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처음의 글은 곧 고(苦)․집(集)에 관한 언급이다. 그런데 ‘보주(寶珠)가 몸에 있건만……’이라 함은, 열반경 제八 여래성품(如來性品)에서 다음같이 말씀하신 것을 가리킨다.
‘비유컨대 어느 *왕가(王家)에 *큰 역사가 있고, 그의 *미간에는 금강주(金剛珠)가 박혀 있었다 하자. 그런데 이 사람이 하루는 *다른 역사와 씨름을 하다가 밀고 밀리고 하는 바람에 구슬을 건드려, *이윽고 금강주가 살 속으로 들어가고 말았으나 전혀 스스로는 이 구슬의 소재를 알지 못했고, *구슬 있던 데에는 상처가 생겼으므로 *의사를 불러 치료코자 했다.
*이 의사는 의약에 능통한 사람이었으므로 이내 그 상처가 구슬이 들여 박혔기 때문에 생겼다는 것, 곧 *그 구슬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 그 안에 멈추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의사가 역사에게 물었다.
“이마의 금강주는 어디에 있는가.”
역사는 놀라서 대답했다.
“이마의 구슬이 없어졌단 말인가. 그렇게 없어졌다면 또한 *환화(幻化)가 아니겠는가.”
그러고는 곧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의사는 역사를 위로했다.
‘그렇게 근심하고 괴로워할 일이 아니다. 싸우는 서슬에 몸으로 들어가 이제 피부 속에 있는 것뿐이니, 그 그림자가 밖으로 나타나 있다. *싸울 때에는 성내는 마음이 왕성했기 때문에 구슬이 몸으로 들어감을 자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이 말을 믿지 않고, 도리어 의사가 저를 속임이라 하여 수상쩍게 여겼다. 그래서 의사는 거울을 들고 보게 하니, 이제는 역사도 스스로 제 몸의 구슬을 볼 수 있었다.’
이 비유에서 볼 때, 싸움으로 인해 생긴 상처는 집(集)과 같다. 구슬이 몸에 들어가 박힘은 고(苦)와 같다. 거울은 도(道)를 비유한다. 구슬은 멸(滅)을 비유한다. 오직 근심과 슬픔이 있음은 다만 *삼고(三苦)가 있는 것과 같다. 다시 기쁨이 없음은 원해(圓解)가 없는 것과 같다. 만약에 진작 상처 있는 몸이 바로 구슬 있는 몸임을 알았다면, 곧 고집(苦集)이 바로 *법성(法性)임을 알았으려니와, 그것을 알지 못했기에 오직 고집만이 있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初文者, 卽苦集. 言寶珠在體等者. 涅槃第八如來性品云. 譬如王家有大力士, 眉間有金剛珠. 與餘力士, 捔力觸珠, 尋沒膚中, 都不自知是珠所在. 起處有瘡, 命醫欲治. 醫善方藥, 知瘡因珠入. 其珠入皮, 卽便停住. 醫問力士, 額住何在. 力士驚答, 額住無耶. 將非幻化. 卽便啼哭. 醫慰力士, 不應愁苦. 入鬪入體, 今在皮中, 影現於外. 鬪時毒盛, 不覺珠入. 力士不信, 及怪醫欺. 醫令孰鏡, 乃自見珠. 鬪瘡如集. 入體如苦. 鏡喩於道. 珠喩於滅. 唯有憂悲, 如但有三苦. 無復歡喜, 如無圓解. 若解瘡體卽是珠體者, 卽知苦集卽是法性. 以不知故, 唯有苦集.
11252 왕가. 부처님의 교화하시는 범위를 비유한 말.
11253 큰 역사. 원문은 ‘大力士’. 중생은 본래 불성을 지닌 점에서 큰 역사라 할 수 있다. 11254 미간에는 금강주가 박혀 있었음. 원문은 ‘眉間有金剛珠’. 중생들의 본성에는 반야의 지혜가 구비돼 있었다는 것.
11255 다른 역사와 씨름을 하다가 구슬을 건드림. 원문은 ‘與餘力士捔力觸珠’. 인아(人我)의 분별을 일으킴으로써 반야의 지혜를 배반한 일. 각력(捔力)은 씨름.
11256 이윽고 금강주가 살 속으로 들어감. 원문은 ‘尋沒膚中’. 본래 갖추고 있던 반야의 지혜를 상실한 일.
11257 구슬 있던 데에는 상처가 생김. 원문은 ‘其處有瘡’. 반야의 지혜 대신 번뇌가 그 자리를 차지한 비유.
11258 의사를 불러 치료코자 함. 원문은 ‘命醫欲治’. 의사는 부처님.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해 자신을 구제코자 하는 것.
11259 이 의사는 의약에 능통함. 원문은 ‘醫善方藥’. 중생의 근기에 맞추어 교화하시는 부처님은, 병자의 증상에 따라 약을 주어 치료하는 의사와 같다.
11260 그 구슬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 그 안에 멈추어 있음. 원문은 ‘其珠入皮, 卽便停住’. 번뇌에 뒤덮이긴 하면서도 본성에 구비돼 있던 반야의 지혜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
11261 환화. 환술사에 의해 만들어진 실체 없는 사물.
11262 싸울 때에는 성내는 마음이 왕성했기 때문에. 원문은 ‘鬪時毒盛’. 직역하면 ‘싸울 때에는 독이 왕성함’이 되나, 열반경의 원문은 ‘汝等鬪時, 瞋恚毒盛’이므로 ‘독’이라는 말은 성냄을 이른 것이 된다.
11263 삼고. 10659의 주.
11264 법성. 제법의 본성. 만유(萬有)의 본성. 절대적 진리를 이르는 말이어서, 진여․실상․법계 따위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석첨] 만약 상처 난 몸의 부분이 바로 보주(寶珠) 있는 곳인 줄 안다면 기뻐해 울지는 않으리니, 무명이 멸함으로 인해 곧 *활활 타오르는 *삼보리(三菩提)의 등불을 얻게 될 것이다.
若解瘡體卽是寶珠, 則喜不哭. 因滅無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