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화엄경에서는 사십일지(四十一地)를 밝히니, *삼십심(三十心)․십지(十地)․불지(佛地)다. 영락경에서는 *오십이위(五十二位)를 밝히고, *인왕경(仁王經)에서는 *오십일위(五十一位)를 밝히고, 신금광명경(新金光明經)에서는 다만 십지․불과(佛果)를 내보이고, *승천왕반야경(勝天王般若經)에서는 *십사인(十四忍)을 밝히고, *대품(大品)에서는 오직 십지만을 밝혔다. 그리고 녈반경에서는 *오행(五行)․*십공덕(十功德)을 밝혔는데, 도리에 입각해 위계에 배당컨대 삼십심․십지․불지를 연 것도 같은데, 경의 글에서는 이름을 내놓고 있지 않다.
若華嚴明四十一地. 謂三十心․十地․佛地. 纓絡明五十二位. 仁王明五十一位. 新金光明經, 但出十地․佛果. 勝天王般若明十四忍. 大品但明十地. 涅槃但明五行十功德. 約義配位, 似開三十心․十地․佛地, 而文不出名.
13392삼십심. 십주․십행․십회향.
13393오십이위. 보살의 위계를 십신․십주․십행․십회향․십지․등각․묘각으로 구별한 것.
13394인왕경. 원문은 ‘仁王’. 인왕반야경이니 대반야경의 일부다.
13395오십일위. 앞의 오십이위에서 등각을 생략하면 五一이 된다.
13396승천왕반야경. 대반야경의 일부다.
13397십사인. 삼현(三賢)과 십지를 십삼인(十三忍)이라 하고, 묘각에 해당하는 정각인(正覺忍)을 추가해 一四인이라 한 것.
13398대품. 1302의 주.
13399오행. 9589의 주.
13400십공덕. 보살이 녈반을 수행할 때에 얻는 열 가지 공덕. 덕왕품(德王品)에서 설해졌는데, 번거로우므로 생략한다.
[석첨] 두 번째는 논(論)이다.
次論.
[석첨] 또 십지론․섭대승론․지지론․십주비바사론․대지도론에서는 다 보살의 지위를 해석하고 있으나, 다소의 나고 듦이 있어 동일하지 않다…….
又十地論․攝大乘論․地持論․十住毘婆沙論․大智度論, 竝釋菩薩地位, 而多少出沒不同云云.
[석첨] 십지론은 오직 화엄경의 십지품(十地品)을 해석했을 뿐이다. 섭대승론의 제七은 제四의 인과승상(因果勝相)을 해석하는 중에서, 역시 다만 환희지 따위 십지(十地)를 밝히고 있을 따름이다. 지지론 중에서는 *종성(種性) 따위 육위(六位)를 밝히고 있는데, 마하지관 제五에서 인용된 논의 글과 같다. 십주비바사론은 처음의 글에서 다만 십지를 밝힌 것 뿐이니, 다음으로 *지상(地相)을 해석한 것에도 역시 여러 위계는 나타난 바 없다. 대지도론은 간략히 통교․별교의 위계를 나타내 보였는데, 글은 다만 예를 인용하는 데 그쳤다. 그러므로 여러 논들에서 위계를 밝힌 내용은 엉성하고 간략함을 알게 된다.
十地論, 唯釋華嚴十地品. 攝大乘第七, 釋第四因果勝相中, 亦但明歡喜等十地而已. 地持中, 明種性等六位, 如止觀第五所引論文. 十住婆沙初文, 但明十地而已. 次釋地相, 亦無諸位. 大論略出通別, 文但引例. 故知諸論, 明位粗略.
13401종성 따위 육위. 원문은 ‘種性等六位’. (1)종성주(種性住)는 불도를 성취할 성질이 성숙해 퇴실함이 없음이니, 위계로는 십주․십행에 해당한다. (2)해행주(解行住)는 이해와 수행이 진정하여 중도관을 배우는 경지에 머무름이니, 십회향에 해당한다. (3)정심주(淨心住)는 견혹을 끊어 아상(我相)을 떠났음을 이르니, 초지(初地)의 경지다. (4)행도적주(行道迹住)는 중도관을 익혀 사혹을 끊었으나 깨달음의 자취가 남아 있는 일이니, 이지(二地)에서 칠지(七地)에 이르는 보살이다. (5)결정주(決定住)는 이미 결정적으로 진리를 얻은 단계니, 팔지(八地)․구지(九地)의 보살이다. (6)의 구경주(究竟住)는 깨달음이 최고의 이른 경지니, 십지(十地)가 이것이다.
13402지상. 십지의 특질.
[석첨] 두 번째로 교상(敎相)과 단복(斷伏)이 같지 않음을 밝혔다.
次明敎相斷伏不同.
[석첨] 또 *단복(斷伏)의 높고 낮음 또한 다르며, 여러 법문(法門)에 대(對)하건대 *위계 또한 다르다.
又斷伏高下亦異. 對諸法門, 行位亦復殊別.
13403단복. 12026의 주.
13404위계. 원문은 ‘行位’. 수행의 위계.
[석첨] 글 그대로다.
如文.
