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둘째로 ‘諸聖’ 아래에서는 수행에 있어 경계하라고 권하신 내용이다.

次諸聖下, 誡勸修行.

 [석첨] *제성(諸聖)의 상위(上位)는 범부의 능히 헤아릴 바 아니니 어찌 함부로 설해서 되랴. 그런데도 대강 대의를 알리는 것은, 행인(行人)의 증상만의 마음을 깨기 위함이며, 또 경문(經文)을 *해석하여 *중생을 이끌어 *도(道)를 향해 나아가게 하기 위함이니, 어느 한쪽에 집착해서 시비를 *다툴 일이 아니다.

諸聖上位, 非凡能測, 豈可妄說. 粗知大意者, 爲破行人增上慢心. 又爲銷經文, 引物怖向. 不可偏執, 諍競是非也.

13426제성의 상위. 원문은 ‘諸聖上位’. 성자들 중의 높은 위계.
13427해석함. 원문은 ‘銷’.
13428중생을 이끌어. 원문은 ‘引物’.
13429도를 향해 나아감. 원문은 ‘怖向’. 자발적으로 원해서 나아가는 일.
13430다툼. 원문은 ‘諍競’. 논쟁을 벌여 승부를 다투는 것.

 [석첨] 셋째로 ‘今判’ 아래서는, 바로 세 경전을 쓰는 취지를 보였다.

三今判下, 正是用三經意.

 [석첨] 이제 위계의 *명수(名數)를 구별함에 있어 영락경․인왕경에 의거함은, *화엄(華嚴)의 돈교(頓敎)는 다분히 *원단(圓斷)의 사십일지(四十一地)를 밝히되 십신(十信)의 이름을 내보이지 않았고, *여러 대승경들은 다분히 여러 법문을 밝히되 바로 위계는 구별하지 않았고, *전사시(前四時)의 반야경은 다분히 보살의 *관행법문(觀行法門)의 취지를 밝히되 또한 위계를 구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今判位名數, 依纓珞仁王者. 華嚴頓敎, 多明圓斷四十一地, 不出十信之名. 諸大乘經, 多明諸法門, 不正辨位. 前四時般若. 多明菩薩觀行法門意, 亦不正辨位.

13431명수. 이름과 수효.
13432화엄의 돈교. 원문은 ‘華嚴頓敎’. 화엄경은 돈교를 대표하는 경전이다.
13433원단. 원교에서 미혹을 끊는 일. 곧 견사혹․진사혹․무명혹의 셋을 일시에 끊는 것을 이른다. 원교의 보살은 초주(初住) 때에 이런 일을 이루는 것이어서, 그 이상의 위계는 별교에 속한다.
13434여러 대승경. 원문은 ‘諸大乘經’. 위계에 언급함이 없는 일반적인 대승경전.
13435전사시의 반야. 원문은 ‘前四時般若’. 대반야경에는 마하․금강․천왕․광찬․인왕의 오시(五時)가 있어, 인왕반야를 제외한 사시(四時)의 반야경을 이른다는 것.
13436관행법문. 관심문의 뜻. 12765의 ‘觀敎兩門’의 주 참조.

 [석첨] 그러므로 *금가(今家)는 세상 사람들이 경론(經論)을 해석함과는 같지 않아, 다만 *법상(法相)에 의거해 위계를 나눌 따름이다. 이제 *일가(一家)의 별교의 위계에 있어, 만약 영락경에 의지하지 않는다면 *위계에 시종(始終)이 없을 것이며, 만약 *대품(大品)에 의하지 않는다면 여러 위계에 전적으로 단혹(斷惑)의 높고 낮음과 *용관(用觀)의 *차별이 없을 것이며, 만약 녈반경에 의지하지 않는다면 보살의 *원행(願行)의 얕고 깊은 양상에 대해, 그 멀고 가까움을 알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 경전이 *서로 어울리는 것에 의해 그 전체를 완성시키는 터이니까, 부처님의 뜻에는 아무런 손실도 없는 것이 된다.

是故今家, 不同世人解釋經論, 但依法相, 列位而已. 今一家別位. 若不依纓珞, 則位無始終. 若不依大品, 則諸位全無斷惑高下, 用觀分齊. 若不依涅槃, 則菩薩願行淺深相狀, 遠近莫知. 三經相成, 佛旨無失.

