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다섯째로 지지경을 인용하는 중에서 ‘자성’등이라 말한 것에 대해 살피건대, *구종대선(九種大禪)은 자성선(自性禪)이 맨 처음에 놓여 있어서, 이 선 중에서 능히 일체선(一切禪)을 일으키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자성선은 위계가 *지전(地前)에 있고, 일체선은 위계가 *초지(初地)에 있어 삼매가 구족(具足)한 경지니, 삼매는 *총행(總行)이요 오행은 별행(別行)이라, 오행은 다 삼제(三諦)의 삼매에 의거하므로, 초지에 이르러 삼매가 충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현법락선’이라 말함은 현실적으로 *법성(法性)의 낙(樂)을 받는 일이며, 갖가지 *사선(事禪)은 동일한 *진성(眞性)이기에 ‘종성삼마발제’라 말한 것이며, 중생을 이롭게 함을 속삼매(俗三昧)에 속하게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까닭에 이 글을 인용해 삼제를 증명한 것이다.

五引地持中, 云自性等者. 九種大禪, 自性居初. 於此禪中, 能發第二一切禪也. 三昧是總行, 五行是別行. 五行皆依三諦三昧, 故至初地, 三昧滿也. 言現法樂者, 現受法性之樂. 種種事禪, 同一眞性, 故云種性三摩跋提. 利生屬俗. 故引此文, 證三諦也.

12398구종대선. 2908의 주.
12399지전. 초지(初地) 이전.
12400초지. 1487의 ‘初地乃至十地’의 주 참조.
12401총행. 총(總)은 일반․평등의 뜻이니, 총행이란 삼매를 진리를 관조하는 행이라 본 것이다.
12402별행. 별(別)은 특수․차별의 뜻. 오행(五行)은 구체적 법상(法相)을 따라 구별한 행이므로 별행이라 한 것이다.
12403법성. 879의 주.
12404사선. 6618의 주.
12405진성. 진실의 본성. 진여. 법성. 본체.

 [석첨] 마땅히 *오행삼제(五行三諦)는 일체선(一切禪) 중에서 모두를 성취하는 줄 알아야 하리니, 곧 *초주(初住)의 *분위(分位)다. 그러므로 이 위계에 들 때에는 불법 아님이 없는 것이다.
 이를 *원심(圓心)의 행이라 하니, 어찌 앞의 *오행의 차제(次第)의 취지와 같겠는가.

 當知五行三諦, 於一切禪中, 皆悉成就. 卽初住分位. 入此位時, 無非佛法.
 是爲圓心之行, 豈與前五行次第意同. 

12406오행삼제. 오행과 삼제가 어울리는 원교의 선정.
12407초주. 660의 주.
12408분위. 분진즉(分眞卽)의 위계. 초주에서 등각(等覺)에 이르기 까지가 분진즉이다.
12409원심. 원교.
12410오행의 차제의 취지. 원문은 ‘五行次第意’. 오행에 가치의 고하를 두어, 이를 순서대로 닦아가야 한다고 아는 일. 곧 별교의 견해.

 [석첨] 다음으로 ‘當知次第’ 아래는 판별(判別)이다.

次當知次第下, 判.

[석첨] 마땅히 차제(次第)를 추라 하고 *일행일체행(一行一切行)을 묘라 함을 알지니, 차제의 행은 곧 *상대(相待)의 취지다.

當知次第爲麤, 一行一切行爲妙. 卽相待意也.

12411일행일체행. 9504의 주.
12412상대의 취지. 원문은 ‘相待意’. 대립 속의 취지. 원융하지 못한 취지.


 [석첨] 셋째로 ‘若開’ 아래는 개현(開顯)이다.

三若開下, 開.

 [석첨] 만약 추를 열어 묘임을 드러낸다면 추의 대립할 것이 없어지리니, 곧 *절대행묘(絶待行妙)의 취지다.

若開麤顯妙, 無麤可待, 卽絶待行妙意也.

