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다섯째로 *병행(病行)에 대해 밝히건대, 영아행을 다루고 난 뒤에 열반경에는 병행(病行)에 관해 언급한 글이 없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 경을 강의하는 사람들은, 앞의 제십권(第十卷) 중의 현병품(現病品)의 글을 가리켜 병행으로 이해해 왔다.
저 글은 고루 *삼장(三障)․*삼독(三毒)에 대해 해석하고, *다음에는 오무간(五無間)을 지으며, 정법을 비방하며, 일천체(一闡提)가 됨을 밝히고, 뒤에서는 자세히 여래께서는 상락아정(常樂我淨)을 고루 갖추셨음을 *비결(比決)하였다. 그리고 가섭은 다음으로 여러 가지 힘을 끌어 *질문을 삼았는데, *소대(小大)와 청우(靑牛)․*범야(凡野)․*이사아(二四牙)․*설산(雪山)․*향청황적백(香靑黃赤白)․*산(山)․*우발(優鉢)․*구물분다리(拘物分陀利) 이상은 코끼리다. *인중(人中)의 역사(力士)와 *발건제(鉢揵提)․*팔비나라연(八臂那羅延)을 들어, 이같이 *십십(十十)으로 더해가되 *십주(十住)의 일절(一節)만도 못하다 하고, 그런테에 *어떻게 여래께서 저 영아같을 수 있으시냐고 따졌다. 여래께서는 그래서 *가섭을 위해 자세히 ‘나는 *무시(無始) 이래 이미 *병신 따위를 떠난 몸이라’ 설하셨다. 그리고 아래의 글에서는 또 삼종병인(三種病人)을 드셨으니 오무간․정법에 대한 비방․일천제가 됨이 그것이요, 또 오종병인(五種病人)이 있다 하셨으니 *팔육사이(八六四二)와 십천(十千) 따위가 그것인 바, 이것들은 *다 악행임을 보이신 때문이다. *그러므로 점차(漸次)의 영아행과 같아질 것이니, 만약 지금의 취지를 따라 영아행에 적용하건대 이미 대소(大小)에 두루 통하듯, 병행의 악과 함께하는 도리도 응당 두루 통한다 해야 할 것이다.
이것 중에 둘이 있으니, 먼저 해석하고, 다음으로 ‘是故’ 아래서는 맺았다.
이 처음의 글에 다시 다섯이 있으니, 처음에서는 행(行)의 근거를 밝히고, 다음으로 ‘若是’ 아래서는 행이 있게 되는 이유를 밝히고, 셋째로 ‘今同’ 아래서는 영아행과 대립시켜 구별하고, 넷째로 ‘以衆生’ 아래서는 병이 있게 되는 연을 밝히고, 다섯째로 ‘或遊戱’ 아래서는 바로 *행상(行相)을 밝혔다.
五明病行者. 嬰兒行後, 無病行文. 自古講者. 指前第十卷中現病品文, 以爲病行. 彼文具釋三障三毒. 次明作五無間, 毁諦正法, 作一闡提. 後廣比決, 如來具足常樂我淨. 迦葉次引諸力爲難 小大及靑牛, 凡野二四牙, 雪山香靑黃, 赤白山優鉢, 拘物分陀利 已上是象. 人中之力士, 並及本鉢犍提. 八臂那羅延. 如是十十增, 劣十住一節. 云何如來如彼嬰兒. 如來因爲迦葉廣說, 我無始來, 已離病身等. 下文又列三種病人, 謂五無間, 誹謗正法, 作一闡提. 又有五種病人, 謂八六四二, 及十千等, 竝是示爲惡行故也. 故與漸次嬰兒行同. 若準今意, 例嬰兒行, 旣徧大小. 病行同惡, 理亦應徧. 於中爲二. 先釋. 次是故下, 結. 初文爲語. 初明行之所依. 次若是下, 明有行之由. 三今同下, 與嬰兒行對辨. 四以衆生下, 明有病之緣. 五或遊戱下, 正明行相.
12022병행. 9589의 주.
12023삼장. 바른 도에 드는 것을 가로막는 세 가지 장애. (1)번뇌장(煩惱障). 탐․진․치 따위 번뇌를 말한다. 혹장(惑障)이라고도 한다. (2)업장(業障). 오역(五逆)․십악(十惡) 따위 악행. (3)보장(報障). 고(苦)의 보를 받는 일.
