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
출가한 후 싯다르타는 7일 동안 홀로 앉아 생각에 잠긴다. 그런 뒤 가르침을 받을만한 숲속에 사는 은둔자들을 찾아 나선다. 그들은 풀잎으로 엮은 옷을 입거나 나뭇잎으로 중요한 부분만 가리고 있을 뿐이다. 모두 과일로 연명하는데 하루 한 끼 먹는 사람, 이틀에 한 끼 먹는 사람, 사흘에 한 끼 먹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물, 불, 태양, 혹은 달에게 경배를 올리며 하루 종일 한 발로 서 있는 사람도 있고, 가시덤불에서 자는 사람도 있다. 싯다르타는 그들에게서 북쪽에 살고 있는 세 분의 스승에 대해 알게 된다.
싯다르타는 생사에 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스승을 찾아 나선다. 첫 번째 브라만을 만나는 장면을 묘사한 조각이 있다. 싯다르타는 고행하는 브라만을 찾아간다. 그는 갈대로 만든 움막 안에서 긴 수염과 머리를 하고 있다. 그의 왼쪽 어깨는 덮여져 있고 오른쪽 어깨는 드러나 있다. 움막 뒤에는 숲이 있다. 싯다르타는 무거운 상투를 하고, 콧수염을 기르고 있으며 오른 손은 올리고 있고, 왼손은 옷을 잡고 있다. 머리 뒤로 광배가 원모양으로 표현되어 있다.
싯다르타는 첫 번째 스승에게 가르침을 청하지만 곧 그를 떠나게 된다. 그는 고행을 참아내는 일로써 수행을 했는데, 싯다르타는 어떤 보상을 전제로 한 고행은 아무 쓸모없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한 스승은 싯다르타에게 무념, 무상의 경지를 가르치게 된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생로병사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그는 스승과 하직하고 보다 높은 수행을 위해 길을 떠난다.
세 번째 스승으로부터 그는 사유를 초월하고 순수한 사상만 남는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의 경지를 배우게 되나 곧 스승의 경지를 넘어서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자기가 출가한 궁극의 목적은 아니었다.
이렇게 도를 구하러 선인들을 찾아가나 그들의 가르침에 만족하지 못한 싯다르타는 마침내 단식하는 고행의 길을 걷게 된다. 고행에 들어가자 그는 사나운 비바람과 강렬한 햇살에도 꼼짝하지 않는다. 싯다르타는 6년간의 긴 단식 수행을 하여 뼈와 살가죽만 남게 된다. 이러한 갈비뼈만 남은 처참한 모습이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된 조각이 간다라 조각의 특징이다.
페샤와르 박물관의 고행상苦行像은 싯다르타의 힘의 한계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머리상투는 고행과 명상 중에 비바람에 의해 머리카락이 이마로 흘러내리고 있다. 앞이마에는 핏줄이 선명하게 보인다. 두 눈은 움푹 들어가 있고, 뺨은 홀쭉하게 깊은 주름이 잡혀있다. 갈비뼈는 마치 X-ray를 찍은 듯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간다라 미술 이전의 인도 미술(특히 힌두교 미술)은 육체의 풍만한 생명감을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관심사였다. 그래서 인간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으며 메마른 모습을 싫어했다. 그러나 간다라에서는 석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2)항마성도와 깨달음의 향유
싯다르타는 마침내 고행이 무용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식 고행으로도 깨달음을 얻지 못함을 알고 나란자라 강에 가서 목욕을 하고, 소 기르는 여인인 수자타에게서 우유죽을 공양받고 기운을 차린다. 그의 몸은 잃어버린 기력과 아시타가 확인했던 상호들과 후광을 되찾았다. 그리고 보리수 밑에 가서 소치는 아이로부터 길상초를 얻어 자리를 만들고 그 위에 앉아서 정각(正覺)을 얻을 때까지 결코 움직이지 않을 결심을 한 뒤 명상에 잠겼다.
길상초를 공양 받는 장면에서는 풀 베는 사람은 허리띠를 두르고 합장한 모습이다. 싯다르타는 풀을 받아서 오른손에 잡고 왼손은 옷을 잡고 있다. 그는 콧수염을 하고 큰 상투를 하고 있다. 머리 뒤에 원형의 광배가 보인다.
싯다르타가 보리수 아래 자리를 잡는 장면이 있다. 원래 나무 이름은 피팔나무인데,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은 후에 보리수라고 부르게 되었다. 보리수 아래에 무릎을 꿇고 합장한 채 싯다르타를 우러러보는 모습이 있다. 그 뒤에 꽃을 뿌리는 숭배자가 있고, 꽃가지를 들고 있는 여인의 모습도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악마 마라가 그의 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서 있다.
싯다르타가 마지막 선정에 들자 애정과 죄악과 죽음의 신인 악마 ‘마라’가 싯다르타가 깨닫지 못하도록 공격했다. 마라의 공격은 긴 밤 내내 계속되었다. 간다라에는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서 악마가 유혹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스와트 박물관에 있는 항마성도를 보면 보리수 밑의 대좌에 앉아 있는 석가를 중심으로 양쪽에서 마왕 마라와 그 무리들이 석가에게 덤벼들고 있다. 칼을 빼는 마왕과 그것을 말리는 마왕의 아들을 볼 수 있으며 또한 왼쪽 아래 부분의 나무 밑에는 반가사유를 하는 사람이 보이는데 이것은 마왕 마라로, 왜 자기는 석가를 이기지 못하는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간다라에서는 악마도 이렇게 보살처럼 반가사유를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