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왜 그런가. 통교는 처음에서 끝에 이르도록 상주의 도리를 관하는 일을 밝히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 사이에서 무명을 깰 수 있겠는가. 또 별교의 경우는 초심(初心)에서 상주의 도리를 알아 초지(初地)에서는 이미 무명을 깨는 터인데, 어떻게 八지에서야 비로소 무명을 깬다는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何者. 通敎始終, 不明觀常, 何得中間而破無明. 別敎初心, 卽知常住, 初地已能破無明. 云何八地始破無明.
[석첨] 셋째로 ‘此乃’ 아래는 바로 판정한 말이다.
三此乃下, 正判.
[석첨] ‘이는 곧 *별접통(別接通)의 취지일 따름이다.’
此乃別接通意耳.
13294별접통. 6681의 주.
[석첨] 질문. ‘대지도론(大智度論)은 *세 곳에서 *초염(初燄)에 대해 밝히고 있거니와, 별교와 원교에 입각한다면 다 *발진(發眞)을 취해 초염이라 하는 터인데도, 통교는 어찌해 간혜지(幹慧地)를 취해 초염이라 하는 것인가.’
대답. ‘별교와 원교는 *각각 한 가지 근성(根性)에 머무르니, 그러므로 발진(發眞)을 초염이라 한다. 그러나 통교는 *많은 종류의 근성에 머무르니, 소위 *별원입통(別圓入通)이다. 그러므로 *함용(含容)해서 간혜지를 취하는 것 뿐이다. 따라서 *둔근(鈍根)인 자는 팔인지(八人地)․견지(見地)가 초염일 것이나, 이근(利根)인 자는 간혜지에서 능히 번뇌를 끊으니, 그러므로 이것이 초염이 되는 것이다.
問. 大論三處明初燄. 約別圓, 皆取發眞爲燄. 通敎何意取幹慧爲燄. 答. 別圓各逗一種根性, 故用發眞爲初燄. 通敎爲逗多種根性, 所謂別圓入通, 故含容取幹慧耳. 若鈍者, 八人見地是初燄. 利者, 於幹慧卽能斷結, 故是初燄.
13295세 곳. 원문은 ‘三處’. 세 군데서 초염을 밝히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으나 대지도론에는 해당하는 글이 안 보인다. 그러므로 ‘세 곳’이란 통교․별교․원교의 세 가르침을 이른다고 봄이 옳다.
13296초염. 처음의 불꽃. 처음으로 진리에 상응(相應)하는 지혜를 비유한 말.
13297발진. 진무루지(眞無漏智)를 일으키는 일.
13298각각 한 가지 근성에 머무름. 원문은 ‘各逗一種根性’. 원교는 원교의 근기를 상대하고, 별교는 별교의 근기를 상대할 뿐이라는 것. 두(逗)는 그 근기에 머물러 다른 근기와는 관계를 맺지 않는 뜻. ‘근성’은 중생의 자질.
13299많은 종류의 근성. 원문은 ‘多種根性’. 통교는 처음부터 三승 공통의 가르침인데가 별접통․원접통 따위 이근(利根)도 섞여 있음을 말한다.
13300별원입통. 별입통과 원입통이니, 별접통․원접통과 같다. 6681의 ‘別接通’과 6682의 ‘圓接通’의 주.
13301함용. 다른 것이 포함되어 있는 것. 여기서는 통교의 간혜지가 별교․원교에 포함되어 있는 점을 이른다. 그러므로 이근인 자에게는 피접(被接)이 있는 것이다.
13302둔근인 자는 팔인지․견지가 초염임. 원문은 ‘若鈍者, 八人見地是初燄’. 둔근은 통교에 머물러서 팔인지․견지에서야 번뇌를 끊고 진리를 보는 까닭이다.
