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그러므로 보살은 다 저 병을 함께하여, 법계에 두루 나타나 중생을 교화하는 것이다. 이것으로 차제(次第)의 오행(五行)에 대한 해석을 마친다.

 是故菩薩, 悉同彼病, 徧於法界, 利益衆生. 次第五行竟.

 [석첨] 다음으로 요간(料簡)하는 중에 둘이 있으니, 먼저 질문하고, 다음에서는 대답했다.

次料簡中二. 先問. 次答.

 [석첨] 질문. ‘성행(聖行)은 삼지(三地)를 체득하고 범행(梵行)은 양지(兩地)를 체득할 수 있는데, 병행(病行)․영아행(嬰兒行)은 어째서 어떤 경지를 체득함이 없는 것인가.’

 問. 聖行證三地. 梵行證兩地. 天行․病行․嬰兒行, 何不證地.

 [석첨] 처음에서 묻기를 ‘성행은 삼지를 체득하고’ 따위라 한 것에 대해 살피건대, 경 중의 *계성행(戒聖行)의 글 끝에서는 결론지어 이르되 ‘곧 초부동지(初不動地)를 체득할 수 있게 된다’ 하고, 정성행(定聖行)의 글 끝에서 결론지어 이르되 ‘감인지(堪忍地)를 체득한다’ 하고, 혜성행(慧聖行)의 글 끝에서는 결론지어 이르되 ‘무소외지(無所畏地)를 체득한다’고 한 것을 가리킨다. 그러기에 이제 판별해 이르되 ‘얕은 데로부터 깊은 데로 이른다’고 한 것이니, 만약 *불차제(不次第)의 경우라면 일심(一心) 중에서 체득하는 터이므로 *조리(條理)가 정연(整然)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범행에 관해서는, *자비희(慈悲喜)의 글 끝에서 결론지어 이르되 ‘*일자지(一子地)를 체득한다’ 하고, *다음으로 사(捨)의 글 끝에서는 결론지어 이르되 ‘*공평등지(空平等地)를 체득한다’ 했으니, *앞의 셋은 사(事)요 뒤의 하나는 이(理)이므로 이제 *판별해 이르되 ‘행(行)에 사리(事理)가 있다’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지(二地)에 도달하는 것이고, 그러기에 이것으로 질문을 삼은 것이다.

初問聖行證三地等者. 經中戒聖行文末結云, 卽得證於初不動地. 定聖行文末結云, 證堪忍地. 慧聖行文末結云, 證無所畏地. 故今判云, 從淺至深. 若不次第, 一心中證, 故非條然. 梵行者, 慈悲喜文末結云, 證一子地. 次捨文末結云, 證空平等地. 前三是事, 後一是理. 故今判云, 行有事理. 故證二地, 故以爲難.

12071계성행. 성행에는 계․정․혜에 따른 구별이 있었다. 앞의 성행에 관한 글 참조.
12072불차제. 별교 아닌 원교의 수행을 이른다. 별교의 처지에서는 성행에 계․정․혜에 따르는 구별이 있어 차례로 수행하고, 그래서 얻는 경지도 세 가지 경지[三地]의 차별이 났던 것이나, 원교의 경우는 일심을 관하는 것에 의해 대번에 체득한다는 것이다.
12073조리가 정연함. 원문은 ‘條然’. 조리가 있는 모양.
12074자비희의 글 끝에서 결론지어 이르되. 원문은 ‘慈悲喜文末結云’. 범행품에 언급한 대발열반경 一五 처음에서, ‘菩薩摩訶薩修慈悲喜已, 得住極愛一子之地’라고 말한 일.
12075일자지. 온갖 중생을 외아들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일. 초지의 보살의 경지. 12076다음으로 사의 글 끝에서는 결론지어 이르되. 원문은 ‘次捨文末結云’. 사무량(자비희사) 중에서 먼저 ‘자․비․희’와 연관시켜 설하셨으므로, 이제는 ‘사’에 대해 설하신 것이다. 대발열반경 一五의 ‘菩薩摩訶薩修捨心時, 則得住於空平等地’의 글을 가리킨다.
12077공평등지. 공하여 평등한 경지. 공에서만 평등은 이루어진다.
12078앞의 셋은 사요 뒤의 하는 이임. 원문은 ‘前三是事, 後一是理’. 사무량 중에서 자․비․희는 사에 속하고, 사는 이에 속한다는 것. 앞의 셋은 중생에 가해지는 교화이므로 사요, 뒤의 하나는 평등의 진리이므로 이인 것이다. ‘사리’에 대하여는 2605의 주.
12079판별해 이르되. 원문은 ‘判云’. 좀 뒤의 글을 가리킨다.  

 [석첨] 다음으로 대답한 부분 중에 셋이 있으니, 처음에서는 인과(因果)의 차별에 입각해 증득(證得)함이 있고 증득함이 없게 됨을 밝히고, 다음으로 ‘又有’ 아래서는 별교․원교에 입각해 판별하고, 셋째로 ‘又地前’ 아래서는 원교․별교가 서로 원융해짐을 밝혔다.
 대답. ‘*성범(聖梵)의 두 행은 *수인(修因)에 이름붙인 것이니, *그러므로 증득하는 경지를 논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천행(天行)은 *증득된 깨달음이요, *병아(病兒)의 두 행은 *과(果)에서 응(應)을 일으키는 일이니, 그러므로 이것들에서는 증득을 논하지 않는 것뿐이다.

次答中, 爲三. 初若因果別故, 有證無證. 次又有下, 約別圓以判. 三又地前下, 明圓別至融. 
答. 聖梵兩行名修因, 故論證地. 天行正是所證, 病兒兩行從果起應, 故不論證耳.

