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다음으로 ‘阿羅漢地’ 이하에서 이변지(已辨地)를 가린 것에는 둘이 있다. 처음에서는 다름을 가렸다.
次阿羅漢地去, 明已辨地爲二. 初辨異.
[석첨] *아라한지(阿羅漢地)는 성문의 법에서는 곧 불지(佛地)다. 왜 그런가. *삼장교의 부처님은 *삼십사심(三十四心)에서 *발진(發眞)하여 삼계의 번뇌를 끊어 다하게 함이 아라한과 같으므로 불지라 이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살의 법 중에서라면 *오히려 무생인(無生忍)이라 이름이 된다.
阿羅漢地, 於聲聞法, 卽是佛地. 何者. 三藏佛三十四心發眞, 斷三界結盡. 與羅漢齊, 故名佛地. 於菩薩法中, 猶名無生忍.
13184아라한지는 성문의 법에서는 곧 불지임. 원문은 ‘阿羅漢地, 於聲聞法, 卽是佛地’. 성문의 법에서는 삼계의 상하(上下)의 오분결(五分結)을 끊은 것을 부처님이라 하는 까닭이다.
13185삼장교의 부처님. 원문은 ‘三藏佛’. 8330의 주.
13186삼십사심. 4613의 주.
13187발진. 2572의 주.
13188오히려 무생인이라 이름이 됨. 원문은 ‘猶名無生忍’. 대승에서는 삼계의 번뇌를 끊은 경지를 무생인이라 하기 때문이다.
[석첨] 다음에서는 경을 끌어 증명했다.
次引證.
[석첨] 그러므로 *대품(大品)에서는 말씀했다.
‘아라한의 *지(智)건 단(斷)이건, 이는 보살의 무생법인이다.’
故大品云. 阿羅漢若智若斷, 是菩薩無生法忍.
13189대품. 대반야경의 변학품(徧學品)을 이른다.
13190지건 단이건. 원문은 ‘若智若斷’. 4784의 ‘智斷’의 주.
[석첨] 다음으로 ‘支佛’ 아래서는 벽지불지를 밝혔다.
次支佛下, 明支佛地.
[석첨] 벽지불지(辟支佛地) 또한 이와 같다.
辟支佛地亦如是.
[석첨] *아라한과 같음을 가리키니, 그러므로 ‘이와 같다’고 말한 것이다.
指同羅漢, 故云亦如是.
13191아라한과 같음을 가리킴. 원문은 ‘指同羅漢’. 아라한지는 보살의 무생법인에 해당했다. 그러므로 벽지불지를 아라한과 같다고 한 것은, 벽지불지도 보살의 무생법인의 경지라 함이 된다.
[석첨] 다음으로 보살지를 밝힌 것에 넷이 있다. 처음에서는 *간략히 세웠다.
次明菩薩地爲四. 初略立.
13192간략히 세움. 원문은 ‘略立’. 보살지의 취지를 간략히 세웠다는 뜻.
[석첨] 구지(九地)는 벽지불의 경지를 지나 보살의 위계에 든 것을 이른다.
九地過辟支佛, 入菩薩位.
[석첨] 다음으로는 간략히 가렸다.
次略辨
[석첨] *보살의 위계는 구지(九地)․십지(十地)다.
菩薩位者, 九地十地.
13193보살의 위계는 구지․십지임. 원문은 ‘菩薩位者, 九地十地’. 九지는 보살지요 十지는 불지로 구별되어 있는 터에, 어째서 九地와 함께 十지까지도 보살에 속한다 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보살이 얻는 과(果)는 불지(佛地)의 인(因)이 되는 점에서 十지도 九지와 연관되는 것이니, 팔상(八相)을 부처님 특유의 상이라 하나 앞의 오상(五相)인 강도솔(降兜率)․입태(入胎)․출태(出胎)․출가(出家)․항마(降魔)는 아직 보살의 위계인 데 그치고, 뒤의 성도(成道)․전법륜(轉法輪)․입멸(入滅)에 이르러서야 부처님의 상인 것과 같다.
[석첨] 셋째로 ‘是則’ 아래서는 간략히 해석했다.
三是則下, 略釋.
[석첨] 이렇다면 *십지(十地)의 보살은, 마땅히 알지니 *부처님과 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是則十地菩薩, 當知爲如佛.
13194십지의 보살. 원문은 ‘十地菩薩’. 불지(佛地)의 보살. 인위(因位)의 부처님.
13195부처님과 같다 해야 함. 원문은 ‘爲如佛’. 보살이라 하나 성도 직전에 와 있기 때문이다.
[석첨] *십지(十地)도 오히려 보살의 이름을 받고, 또 일러서 불지(佛地)라 함은, *불지의 한쪽에도 보살지의 이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종(始終)에 다 보살의 위계가 있음을 알게 되니, 이런 까닭에 ‘따로 보살을 위해’라 말한 것이다.