12024삼독. 현행품에서는 탐․진․치에 교만을 더해 사독전(四毒箭)이라 하고 있어서, ‘삼독’이라는 말과는 어긋난다. 그러나 취지에서는 통하므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12025다음에는 오무간을 지으며……. 원문은 ‘次明作五無間, 毁謗正法, 作一闡提’. 경에서는 업장을 설명하여 오무간죄라 하고, 보장을 설명하여 정법의 비방과 일천제가 되는 일이라 했을 뿐이므로, ‘다음에는’이라는 말은 잘못이다. ‘오무간’은 8066의 주. ‘일천제’는 1385의 주. 12026비결. 미루어서 정함. 유추(類推)해서 결정함.
12027질문. 원문은 ‘難’. 3503의 주.
12028소대와 청우. 원문은 ‘小大及靑牛’. 열 마리의 작은 소[十小牛]의 힘은 한 마리 큰 소[一大牛]의 힘만 못하고, 열 마리 큰 소의 힘은 한 푸른 소[一靑牛]의 힘만 못하다고 한 일.
12029범야. 열 마리 푸른 소의 힘은 한 마리 보통코끼리[一凡象]의 힘만 못하고, 열 마리 보통코끼리의 힘은 한 마리 들코끼리[一野象]의 힘만 못하다고, 경에서 말한 일.
12030이사아. 열 마리 들코끼리의 힘은 한 마리 두 이빨을 지닌 코끼리의[一二牙象]의 힘만 못하고, 열 마리 두 이빨을 지닌 코끼리의 힘은 한 마리 네 이빨을 지닌 코끼리[一四牙象]의 힘만 못하다는 것.
12031설산. 열 마리 네 이빨을 지닌 코끼리의 힘은 선산의 한 마리 흰 코끼리[雪山一白象]의 힘만 못한 것.
12032향청황적백. 열 마리 설산의 흰 코끼리의 힘은 한 마리 향상[一香象]의 힘만 못하고, 열 마리 향상의 힘은 한 마리 푸른 코끼리[一靑象]의 힘만 못하고, 열 마리 푸른 코끼리[一靑象]의 힘은 한 마리 노란 코끼리[一黃象]의 힘만 못하고, 열 마리 노란 코끼리의 힘은 한 마리 붉은 코끼리[一赤象]의 힘만 못하고, 열 마리 붉은 코끼리의 힘은 한 마리 흰 코끼리[一白象]의 힘만 못한 일.
12033산. 열 마리 흰 코끼리의 힘은 한 마리 산코끼리[一山象]의 힘만 못한 것. ‘향상’은 교미기의 코끼리. 이때에는 그 몸에서 향이 난다.
12034우발. 열 마리 산코끼리의 힘은 한 마리 우발라상(優鉢羅象)의 힘만 못한 것. ‘우발라’는 푸른 연꽃이니, 우발라상은 푸른 연꽃 같은 살결을 지닌 코끼리.
12035구물분다리. 구물두(拘物頭)와 분다리(分陀利). 열 마리 우발라상의 힘은 한 마리 바두마상(波頭摩象)의 힘만 못하고, 열 마리 바두마상의 힘은 한 마리 구물두상(拘物頭象)의 힘만 못하고, 열 마리 구물두상의 힘은 한 마리 분다리상(分陀利象)만 못한 것. ‘구물두’는 황련화(黃蓮華), ‘분다리’는 백련화(白蓮華), ‘바두마’는 홍련화(紅蓮華).
12036인중의 역사. 원문은 ‘人中力士’. 인중(人中)은 인간계. 열 마리 분다리상의 힘은 인중의 한 역사의 힘만 못한 것.
12037발건제. 열 명의 인중의 역사의 힘은 하나의 발건제의 힘만 못한 일. 발건제는 발라색건제(鉢羅塞揵提)니, 거상(巨象)의 이름. 원어는 Prasakha.
12038팔비나라연. 열 마리 발건제의 힘이 한 명의 팔비나라연의 힘만 못하다는 것. 팔비나라연은 팔이 여덟 개인 금강신(金剛神).
12039십십으로 더해감. 원문은 ‘十十增’. 열 마리 작은 소가 한 마리 큰 소만 못하고, 열 마리 큰 소가 한 마리 푸른 소만 못하다는 따위로, 자꾸 10의 수를 써서 더함을 표시하는 일. 12040십주의 일절만도 못함. 원문은 ‘劣十住一節’. 열 명의 나라연의 힘은 십주보살의 일절의 힘만도 못하다는 것. 일절(一節)은 뼈의 한 마디. ‘십주’는 3145의 주.
12041어떻게 여래께서 저 영아 같을 수 있으신가. 원문은 ‘云何如來彼嬰兒’. 십주의 보살의 힘이 그렇게 크다면 부처님의 힘은 상상되고도 남는 터에, 어떻게 갓난애처럼 드러누워 꼼짝하지 못하실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12042가섭. 가섭보살. 흔히 일컫는 마하가섭은 아니다.
