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다음으로 범행(梵行)을 밝힌 것에 대해 살피건대, 처음 *초심(初心)에서부터 대자비의 마음을 일으켜 행(行)으로 *서원을 메워오다가, *초지(初地)에 이르러서야 일부분을 이루니, 이때의 자비를 바야흐로 범행이라 이르는 것이다. 이 중에 아홉이 있으니, 처음에서는 이름을 해석했다.

次明梵行者. 始從初心, 發大慈悲, 以行塡願, 來至初地, 方一分成. 爾時慈悲, 方名梵行. 於中爲九. 初釋名.

11884초심. 3064의 주.
11885서원을 메움. 원문은 ‘塡願’. 서원을 충족시키는 일.
11886초지. 1487의 ‘初地乃至十地’의 주 참조.

 [석첨] 둘째로 *범행(梵行)에 대해 살피건대, 범(梵)이란 청정이다. *이변(二邊)의 *애견(愛見)․증득(證得)이 없는 것, 이를 일러 청정이라 하는 것이다.

二梵行者. 梵者, 淨也. 無二邊愛見證得, 名之爲稱.

11887범행. 9589의 ‘五行’의 주 참조.
11888이변. 1016의 주.
11889애견․증득. 애견은 애혹(사혹)과 견혹. 또는 애(愛)의 견해. 증득은 깨달음. 뒤에서 “석첨”은 애견은 유(有)에 기울은 견해요, 증득은 무(無)에 기울은 견해라 했다.

 [석첨] 다음으로 ‘以此’ 아래서는 *공능(功能)의 이름을 세웠다.

 次以此下, 功能名立.

 11890공능. 1123의 주.

 [석첨] 이 청정한 법을 가지고 중생에게 *여발(與拔)하니, 곧 *무연(無緣)의 *자비희사(慈悲喜捨)다.

 以此淨法, 與拔衆生. 卽是無緣慈悲喜捨也.

11891여발. 여락발고(與樂拔苦)를 줄인 말. 낙을 주고 고를 제거하는 것.
11892무연. 1239의 ‘無緣慈’의 주 참조.
11893자비희사. 8227의 ‘無量’의 주.

 [석첨]셋째로 ‘菩薩’ 아래서는 이름을 얻게 된 까닭을 밝혔다.

三菩薩下, 得名之由.

 [석첨] 보살이 *대열반(大涅槃)의 마음으로 성행(聖行)을 닦아 *무외지(無畏地)를 얻으면, 이십오삼매의 *무방(無方)의 *대용(大用)을 갖추게 되는 것이니, 이때의 자비가 참된 범행이다.
菩薩以大涅槃心, 修於聖行. 得無畏地, 具二十五三昧無方大用. 爾時慈悲, 是眞梵行.

11894대열반. 완전한 열반. ‘발열반’과 같은 말.
11895무외지. 초지를 이르니, 11410의 주.
11896무방. 자재(自在)한 것.
11897대용. 위대한 작용.

 [석첨] 넷째로 ‘非餘’ 아래서는 그른 것을 가리어내 깼다.

四非餘下, 簡非破邪.

 [석첨] 다른 범천(梵天)이 닦는 사무량심(四無量心)이 아니고, 또한 삼장교(三藏敎)나 통교(通敎)의 *중생연(衆生緣)․*법연(法緣) 따위의 자비가 아니다.

非餘梵天所修四無量心. 亦非三藏通敎, 衆生緣法緣等慈悲也.

11898중생연․번연 따위 자비. 원문은 ‘衆生緣法緣等慈悲’. 삼연자비(三緣慈悲) 중의 그것이니, 10898의 ‘慈具三種’의 주 참조.

 [석첨] 다섯째로 ‘以今’ 아래에서는, *바른 본체(本體)에 결귀(結歸)했다.

五以今下, 結歸正體.

11899바른 본체에 결귀함. 원문은 ‘結歸正體’. 지전(地前)의 행(行)들을 맺어서 무연자비(無緣慈悲)의 바른 체로 돌아가게 하는 것. ‘결귀’는 8594의 주.

 [석첨] 지금의 자비희사(慈悲喜捨)로 여러 행(行)을 *훈수(熏修)컨대 *이루어지지 않음이 없다.
 以今慈悲喜捨, 熏修衆行, 無不成辦.

11900훈수. 훈습(熏習)과 같다. 어떤 것에 작용하여 그 영향을 받게 하는 일. 의복은 본디 향기가 없는 것이지만, 향을 오래 곁에 두면 의복에서도 향내가 나게 된다. 여기서는 자비희사의 사무량심이 여러 수행에 영향을 주어 무연의 본체로 돌아오게 하는 일.
11901이루어짐. 원문은 ‘成辦’ 성취함. 완성함.

[석첨] 여섯째로 ‘大經’ 아래서는, 인용해 *무연자비(無緣慈悲)를 증명했다.

 六大經下, 引證無緣.