十地猶受菩薩之名, 復名爲佛地者. 以佛地邊, 有菩薩地名. 故知始終皆有菩薩位. 故云別爲菩薩.
13196십지도 오히려 보살의 이름을 받음. 원문은 ‘十地猶受菩薩之名’. 십지는 불지인 줄만 알았는데, 거기에도 보살과 관련된 면이 있는 사실을 가리킨다.
13197불지의 한쪽. 원문은 ‘佛地邊’. 불지의 인위(因位). 불지의 인위는 보살에 속한다는 것. 불지의 과(果)에 바짝 접근한 상황.
[석첨] 넷째로 ‘齊此’ 아래서는 습기의 다하고 다하지 않음을 가렸다.
四齊此下, 辨盡不盡.
[석첨] 그러나 *이에 그쳐서 *습기(習氣)가 다하지는 못했다.
齊此習氣未盡.
13198이에 그침. 원문은 ‘齊此’. 제(齊)는 국한함․한정함.
13199습기. 3892의 ‘習’의 주.
[석첨] 다음으로 ‘過菩薩’ 아래에서 불지(佛地)를 해석한 것에 둘이 있다. 처음에서는 그 취지를 간략히 세웠다.
次過菩薩下, 釋佛地爲二. 初略立.
[석첨] 보살지(菩薩地)를 지나면 불지(佛地)에 들어가니, *서원으로 여습(餘習)을 돕는 것에 의해 염부제에 태어나 *팔상성도(八相成道)하는 것이다.
過菩薩地, 則入佛地. 用誓扶餘習, 生閻浮提, 八相成道.
13200서원으로 여습을 돕는 것에 의해 염부에 태어남. 원문은 ‘用誓扶餘習, 生閻浮提’. 삼장교의 보살은 번뇌를 끊치 않고 억제하여 작용하지 못하게 할 뿐이니, 번뇌가 끊어지면 삼계에 나지 못해 중생을 구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이에 비해 통교의 보살은 번뇌를 끊되 중생을 구하려는 서원 때문에 번뇌의 습기는 남겨둠으로써 삼계에 태어난다. 여습(餘習)은 번뇌가 끊어진 뒤에도 남아 있는 습기니, ‘습기’와 ‘여습’은 같은 말이다. ‘염부제’는 1480의 주. 이것은 불지의 글이긴 해도 성도 이전의 일이므로, 엄밀한 뜻에서는 보살의 영역에 속한다.
13201팔상성도. 팔상은 부처님의 생애에 있어서 중대한 뜻을 지니는 여덟 가지 사항. (1)강도솔(降兜率). 부처님이 도솔천의 상원(上院)으로부터 흰 코끼리를 타고 이 세상에 내려오신 일. (2)입태(入胎). 마야부인(摩耶夫人)의 오른쪽 옆구리를 통해 태에 들어가 머무신 일. (3)출태(出胎). 四월 八일에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로부터 출생하신 일. 이때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 선언하셨다. (4)출가(出家). 무상을 느끼신 나머지 백마를 타고 왕궁에서 탈출하신 일. (5)항마(降魔). 六년 고행 끝에 보리수 밑에서 정각을 이루시기에 앞서, 악마의 무리가 갖은 수단을 동원해 방해하려 했으나 이를 물리치신 일. (6)성도(成道). 一二월 八일에 정각을 이루어 부처님이 되신 일. 三五세 때의 일이었다고 한다. (7)전법륜(轉法輪). 녹야원에서 五비구를 상대로 첫 설법을 하신 것을 시작으로, 四五 년에 걸쳐 갖가지 가르침을 설해 교화하신 일. (8)입멸(入滅). 八十세 때 쿠시나가라성 교외의 사라쌍수 밑에서 녈반하신 일. 그런데 이 여덟 중에서 성도가 가장 중요하므로 ‘팔상성도’라 하는 것이다.
[석첨] 다음으로 ‘五相’ 아래서는 다름을 가렸다.
次五相下, 辨異.
[석첨] 오상(五相)까지는 삼장교의 부처님과 같아서 다르지 않다. 다만 여섯째의 성도(成道)는 *수하(樹下)에서 *일념상응(一念相應)의 지혜를 얻어 *무생사제(無生四諦)의 진리와 *상응(相應)해서, 온갖 번뇌의 습기를 끊어 다하며, 대자비․*십력․*사무소외․*십팔불공법․온갖 공덕을 고루 갖추시니, 이를 일러 부처님이라 이른다.
일곱째의 전법륜(轉法輪)이란 *권지(權智)로는 삼장교의 *생멸사제(生滅四諦)의 *법륜(法輪)을 여시며, *실지(實智)로는 *마하연(摩訶衍)의 무생사제(無生四諦)의 법륜을 설하사, 공통적으로 삼승의 사람을 가르치심이다.