12413절대행묘. 절대적인 행묘. 행묘는 적문십묘(迹門十妙)의 하나여서, 권삼(卷三)의 하(下)의 중간부터 이것이 테마가 되어 왔다.

 [석첨] 도리어 차제의 오행에 대해 말하건대, 판별하건 개현하건 이 중에는 다시 개현할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還淫次第, 若判若開, 此中無可開也.

 [석첨] 질문. ‘법화경에서 추를 개현하시니, 추는 모두 묘에 들어가는 결과가 되었다. 그런 터에 열반경에서는 무슨 뜻으로 다시 차제의 오행을 밝히신 것인가.’
 대답. ‘법화경은 부처님 당시의 사람을 위해 방편을 깨서 진실에 들게 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는 추가 존재함이 없어서 *교의(敎意)가 가지런히 일치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열반경은 말세의 범부가 *견사(見思)의 병이 무거운지라 *결정적으로 일실(一實)에 매이는 나머지 방편의 가르침을 비방하고 비록 *감로(甘露)를 먹는대도 *구체적 사물 하나하나가 바로 진리임을 이해하지 못해서 생명에 손상을 주어 요절하기에 이들을 위해 설하심이니, 그러므로 *계․정․혜를 도와주시는 것에 의해 대열반(大涅槃)을 드러내시는 방법을 쓰심이었다. 따라서 법화경의 취지를 얻은 사람이라면, 열반경에서 차제의 행을 채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問. 法華開麤, 麤皆入妙. 涅槃何意, 更明次第五行耶. 答. 法華爲佛世人, 破權入實, 無復有麤, 敎意整足. 涅槃爲末代凡夫, 見思病重. 定執一實, 誹謗方便. 雖服甘露, 夫能卽事而眞, 傷命早夭. 故扶戒定慧, 顯大涅槃. 得法華意者, 於涅槃夫用次第行也.

12414교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뜻.
12415견사의 병. 원문은 ‘見思病’. 견혹과 사혹. 1098의 ‘見思’의 주.
12416결정적으로 일실에 매이는 나머지 방편의 가르침을 비방함. 원문은 ‘定執一實, 誹謗方便’. 개삼현일의 가르침을 오해하여, 일승만이 진실이라 고집하고 삼승을 배격하는 일.
12417감로. 열반의 비유. 여기서는 열반경의 가르침.
12418구체적 사물 하나하나가 바로 진리임. 원문은 ‘卽事而眞’. 차별적 현상 하나하나가 바로 진리인 것.
12419계․정․혜를 도와주심. 원문은 ‘扶戒定慧’. 열반경에서 다시 계․정․혜를 설하신 것을 가리킨다.
 
  [석첨] 다음으로 요간(料簡)하는 중에 ‘계․정․혜를 도와준다’고 말한 것에 대해 살피건대, *사계(事戒)․사정(事定)과 *전삼교(前三敎)의 혜(慧)는 다 *사법(事法)을 돕는 일이기 때문이니, 자세히는 마하지관의 *대치조개(對治助開)의 부분에서 설해진 것과 같다. 요즘의 행자(行者)를 보건대 혹은 *전적으로 *이(理)만을 숭상한 나머지 자기를 성자와 동등하다고 여기고는 진실에 집착해 방편을 비방하는가 하면, 혹은 전적으로 *사(事)를 숭상하다보니 *공(功)을 고위(高位)로 미루고 나서 진실을 비방하고 방편을 인정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한다. 이미 *말대(末代)에 처해 있는 터에 *성지(聖旨)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누가 이런 두 가지 과실에 떨어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법화경의 취지를 이해할 때는 *초후(初後)를 함께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니, 청컨대 *마음을 헤아리고 가슴을 어루만진다면 *스스로 침부(沈浮)를 알 것이다.

次料簡中, 言扶戒定慧者. 事戒事定, 前三敎慧, 竝爲扶事法故. 具如止觀對治助開中說. 今時行者, 或一向尙理, 則爲己均聖, 及執實謗權. 或一向尙事, 則推功高位, 及謗實許權. 旣處末代, 扶思聖旨, 其誰扶墮斯之二失. 得法華意, 則初後俱頓. 請揣心撫臆, 自曉沈浮.