13437금가. 1523의 주.
13438법상. 가르침의 특질.
13439일가. 960의 주.
13440위계의 시종. 원문은 ‘始終’. 수행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나느냐 하는 점. 영락경은 수행의 시초인 십신에서 부처님의 성도인 묘각까지를 밝히고 있으므로, 수행의 시종을 다 제시한 것이 된다.
13441대품. 대반야경.
13442용관. 마음으로 진리를 관해 염하는 일.
13443차별. 원문은 ‘分齊’.
13444원행. 서원과 수행.
13445서로 어울리는 것에 의해 그 전체를 완성함. 원문은 ‘相成’.

 [석첨] 넷째로 세 글을 해석하니, 글은 스스로 셋이 되었다.

四釋三文自爲三.

 [석첨] 이제 이르노니, 영락경의 오십이위(五十二位)는 *이름과 의미를 가지런히 갖추니, 아마도 여러 *대승방등(大乘方等)의 별교․원교의 위계를 *맺은 것이며, *인왕반야경에서 오십일위(五十一位)를 밝힘은 아마도 *전사시반야(前四時般若)의 별교․원교를 맺은 것이리라. 이에 비해 법화경은 다만 *개권현실(開權顯實)하여 하나의 원교의 위계를 드러냈고, 녈반경의 대의(大意)는 또한 별교․원교의 두 위계를 밝히면서도 *이름을 집어내 보이지는 않았다…….

今謂瓔珞五十二位, 名義整足, 恐是結諸大乘方等別圓之位. 仁王般若, 明五十一位, 恐是結成前四時般若別圓之位也. 法華但開權顯實, 顯一圓位. 涅槃大意, 亦明別圓兩位, 不摘出名目云云.
 
13446이름과 의미. 원문은 ‘名義’.
13447대승방등의 별교․원교. 원문은 ‘大乘方等別圓’. 방등시의 경전에 나타난 별교와 원교. 별교의 처지에서 오십이위(五十二位)를 세웠으나, 초지(初地) 이상은 원교에 속하므로 별교․원교에 아울러 연관함이 된다.
13448맺음. 원문은 ‘結’. 결론을 짓는 것. 확정짓는 뜻.
13449인왕반야경. 원문은 ‘仁王般若’. 대반야경의 일부.
13450전사시반야. 12782의 주.
13451개권현실. 251의 주.
13452이름을 집어내 보이지 않음. 원문은 ‘不摘出名目’. 십신․십주 따위 구체적 명칭은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 명목(名目)은 명칭.

 [석첨] 처음으로 영락경․인왕반야경에 의거하는 중에서 ‘전사시반야(前四時般若)’라 말한 것에 대해 살피건대, 옛날에는 반야경을 판별(判別)하여 모두 오시(五時)가 있다 했으니, 첫째는 *마하반야경이요, 둘째는 *금강반야경이요, 셋째는 *천왕반야경(天王般若經)이요, 넷째는 *광찬반야경(光讚般若經)이요, 다섯째는 *인왕반야경(仁王般若經)이라는 것이나, 이는 또한 전적으로 채택할 것은 되지 못한다. 그렇기는 하나 마하반야경이 반드시 인왕반야경 앞에 있었을 것은 확실하다. 무엇으로 그런 줄을 안다는 것인가. 인왕반야경에서는 이르되,
 ‘여래께서 성도하신지 二九년에, *먼저 저희들을 위해 마하반야경을 설하셨다.’
고 했으니, 그러므로 인왕반야경이 뒤에 있음이 명백하다.
 *그리고 광찬반야경은 제경목록(諸經目錄)을 따르건대, ‘홍시(弘始) 五년 四월 二三일에 대품반야경을 번역해 마치니, 二七권으로 이루어졌다’고 함이 이것이다. 후일 *축법호(竺法護)는 진(晉)의 태강(太康) 원년에 *상질(上帙)을 번역해 광찬반야경이라 하고, 또 *주사형(朱士衡)은 번역해 二0 권으로 하여 방광반야경(放光般若經)이라 이름붙이고, *구마라습은 또 거듭 번역해 一0 권으로 하여 소품반야경(小品般若經)이라 이름붙이고, *지참(支讖)은 또 번역해 一0 권으로 하여 도행반야경(道行般若經)이라 이름붙이고, 또 어떤 사람은 번역해 五 권으로 하여 대명도반야경(大明度般若經)이라 이름붙이고, 또 어떤 사람은 번역해 광찬반야경을 간략히 하여 대명도반야경이라 이름붙이고, 또 어떤 사람은 번역하여 광찬반야경을 간략히 하여 대지무극반야경(大智無極般若經)이라 이름붙이고, 또 어떤 사람은 번역해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이라 이름붙이기도 했다. 마땅히 알지니 광찬반야경은 오직 대품반야경의 상질이지만 후일에 이를 번역했기에 이름이 달라진 것 뿐이니, 그러므로 다른 시기에 설해진 뜻으로 볼 일은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인왕반야경․승천왕반야경과 순차적으로 설해진 것이라는 견해는 전적으로 채택할 일은 되지 못한다. 그리고 법화경의 취지로 말하자면 *두루 포섭하고 있기는 하나 *명위(名位)가 드러나지 않았으니, 그러므로 다만 두 경을 쓰는 것이다.