여덟째로 *입열반(入涅槃)의 상(相)이란 *사라쌍수(娑羅雙樹) 사이에서 *무여녈반(無餘涅槃)에 들어 섶이 다하매 불이 꺼지는 듯 하사, *사리(舍利)를 머물러 두어 온갖 *인천(人天)의 *복전(福田)으로 삼으심이다.
五相如三藏不殊. 唯六成道, 樹下得一念相應慧, 與無生四諦理相應, 斷一切煩惱習盡. 具足大慈悲․十力․四無畏․十八不共法․一切功德, 名之爲佛. 七轉法輪. 權智開三藏生滅四諦法輪. 實智說摩訶衍無生四諦法輪. 通敎三乘人也. 八入涅槃相者. 雙樹入無餘涅槃, 薪盡火滅. 留舍利爲一切天人福田也.
13202수하. 보리수 밑. 부처님은 보리수 밑에서 정각을 이루셨다.
13203일념상응의 지혜. 원문은 ‘一念相應慧’. 8340의 주.
13204무생사제. 2759의 ‘四種四諦’의 주 참조.
13205상응. 겹합하는 것.
13206십력. 11465의 주.
13207사무소외. 원문은 ‘四無畏’. 11466의 주.
13208십팔불공법. 부처님 특유의 열 여덟 가지 특질. 십력(十力)과 사무외(四無畏)와 삼념주(三念住)와 대비(大悲). 그러나 대승에서는 다음 사항을 이른다. (1)~(3). 신(身)․구(口)․의(意) 삼업(三業)에 과실이 없는 일. (4)중생에 대한 평등심. (5)선정에 의한 마음의 안정. (6)모든 중생을 포용하여 버리지 않는 마음. (7)~(11). 중생제도의 욕(欲)과 정진․염력․선정․지혜에 있어 퇴전함이 없는 일. (12)해탈에서 퇴전하지 않는 일. (13)~(15)중생제도를 위해 지혜의 힘을 써서 신․구․의 삼업을 나타내는 일. (16)~(18)과거․미래․현재의 온갖 것을 남김 없이 알아 막힘이 없는 일. 여기서는 후자의 뜻일 것이다.
13209권지. 방편의 지혜.
13210생멸사제. 2759의 ‘四種四諦’의 주 참조.
13211법륜. 2825의 ‘轉法輪’의 주 참조.
13212실지. 진실의 지혜.
13213마하연. 3455의 주.
13214입열반의 상. 원문은 ‘入涅槃相’. 입멸상(入滅相)과 같다.
13215사라쌍수. 원문은 ‘雙樹’.
13216무여녈반. 3709의 ‘有餘無餘’의 주 참조.
13217사리. 유골. 특히 부처님이나 성자의 유골을 이른다. sarira.
13218인천. 원문은 ‘天人’. 천상계의 중생과 인간계의 중생.
13219복전. 사람들이 공덕을 심을 수 있는 밭. 불․법․승을 예배․공양하면 복을 받게 되는 점에서 이를 밭에 비유한 말이다.
[석첨] 이 중에서는 *셋만이 다른 것이 된다. 그런데 입녈반상(入涅槃相)의 다름을 설하는 글 중에서 ‘사리를 머물러 두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살피건대, 아래의 본문(本門) 중에서 통불에 대해 다루면서 ‘한가지로 *회단(灰斷)에 든다’고 말한 것은, *이 가르침의 *두 가지 것이 일정치 않은 까닭에 *이둔(利鈍)의 보살의 보는 바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於中三異. 涅槃異中, 言留舍利者. 若下本門中, 通佛亦言同入灰斷者, 當敎二義不定故. 利鈍菩薩, 所見不同故.
13220셋만이 다름. 원문은 ‘三異’. 성도상․전법륜상․입녈반상(입멸상)의 셋만이 삼장교와 차이가 난다는 것.
13221회단. 3923의 ‘灰斷入滅’의 주.
13222이 가르침. 원문은 ‘當敎’. 여기서는 통교를 가리킨다.
13223두 가지 것이 일정치 않음. 원문은 ‘二義不定’. 같은 통교 중에서도 회단(灰斷)과 상주(常住)가 일정치 않은 것. 둔근의 보살은 부처님을 회단하는 것으로 여기고, 이근의 보살은 상주(영원)하시는 것으로 이해한다는 뜻. 이의(二義)는 둘․두 가지 것을 의미할 뿐, 두 도리․두 뜻의 의미는 아니다.
13224이둔의 보살의 보는 바가 같지 않음. 원문은 ‘利鈍菩薩, 所見不同’. 둔근의 보살은 단공(但空)을 보고, 이근의 보살은 불공(不空)을 본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