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싯다르타 태자는 야소다라와의 결혼 자격을 얻게 된다.
곧 싯다르타 태자와 집장대신의 딸 야소다라와의 성대한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태자비 야소다라는 젊고 참으로 아름다웠고 진심으로 싯다르타를 사랑했다. 이렇게 되자
싯다르타는 결혼이란 불행한 것이 아니란 생각을 갖게 되고, 야소다라에게서 처음으로
인간의 진실한 마음을 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태자의 얼굴에는 점점 미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조각의 아래 부분 오른 쪽이 결혼식 장면으로 싯다르타는 터번과 장식을 하고 야소다라의
손을 잡고 있다. 그들은 결혼식 불을 둘러싸고 있다. 결혼식을 거행하는 브라만이 의자에
앉아서 불에 기름을 붓고 있다. 싯다르타의 왼쪽에는 만돌린을 연주하는 악사가 있다.
왼쪽 장면은 신부의 행렬을 묘사하고 있다. 코끼리 잔등에 가마가 놓여 있고, 코끼리 모는
사람이 보인다. 신부 야소다라를 궁으로 모셔가는 모습이다.

결혼 후 10년의 꿈같은 세월이 흘러가고 또다시 태자의 깊은 마음속에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번민이 생겨나게 된다.
싯다르타는 어느 날 아침 마차를 타고 궁을 나왔다. 태자는 동쪽 성문 밖에서 마른 풀 같은
 머리카락에 나무 막대기처럼 바짝 마른 몸으로 지팡이를 짚고 손발을 떠는 어떤 노인의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듯 놀란다. 남쪽 성문을 나서자 이번에는 문둥병에 걸려 몰골이
흉측한 사람을 보게 된다. 마부는 “그 사람은 병자인데, 이 세상 그 누구도 병고(病苦)로부터
해방된 사람은 없습니다.”라고 한다. 또 서쪽 성문 밖에서는 관 속에 누워 있는
사람을 보자 “움직이지 않는 저 사람은 죽은 자인데 죽음은 태어나는 모든 생명이 겪을
숙명입니다.”라고 마부가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북쪽 성문 밖에서 탁발을 하러 다니고
있는 수도승을 보았는데 그는 생사를 초탈한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후기 전설에는 이 네 사람이 천사의 화신이라고 말한다.) 마침내 싯다르타는 그 출가사문의
얼굴에서 길을 발견하게 된다.

사문출유(四門出遊)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 태자가 동서남북의 성문으로
나갔을 때, 노인, 병자, 죽은 자, 출가자를 만난 이야기이다. 태자가 이 네 번의 만남을 통해
여러 가지 의문의 반응을 보였다는 소식을 들은 왕은 태자의 정신을 다른 데로 돌리게
하기 위하여 궁전의 생활을 더욱 호화롭고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꾸몄다. 그러나 태자는
그러면 그럴수록 인생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된다. 수하관경(樹下觀耕)이 싯다르타의 내면,
마음의 세계를 나타내는데 비해 사문출유(四門出遊)는 외면, 즉 행위를 나타내고 있다.
싯다르타의 청소년 시절의 에피소드 가운데 <수하관경樹下觀耕>과 <사문출유四門出遊>는
뒷날 출가나 구도求道의 동기를 말해주는 설화로 유명하다. 간다라 지방에서는 보통 나무
아래에서 결가부좌하고 선정인(禪定印)을 맺는 태자를 중심으로 소에 쟁기를 달고 경작하는
농부와 예배하는 부왕(父王)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에서는 태자가 다만 나무 아래에서
반가사유의 자세만 취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북위 시대 이후 반가사유 자세의 원천이 이 수하관경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그것은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고, 간다라에서는 태자가 결가부좌의 자세로 나타나 있다.
간다라 부조에도 태자가 나무 밑에서 반가사유의 자세를 취한 것을 드물게 볼 수는 있다.
이것은 간다라에서 중국의 불교미술의 전개를 생각할 때 매우 흥미 있는 일이다.
한편 <사문출유>는 인간의 근본적 괴로움인 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불교의 중심과제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간다라에서는 10점정도 발견되었으니 페샤와르 박물관 소재의
것은 오른쪽에 말을 탄 태자가 있고 중앙에는 말을 탄 태자가 병자病者를 만나는 장면을
나타내고 있다.

싯다르타 태자가 출가를 결심하자 아내가 아들을 출산했다는 전갈이 왔다.
그는 ‘라훌라’하고 탄식을 한다. 라훌라는 장애를 뜻하는 말로 아들이 자신의 출가에
장애가 된다는 의미이다.
아들로 인해 출가가 다소 지연되긴 했지만 출가에 대한 그의 생각은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밤, 싯다르타는 궁궐을 둘러보다 잠들어 있는 궁녀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한 궁녀는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리고 있었고, 다른 궁녀는 머리가 어지럽게 헝클어진 채
코끼리에게 밟힌 상을 하고 있었다.
잠꼬대를 하는 궁녀와 온 몸에 부스럼이 난 궁녀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싯다르타는 혼잣말을 하게 된다.
“유한한 세계에는 순수하고 영원한 것이 있을 수 없다.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불결하고
흉측스럽기까지 한 존재들이다. 그것도 모르고 남자들은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겉모습에
홀려서 탐심을 내는구나.”
태자가 야소다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