 11902무연자비. 원문은 ‘無緣’. 10898의 ‘慈具三種’의 주 참조. 본문에서는 ‘자비’라고만 하고 ‘무연’이라는 말이 안 보이나, 자비가 철저화되면 의당 무연자비가 될 것이므로, 이를 증명한 글이라 한 것이다.

 [석첨] *대발열반경에 이르되,
 ‘만약 사람 있어 묻기를 무엇이 온갖 선근(善根)의 근본이냐 한다면, 마땅히 자비가 이것이라 하라.’ 하셨다. 이렇게 자비는 이미 행(行)의 근본인 것이니, 그러므로 범행이라 말하는 것이다.

 大經云. 若有人問, 誰是一切諸善根本, 當言慈是. 慈旣是行本, 故言梵行.

11903대발열반경에 이르되. 원문은 ‘大經云’. 그 一四의 인용이다.

 [석첨] 일곱째로 ‘若依’ 아래서는 원교를 드러냄으로써 다름을 구별했다.

七若依下, 顯圓辨異.

 [석첨] 만약 원교(圓敎)의 처지에서 말한대도 또한 대발열반경 같으리니, 자비는 곧 여래며, 자비는 곧 불성(佛性)일 따름이다.

若依圓語, 亦如大經, 慈卽如來, 慈卽佛性. 

 [석첨] 여덟째로 ‘慈若不具’ 아래서는, 도리어 *편교(偏敎)를 써서 원교를 드러냈다.

八慈若不具下, 友以偏顯圓.

11904편교. 원문은 ‘偏’. 2234의 ‘偏圓’의 주 참조.

 [석첨] 자비가 만약 부처님의 *십력(十力)․*사무소외(四無所畏)․*삼십이상(三十二相)을 갖추지 못했다면 성문의 자비요, 만약 이것들을 고루 갖추었다면 여래의 자비다.

 慈若不具佛十力․四無所畏․三十二相者, 是聲聞慈. 若具足者, 是如來慈.

 11905십력. 부처님 특유의 열 가지 지력(智力). (1)처비처지력(處非處智力). 도리에 맞는 것과 안 맞는 것을 구별하는 힘. (2)업이숙지력(業異熟智力). 하나하나의 업인(業因)과 그 과보(이숙)의 관계를 여실히 아는 힘. (3)정려해탈등지등지지력(靜慮解脫等持等至智力). 사선(四禪)․팔해탈(八解脫)⋅삼삼매(三三昧)⋅팔등지(八等持) 따위의 선정을 아는 힘. (4)근상하지력(根上下智力). 중생의 근기의 우열을 아는 힘. (5)종종승해지력(種種勝解智力). 중생의 갖가지 소망을 아는 능력. (6)종종계지력(種種界智力). 중생이나 제법의 본성을 아는 힘. (7)변취행지력(遍趣行智力). 중생이 갖가지 장소(지옥이나 열반 따위)로 갈 것임을 아는 힘. (8)숙주수념지력(宿住隨念智力). 자타의 과거세 일을 생각해내는 힘. (9)사생지력(死生智力). 중생이 여기서 죽어 어디에 날 것인지를 아는 힘. (10)누진지력(漏盡智力). 번뇌를 멸한 경지(열반)와, 거기에 이르는 방법을 여실히 아는 힘.
11906사무소외. 사무외(四無畏)라고도 한다. 부처님이나 보살이 법을 설함에 있어서 공포를 느끼지 않는 네 가지 흔들리지 않는 자신. (1)정등각무외(正等覺無畏). 나는 바르게 깨달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무외. 온갖 현상에 대해 남김없이 알고 있다고 공언하는 일에 두려움이 없는 일이니, 곧 고제(苦諦)와 연관된 무외다. (2)누영진무외(漏永盡無畏). 온갖 번뇌(漏)를 완전히 끊었다고 여기는 데서 오는 무외. 이는 고의 원인인 번뇌를 제거한 일이므로, 멸제와 연관된 무외다. (3)설장법무외(說障法無畏). 도(道)를 방해하는 번뇌에 대해 설했다는 무외. 끊어야 할 번뇌에 대해 설하신 일이므로 집제에 해당하는 무외다. (4)설출도무외(說出道無畏). 번뇌에서 벗어나는 도에 대해 설했다는 무외. 이는 도제와 연결된 무외다.
11907삼십이상. 부처님의 몸에 갖추어져 있는 32의 큰 특징. 육계․백호상 따위. 자세한 것은 생략한다.

 [석첨] 아홉째로 *공능(功能)을 가지고 이름을 맺었다..

 九以功能結名

 11908공능. 1123의 주.

 [석첨] 이 자(慈)는 곧 *대법취(大法聚)요, 이 자는 곧 *대열반(大涅槃)이니, 자의 힘은 크고 깊기에 온갖 *복덕장엄(福德莊嚴)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행이라 이른다.

是慈卽是大法聚, 是慈卽是大涅槃. 慈力弘深, 具一切福德莊嚴, 故名梵行.

11909대법취. 큰 법의 모임. 법취는 법온(法蘊)․법장(法藏)과 같다.
11910대열반. 4657의 주.
11911복덕장엄. 4585의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