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이미 동일한 *일실(一實)이어서 五와 一이 *불이(不二)이므로 *서로 다른 것이 되지 않는 것이다. 五와 一이 *뚜렷하므로 합(合)이 아니며, 그 체(体)에 *二가 없으므로 이(離)가 아닌 것이다. 이 취지를 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사안락행(四安樂行)을 닦으려 할 수 있겠는가. *법화삼매(法華三昧)라 하면서도, 그 행에는 기실 의지할 데가 없음이 된다.
旣同一實, 五一不二, 故不相作. 五一灼然, 故非合. 其體無二, 故非離. 不見此意, 云何欲修四安樂行耶. 法華三昧, 行實無憑.
12195일실. 일실상행(一實相行).
12196불이. 921의 주.
12197서로 다른 것이 되지 않음. 원문은 ‘故不相作’. 五행과 一행은 불이(不二)이기에 그대로 하나인 것이어서, 五행이 바뀌어 一행이 된다든가 一행이 바뀌어 五행이 이루어짐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12198뚜렷함. 원문은 ‘灼然’. 원래는 불타는 모양을 이르는 말이어서 활짝 핀 꽃 같은 것을 형용하기도 하나, 여기서는 五와 一이 분명히 구별되는 점을 가리킨다. 불이(不二)에는 차별적인 면과 평등한 면이 함께 포함돼 있어서 평등이라 하나 차별에 상즉한 평등이요, 차별이라 하나 평등과 다르지 않는 차별이다.
12199합. 결합․합일의 뜻. 공(共)과 같은 뜻으로 사용됐다.
12200二가 없음. 원문은 ‘無二’. 582의 ‘無二無別’의 주.
12201사안락행. 법화경에서는 안락행을 신․구․의․서원으로 나누어 설했다. 곧 신안락행․구안락행․의안락행․서원안락행. 자세한 것은 안락행품 참조.
12202법화삼매. 4035의 주. 법화삼매를 닦는 데는 안락행이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것이, 천태대사의 해석이었다.
[석첨] 셋째로 자세히 해석한 것 중에 둘이 있으니, 처음에서는 글을 인용하는 것에 의해 오행을 해석하고, 다음으로 ‘又復觀’ 아래서는 예(例)하여 오행을 가지고, 이를 써서 여러 글을 해석했다.
처음의 글에 대해 살피건대, 거기서 다루어진 오행은 스스로 다섯 글을 이루었다. 처음의 성행 중에도 셋이 있으니, 계․정․혜를 이른다.
三廣釋中爲二. 初引文以釋五行. 次又復觀下, 例以五行, 用銷諸文. 初文者, 五行自爲五文. 初聖行中亦三, 謂戒定慧.
[석첨] 어찌해 *장엄(莊嚴)을 성행(聖行)이라 이르는가. *글에 이르되,
‘부처님의 청정한 계를 지킨다.’고 했으니, 부처님의 계는 곧 원교의 계다.
*또 이르되, ‘깊이 *죄복상(罪福相) 통달하사 두루 시방(十方) 비추시니,’라 했는바,
*죄에 상즉하고 복에 상즉해서 실상(實相)을 봄을 ‘깊이 통달한다’ 이르니, 실상의 마음으로 *십뇌란(十惱亂)을 떠나는 따위의 일이 원교의 계다.
‘*부처님이 스스로 대승에 주(住)하시어 그 얻으신 법같이 하시와 정(定)․혜(慧)의 힘으로 장엄 곧 하시나니’라 함은, 곧 부처님의 정․혜의 장엄이시므로, 부처님의 성행이라 이른다.
云何莊嚴名聖行. 文云. 持佛淨戒. 佛戒卽圓戒也. 又云. 深達罪福相, 徧照於十方. 卽罪卽福, 而見實相, 乃名深達. 以實相心, 離十惱亂等, 皆是圓戒. 佛自住大乘, 如其所得法, 淨慧力莊嚴. 卽是佛之淨慧莊嚴. 故名佛聖行也.
12203장엄을 성행이라 이름. 원문은 ‘莊嚴名聖行’. 장엄은 치장․미화의 뜻이나, 보살에게 있어서는 수행이 장엄이 된다. 성행은 계․정․혜에 의해 수행하는 일이므로 장엄이라 한 것이다.
12204글에 이르되. 원문은 ‘文云’. 신해품의 게송을 가리킨다.
12205또 이르되. 원문은 ‘又云’. 제바달다품의 게송을 가리킨다.
12206죄복상. 죄악과 복덕의 진상.