12043무시. 5756의 주.
12044병신. 병든 몸.
12045팔륙사이와 십천. 원문은 ‘八六四二及十千’. 병행을 닦는 수다원(須陀洹)은 八만겁을 지나서 성불하고, 사다함(斯陀含)은 六만겁을 지나서 성불하고, 아나함(阿陀含)은 四만겁을 지나서 성불하고, 아라한은 二만겁을 지나서 성불하고, 벽지불(연각)은 십천겁(十千劫)이 지나서 성불한다는 것,
12046다 악행임을 보이신 때문임. 원문은 ‘並是示爲惡故也’. 사다함에서 벽지불에 이르는 성자까지 병인(病人)으로 규정한 것은, 공에 매이는 그들의 태도를 병으로 보신 것이다.
12047그러므로 점차의 영아행과 같아짐. 원문은 ‘故與漸次嬰兒行同’. 경에서 밝힌 삼종병(三種病)은 범부의 병이요, 오종병(五種病)은 성자의 병이니, 그러므로 병행은 영아행과 같아지고, 작은 데서 큰 데로 향상해가므로 점차의 행임이 된다. ‘점차’는 순서를 따라 나아가는 일.
12048행상. 5741의 주.
[석첨] 다섯째로 병행(病行)에 대해 살피건대, 이는 *무연(無緣)의 대비(大悲)로부터 일어난다.
그러므로 *만약 처음으로 소선(小善)을 낳는 경우라면, 반드시 병행이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제 생선(生善)에 동조하는 쪽을 영아행이라 이르고, 번뇌에 동조하는 쪽을 일러 병행이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생이 병든다면 대비가 마음에 영향을 주게 마련이어서, ‘*이런 까닭에 내가 병드는’ 것이다.
五病行者, 此從無緣大悲起.
若始生小善, 必有病行.
今同生善邊, 名嬰兒行. 同煩惱邊, 名爲病行.
以衆生病, 則大悲熏心, 是故我病.
12049무연의 대비. 원문은 ‘無緣大悲’. 1239의 ‘無緣慈’의 주.
12050만약 처음으로 소선을 낳는 경우라면, 반드시 병행이 있게 될 것임. 원문은 ‘若始生小善, 必有病行’. 처음으로 수행하는 사람은, 약간 얻는 것이 있다 해도 번뇌를 떠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12051이런 까닭에 내가 병듦. 원문은 ‘是故我病’. 문수보살로부터 왜 병들었느냐는 질문을 받은 유마거사가, ‘以一切衆生病, 是故我病’이라고 대답한 것의 인용이다. ‘온갖 중생이 병들었기에, 이런 까닭에 나도 병들었다’는 뜻. 유마경 문질품 제五 참조.
[석첨] 앞의 넷은 글과 같다.
前四如文.
[석첨] 혹은 지옥에 노닐며, 혹은 축생의 *몸이 되며, 몸을 변화하여 아귀가 되는 따위는, 다 *악업(惡業)의 병을 함께함이니 *조달(調達) 따위와 같다. 또 부모처자․*금장마맥(金鏘馬麥)․*한풍색의(寒風索衣)․*열병구유(熱病求乳)가 있음을 보이심은, 인천(人天)에 *결업(結業)․생로병사의 병이 있음을 보이기 위하심이다. 또 *도량(道場)에 앉아 *삼십사심(三十四心)에서 *번뇌를 끊음을 보이심은, 이승(二乘)의 견사(見思)의 병에 같이 함을 보이심이니, *방편으로 접근하사 말을 걸어 부지런히 일하게 하신 일이다. 삼장교․통교의 보살도 이와 같다. 또 *별교의 적멸도량(寂滅道場)에서 처음으로 *진사(塵沙)․무명(無明)의 병을 끊음을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셨다.
或遊戱地獄, 或作畜生形, 化身作餓鬼等. 悉是同惡業病, 如調達等. 又示有父母妻子, 金鏘馬麥, 寒風索衣, 熱病求乳, 此示人天, 有結業生老病死之病. 又示道場三十四心斷結, 示二乘見思之病. 方便附近, 語令勸作. 三藏通敎菩薩亦如是. 又同別敎寂滅道場, 初斷塵沙無明之病.
12052몸. 원문은 ‘形’.
12053악업의 병. 원문은 ‘惡業病’. 악업(악행)을 병으로 본 것.
12054조달. 1156의 주.