12080성범의 두 행. 원문은 ‘聖梵兩行’. 성행과 범행.
12081수인. 깨달음의 인(因)이 되는 수행.
12082그러므로 증득하는 경지를 논한다. 원문은 ‘故論證地’. 성행은 바른 계․정․혜로 수행하는 일이니, 그러므로 위계에 있어서는 지전(초지 이전)에 있음이 되고, 그 수행이 성취는 초지(初地)에 오름이 된다. 또 범행은 중도의 청정한 도리에 의거해 남들의 고를 제거하고 낙을 주려는 이타(利他)의 수행이다. 이를 지전에서 닦는 터이므로 그 목표가 되는 것은 초지에 오르는 일이다. 이렇게 성행․범행은 지전(地前)에서 닦는 자행(自行)․이타(利他)이므로, 그 증득되는 경지(초지)가 문제돼야 한다. 그리고 질문에서 말한 삼지(三地)․양지(兩地)라는 것도 모두가 초지에 붙여진 다른 이름일 뿐이다.
12083증득된 깨달음. 원문은 ‘所證’. 천행은 중도의 진리를 부분적으로 깨달은 것을 가리키니, 그러므로 처음부터 지상(地上)에 국한된다. 따라서 증득 여부를 논할 것이 되지 않는다. ‘지상’은 초지 이상의 경지.
12084병아의 두 행. 원문은 ‘病兒兩行’. 병행과 영아행.
12085과에서 응을 일으킴. 원문은 ‘從果起應’. 깨달음에 입각해 중생 속에 들어가 교화하는 작용을 펴는 일. 병행은 중생과 똑같이 번뇌 있음을 보이는 가운데서 그 악을 끊게 교화하는 일. 영아행은 계선(戒善)을 닦아 인천(人天)과 같음을 보이고, 내지는 차제행을 닦아 지전(地前)과 같음을 보이고, 불혜(佛慧)를 닦아 원교의 주전(住前)과 같음을 보여서 타인들을 이끄는 일. 그러나 두 행은 지상(地上)에 서서 베푸는 화타(化他)일 뿐이므로, 이것에서도 증득 여부를 논할 것은 못된다.

 [석첨] ‘또 도리가 있으니, 경에서 별교의 도리를 드러내는 경우는 *지전(地前)에서 각각 깨달음에 들어감이 되고, 경에서 원교의 도리를 드러내는 경우는 *등지(登地)에서 동일하게 깨닫는 것이 된다.’

 又有義. 經顯別義, 從地前各入證. 經顯圓義, 登地同一證.

12086지전에서 각각 깨달음에 들어감이 됨. 원문은 ‘從地前各入證’. 심지 이전에서 초지에 들어가는 과정을 다섯 가지 면에서 고찰한 것이 오행임이 된다는 것.
12087등지에서 동일하게 깨닫는 것이 됨. 원문은 ‘證地同一證’. 등지는 초지(初地)에 오르는 일. 원교에서 볼 때는, 깨달음이 같은 초지인 바에는 그 원인이 된 오행도 서로 다른 것은 되지 않는다는 뜻.

 [석첨] 처음의 둘은 글과 같다.

初二如文.

 [석첨] 서로 원융한 관계에 있음을 밝힌 것 중에 둘이 있으니, 처음에서는 서로 원융함을 밝히는 것에 의해 글의 취지를 드러내고, 다음에서는 도리어 별교에 입각해 해석하는 것에 의해 글의 양상을 구별했다.

互融中二. 初明互融以顯文意. 次還約別釋以辨文相.

[석첨] ‘또 지전(地前)이라고 원교의 도리를 닦지 않음도 아니며, 등지(登地)라고 별교의 도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는 서로 원융함을 드러내 이해하기 쉽게 하는데 목적이 있을 뿐이니, 그러므로 글을 번거롭게 하지는 않는다.’

又地前非不修圓, 登地非無有別. 互顯令易解, 故不煩文.  

 [석첨] 처음에서 ‘지전이라고 원교의 도리를 닦지 않음도 아니다’라 말함은 원교의 뜻을 드러냄이요, ‘등지라고 별교의 도리가 없음도 아니다’ 함은 별교의 뜻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아직 *교도(敎道)에 의지해 있으므로 *등지(登地)이면서도 여전히 별교의 차원에 있음이 된다.

初言地前非不修圓, 顯圓義也. 登地非無有別, 顯別義也. 仍依敎道, 故證地猶別. 

12088교도. 247의 주.
12089등지. 953의 주.

 [석첨] 다음으로 아직 글에 의거해 차별적으로 판별한 것 중에 또 둘이 있으니, 처음에서는 지전에서 별교의 도리를 드러냄을 밝히고, 다음에서는 등지에서 원교와 동일해짐을 밝혔다.

次仍依文別判者又二. 初明地前顯別. 次明登地同圓.

 [석첨] ‘지전(地前)의 별교적 성질이란 *계행(戒行)은 얕은 데서 깊은 데에 이르러 부동지(不動地)를 증득하며, *정행(定行)은 얕은 데서 깊은 데에 이르러 감인지(堪忍地)를 증득하며, *혜행(慧行)을 얕은 데서 깊은 데에 이르러 무외지(無畏地)를 증득하는 일이다.’

地前別者. 戒行從淺至深, 證不動地. 定行從淺至深. 證堪忍地. 慧行從淺至深, 證無畏地.

12090계행. 계의 성행. 성행은 계․정․혜의 세 가지 면에서 닦는 수행인데, 그 중의 ‘계’의 면을 이른다.
12091정행. 성행 중의 ‘정’의 수행.
12092혜행. 성행 중의 ‘혜’의 수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