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 마땅히 알라 너희는 능히 이익되는 바가 많으리라. 인간과 하늘을 안락하게 하여 중생의 고를 없애니 참된 큰 자비라. 진실하여 헛되지 아니하니(금장본 무량의경 설법품 제2 p1052~1054)
당지여능다소이익 안락인천발고중생 진대자비 신실불허
當知汝能多所利益 安樂人天拔苦衆生 眞大慈悲 信實不虛
[강의] 이익이 허망하지 않음을 밝힌 것이다.
질문한 이 경은 깊고 깊은 경지를 내증(內證)하고, 무상(無上)을 내증하며, 대승을 내증하고, 미묘함을 내증하며, 삼승 오승 칠승 구승 및 무량승이 모두 이 경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많은 이익이 있는 그 뜻을 물은 것이다. 7방편인이 제일의천에서 함께 안락을 얻는데 하물며 세간일체 인 천이리요. 분단생사의 거칠은 고(苦)와 변역생사의 미세한 고가 모두 중생을 구제하고, 무작의 고를 제거해줌을 진실한 대비(大悲)라고 하며, 무량한 안락 얻음을 진실한 대자(大慈)라 하고, 원만한 믿음이 구족한 것을 신실(信實)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성공덕(性功德)이므로 헛되지 않다고 한다.
삼승이란 성문승(聲聞乘)·연각승(緣覺乘)·보살승(菩薩乘)이고, 오승은 삼승에 인승(人乘)・천승(天乘)을 더한 것이다. 칠승이란 인승・천승・성문승・연각승・장교(藏敎)의 보살승(菩薩乘)・통교(通敎)의 보살승(菩薩乘)・별교(別敎)의 보살승(菩薩乘)을 말한다. 구승은 9도를 말하고 칠방편은 7승과 같다. 분단생사는 목숨과 과보(果報)에 길고 짧음이 있는 범부(凡夫) 중생들의 생사를 말한다. 중생들 각자 지은 선업 악업의 과(果)로 정보(正報) 의보(依報)를 받을 때, 그 지은 업에 따라 형상, 수명 등의 대소 차별이 있는 것을 말한다. 육도 윤회의 과보 받을 때 분단생사하게 된다. 변역생사란 육도에서 나고 죽고 하는 것을 여윈 뒤 성불하기까지의 성자가 받는 삼계 밖의 생사. 자신이 생사번뇌를 모두 여의고 자신이 지은 과보의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 적정에 들어가거나, 보살도를 닦기 위하여 생사를 바꾸는 것을 말한다.
[경] 이 인연으로 반드시 속히 무상보리를 얻어 이룩하리라. 또한 현세에나 후세에 일체의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무상보리를 이룩하게 하리라.
(금장본 무량의경 설법품 제2 p1054)
이시인연필득질성무상보리 역령일체금세내세제유중생 득성무상보리
以是因緣必得疾成無上菩提 亦令一切今世來世諸有衆生 得成無上菩提
[강의] “이 인연으로”란 속히 보리를 이루는 연유를 밝힌 것이다. “인(因)”이란 성품으로 세 가지 원인을 얻는다. 곧 연인불성, 요인불성, 정인불성이다. “연(緣)”이란 이 경의 일승을 말한다. 여기서는 대장엄보살이 대비를 근본을 삼고, 원각(圓覺)이 원인이 되어 반드시 성불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리(自利)를 밝힌 내용이다.
“또한~ 일체로 하여금”이란 나머지에게도 수기 주는 것을 겸하여 말하고 있다. “현세에나”란 근세를 가리킨다. “모든 중생”이란 다섯 가지 종성[五種姓]의 중생을 겸한다. 보통 오종성은 유식학에서 보살종성, 성문종성, 연각종성, 부정종성, 무성유정을 가리킨다. 이승종성으로 연각종성과 성문종성을 들었고, 부처가 될 수 있는 종성으로 보살종성 혹은 불종성을 말하고, 부정종성(不定種姓)은 성품이 정해지지 않은 사람으로 이승이 될 수도 있고 보살이 될 수도 있는 중생이다. 또한 무성종성(無性種姓)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성품이 아예 없다는 종성을 말한다. 여기서 오성을 든 것은 이들도 법화(무량의경)에서는 모두 보리를 얻는다는 것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무상도를 얻는다란 마땅히 미래에 보리의 과 얻을 것을 수기한 것이다.