[석첨] 셋째로 교상의 같지 않은 취지를 밝힌 것 중에 둘이 있다. 먼저 *성교(聖敎)의 *대의(大意)를 밝혔다.
三明意中二. 先明聖敎大意.
13405성교. 부처님의 가르침.
13406대의. 큰 취지. 근본적 취지.
[석첨] 그런 까닭은 이미 *계내(界內)․*계외(界外)의 *생법양신(生法兩身)의 보살의 위계를 밝힘으로써, 여래께서는 방편으로 *사실단(四悉檀)을 사용해 계내의 중생을 교화하사 근기를 따라 이익을 주시니, 어찌 *일정하게 설하실 수 있겠는가. 널리 경론(經論)을 찾아보지 않는다면 눈 없는 주제에 해의 생김새를 놓고 언쟁을 벌임과 같을 것이다.
所以然者. 旣明界內界外, 生法兩身菩薩行位. 如來方便, 用四悉檀, 化界內衆生, 隨機利益, 豈得定說. 不廣尋經論, 如無目諍日.
13407계내. 3721의 주.
13408계외. 3723의 주.
13409생법양신의 보살. 원문은 ‘生法兩身菩薩’. 생신보살과 법신보살. 십지(十地)의 위계에 오른 보살부터를 법신보살이라 하고, 그 이하를 생신보살이라 한다.
13410사실단. 2360의 주.
13411일정하게 설함. 원문은 ‘定說’.
[석첨] 다음으로 ‘今若’ 아래서는 *금가(今家)의 성교(聖敎)를 쓰는 취지를 밝혔다. 이것에 또 넷이 있다. 처음에서는 전체적으로 대의를 나열하니, 취지가 *초심(初心)의 *행인(行人)으로 하여금 불도에 드는 바른 뜻을 이루게 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次今若下, 明今家聖敎意. 又四. 初總列大意. 意在爲成初心行人入道正意.
13412금가. 1523의 주.
13413초심. 3064의 주.
13414행인. 수행하는 사람. 행자.
[석첨] 이제 만약 *위수(位數)를 밝힌다면 영락경․인왕경에 의거할 것이며, 만약 단복(斷伏)의 높고 낮음을 밝힌다면 *대품(大品)의 *삼관(三觀)에 의거할 것이며, 만약 법문에 대한다면 녈반경에 의거할 것이니, 여러 경의 취지를 쓰는 것에 의해, 함께 초심의 *관교양문(觀敎兩門)을 이루어 분명케 해 주고자 하는 것 뿐이다.
今若明位數, 須依纓珞仁王. 若明斷伏高下, 須依大品三觀. 若對法門, 須依涅槃. 用衆經意, 共成初心觀敎兩門, 使分明耳.
13415위수. 수행의 위계. 십주(十住)․십행(十行) 따위 수자(數字)로 표시되었기에 위수라 한 것.
13416대품. 대반야경.
13417삼관. 2345의 주.
13418관교양문. 관심문(觀心門)과 교상문(敎相門). 불도의 수행을 실천의 면과 이론의 면으로 나눈 것. 관심문은 불법의 진수를 깨닫기 위한 실천수행의 면. 교상문은 여러 경전에 나타난 가르침의 내용을 분류․정리․비판하여 그 진수를 이해하는 일. 이 둘을 수레의 두 바퀴와 새의 두 날개에 비유하여 서로 의존하고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있다 하여, 천태종에서는 어느 한편에 기울어지는 것을 배격한다. 흔히 교상문을 앞에 놓아 교관이문(敎觀二門)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석첨] 만약 *위계의 차례가 없다면 무엇을 가지고 *문현사제(聞賢思齊)를 해내며, 무엇을 가지고 *증상만(增上慢)의 죄를 넘어서겠는가. 만약 *근기에 응함에 있어 자취를 달리하는 결과가 온다 해도 저들의 기뻐하는 바에 맡기면 되는 것 뿐이니, 그러므로 위에서와 같이 *들쑥날쑥해 동일치 않게 설하신 것이다. 만약 초심의 *교관(敎觀)을 이루게 하려 한다면, 그런 까닭에 잠시 *세 경전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若無位次, 將何以爲聞賢思齊, 將何以越增上慢罪. 若赴機異轍, 任彼所忻, 故使如上參差不等. 若爲成初心敎觀, 故且用三經.
13419위계의 차례. 원문은 ‘位次’. 위계는 처음부터 차례를 따라 세워지므로, 위차는 위계의 뜻으로 보아 무방하다.
13420문현사제. 어진 이의 일을 듣고 그와 같아지기를 생각하는 것. “논어” 이인편(里仁篇)의 ‘見賢思齊’의 인용이다.
13421증상만. 2337의 주.
13422근기에 응함에 있어 자취를 달리함. 원문은 ‘赴機異轍’. 근기에 따라 교화하시매 설하시는 법이 달라진다는 것. 철(轍)은 수레바퀴의 자죽이니, 설하신 가르침의 비유.
13423들쑥날쑥함. 원문은 ‘參差’. 가지런하지 않은 모양. 음은 ‘참치’.
13424교관. 교상문과 관심문.
13425세 경전. 원문은 ‘三經’. 영락경과 인왕경에서 밝힌 위계는 거의 동일하므로 둘을 하나의 경전으로 계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