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나온 부처님 전기(2)
                 

간다라 지방에서는 석가 탄생의 도상 속에 <7보행>을 포함하는 것과 이와는 독립된 장면으로 범천 제석천이 찬미하는 도상 두 가지가 있다. <관수觀水>는 이와는 별도의 장면을 구성하고 어린 태자가 두 손을 내리고 서 있고 양쪽에서 범천, 제석천이 물병으로 관수하는 도상이다. 그러나 인도의 마투라에서는 용신(나가)이, 중국에서는 9개의 머리를 가진 용에 의한 구룡관수(九龍觀水)가 있다. 간다라에서도 아주 드물게 용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룸비니 동산에 태어난 아기가 왕궁으로 돌아오자 숫도다나 왕은 아시타 선인을 불러 아기의 장래에 대해 점을 치게 한다. 선인 아시타는 “태자께서는 32가지 위인상과 80가지의 뛰어난 상을 모두 갖추셨습니다. 그가 이 세상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되어 온 천하를 통치할 것이며, 만약 세속을 떠나 출가한다면 붓다가 되어 인류를 구제하실 것입니다.”하고 예언한다. 그리고 자신이 이미 너무 늙어 장래에 붓다가 설법할 법문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친 아시타는 눈물을 흘린다.

조각에서 이 장면은 숫도다나 왕과 마야 왕비가 왕궁의 의자에 앉아 아시타 선인의 말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 왕비는 왼손에 연꽃을 들고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이다. 아시타는 아기를 천으로 싸안고 앉아 있다.

싯다르타 태자가 세상에 나온 지 7일 만에 어머니 마야 왕비는 산욕으로 세상을 뜨게 되어 태자는 이모인 마하 프라쟈파티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하게 된다.
태자의 나이 여덟 살이 되자 숫도다나 왕은 싯다르타로 하여금 왕위를 계승할 사람으로서의 본격적인 수업을 받게 한다. 태자의 교육을 위하여 조그만 동산을 만들고 그곳에서 칼과 창, 화살 등 병기를 다루는 법을 배우게 하고, 코끼리와 말을 모는 법, 마차를 다루는 법과 함께 병법과 천문학 점성술까지 모두 익히게 한다. 또한 뛰어난 바라문 학자들을 초빙하여 고전 및 문법, 그리고 제사와 주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분야를 배우게 한다. 그리하여 당시 태자는 29종의 무술에 통달하게 되고 지혜 또한 뛰어나 아무도 그를 능가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태자의 소년 시절을 나타내는 간다라의 조각으로는 양이 끄는 수레를 타고 학교에 가는 장면과 학교에서 공부하는 모습, 그리고 검술, 활쏘기, 씨름 등의 경기 장면이 있다. 태자는 학교에서의 공부도 뛰어났으며 각종 경기에서도 월등하여 당할 자가 없었다고 한다.

 태자가 열두 살이 되던 해, 왕은 태자와 함께 석가족의 많은 왕자를 데리고 백성들이 농사짓는 것을 권장하고자 농경제에 데리고 나가게 된다. 넓게 펼쳐진 평원과 초여름의 상쾌한 바람, 그리고 일하는 농부들, 이러한 전원 풍경은 모두의 마음을 맑고 신선하게 해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을 바라보는 싯다르타 태자의 시각에는 좀 색다른 면이 있었다. 그는 오히려 거기서 노동에 힘겨워하는 농부와 채찍에 시달리는 소에 시선을 던졌으며, 파헤쳐진 흙 속의 벌레들이 날짐승에 의해 비참하게 잡아먹히고 있는 모습이며, 그 날짐승을 낚아채는 큰 독수리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평화스럽게만 보이는 자연 속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비탄에 잠기게 된다. 죽고 사는 문제, 그것은 결코 눈앞의 벌레나 날짐승들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인간들에게 들이닥칠 것이라는 생각이 엄습하자 어쩔 줄 몰라 하며 잠깐 조용히 생각할 곳을 찾아가 잠비나무 밑에 앉아 명상을 한다. 명상을 하고 있는 태자를 찾아 나선 왕은 나무 밑에 앉아 있는 태자를 발견한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해가 기움에 따라 다른 나무들의 그림자는 움직이는데 태자가 앉아 있는 나무의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심상치 않은 광경을 본 아버지는 아들의 발에 엎드려 경배를 했다.

조각에서는 싯다르타가 앉아 있는 대좌에 농경제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왼손에 채찍을 들고 지쳐있는 소를 쟁기질로 몰고 가는 농부의 모습도 보이며 중앙에는 한 쌍의 숭배자들이 불을 피우고 있고 왼쪽에는 숫도다나 왕이 무릎을 꿇고 합장한 채 공경을 표하고 있다.

싯다르타는 모든 것이 허망한 것으로 여겨지게 된다. 그리하여 줄곧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고, 언제나 그는 깊은 사색에 잠겨 살아가게 된다.
태자가 항상 사색에 잠긴 채 세속적 즐거움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되자 숫도다나 왕은 몹시 걱정을 하게 된다. 혹시 아시타 선인이 말한 대로 출가나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왕은 태자의 우울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하여 새로운 궁전을 지어주기로 한다. 여름철에는 시원하고 겨울철에는 따뜻하며, 우기雨期동안 지내기에 안락한 각각의 궁전을 지어 각 철마다 각각의 궁전에 거처하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껏 즐거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