12207죄에 상즉하고 복에 상즉해서 실상을 봄. 원문은 ‘卽罪卽福, 而見實相’. 죄를 없애고 복덕을 얻은 끝에 실상에 도달함이 아니라, 죄악이나 복덕이 바로 실상임을 이해한다는 것.
12208십뇌란. 안락행품에서 신안락행(身安樂行)의 친근처(親近處)에서, 수행을 방해하는 것 열 가지를 들어 멀리하라고 하신 일. 그 내용은 “석첨”에 나오므로 생략한다.
12209부처님이 스스로……. 원문은 ‘佛自住大乘, 如其得法, 定慧力莊嚴’. 방편품의 게송이다.
[석첨] 처음의 계(戒)의 성행(聖行) 중에서 ‘원교의 마음으로 열 가지 뇌란(惱亂)을 떠난다’고 말함은, 안락행품 중에서 *지관(止觀)의 안락행을 닦기 위해서는 응당 열 가지 뇌란을 떠나라고 이르신 그것이다. 곧 첫째는 *호세(毫勢)니, 국왕․왕자요, 둘째는 *사인법(邪人法)이니 *노(路)․*역로(逆路)요, 셋째는 *흉희(兇戱)요, 넷째는 *전다라(旃他羅)요, 다섯째는 *이승(二乘)이요, 여섯째는 *욕상(欲想)이요, 일곱째는 *불남(不男)이요, 여덟째는 *위해(危害)니 홀로 남의 집에 들어감이요, 아홉째는 *기혐(譏嫌)이요, 열째는 *축양(畜養)이다. *떠나는 대상은 비록 천근(淺近)하다 해도 떠나는 일은 묘(妙)이기 때문이다.
初戒聖行中, 云以圓心離十惱亂者. 安樂行中, 修止觀安樂行, 應離十惱亂. 一者毫勢, 謂國王王子. 二者邪人法, 謂路逆路. 三者兇戱. 四者旃陀羅. 五二乘. 六欲想. 七不男. 八危害, 獨入他家. 九譏嫌. 十畜養. 所離雖近, 能離妙故.
12210지관의 안락행. 원문은 ‘止觀安樂行’. 천태대사는 사안락행을 해석함에 있어, 지관은 신․구․의의 세 안락행을 이루게 하고, 자비는 서원안락행을 이끌어낸다고 하였다.
12211호세. 권력자. 본문에서는 ‘毫勢’라 하고 있는데, 毫와 豪는 통용되는 수가 있다.
12212사인법. 그릇된 사람과 그 법. 여러 외도․물필가 따위를 이른다.
12213노. 노가야타(路伽耶陀)니, 육사외도(六師外道)의 하나. 그들은 유물론을 주장했다. Lokāyana.
12214역로. 역로가야타(逆路伽耶陀)니 세상의 도리에 역행하는 주장을 한다 해서 붙여진 듯하다. 극단적 쾌락주의 자였던 모양이다. Vāmalokāyatika.
12215흉희. 흉칙한 놀이. 씨름․권법․연극 따위에 종사하는 일.
12216전다라. 인도의 사성(四姓)외의 천민. caṇḍāla. 수렵․도살(屠殺)에 종사한 계급들. 이들은 살생을 직업으로 하여 자비심이 없으므로 접근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12217이승. 이들은 소승인 점에서 배제된 것이다.
12218욕상. 애욕의 뜻. 여인에게 설법할 때에 애욕을 일으키는 일.
12219불남. 성불구자.
12220위해. 위험. 남의 집에 홀로 들어갔다가 여인과 만나게 되면 어떤 위험이 닥칠지도 모른다.
12221기혐. 행위 자체는 악이 아니나 남의 오해를 사서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일. 경에서는 여인에게 설법하면서 웃거나 가슴을 드러내는 따위의 일을 들었다.
12222축양. 나이 어린 제자를 기르는 일.
12223떠나는 일은 비록 천근하다 해도 떠나는 일은 묘이기 때문임. 원문은 ‘所離雖近, 能離妙故’. 안락행에 의해 떠나라 요구된 것은 권력자나 악인을 멀리하는 따위여서 별 것 아닌 듯 여겨질지 모르나, 그러나 그런 것을 떠나는 행에 의해 얻어지는 지혜는 원교의 계행이 된다는 뜻.
[석첨] 어찌하여 *여래의 방을 범행(梵行)이라 이르는가. *무연자비(無緣慈悲)는 능히 법계(法界)의 의지가 되니, 자석이 널리 쇠를 흡수하매 그것으로 돌아가지 않음이 없는 것과 같다. 또 *홍서(弘誓)의 신통․지혜로 이를 끌어 이 법 중에 머물게 하니, 그러므로 여래의 방을 범행이라 하는 것이다.