初依瓔珞仁王中, 言前四時般若者. 古判般若, 總有五時. 一摩訶. 二金剛. 三天王. 四光讚. 五仁王. 此亦未可全用. 雖然, 摩訶定在仁王之前. 何以知然. 仁王云. 如來成道二十九年, 先已爲我說摩訶般若. 故知仁王在後明矣. 若光讚經, 準諸經目錄, 弘始五年四月二十三日譯大品竟, 二十七卷成者是也. 後竺法護, 晉太康元年, 譯上帙爲光鑽. 又朱士衡, 譯爲二十卷, 名放光般若. 羅什又重譯爲十卷, 名小品. 支讖又譯爲十卷, 名道行. 又有人譯爲五卷, 名大明度. 又有人譯略光讚, 名大明度. 又有人譯略光讚, 名大智無極. 又有人譯, 名大品. 當知光讚, 秖是大品上帙, 在後譯之, 故不可以爲別時義也. 爲是義故, 與仁王天王而爲次第者, 未可全用. 法華意雖該攝, 且名位不彰, 故但用二經.

13453마하반야경. 원문은 ‘摩訶’. 마하반야바라밀경. 二七 품으로 구성되고, 흔히 대품반야경이라 일컬어진다.
13454금강반야경. 원문은 ‘金剛’. 소위 금강경이다. 대반야경의 제구회(第九會)에 해당한다. 13455천왕반야경. 원문은 ‘天王’. 대반야경의 제육회(第六會)에 해당한다.
13456광찬반야경. 대반야경의 제二회․제三회에 해당한다. 이역(異譯)으로는 대품반야경․방광반야경이라고도 일컬어진다.
13457인왕반야경. 대반야경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13458먼저 저희들을 위해 마하반야경을 설하셨다. 원문은 ‘先已爲我說摩訶般若’. 인왕반야경에서 ‘大覺世尊, 前已爲我等, 說摩訶般若․金剛般若․天王問般若․光讚般若波羅蜜’의 인용이다. 그러므로 앞에 반야경에 오시(五時)가 있다고 한 근거가 여기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여러 반야경 중에서 생각나는 이름을 든 것일 뿐, 그것이 꼭 경전 성립의 순서를 나타낸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13459그리고 광찬반야경은. 원문은 ‘若光讚經’. 약(若)은 글 처음에 놓이는 뜻 없는 말이다.
13460축법호. 월지국 스님으로 중국에 와서 정법화경․현겁경등을 번역했다.
13461상질. 질(帙)은 책갑을 뜻하고, 책의 차례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러므로 상질이란 대반야경의 위쪽 부분을 의미할 것이니, 그 二회․三회임을 나타낸다.
13462주사형. 주사행(朱士行)이라고도 한다. 동진(東晉) 스님. 도행반야경을 연구 하다가 미진한 점이 있음을 발견하고, 우전국에 들어가 범본(梵本)을 구해 제자로 하여금 가지고 귀국케 하니, 이를 번역한 것이 방광반야경이다. 본인은 우전국에서 죽었다.
13463구마라습. 원문은 ‘羅什’. 구자국 스님. 후진(後秦)의 401 년 중국에 와서 성실론․십송률․대품반야경․묘법연화경․아미타경․중론․대지도론․십주비바사론 등을 번역해 중국불교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13464지참. 지루가참(支婁迦讖)이라고도 한다. 후한(後漢) 때 사람. 월지국 스님으로 중국에 와서 반주삼매경․무량청정평등각경 따위를 번역했다.
13465두루 포섭함. 원문은 ‘該攝’. 법화경에서는 삼초이목(三草二木)․오품(五品)․육근청정(六根淸淨)․개시오입(開示悟入)․개권현실 따위가 설해짐으로써 온갖 위계를 남김 없이 거두어들이고 있다는 것.
13466명위가 드러나지 않음. 원문은 ‘名爲未彰’. 수행의 위계를 명확히 드러내 설하지는 않았다는 뜻.