12420사계․사정. 이(본질)와 사(현상)의 하나임을 모르고, 차별적인 현상에 매어 있는 계와 선정. 욕망을 눌러 계목 하나하나를 지키려는 것이나, 번뇌를 가라앉혀 깨달으려는 태도 따위가 이것이다.
12421전삼교의 혜. 원문은 ‘前三敎慧’. 장교․통교․별교의 혜.
12422사법. 6712의 주.
12423대치조개. 마하지관 七의 조도대치(助道對治)를 ‘대치조개’라고도 일컫는다. 면밀한 반성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깨달음이 뜻대로 열리지 않을 때, 그 진취를 저해하는 조건들을 제거하기 위한 보조적 노력을 이른다. 곧 송경․예배․지계․보시 따위에 힘쓰는 것에 의해 지관(止觀)을 돕게 하는 취지가 설해졌다.
12424전적으로. 원문은 ‘一向’.
12425이만을 숭상함. 원문은 ‘尙理’. 진리의 평등한 면에 매이는 일.
12426자기를 성자와 동등하다고 여김. 원문은 ‘爲己均聖’. 공의 평등에 잘못 빠지면 자기와 부처님에는 어떤 차별도 없음이 된다.
12427사를 숭상함. 원문은 ‘尙事’. 현실의 차별에만 눈뜨는 일.
12428공을 고위에 미룸. 원문은 ‘推功高位’. 깨달음은 부처님이나 대보살에게나 가능하니, 나 같은 범부는 바랄 것이 못 된다는 따위의 생각에 빠지는 일. 
12429말대. 말세.
12430성지. 부처님의 뜻.
12431초후를 함께 조정할 수 있음. 원문은 ‘初後俱頓’. 법화경의 방편과 진실이 하나인 취지를 알 때에는, 무엇을 먼저 닦고 무엇을 뒤에 닦아야 할지는 그 사람의 실정에 따라 결정될 문제여서, 혹은 사(事)를 젖히고 이(理)를 취하기도 하며, 혹은 ‘이’를 놓아둔 채 ‘사’를 쓰기도 하나, 그것이 모두 원교의 취지에 부합될 것이라는 뜻이다.
12432마음을 헤아리고 가슴을 어루만짐. 원문은 ‘揣心撫臆’. 스스로 반성하는 일.
12433스스로 침부를 알 것임. 원문은 ‘自曉沈浮’. 침(沈)은 침몰함이니 공을 고위의 성자에게 미루고 범부로 자처함이 그것이요, 부(浮)는 들뜸이니 스스로 자기를 부처님과 같다는 따위로 과대망상 함이 그것이다.

법화현의석첨 제五의 하(下)

 [석첨] 넷째로 위묘(位妙)에 관한 것에 넷이 있으니, 처음에서는 본래의 취지를 밝히고, 두 번째로 ‘但位’ 아래서는 간략히 모든 위계(位階)의 권실(權實)을 서술하고, 셋째로 ‘今經’ 아래서는 간략히 금경(今經)의 그것에 대해 말하고, 넷째로 ‘小草’ 아래서는 경에 의거해 자세히 해석했다.

第四位妙爲四. 初明來意. 次但位下, 略叙諸位權實. 三今經下, 略述今經. 四小草下, 依經廣解.

 [석첨] 넷째로 *위묘(位妙)를 밝히건대, *진실한 도리가 이미 융통(融通)하며 지(智)가 원만해 격리함이 없어졌으매, 행(行)을 인도해 묘(妙)를 이룸이니, *삼의(三義)가 이미 드러났으므로 *체(体)․종(宗)․용(用)이 족함이 된다. 그리고 다시 위묘를 밝히자면 *행의 오르는 곳인 것이다.

第四明位妙者. 諦理旣融, 智圓無隔, 導行成妙. 三義已顯, 體宗用足. 更明位妙者, 行之所階也.

