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다음으로 오행(五行)을 사용해서 여러 글을 *해석한 것에 대해 살피건대, 다 초지(初地)에서 *소용(所用)되며 *소증(所證)되며 *소조(所照)되는 법문(法門)이다. 이것에 또 둘이 있으니, 처음에서는 바로 초지의 제법(諸法)을 해석하고, 다음에서는 앞에서 거쳐온 *여러 경(境)을 해석했다.
처음의 글에 또 둘이 있으니, 처음에서는 바로 해석하고, 다음으로 ‘若漸引’ 아래서는 별교의 그것과 대립시켜 구별했다.
이 처음의 글에 또 세 부분이 있으니, 처음에서는 십계(十界)에 대해 해석하고, 다음으로 ‘又一心’ 아래서는 *삼제삼매(三諦三昧)를 해석하고, 셋째로 ‘又如來’ 아래서는 자비로 유(有)를 깸을 해석했다.
이 중의 처음의 글에 둘이 있으니, 해석과 맺은 말이 그것이다.
次以五行, 用消諸文者, 竝是初地所用所證所照法門. 又爲二. 初正消初地諸法. 次消前來諸境. 初文又二. 初正消. 次若漸下, 與別對辨. 初文又爲三. 初消十界. 次又一心下, 消三諦三昧. 三又如來下, 消慈悲破有. 初文二. 釋․結.
12250해석함. 원문은 ‘消’. 또 소(銷)로 쓰기도 한다.
12251소용. 쓰이는 것. 이는 법(法)을 가리킨다.
12252소증. 깨달아진 것. 깨달음. 이는 이(理)에 대한 언급이다.
12253소조. 비추어지는 것. 밝혀지는 것 이는 지(智)에 대한 언급이다.
12254여러 경. 원문은 ‘諸境’. 경(境)은 지혜의 대상. 곧 십이인연․사제․삼제․이제․일제 따위.
12255삼제삼매. 삼제에 의한 선정.
[석첨] 또 *십법계(十法界)의 적멸(寂滅)을 관(觀)함은 곧 여래의 자리니, 천행(天行)이라 이른다. *구법계(九法界)의 성상(性相)을 *제거하고자 하는 까닭에 비심(悲心)을 일으키며, *일법계(一法界)의 낙(樂)을 주고자 하는 까닭에 자심(慈心)을 일으키니, 곧 범행(梵行)이다. 유화(柔和)하여 선(善)의 성상을 비춤은 곧 영아행(嬰兒行)과 같고, 악의 성상을 비춤은 곧 병행(病行)과 같다. 또 선의 성상을 비춤은 곧 계(戒)요, *적조(寂照)는 곧 정혜(定慧)니, 곧 성행(聖行)이다.
又復觀十法界寂滅, 卽如來座, 名天行. 拔九法界性相故起悲, 與一法界樂故起慈. 卽是梵行. 柔和照善性相, 卽同嬰兒. 照惡性相, 卽同病行. 又照善性相卽戒, 寂照卽定慧, 卽是聖行.
12256십법계의 적멸. 원문은 ‘十法界寂滅’. 십계가 바로 진여요 열반이어서 온갖 차별을 떠나 있는 것. 원교에서 보기 때문이다. ‘십법계’는 1119의 주.
12257구법계의 성상. 중생의 고(苦)를 이른다. 십법계에서 불계(佛界)를 제외한 것이 구법계. ‘성상’은 십여시(十如是)의 상(相)․성(性). 이는 꼭 성․상만이 아니라 구여시(九如是) 전체를 나타낸다.
12258제거함. 원문은 ‘拔’. 고에서 구제하는 일.
12259일법계. 불법계(佛法界)의 뜻.
12260적조는 곧 정혜임. 원문은 ‘寂照卽定慧’. 진리의 본체는 온갖 차별을 떠나고 있기에 ‘적’이라 하고, 이를 비추는 지혜의 작용을 ‘조’라 이르니, 그러므로 적(寂)은 선정에 해당하고 조(照)는 지혜에 해당한다.
[석첨] 처음의 글에 대해 살피건대, 십계(十界)가 다 진리 자체이므로 천행이다. 구계(九界)는 여전히 고(苦)이므로 비심을 일으키며, 오직 불계(佛界)만이 낙(樂)이므로 *자심을 일으킨다. 구계의 악과 함께 하시고 구계의 선을 나타내 보이시니, 이를 *병아(病兒)의 양행(兩行)이라 이른다. 성행은 설명 없이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初文者. 十界皆理, 故是天行. 九界猶苦, 故起悲. 唯佛界樂, 故起慈. 同九惡, 示九善, 名病兒兩行. 聖行可知.