[경] 선남자야, 내가 일찍이 도량 보리수 아래 앉아서 6년 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룩하여 얻었느니라. 부처님의 눈으로써 일체의 모든 법을 관하였으되 가히 선설하지 아니하였노라.(금장본 무량의경 설법품 제2 p1054)
선남자 아선도량보리수하 단좌육년 득성아뇩다라삼먁삼보리 이불안관일체제법 불가선설
善男子 我先道場菩提樹下 端坐六年 得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 以佛眼觀一切諸法 不可宣說
[강의] “선남자야”라고 한 것은 대장엄보살을 부른 것이다. “내가”란 자취를 보인 수적의 석가모니불을 가리킨다. “일찍이 도량 보리수 아래”란 아직 성도하지 않았을 때이므로 일찍이 라고 하였다. 도량이란 삼세 모든 부처님이 도를 얻은 곳이기 때문에 도량이라 하였다. “보리수 아래”라고 한 것은 보리수나무에 관한 것을 통칭한 것으로 부처님에 따라서 관하는 나무가 다르다. 예를 들면 과거 장엄겁 중에 첫 번째 구류손불(拘留孫佛)은 시리사수(尸利沙樹)를 보리도량으로 하였고, 두 번째 구나함모니불(俱那含牟尼佛)은 오잠파라문수(烏暫婆羅門樹)를 보리도량으로 하며, 세 번째 석가불 전불시대 가섭불(迦葉佛)은 니구율수(尼俱律樹)를 도량으로 한다. 또한 미륵불은 용화수(龍華樹)를 보리도량으로 한다.
“앉아서 6년 만에”란 원만한 육바라밀을 가리킨다. 고행이 아니기 때문에 “앉아서 6년”이라고 하였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룩하여 얻었느니라”란 앉아서 원만히 육바라밀을 닦아 얻은 과를 말한다. “부처님의 눈으로 관하였다”란 여래의 지견으로 관하고 안견으로 관해서 내증을 갖추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부처님 눈으로 관하였다고 하였다.
“일체의 모든 법”이란 십계 십여(十如) 백계 천여(千如) 삼천세간 실상의 법을 말한다. 실상이란 제법실상을 말한다. 제법실상은 십법에 십법계가 갖추어져 있으므로 백계이고, 여기에 십여시가 갖추어져 있으므로 천여가 되며, 오온세간 중생세간 국토세간이 있으므로 삼천세간이 된다. 십여시란 법화경 방편품에서 ‘이른바 모든 법의 이와 같은 상, 이와 같은 성, 이와 같은 체, 이와 같은 력, 이와 같은 작, 이와 같은 인, 이와 같은 연, 이와 같은 과, 이와 같은 보, 이와 같은 본말구경등이니라’라고 설하였다. 이를 제법의 참모습이라 한다. 이 열 가지 항목은 ‘여시(如是)’라는 말로 표현했으므로, 보통 십여시(十如是)로 통한다. 십여시는 ① 이와 같은 상[如是相]은 형상 모습. ② 이와 같은 성[如是性]은 본래 가지고 있는 성질. ③ 이와 같은 체[如是體]는 본체로 성과 상의 본질. ④ 이와 같은 역[如是力]은 잠재적인 능력. ⑤ 이와 같은 작[如是作]은 작용 움직이는 행위. ⑥ 이와 같은 인[如是因]은 일어나고 변화하는 직접적인 원인. ⑦ 이와 같은 연[如是緣]은 원인을 도와 일어나게 하는 간접적인 원인. ⑧ 이와 같은 과[如是果]는 인연에 의해 생긴 결과. ⑨ 이와 같은 보[如是報]는 결과가 나타낸 상태. ⑩ 이와 같은 본말구경(本末究竟)은 본체와 현상이 궁극에 있어서 평등한 것이다. 십여시는 절대적인 진실의 경지인 제법실상을 언어를 통해 표현했으므로 방편지이지만, 본구경등은 앞의 9여시를 철저히 통달하면 평등한 진실지로 이끌어서 원융한 실상을 이루게 한다. 그런데 이 제법의 십여시는 법계[十法界]속에 서로 갖추어져 있어서 이를 전개하면, 삼천세계가 이루어지고 이 세계는 한 생각 속에 모두 원융하게 구비되어 있다고 보아 ‘일념삼천설(一念三千說)’이 성립한다. “선설하지 아니하였다”란 유위(有爲)의 지견에서 설할 수 없었음을 설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였다.