12434위묘. 적문십묘(迹問十妙) 중의 위묘.
12435진실한 도리. 원문은 ‘諦理’. 진리.
12436삼의. 세 가지 도리. 적문십묘 중의 경묘(境妙)․지묘(智妙)․행묘(行妙)를 이른다. 이 셋에 대하여는 이미 앞에서 해명되었다.
12437체․종․용. 오중현의(五重玄義) 중의 그것이니, 87의 ‘五義’의 주 참조.
12438행의 오르는 곳임. 원문은 ‘行之所階’. 계(階)는 계단이니, 여기서는 위를 향해 오르는 뜻. 행(行)이 묘한다면, 그 행이 올라가게 되는 곳은 당연히 위묘라는 것이다.

 [석첨] 처음의 글 속에서 ‘체․종․용이 족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살피건대, *경(境)은 체(体)요, *행(行)은 종(宗)이요, *지(智)는 용(用)이다.

初文中言体宗用足者. 境体也. 行宗也. 智用也.

12439경은 체임. 원문은 ‘境体也’. 오중현의(五重玄義)의 체(体)는 실상이요, 적문십묘 중의 경(境)은 관상의 대상인 십여시․십이인연 따위 도리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으나, 십여시 따위는 설할 수 없는 절대적 진리(실상)를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크게 보아서는 ‘경이체’라는 말도 성립할 수 있다.
12440행은 종임. 원문은 ‘行宗也’. 오중현의의 종(宗)은 일승의 인과를 내용으로 하는데, 행(行)은 인(因)을 닦아 과(果)에 이르는 실천이므로, 이 둘은 서로 어울린다.
12441지는 용임. 원문은 ‘智用也’. 오중현의의 용(用)은 중생을 이끌어 이익을 주는 일이니, 이때에 지(智)가 용을 뒷받침해야 할 것은 당연하다.

 [석첨] 다만 위계에 권실(權實)이 있어서 여러 경론(經論)에 분산돼 있다. 그리하여 *성실론(成實論)․*아비담론(阿毘曇論)에서 위계를 구별한 것은 *말이 대승에 걸치지 못했고, *지론(地論)․섭론(攝論) 등에서 위계를 구별한 것은 *따로 일부에 대해 서술한 것뿐이어서 *도리가 포괄적이지 못하고, *방등(方等)의 여러 경에서 위계를 밝힌 것에 대하여는 *영락경(瓔珞經)이 이미 얕고 깊음을 판정한 바 있고, *반야(般若)의 여러 경지에서 위계를 밝힌 것에 대하여도 *인왕경(仁王經)이 왕성히 높고 낮음을 말한바 있으니, 모두가 아직 추묘를 나타내지는 못했다.

但位有權實, 布在經論. 若成論毘曇判位, 言不涉大. 地攝等論判位, 別叙一途, 義不兼括. 方等諸經明位, 瓔珞已判淺深. 般若諸經明位, 仁王盛談高下, 而未彰麤妙.

12442성실론. 원문은 ‘成論’. 2923의 ‘成實論’의 주.
12443아비담론. 원문은 ‘毘曇’. 소승의 논서. 아비달마론이라고도 한다. 여러 번역이 있다.  12444말이 대승에 걸치지 못함. 원문은 ‘言不涉大’. 소승의 위계만 다룬 한계가 있다는 것. 12445지론․섭론. 원문은 ‘地攝’. 지론은 십지론이니 909의 ‘地論’의 주. 섭론은 섭대승론이니 2934의 주.
12446따로 일부에 대해 서술한 것뿐임. 원문은 ‘別叙一途’. 별교의 위계만을 다루었다는 뜻. 12447도리가 포괄적이지 못함. 원문은 ‘義不兼括’. 원교의 견해가 결여돼 있다는 것.
12448방등. 방등시.
12449영락경. 2397의 주. 
12450반야. 반야시.
12451인왕경. 원문은 ‘仁王’. 구마라습이 번역한 ‘불설인왕호국반야바라밀다경’과, 불공(不空)이 번역한 ‘인왕호국반야바라밀다경’이 있다.
12452추묘. 418의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