12261자심을 일으킨다. 원문은 ‘起慈’. ‘자심을 일으키므로 범행(梵行)이다’의 뜻. 고를 제거하고 낙을 줌이 범행인 까닭이다.
12262병아의 양행. 원문은 ‘病兒兩行’. 병행과 영아행.
[석첨] 마땅히 알라, 일심(一心)으로 십법계를 비추건대 곧 원교의 오행(五行)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當知一心照十法界, 卽具圓五行.
[석첨] 마땅히 알라, 오직 *일심의 십계가 *곧 공이요, 가(假)요, 중도여서 오행이 고루 갖추어지는 것이다.
當知秖是一心十界, 卽空假中, 五行具足.
12263일심의 십계. 원문은 ‘一心十界’. 일념(一念) 속에 십계가 포함되는 것. 일념삼천(一念三千)의 도리다.
12264곧 공이요 가요 중도임. 원문은 ‘卽空假中’. 십계가 그대로 공제․가제․중도제임이 되어 원융의 관계에 있다는 것.
[석첨] 다음으로 삼제삼매를 해석하는 중에 또 둘이 있으니, 먼저 바로 오행(五行)에 배당하고, 다음에서는 삼제(三諦)를 가지고 이십오유(二十五有)의 *과환(過患)에 배당했다.
次消三諦三昧又二. 先正對五行. 次以三諦, 以對二十五有過患.
12265과환. 재난(災難). 과오. 번뇌․악업 따위를 가리킨다.
[석첨] 또 일심(一心)의 오행(五行)은 곧 *삼제삼매(三諦三昧)니, 성행은 곧 *진제삼매(眞諦三昧)요, 범행․영아행․병행은 곧 *속제삼매(俗諦三昧)요, 천행은 곧 *중도왕삼매(中道王三昧)다.
又一心五行, 卽是三諦三昧. 聖行, 卽眞諦三昧. 梵嬰病, 卽俗諦三昧. 天行, 卽中道王三昧.
12266삼제의 삼매. 원문은 ‘三諦三昧’. 삼제를 관하는 삼매. ‘삼제’는 935의 주.
12267진제삼매. 공제(空諦)의 삼매를 이른다. 성행을 공제의 삼매로 본 것은, 계․정․혜를 닦는 자행(自行)이 성행이기 때문이다.
12268속제삼매. 가제(假諦)의 삼매. 범행․영아행․병행은 화타(化他)의 행이기에 가제에 배당한 것이다.
12269중도왕삼매. 중도의 최고의 삼매. 본유(本有)의 진리에 합치함이 천행이므로, 중도의 삼매에 배당한 것이다.
[석첨] 처음의 글에 대해 살피건대, 차제행(次第行) 중에서도 이미 초지(初地)에 이르면 왕삼매(王三昧)를 이룬다 한바 있거니와, 이제 일심(一心) 중에서도 삼매가 고루 갖추어짐이 된 것이다.
初文者. 次第行中, 旣至初地, 成王三昧․今一心中, 亦三昧具足.
[석첨] 또 원교의 *세 삼매는 원만하게 *이십오유*二十五有)를 깨니, *즉공(卽空)인 까닭에 이십오유의 *악업(惡業)․*견사(見思) 따위를 깨며, *즉가(卽假)인 까닭에 이십오유의 *무지(無知)를 깨며, *즉중(卽中)인 까닭에 이십오유의 *무명(無明)을 깬다. *一 그대로가 三이요, 三 그대로가 一이어서, *일공일체공(一空一切空)․일가일체가(一假一切假)․일중일체중(一中一切中)인 것이니, 그러므로 여리행(如來行)이라 이르는 것이다.
又圓三三昧, 圓破二十五有. 卽空故, 破二十五惡業見思等. 卽假故, 破二十五無知. 卽中故, 破二十五無明. 卽一而三, 卽三而一. 一空一切空, 一假一切假, 一中一切中, 故名如來行.
12270세 삼매. 원문은 ‘三三昧’. 삼제의 삼매.
12271이십오유. 6087의 주.
12272즉공. 4835의 ‘卽空卽假卽中’의 주.
12273악업. 악한 행위.