[석첨] 두 번째의 질문이다. 묻기를 ‘대지도론은 세 곳에서 *초주(燋炷) 따위를 밝히고 있거니와……’라 함은, *간혜지(幹慧地)․초지(初地)․초주(初住)를 가리킨다. 이를 구체적으로 지적하건대 대지도론 四八에서는 *사십이자문(四十二字門)을 밝혔으니, 곧 초주 이상이요, 그 四九에서는 보살의 초지인 환희지(歡喜地)와 제십지(第十地)인 법운지(法雲地)를 밝힌 다음, 자세히 초지에서는 *치지업(治地業)을 닦을 것임을 밝혔고, 이 글의 뒤에 이어 곧 이르되, ‘다시 수행의 경지에는 두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단보살지(但菩薩地)요, 둘째는 *공보살지(共菩薩地)니, 소위 간혜지 내지 불지(佛地)다.’
하였으니, 그러므로 *삼교(三敎)의 그것임이 명백함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이 글 중에서 질문한 취지는 *마하지관과 약간 다름이 있는 듯함을 알 수 있으니, 여기에서는 삼교를 가지고 질문을 삼아, 견지(見地)의 초주(燋炷)에 대하여는 내버려두어 논하지 않은 것이다. 만약 이 취지를 이해한다면, 마하지관의 글은 분명히 스스로 다름을 알 것이다.
次問者. 問大論三處明燋炷等者, 謂幹慧地初地初住. 大論四十八, 明四十二字門, 卽初住已上也. 第四十九, 明菩薩初歡喜也. 乃至法雲地, 廣明修治地業. 續此文後卽云. 復次地有二種. 一者但菩薩地. 二者共菩薩地. 所謂幹慧地, 乃至佛地. 故知三敎明矣. 故知此中問意, 與止觀稍似有殊. 此以三敎爲問, 見地燋炷, 置而不論. 若得此意, 則止觀文, 宛然自別.
13303초주. 대반야경 심오품(深奧品)에 나오고, 대지론 七五에서 이를 다루고 있다. 초주는 불꽃이 심지를 태우는 일. 등불이 타고 있을 때, 처음의 불꽃이 심지를 태우고 있는 것도 아니며, 처음의 불꽃을 떠난 다른 불꽃이 심지를 태우고 있는 것도 아니며, 뒤의 불꽃이 심지를 태우고 있는 것도 아니며, 뒤의 불꽃을 떠난 다른 불꽃이 심지를 태우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 초심(初心)에 의해 보리를 얻음도 아니며 이를 떠나서 보리를 얻음도 아니며, 후심(後心)에서도 동일함을 비유하신 말씀. 대지도론은 이를 해석하여 등은 보살도(菩薩道)를 비유하고, 심지[炷]는 무명 따위 번뇌, 불꽃은 초지의 상응지혜와 내지는 금강삼매의 상응지혜를 비유함이라 했다. “현의”에서 초염(初燄)이라 한 것을 ‘초주’로 대신하고 있는데, 불꽃과 심지가 타는 일은 성질이 비슷하다 여긴 때문일 것이다.
13304간혜지․초지․초주. 간혜지는 삼승공위(三乘共位)의 첫 자리니 통교에 속하고, 초지는 보살만의 수행의 첫 위계인 점에서 별교에 속하고, 초주 또한 보살만의 수행의 위계인 십주(十住) 속의 첫 자리나, 사십이자문에 결부시킨 것으로도 드러나듯 원교에 속한다고 본 것이다.
13305사십이자문. 四二의 산스크리트 글자의 하나하나를 공의 진리로 해석한 것. 글자를 통해 진리를 설하므로 자문(글자의 법문)이라 한 것. 아(a)는 일체법(一切法)의 불생(不生)임을 이른다는 따위 해석이 그것이다.
13306치지업. 초지(初地)에서 닦아야 하는 열 가지 수행이니, 자세히는 십사치지업(十事治地業)이라 한다. 심심견고(深心堅固)․일체중생중등심(一切衆生中等心)․사심여인(捨心與人)․친근선지식(親近善知識)․구법(求法)․상출가(常出家)․애요(愛樂)․연출법교(演出法敎)․파교만법(破燆慢法)․실어(實語)의 열 가지. 대반야경 발취품(發趣品)에서 설해졌다.
13307단보살지. 보살에만 통용되는 십지. 곧 별교의 십지.
13308공보살지. 이승(二乘)과 보살에 공통하는 십지. 곧 삼승공십지.
