다.  

13. 이 생사의 광야와 늪에 빠져서 음식과 나무그늘도 없으며,
혹은 이리에게 뜯어 먹히는 처지가 되어 오랜 동안 그 속에서 살게 되네.
 
是生死曠澤  無飮食樹陰  或狼所食噉  長遠於中行
 
*악도의 험난한 길을 밝힌다. 참아내기 어려운 윤회의 광야에 극심한 고통의 중생의 나무가 있고, 미혹의 독사로 몸을 결박하여 장구한 세월 동안 유전하게 된다.
정법을 등지고 잘못된 외도의 길을 따라 축생의 밀림에 들어가면 통과하기도 어렵고 벗어나기도 어려워서 욕계 색계 무색계를 윤회하며 삼악취의 광야에 떠돌게 된다. 

14. 살생으로 인하여 수명이 짧아지고 핍박의 괴롭힘으로 많은 병을 초래하며,
도둑질로 인해 재물이 궁핍해지며 다른 이의 경계를 침범하면 원망이 많아지네.
 
因殺生短壽  逼惱招多病  由盜致乏財  侵他境多怨

*잘못된 행위의 결과를 밝힘. 인생의 삶은 원인으로부터 결과를 초래한다. 여기서는 같은 종류의 인과가 상속하는 등류과(等流果)의 경우를 말한다. 곧 살생을 행하면 목숨을 해쳤으므로 같은 부류인 수명이 짧아지는 과보를 받는다. 다른 사람을 핍박하고 괴롭히는 손해를 끼친다는 것은 칼이나 몽둥이 등을 이용하여 다른 중생에 상해를 가하면 이 과보를 받아서 후세에 신체에 재난이 거듭된다는 것이다. 남을 핍박하고 괴롭히는 원인으로 똑같이 자신에게 재난을 받게 되니 병고를 받는다고 하였다. 또한 남의 재물을 도둑질하는 악업을 저지르면 재물이 궁핍해지는 과보를 수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남의 경계란 남의 권한에 있는 것을 침범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삿된 음행을 범하면 처자(妻子)가 악하고 열등하며, 혹은 자기의 권한을 상실하고 원망을 받아서 적과 같이 된다.  
 
15. 거짓말함은 비방을 만나고 이간질함은 친족을 여의며,
욕함은 좋지 않은 말을 듣고 꾸미는 말은 남이 증오하고 질시하네.

妄語遭誹謗  兩舌親愛離  惡口聞不愛  綺語他憎嫉 

*허망한 거짓말은 자기 스스로 무고죄를 받게 되고, 원망을 받는다. 양설로 이간질하는 말을 일삼으면 자기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떠나게 된다. 또 욕이나 거친 말을 사용하면 악한 소리로 되돌아오게 되고, 입을 열면 털끝만한 일도 큰일처럼 떠벌리고 꾸며 지어내어 전하면 결국 신뢰를 잃고 미움을 사게 된다.  

16. 탐욕으로 인하여 바라는 것을 손해보고 성냄으로 두려운 과보를 받으며
삿된 견해로 치우친 집착을 내고 음주로 마음이 어지럽게 된다네.
 
由貪害所求  瞋恚受驚怖  邪見生僻執  飮酒心訥亂 

*탐심으로 말미암아 아침에 있던 재물이 저녁에는 자신의 소망을 잃게 하니, 탐심으로 인하여 얻고자 하는 재물을 크게 잃어버린다. 진에(嗔恚)의 탐내는 마음은 자기에게 각종 여러 가지 두려운 마음으로 돌아온다. 사견은 후세에 단견에 집착하고 받아들여 네 가지 전도된 견해를 일으키며 각종 아첨과 속이는 마음 등을 낸다. 또한 방일하고 절제하지 않는 음주는 심사를 미혹하고 어지럽게 정상적으로 안주하지 못하게 한다.

17. 보시하지 않으므로 빈궁하고, 삿된 생활로 속임을 당하며,
공경하지 않아 비루하고 천박해지며 질투하므로 위덕이 없어지네.
 
不施故貧窮  邪命逢欺誑  不恭生卑賤  嫉妬無威德 

*주지 않는데 가져가거나 혹은 인색하여 보시하지도 못하며, 공경하지 않아서 빈궁하게 되며, 삿된 생활로 다른 사람들을 속이는 미혹이 감득하여 이로 인해 아첨하고 속이는 행위의 과보를 얻는다. 종성이 고귀하다고 생각하여 잘난 체 하고 자만하면 세세생생에 종성이 비천함을 받는다. 다른 사람보다 아름답다고 자만하고 다른 사람에 대하여 인정하지 않으면 시기하고 질투한 과보로 위덕이 낮고 연약하여 힘없는 과보를 받는다.
 
18. 항상 원한을 품어서 모습이 추하고, 총명하게 묻지 않아서 어리석은
이 과보는 인간 세계에 태어나지만, 이보다 먼저 악취(惡趣)를 받네.
 
恒恨形色醜  不問聰故癡  此報在人道  先已受惡趣 

*원한이나 화냄의 악업으로 추한 모습을 하고, 총명하지 못하여 어리석은 과보를 얻는데 이는 인간세에 받지만, 그 보다 앞서 악취의 업을 받는다. 악취에 태어나는 악업은 가장 먼저 그 과보를 받는다는 것. 중생이 탐내고 화내고 어리석음으로 인해서 원한의 업을 짓고, 화내는 업, 어리석은 업은 우리로 하여금 악취에 떨어지게 하니 삼품의 불선업은 지옥에 떨어지고, 중품의 악업은 축생에 떨어지며, 상품의 악업은 아귀도에 떨어지게 된다. 이와 같은 악업은 먼저 받고, 이밖에 중생심에서 지은 갖가지 선업은 그동안 익어서 삼악취 후에 인간세에 태어나게 된다(이숙과 설명 참조).
 
19. 살생 등의 죄법은 설한 바의 과보와 같고,
탐내지 않음 등의 업은 선습인(善習因)이라 설하네.

殺生等罪法  如所說果報  無貪等及業  說名善習因 

*살생 등의 죄법에 관한 것은 앞의 14단 “살생으로 인하여 수명이 짧아지고 핍박의 괴롭힘으로 많은 병을 초래하며, 도둑질로 인해 재물이 궁핍해지며 다른 이의 경계를 침범하면 원망이 많아지네.”라고 한 것을 가리킨다. 이것은 불선업의 이숙(異熟)을 말한다. 탐내지 않음 등의 선업은 앞의 “탐냄으로 인한 과보”와 상반된 것이 된다. 16단에서 “탐욕으로 인하여 바라는 것을 손해보고 성냄으로 두려운 과보를 받으며, 삿된 견해로 치우친 집착을 내고 음주로 마음이 어지럽게 된다네.”라고 한 바가 있다. 여기서는 탐내지 않음이란 선업은 선습인이라고 하였다.

20. 악업을 수행하여 갖은 괴로움 받음은 다 삿된 법에서 생기고,
모든 선도(善道) 안락(安樂)은 모두 선법에서 일어나네.
  
惡修及諸苦  皆從邪法生  諸善道安樂  皆因善法起 

*선업과 불선업의 과보에 대해 밝혔다. 탐 · 진 · 치 등은 불선업이고, 무탐 · 무진 · 무치 등은 선업이다. 이러한 불선업은 악취의 괴로움은 받고, 선업은 선취에 태어나 세세생생 안락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