云何如來室名梵行. 無緣慈悲, 能爲法界依止. 如磁石普吸, 莫不歸趣. 又以弘誓神通智慧引之, 令得住是法中, 故以如來室爲梵行.
12224여래의 방. 원문은 ‘如來室’. 2085의 ‘三軌’의 주 참조.
12225무연자비. 1239의 ‘無緣慈’의 주.
12226홍서. 홍서안락행을 이른다.
[석첨] 어찌해 여래의 자리를 천행(天行)이라 하는가. *제일의천(第一義天)․*실상(實相)의 미묘한 진리는 모든 부처님이 스승으로 받드는 그것이며, 모든 여래께서 한가지로 *사시는 그것이다. *글에 이르되,
‘일체의 사물들이 공(空)하여, 동요되지 않으며 물러서지 않으며, 또한 *상중하법(上中下法)과 *유위(有爲)․*무위(無爲)와 *실법(實法)․부실법(不實法)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으니, 그러므로 여래의 자리는 곧 천행인 것이다.
云何如來座爲天行. 第一義天, 實相妙理, 諸佛所師, 一切如來, 同所棲息. 文云. 觀一切法空, 不動不退, 亦不分別, 上中下法, 有爲無爲, 實不實法. 故如來座卽天行.
12227제일의천. 제일의공(第一義空)과 같다. 11132의 주.
12228실상. 실상과 제일의공은 같은 말임이 된다.
12229사심. 원문은 ‘棲息’. 거주하는 뜻.
12230글에 이르되. 원문은 ‘文云’. 법화경의 안락행품을 가리킨다. 단 ‘觀一切法空, 不動不退’는 ‘觀一切法空, 如實相, 不顚倒, 不動不退不轉……’에서 딴 것이요, ‘亦不分別’ 아래의 글은 그 게송의 ‘又福不行, 上中下法, 有實無爲, 實不實法, 亦不分別, 是男是女……’의 인용인데, ‘又福不行’을 ‘亦不分別’로 하고 있어서 정확하지는 못하다.
12231상중하법. 상등의 법․중등의 법․하등의 법. 곧 보살승․연각승․성문승.
12232유위. 3544의 주.
12233무위. 5809의 주.
12234실법․부실법. 원문은 ‘實不實法’. 진실한 가르침과 진실하지 못한 가르침.
[석첨] 천행(天行)을 다루는 중에서 ‘온갖 사물의 공임을 본다’는 따위라 말함은 저 제一의 안락행이이니, *소(疏)는 십팔공(十八空)으로 십팔구(十八句)를 해석하고 있다. 그러므로 *필경(畢竟) 중의 공이 곧 *관(觀)의 대상이어서, 곧 천연(天然)의 진리임을 알게 된다.
天行中, 言觀一切法空等者, 彼第一安樂行. 疏以十八空, 銷十八句. 故知畢竟中空, 卽是所觀. 卽天然理也.
12235소. “법화문구”를 이르는 말.
12236팔공으로 십팔구를 해석함. 원문은 ‘以十八空, 銷十八句’. 안락행품의 제이친근처(第二親近處)와 관련된 ‘觀一切法空’에서 ‘無礙無障’까지는 一九 구(句)가 있고, 처음의 一구는 총(總)이요 아래의 一八 구는 별(別)이라 하여, ‘여실상(如實相)은 제일의공(第一義空)이다’ 하는 따위로, 이것들을 십팔공의 도리로 해석한 일. 십팔공은 “대지도론”에서 공을 열여덟 가지 면에서 해석한 일. 내용은 “법화문구” 참조.
12237필경 중의 공. 원문은 ‘畢竟中空’. 필경공을 이르니, 절대적인 공. “법화문구”는 ‘무소유성(無所有性)’을 이에 배당하여, 일체가 공하여 제외됨이 없으므로 필경공이라 한다고 했다.
12238관의 대상. 원문은 ‘所觀’.
12239천연.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그러한 것. 무위(無爲).
[석첨] 어째서 여래의 옷을 영아행(嬰兒行)․병행(病行)인가. *시끄러움을 가로막으며 고요함을 가로막았으므로 *‘인욕’이라 하고, *나란히 이제(二諦)를 비추었기에 다시 *‘유화’라 했다. *글에서 이르되, ‘능히 열등함을 위해 이 일을 참아서, 곧 역랑을 벗고 해지고 더러운 옷을 입었다’ 함은 곧 병행과 같으며, ‘방편 내어 다가갔다’ 함은 영아행과 같다.