13309삼교. 통교․별교․원교.
13310마하지관과 약간 다름이 있는 듯함. 원문은 ‘與止觀稍似有殊’. 이 글에서는 별접통․원접통을 고려해 넣었으므로 간혜지에서 번뇌를 끊는 것으로 쳤으나, 마하지관은 삼승공위에 입각해 간혜지에서 번뇌를 끊는 보살도 있다 했다고 한 것을 이른다. 마하지관 六 참조.
[석첨] 질문. ‘*이근(利根)인 사람에게는 응당 십지(十地)가 없다고 할 것인가.’
대답. *‘고루 있다. 근기가 뛰어난 까닭에 *그러므로 위계를 따로 제정하지 않은 것 뿐이다.’
問. 利人應無十地. 答. 備有. 以根利故, 故不制位耳.
13311이근인 사람. 원문은 ‘利人’. 특히 근기가 뛰어난 사람.
13312고루 있음. 원문은 ‘備有’. 이근․둔근과 관계없이 십지는 있다는 뜻.
13313그러므로 위계를 따로 제정하지 않음. 원문은 ‘故不制位’. 이근을 위해 특별히 위계를 만들지는 않았다는 것. 일반적인 것을 근거로 했기 때문이다.
[석첨] 다음으로 묻기를 이근인 사람에게는 응당 십지가 없다고 할 것이냐 한 것에 대해 살피건대, 물음의 취지인즉 이근인 사람은 이미 초지(初地)에서 견혹(見惑)을 끊는 터이므로 응당 이지(二地) 내지 사지(四地)에서는 사혹(思惑)을 끊고, 육지(六地)․칠지(七地)에서는 성불할 것이니, 그렇다면 *십지(十地)는 없음이 되지 않느냐 함이요, 대답의 취지인즉 *교문(敎門)에는 모든 근기의 사람이 고루 있으므로 이근인 사람을 위해 따로 위계를 제정하지는 않았으니, *초과(超果)해서 아라한을 얻는 것 같은 일이 있다손 치더라도, *다른 삼과(三果)로 하여금 해당하는 사람이 없게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次問利人應無十地者. 問意. 利人旣於初地斷見, 應二地乃至四地斷思, 六七地成佛. 是則無十地耶. 答意者. 敎門具有, 於利人不制. 秖如超果得阿羅漢, 可今餘三果亦無人耶.
13314십지. 제십지(第十地). 곧 불지(佛地).
13315교문. 교상(敎相)의 면.
13316초과. 12184의 주.
13317다른 삼과. 원문은 ‘餘三果’. 사과(四果)에서 아라한과를 제외한 세 과. 곧 수다원과․사다함과․아나함과.
[석첨] 질문. ‘별교․원교에도 이근(利根)인 사람이 없다는 것인가.’
대답. ‘비록 이근․둔근이 있기는 해도 *근성(根性)이 *순일(純一)하므로 다만 한 가지 설을 내세움이니, 의당 이같이 보아야 한다.’
問. 別圓無利人耶. 答. 雖有利鈍, 以根性純故, 但作一說, 宜如此也.
13318근성. 중생의 자질. 근기.
13319순일. 원문은 ‘純’. 순수함. 다른 성질의 것이 뒤섞이지 않은 것.
[석첨] 다음으로 질문한 취지는, 별교․원교에 만약 이근인 사람이 있다면 응당 *지전(地前)․*주전(住前)에 있어서도 *초주(燋炷)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함이요, 대답의 취지는 비록 이근․둔근이 있다 해도 *단위(斷位)는 반드시 일정하다는 것이다.
次問意者. 別圓若有利人, 應在地前住前燋炷耶. 答意者. 雖有利鈍, 斷位必定.
13320지전. 초지(初地) 이전.
13321주전. 초주(初住) 이전.
13322초주. 12673의 주.
13323단위는 반드시 일정함. 원문은 ‘斷位必定’. 통교에서 이근인 사람은 별교․원교에 비약하는 피접(被接)이 이루어지긴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통교의 취지에서는 위계가 일정해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위’는 번뇌를 끊는 위계니, 곧 수행의 위계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