 *반야경은 반야사상의 발전에 따라 갖가지 경전이 제작되고, 또 그것이 여러 사람에 의해 한역되는 중에서 명칭도 달라졌으므로, 그 내용은 매우 복잡하다. 이런 여러 반야경을 집대성한 것이 현장(玄奘)에 의해 번역된 대반야바라밀다경이니, 흔히 대반야경이라 일컬어지는 그것이다.

 [석첨] *단복(斷伏)의 높고 낮음은 대품반야경의 *삼관(三觀)에 의거하건대, *수행의 차례에 있어 적합하다.
 *관행(觀行)의 법문에 대함에 있어 녈반경의 *오행(五行)에 의거함은, 말세의 중생으로서 도(道)에 들어감에 적합하다. 왜 그런가. 별교에서는 관행을 밝힘에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이승(二乘)과는 공통하지 않게 설해진 관행이어서 화엄의 *십지론(十地論)․*지지경(地持經)의 *구종(九種)의 계정혜(戒定慧)와 *섭대승론(攝大乘論)이 이것이요, 둘째는 이승과 공통하게 설해진 관행이어서 대품․*중론(中論)․*석론(釋論)이 이것이거니와, 이제 녈반경의 오행(五行)은 *범부에서 극위(極位)에 이르게 하니, 그러므로 말세의 *행용(行用)에 있어 요긴함이 되는 것이다.

斷伏高下, 依大品三觀者, 於次第義便也.
對觀行法門, 依涅槃五行者, 正是末代入道所宜也. 何者. 別敎明觀行有二種. 一者不共二乘說, 如華嚴十地論․地持九種戒定慧․及攝大乘論等是也. 二者共二乘說, 如方等․大品․中論․釋論是也. 今涅槃五行, 從凡至極, 故是末代行用爲要也.

13467단복. 12026의 주.
13468삼관. 2345의 주.
13469수행의 차례에 있어 적합함. 원문은 ‘次第義便’. 수행의 차례라는 면에서 볼 때 적합하다는 것. 삼관은 삼혹(三惑)을 끊는 순서를 따르는 관법이기 때문이다.
13470관행. 4601의 주.
13471오행. 9589의 주.
13472십지론. 화엄경의 십지품을 해석한 십지경론(十持經論). 세친(世親)의 저서.
13473지지경. 원문은 ‘地持’. 2459의 주.
13474구종의 계정혜. 원문은 ‘九種戒定慧’. 지계바라밀․선정바라밀․지혜바라밀에 각각 아홉 종류가 있다는 뜻. 지지경에서는 六바라밀에 각각 아홉 종류가 있다고 설해졌는데, 그 중의 계․정․혜의 바라밀만을 든 것이다. 내용이 번잡하므로 내용은 생략하나, 자세한 것은 그 五품 참조.
13475섭대승론. 2934의 주.
13476중론. 910의 주.
13477석론. 2270의 주.
13478범부에서 극위에 이름. 원문은 ‘從凡至極’. 범부로부터 부처님에 이르는 관행을 보인 것이 오행이라는 뜻.
13479행용. 중생제도의 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