[경] 어찌하여 그러한고. 모든 중생의 성품과 욕망이 같지 아니함을 알았음이라. 성품과 욕망이 같지 아니하므로 가지가지로 법을 설함이니라. 가지가지의 법을 설하되 방편력으로써 하였으니, 40여 년에 아직 진실을 나타내지 아니하였노라. 이런 고로 중생이 도를 얻음에도 차별이 있어 속히 무상보리를 이룩하지 못함이라.(금장본 무량의경 설법품 제2 p1054)
소이자하 지제중생성욕부동 성욕부동종종설법 종종설법이방편력 사십여년미현진실
所以者何 知諸衆生性欲不同 性欲不同種種說法 種種說法以方便力 四十餘年未顯眞實
시고중생득도차별 부득질성무상보리
是故衆生得道差別 不得疾成無上菩提
[강의] “어찌하여 그러한고”란 물음을 제기하는 말을 가리킨다. “모든 중생의 성품과 욕망이 같지 아니함을 알았다”란 12가지 중생의 성품과 욕망이 각각 같지 않음을 말한다. 이들은 교화 받을 근기를 든 것이다.
첫째, 옛날에 보살의 교화를 만나 오로지 대승을 닦아 습성을 이루고, 이 생에서는 결정성 대승이라고 한다.
둘째, 옛날에 독각의 교화를 만나 오로지 독각승을 닦아 소승의 습성을 이루고, 이제 현생에서는 결정성 독각승이라고 한다.
셋째, 옛날에 다만 성문의 교화를 만나 성문승을 닦아 소승의 습성을 이루고, 이제 현생에서 결정성 성문승이라 한다.
넷째, 옛날에 삼승의 삼승을 갖춘 교화를 만나 삼승행을 닦아서 삼승 습성을 이루고 이제 현생에서 삼승부정성(三乘不定性)이라 한다.
다섯째, 옛날에 보살·독각의 이승의 교화를 만나고 겸하여 대승·소승 이승의 행을 닦아서 대승·소승의 이승의 습성을 이루고, 성문 소승의 교화를 만나지 못하여 이제 금생에서 성문승이 빠진 보살종성·연각종성의 부정종성이라 한다.
여섯째, 옛날에 보살·성문의 이승의 교화를 만나고 겸하여 대승·소승의 이승행을 닦아서 대승·소승의 이승 습성을 이루나, 독각의 이승 교화를 만나지 못하였고, 금생에서는 독각종성이 빠진 보살 성문의 부정종성이라고 한다.
일곱째, 독각·성문의 소승의 교화를 만났지만 대승보살의 교화를 만나지 못하여 금생에서 성문종성 보살종성이 빠진 독각·성문 부정종성이라 한다.
여덟째, 옛날에 비록 삼승의 교화를 입었지만 삼승과 부정습성을 이루지 못하였으므로 금생에서 악지식을 만나면 오로지 악행을 저지른다. 이런 까닭에 잠시 열반이 없는 오로지 악행이라고 하였다.
아홉째, 옛날에 삼승의 교화를 입었지만 삼승 및 부정습성을 이루지 못하였으므로 악지식을 만나서 인과를 없애지 못하고 널리 선근을 끊는다. 이런 까닭에 잠시 열반이 없고 널리 모든 백법(白法 선법)을 끊는다고 한다.
열째, 옛날에 비록 삼승의 교화를 만났으나 삼승과 부정습성을 이루지 못하였으므로, 금생에서 그 근기가 하열하여 열반의 분한이 없다. 이런 까닭에 잠시 열반이 없고 열반의 분한이 없다고 한다.
열한째, 옛날에 비록 삼승의 교화를 만났으나 삼승 및 부정습성을 이루지 못하였으므로, 금생에서 근기가 하열하여 인 천선을 좋아한다. 이런 까닭에 잠시 열반이 없고 적은 선근마저 끊은 일천제라 한다.
열두째, 옛날에 삼승의 교화를 만나지 못하고 삼승과 부정행을 닦지 못하였으므로 금생에 삼승의 원인이 없다. 이런 까닭에 결국 열반이 없고 삼승의 인자가 없는 일천제라 한다. 일천제는 오역죄(五逆罪) 등 가장 악한 죄를 지어 선근을 끊었으므로 성불할 수 없는 종성이라고 한다.
이런 까닭에 중생이 득도하는 차별은 모든 중생의 성품과 욕망이 다름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성품과 욕망이 같지 아니하므로 가지가지로 법을 설한다”란 교법을 펴는 입장을 든 것이다. 석가모니부처님의 일대 40여 년 설한 가르침은 대략 사교(四敎)와 팔교(八敎)가 있다. 보리수왕의 화엄, 녹원의 아함, 방중(坊中)의 방등, 취봉(鷲峯) 등의 반야에서 일승과 대소의 보살에게 겁을 지나도록 수행하라고 연설하였다. 또 소승삼장교, 대승통교, 대승별교, 대승원교와 점교, 부정교 비밀교 등 이와 같은 법화 이전의 사미(四味)가 각각 다르다.