12274견사. 삼혹(三惑) 중의 견사혹이니, 457의 ‘障中道微細無明’의 주 참조.
12275즉가. 4835의 ‘卽空……’의 주 참조.
12276무지. 진사혹(塵沙惑)을 이르니, 457의 ‘障中道……’의 주 참조.
12277즉중. 4835의 ‘卽空……’의 주 참조.
12278무명. 무명혹이니, 457의 ‘障中道……’의 주 참조.
12279一 그대로가 三이요, 三 그대로가 一임. 원문은 ‘卽一而三, 卽三而一’. 별교에서 볼 때에 삼제는 각각 다른 것으로 보이나, 원교의 처지에서는 원융하여 동일한 진리를 세 가지 면에서 고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一제가 三제요 三제가 一제일 뿐이다.
12280일공일체공. 공․가․중의 三제는 각각 독립적 존재인 것이 아니므로, 공제에 설 때에는 가제․중도제라는 것이 공제 밖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어서, 모두가 공임이 된다. 또 가제에 설 때에는 모두가 가제여서 가제 밖에 공제․중도제가 있는 것도 되지 않으며, 중도제에 설 때에는 상황은 동일하니, 일가일체가․일중일체중이란 이를 말한다.
[석첨] 다음에서 자행(自行)을 해석하여 원만히 이십오유의 과실을 깬 것은, 그러기에 일심(一心) 중에서 원만히 중생의 이십오유를 깨고도 중생으로 하여금 보는 바가 동일치 않게 했으니, 비록 동일치 않다 해도 삼제(三諦)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次消自行, 圓破二十五有過患者. 故能於一心中, 圓破衆生二十五有, 能令衆生所見不同. 雖復不同, 不出三諦.
[석첨] 셋째로 자비를 써서 *유(有)를 깸은 해석한 것 중에, 다 경을 끌어 배당해 해석함이 있는 것은 쉽게 이해될 것이다.
三消慈悲破有中, 皆有引經對釋可知.
12281유를 깸. 원문은 ‘破有’. 생존을 깨는 것. 이십오유를 깨는 일.
[석첨] 또 *여래의 방(如來室)은 남모르게 법계(法界)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자선근(慈善根)의 힘이 *진제(眞除)를 움직이지 않은 채 *화광동진(和光同塵)하여, 병행(病行)의 자비를 가지고 응하신다. 그리하여 갖가지 몸을 나타내 보이시되 *귀머거리 같고 벙어리 같으며, 갖가지 법을 설하시되 미치광이 같고 천치 같으시다.
생선(生善)의 근기가 있을 때는 영아행(嬰兒行)의 자비를 가지고 응하시니, *비화(婆和)․*목우(木牛)․*양엽(楊葉)이시다.
*입공(入空)의 근기가 있을 때는 성행(聖行)의 자비를 가지고 응하시니, *똥치는 기구를 드사 마치 겁먹은 듯한 모습이시다.
*입가(入假)의 근기가 있을 때는 범행(梵行)의 자비를 가지고 응하시니, 자선근(慈善根)의 힘이 이 같은 일을 보시고 *사자좌(師子座)에 걸터앉아 보배궤짝에 발을 놓으셨는데, 드나드는 상인이 타국에 까지 두루 미쳐 이잣돈을 놓고 거둠이 어디라 없는 데가 없으시다.
*입중(入中)의 근기가 있을 때는 천행(天行)의 자비를 가지고 응하시니, 준마(駿馬)가 채찍의 그림자를 보는 것만으로 크고 곧은 길을 가는 것과 같은 바, *장애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앞도 없고 뒤도 없으며, 병행(竝行)하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아서 분별없는 법을 설하시니, *‘모든 사물이 본래부터 항상 스스로 적멸(寂滅)의 상(相)이다’ 하신 그것이다. 이리 원만히 여러 근기에 응하심이 *아수라의 거문고 같으신 것이다.
又如來室, 冥熏法界. 慈善根力, 不動眞除, 和光塵垢, 以病行慈悲應之. 示種種身, 如聾如瘂. 說種種法, 如狂如癡. 有生善機, 以嬰兒行慈悲應之. 婆和木牛楊葉, 有入空機, 以聖行慈悲應之. 執持糞器, 狀有所畏. 有人假機, 以梵行慈悲應之. 善善根力, 見如是事. 踞師子牀, 寶几承足. 商估賈人, 乃徧他國. 出入息利, 無處不有. 有入中機, 以天行慈悲應之. 如抉馬見鞭影, 行大直道, 無留難故. 無前無後, 不竝不別, 說無分別法. 除法從本來, 常自寂滅相. 圓應衆機, 如阿修羅琴.