12055금장마맥. 부처님이 현세에서 받으셔야 했던 재난이 아홉 가지가 있었다 하여 구뇌(九惱)라 하는데, 금장고 마맥은 각각 그 중의 하나. 금장을 대지도론에서는 병목(迸木)이라 하고 경에 따라서는 목창(木槍)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땅에서 솟아난 창이 부처님의 발을 찌른 일. 전생에서의 업 때문이라는 것인데, 창이 일으킨 소리 때문에 금장이라 한 듯하다. 마맥은 귀리니, 어떤 바라문이 부처님을 초정해 귀리를 잡수시게 한 일.
12056한풍색의. 경군에 너무 추워서 삼의(三衣)를 찾아 겹쳐서 덮으신 일.
12057열병구유. 열병이 걸리셔서 우유를 찾으신 일.
12058결업. 5629의 주.
12059도량. 1124의 주.
12060삼십사심. 4613의 주.
12061단결. ‘결’은 결박의 뜻이어서 번뇌를 이른다. 삼계의 견혹․사혹을 끊는 일. 팔인(八忍)․팔지(八智)의 십륙심(十六心), 구무간(九無間)․구해탈(九解脫)의 십팔심(十八心)에 의해 견혹․사혹을 끊으므로, ‘삼십사심의 단결’이라 한 것.
12062방편으로 접근하사 말을 걸어 부지런히 일하게 하심. 원문은 ‘方便附近, 語令勤作’. 이는 신해품의 ‘語諸作人, 汝等勤作, 勿得懈息. 以方便故, 得勤其子’의 인용이다. 장자는 똥 치우는 아들을 보고, 좋은 옷 대신 더러운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똥통을 들고 접근하여 ‘부지런히 일하여,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고 설한 일. 이는 사정근(四正勤)을 설하신 비유다. 12063별교의 적멸도량. 원문은 ‘別敎寂滅道場’. 화엄경이 설해진 적멸도량. 화엄경에는 별교가 포함돼 있으므로 이리 부른 것. 부처님이 적멸도량에서 처음으로 무명을 깨신 듯 보이신 것은, 화엄경의 설법에서 비로소 무명 따위를 깨게 된 보살들과 같이하신 것뿐이라는 뜻. 12064진사. 457의 ‘障中道微細無明’의 주 참조.
[석첨] *행상(行相) 중에서 ‘금장’ 따위라 말한 것에 대해 살피건대, 대지도론 중에서는 여래께선 구뇌(九惱)가 있음을 보이셨다고 했는데, 그 중의 넷은 지금의 글과 같다. 한풍색의(寒風索衣)란 동지 전후의 팔야(八夜)에 찬바람이 몰아쳐 대나무가 쪼개지도록 추운지라 옷을 찾으신 일이다. 열병구유(熱病求乳)란 유광경(乳光經)의 기술 같고, 또 자세한 것은 뒤의 기록과 같다. 또 *조달의 출혈(出血)․*전차녀(旃遮女)의 비방․밥을 빌러 가셨다가 얻지 못하고 빈 바리대인 채 돌아오신 일․*유리왕이 석가족을 죽였을 때에 머리가 아프셨던 일과 *쌍림(雙林)에서 등이 아프셨던 일 따위가 있다. 흥기행경(興起行經)같은 데서는 일곱 가지 *숙연(宿緣)이 있다 했는데, 금장(金鏘)․마맥․두통․배통(背痛)․출혈(出血)․여방(女謗)․고행이니, 자세한 것은 저 경의 기술과 같다.
行相中, 云金鏘等者. 大論中, 如來示有九惱. 四如今文. 冬至前後八夜, 寒風破竹索衣. 熱病求乳, 如乳光經, 具如後. 又有調達出血. 旃遮女謗. 乞食不得, 空鉢而還. 琉璃害釋, 佛時頭痛. 及雙林背痛等. 若興起行經, 有七宿緣. 謂今鏘․馬麥․頭痛․背痛․出血․女謗․苦行․廣如彼經.
12065행상. 5742의 주.
12066조달의 출혈. 제바달다가 바위를 굴려, 피가 나도록 한 일.
12067전차녀의 비방. 원문은 ‘旃遮女謗’. 전차바라문의 딸이 바리대를 배에 싸매고 부처님의 씨를 잉태했다고 비방한 일.
12068유리왕이 석가족을 죽임. 원문은 ‘琉璃殺釋’. 유리왕은 사위국의 임금이니 부왕은 바사닉왕. 바사닉왕이 가비라국에 청혼하자 가비라국에서는 마하남의 비녀(婢女)가 낳은 딸을 왕녀라 속여 시집보낸 일이 있었는데, 유리왕은 이 비녀의 소생이었다. 그래서 이를 알고 원한을 품은 그는 석가족을 쳐서 많은 사람을 죽였던 것.
12069쌍림. 사라쌍수의 숲. 부처님이 입멸하신 장소
12070숙연. 과거세에 얽힌 인연. 과거세에서 오는 업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