사미는 오시의 오미 중 앞의 사시를 사미로 비유한 것. 본래 열반경에 나오는 비유에서 취한 것으로 유미(乳味)는 화엄시에 배정하고, 낙미는 녹원시에, 생소미(生酥味)는 방등시에, 숙소미(熟酥味)는 반야시에 배대한다. 한편 제호미(醍醐味)는 불법 구경을 설한 내용인 법화열반시에 배정한다.
“팔교”란 화의사교와 화법사교를 합해 부르는 말이다.
※팔교(八敎)의 내용
사교란 화의사교와 화법사교가 있어서 팔교라 한다. 화의사교(化儀四敎)는 중생 교화의 법식을 말하고, 화법사교는 교화하는 교법의 내용을 뜻한다.
화의사교 중 돈교는 부처님의 내증법을 부처님의 경지에서 그대로 직설한 것이다.
점교란 깨달음의 내용을 그대로 설하지 않고 중생의 근기에 따라 얕은 경지에서 점차 높은 경지로 높여 설하는 교설. 녹원시 방등시, 반야시의 교설이 여기에 속한다.
비밀교는 여래의 부사의한 위신력으로 서로 다른 근기들에게 동일한 부처님 법문을 설하지만 청중들은 각각 그 근기에 따라 설법의 내용을 서로 다르게 이해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를 서로 알지 못하여 그 가르침의 방법이 비밀스러우므로 비밀교라 한다. 사람과 법이 서로 알지 못한다.
부정교란 서로 다른 근기가 있는 경우 열등한 근기에 대승을 설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수승한 근기에 대승을 설하기도 하는데, 부처님의 부사의한 능력으로 대승을 듣고 소승을 이해하는 이익을 얻기도 하고, 소승을 듣고도 대승을 이해하는 이익을 얻기도 하는 방법. 일정한 교화방법이 아니라는 뜻에서 부정교라 한다.
화법사교 중 장교는 소승의 삼장인 경·율·론을 설하는 가르침을 말한다. 삼승을 위해 4아함부 경전을 설하여 단공에 들어 소승의 무여열반에 드는 교설. 육도 삼계의 제법은 인연에 따라 생겨나므로 무상 무아 고(공)를 깨닫게 하는 석공관의 교설.
통교는 삼승 공통의 가르침. 제법은 생도 아니고 멸도 아님을 체달하는 법 체공관을 설한다.
별교는 소승법과는 다른 대승 특유의 도로 보살만을 위한 가르침이다. 현상에서 공으로 들어가고 공에서 가로 나오며 다시 중도를 보지만 현상과 본체가 떨어져 있어 점차적으로 끊임없이 닦아 단계적으로 깨닫는 교설.
원교는 원만한 가르침. 현상과 본체의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진리를 설한 가르침. 원교에서는 소승도 본래 대승이어서 대립이 인정되지 않는 절대유일의 원융한 교설.
“방편력으로써 하였으니, 40여 년에 아직 진실을 나타내지 아니하였다”란 단지 수타의설법(隨他意說法)과 오종성 등 문밖의 가르침인 방편의 차별을 설하여 권교(權敎)를 드러냈을 뿐이니 방편의 일승일 뿐이며, 아직 수자의설법(隨自意說法) 일불승 등 노지(露地)의 진실 평등한 곧바른 길이며 방편을 버린 일승법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까닭으로 방편력으로 하였으니 40여 년 동안 아직 진실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하였다.
“이런 고로 중생이 도를 얻음에도 차별이 있다”란 아직 곧바른 도 진실의 깊고 깊은 일대사인연을 드러내지 않았음이니 이런 까닭에 모든 교법으로 도를 얻는데 차별이 있다고 한다.
“속히 무상보리를 이룩하지 못한다”란 곧바른 도 일승의 해로를 이해하지 못하였고, 순수한 원교 육바라밀의 배를 타지 못하여 진실의 방편의 순풍을 얻지 못하였음을 말한다. 이런 까닭에 삼승의 험로를 가로질러서 오랜 세월을 걸려 걸어가야 하는 많은 고난과, 망상 등 꿈 같은 큰 강이 남겨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속히 무상보리를 얻지 못한다고 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