云何如來衣嬰兒行病行. 遮喧遮靜, 故名忍辱. 雙照二諦, 福名柔和. 文云. 能爲下劣, 忍干斯事. 卽脫瓔珞, 著弊垢衣, 卽同病行. 方便附近, 卽同嬰兒行.
12240시끄러움을 가로막으며 고요함을 가로막음. 원문은 ‘遮喧遮靜’. 시끄러움과 고요함은 이제(二諦)의 비유라 함이 “석첨”의 해석이다. 공제(空諦)는 대립이 가라앉은 점에서 고요한 경지요, 가제(伽諦)는 대립의 세계여서 시끄러운 경지인데, 그 어느 쪽에도 마음이 끌리지 않는 것이 중도의 인욕이라는 것임.
12241인욕. 이것은 법사품에서 ‘여래의 옷이란 유화인욕심이다’라 해석하신 말씀에 나오는 인욕이다.
12242나란히 이제를 비춤. 원문은 ‘雙照二諦’. 중도에 서서 필요에 따라 공제․가제를 자재히 쓰는 일. 중도에는 공제․가제를 아울러 부정하는[雙遮]의 면과, 이를 뜻대로 쓰는[雙照]의 면이 있다.
12243유화. 여래의를 ‘유화인욕심’이라 설하셨던 그것.
12244글에서 이르되. 원문은 ‘文云’. 신해품의 글인데, 정확한 인용은 아니다. ‘能爲下劣, 忍干斯事’는 그 게송의 ‘念子愚劣, 樂爲鄙事’의 다른 표현이요, ‘卽脫瓔珞, 著弊垢衣’는 장항(長行)의 ‘卽脫瓔珞細軟上服嚴飾之具, 更著麤弊垢膩之衣’와 게송의 ‘於是長者, 著弊垢衣’와 관계가 있고, ‘方便附近’은 게송에 나오는 말 그대로다.
[석첨] 다음으로 영아행․병행의 글 중에서는, *악을 참음을 병행이라 이르고, *유화(柔和)함을 영아행이 이른다는 취지다. ‘시끄러움을 가로막으며 고요함을 가로막는다’는 따위에서는, 시끄러움과 고요함으로 이제(二諦)를 비유했다. 그리하여 이제를 중도에서 바라보면 아직도 불러 욕(辱)이라 해야 하는데, *중도의 인(忍)은 능히 이를 차단하므로 인욕이라 말한다 함이니, 욕은 곧 병이다. 그리고 ‘글에서 이르되’ 아래서는 거듭 경의 글을 끌어 이행(二行)을 증명했는바, ‘능히 열등함을 위해……’라 함은 능히 이승(二乘)의 열등한 무리를 위하는 행이라는 것이요, *열등하지도 않고 청정하지도 않은 ‘때 묻은 옷’이기에 ‘이 일을 참는다’고 말함이요, ‘방편으로 다가감’은 그 일을 함께하는 것이어서, 곧 이승의 소선(小善)에 동조함이다.
次嬰兒病行中. 忍惡名病, 柔和名嬰兒. 遮喧遮靜等者. 喧靜譬二諦. 二諦淫中, 猶名爲辱. 中忍能遮, 故云忍辱. 辱卽病也. 文云下, 重引文證二行. 言能爲下劣等者. 能爲二乘下劣, 附弊不淨垢衣, 故云忍於斯事. 方便附近, 同其事業, 卽是同二乘小善也.
12245악을 참음을 병행이라 이름. 원문은 ‘忍惡名病’. 중도의 입장에 서서 공제․가제의 편벽된 견해에 떨어지지 않음이 병행이라는 것.
12246유화함을 영아행이라 이름. 원문은 ‘柔和名嬰兒’. 중도에 서 있으면서도 이승의 소선(小善)에 동조함이 영아행이라는 뜻.
12247중도의 인. 원문은 ‘中忍’. 참고 참지 않음을 아울러 넘어선 인욕. 적멸인(寂滅忍).
12248열등하지도 않고 청정하지도 않은 때 묻은 옷. 원문은 ‘不弊不淨垢衣’. 때 묻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하나, 중도에서 볼 때는 열등한 옷도 아니며 청정한 옷도 아니라는 뜻.
12249그 일을 함께함. 원문은 ‘同其事業’. 동사섭(同事攝)이니, 상대와 같은 처지가 되어서 같은 일을 하면서 교화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