12282여래의 방은 남모르게 법계에 영향을 줌. 원문은 ‘如來室冥熏法界’. 부처님의 무연(無緣)의 자비는 중생들의 세계(법계)에 작용을 안 미칠 수 없다는 뜻. 그리하여 악 속에 있는 범부에게는 병행으로 응하시고, 소선의 범부에게는 영아행으로 응하시고, 이승과 통교의 보살에게는 성행으로 응하시고, 별교의 보살에게는 범행으로 응하시고, 원교의 보살에게는 천행으로 응하신다는 것.
12283자선근. 온갖 선을 낳는 기본이 되는 자비심.
12284진제. 진리의 경지. 절대의 경지. 절대적 깨달음 자체. 진여.
12285화광동진함. 원문은 ‘和光塵垢’. 부처님이나 보살이 깨달음의 지혜를 감추고, 중생을 구하기 위해 세상에 나타나사 번뇌에 매어 있는 중생과 생존을 같이 하면서 그들을 불도로 이끄시는 일. 노자(老子)의 ‘和其光, 同其塵’에서 유래된 말.
12286귀머거리 같고 벙어리 같음. 원문은 ‘如聲如瘂’. 성도 직후 화엄경을 설하시매, 갑자기 큰 가르침을 만난 중생들이 이해할 수 없었다는 비유로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부처님이 어리석은 범부 같은 모습을 보이신 일을 이른다. 아래의 ‘미치광이 같고 천치 같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12287생선. 선을 낳는 것. ‘생선의 근기’는 선을 낳을 수 있는 근기. 소위 소선(小善)의 무리다.
12288바화. 갖난애의 모음․자음이 구별이 안되는 소리의 의음(擬音). 뜻 없는 소리.
12289모우. 나무로 소 만드는 소의 장난감.
12290양엽. 11352의 ‘楊葉之行’의 주. 앞의 바화․목우와 함께, 소선의 무리에게는 열등한 법을 설하여 이끄셨다는 비유.
12291입공. 공의 도리 속으로 들어감. 공을 깨닫는 것. 석공관의 이승과 체공관의 통교의 보살을 가리킨다.
12292똥치는 기구를 드사……. 원문은 ‘執持糞器, 狀有所畏’. 신해품에서 똥을 치우는 아들에 접근하기 위해, 아버지가 때 묻은 옷으로 갈아입고, 자기도 똥 치우는 기구를 들고 겁먹은 듯한 표정을 하고 아들에게 접근한 일. 경의 원문은 ‘右手細持除糞之器, 狀有所畏’로 되어 있다.
12293입가. 공관에게 나와 가제(假諦)의 단계로 들어가는 것. 별교의 보살의 경지다.
12294사자좌에 걸터앉아……. 원문은 ‘踞師子牀, 寶几承足. 商估賈人, 乃徧他國. 出入息利, 無處不有’. 신해품의 글이나 순서가 바뀌고 인용이 정확치는 않다. ‘드나드는 상인’ 이하는 장자가 아들을 찾아 나섰다가 못 찾으매 중간부터 한 성에 머물러 살게 되었는데, 그 집이 매우 부유했음을 이르는 글이요, 떠돌던 아들이 우연히 아버지 집에 이르러 대문가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에 그 눈에 비친 아버지 모습이 ‘사자좌에 걸터앉아 보배궤짝에 발을 놓았는데’의 글이다. ‘商估賈人’은 상인의 뜻이요, ‘出入息利’는 이잣돈을 주기도 하고 받아들이기도 함을 이른다.
12295입중. 중도를 깨닫는 것. 곧 원교의 보살의 단계다.
12296장애. 원문은 ‘留難’.
12297앞도 없고 뒤도 없으며 병행하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음. 원문은 ‘無前無後, 不竝不別’. 원교이어서 일체를 포용하는 까닭이다. 중도에서 볼 때는 모든 것이 그대로 중도인 것이 된다.
12298모든 사물이……. 원문은 ‘諸法從本來, 常自寂滅相’. 방편품의 글. 온갖 사물은 본래부터 절대(열반) 자체의 모습일 따름인 것.
12299아수라의 거문고. 원문은 ‘阿修羅琴’. 아수라가 지니고 있는 거문고. 듣고자 하면 저절로 소리가 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