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대지도론에서는 말했다.
‘비유컨대 바다에 들어감에, 처음으로 들어간 자와, 중간에 이른 자와, 저쪽 기슭에 다다른 자가 있음과 같다.’
大論云. 譬如入海, 有始入者, 到中者, 至彼岸者.
13707대지도론에서 말함. 원문은 ‘大論云’. 그 一八의 인용인데, 거기서는 ‘如人入海, 有始入者, 有盡其源底者’로 되어 있어, 이 인용과는 약간 다르다.
[석첨] 다음으로는 대지도론의 취지를 예로서 보였으니, 강이나 바다의 깊고 얕음을 이른다.
次例論意, 謂江海深淺.
[석첨] 따라서 진제를 보는 것에서 위계를 구별함은 강물에 깊고 얕음이 있음과 같고, 실상에서 위계를 구별함은 바다에 들었을 때에 깊고 얕음이 있는 것과 같다고도 할 것이다. 그러므로 *보현관경에서는 이르되,
‘*대승의 인(因)도 제법실상(諸法實相)이요, 대승의 과(果)도 제법실상이다.’
라고 한 것이겠다.
若見眞判位, 如江河深淺. 若實相判位, 如入海深淺. 故普賢觀云. 大乘因者, 諸法實相. 大乘果者, 亦諸法實相.
13708보현관경에서는 이르되. 원문은 ‘普賢觀云’. 보현관경에는 이 인용문이 없으니, 무슨 착각을 일으킨 것으로 여겨진다.
13709대승의 인은 제법실상……. 원문은 ‘大乘因者, 諸法實相. 大乘果者, 亦諸法實相’. 대승의 인이란 보살을 가리키고, 대승의 과란 부처님을 이른다. 보살과 부처님은 다 같이 제법실상에 의지하고 계시나, 보살은 제법실상을 닦는 단계요 부처님은 그것을 완성한 단계이므로, 동일한 제법실상이면서도 깊고 얕은 차별이 있게 된다는 것이다.
[석첨] 보현관경을 인용하는 중에서 ‘대승의 인은……’ 따위라 말한 것에 대해 살피건대, 비록 둘이 함께 실상에 들어 있기는 하다 해도 *인(因)과 과(果)의 차별은 *엄연하다. 그리고 *만약에 인과 과가 있다면 곧 깊고 얕음이 있다 해야 하리니, *마하지관과 *이 아래의 글에서 *원점(圓漸)․점원(漸圓) 따위 사구(四句)의 요간(料簡)을 시도한 것과 같아, 원교(圓敎)의 수행에도 차례가 있음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引普賢觀云大乘因者等者. 雖具實相, 因果灼然. 若有因果, 卽有深淺. 如止權中, 及此下文, 圓漸漸圓四句料簡. 卽圓家之漸, 泠然可知.
13710인과 과. 원문은 ‘因果’. 실상을 닦는 것은 인이요, 실상을 완전히 깨닫는 것은 과다. 13711엄연함. 원문은 ‘灼然’. 분명한 뜻.
13712만약 인과 과가 있다면……. 원문은 ‘若有因果, 卽有深淺’. 인과 과가 있다면 인은 얕고 과는 깊다 해야 하고, 인(수행)에도 과(깨달음)에 접근한 정도에 따라 많은 차별이 생길 것은 당연하다.
13713마하지관. 원문은 ‘止觀’. 그 권삼(卷三)의 四를 이른다.
13714이 아래의 글. 원문은 ‘此下文’. 이 “법화현의”의 九의 하(下)의 글을 가리킨다.
13715원점․점원 따위 사구의 요간. 원문은 ‘圓漸漸圓四句料簡’. 원교의 수행에도 차별이 있을 수 있음을 사구로 구별한 것. (1)점원(漸圓). 칠방편위(七方便位)에 있던 사람이 처음으로 원교의 진리를 보는 단계. 이는 차츰 원교의 수행에 들어간 일이므로 점원이라 한다. (2)원점(圓漸). 원교에 들어 삼제(三諦)를 관해 실상을 보기는 하나, 실제의 수행은 완전치 못하므로 더 수행함을 요하는 단계. (3)점점(漸漸). 차례로 실상에 접근하는 단계. 이주(二住)에서 등각(等覺)에 이르기 까지가 그것에 해당한다 하니, 원교의 내용이어서 별교의 뜻은 아니다. (4)원원(圓圓). 진리나 수행이나 완전한 원교를 실현하고 있는 것. 곧 묘각(부처님)의 단계다.
13716분명히. 원문은 ‘泠然’. 395의 주.
[석첨] 다음에서 바로 *지금의 뜻을 밝힌 것에 셋이 있으니, 처음에서는 일반적으로 위계를 쓰는 뜻을 말하고, 두 번째로 ‘還約’ 아래서는 위계의 수를 나열하고, 셋째로 ‘今於’ 아래서는 해석했다.
次正明今意爲三. 初總述用位意. 次還約下, 列位數. 三今於下, 釋.
13717지금의 뜻. 원문은 ‘今意’. 금가(今家)의 뜻. 곧 천태대사 자신의 견해.
[석첨] 이제 내가 여러 가지 위계를 논함은 공연한 억설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계경(契經)의 취지를 따라 *사실단(四悉檀)을 쓰는 터이므로, 위계를 밝힌다 해도 지장은 없을 것이다.
論諸次位, 非徒臆說. 隨順契經, 以四悉檀, 明位無妨.
13718계경. 부처님의 가르침을 서술한 경전. 경(經)과 같은 뜻.
13719사실단. 2360의 주.
[석첨] 처음의 글에서 ‘계경을 따라’라는 따위로 말한 것에 대해 살피건대, 이는 부처님에 의해 설해진 것이어서, *교(敎)․근(根)․이(理)에 계합함이 *부계(符契)와 같은지라, 그러므로 경을 일러 ‘계경’이라 한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도 오히려 *근기에 맞추어 여러 위계를 설하신 바 있거니, *말세에서 가르침을 폄에 있어서는 응당 부처님의 말씀을 따라야 할 것임은 너무나 당연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여래께서 어째 이 *범부들을 위해 두루 여러 위계에 대해 설하셨겠는가. 그러므로 아노니 모두가 *중생으로 하여금 위계에 관한 말씀을 들어 *환희(歡喜)․*생선(生善)․*파악(破惡)․*발진(發眞)케 하기 위함이었던 것이어서, 이것이 곧 위계를 밝혀 이익을 주려는 부처님의 뜻이시다. 그러기에 *이제 여러 가르침을 따르는 터이니, 아래에서 인용된 것이 이것이다.
初文言隨順契經等者. 是佛所說, 契敎根理, 乃知符契, 故名爲契. 佛尙赴機, 以說諸位. 末代弘敎, 應順聖言. 若不爾者, 如來何故, 爲此凡下, 徧說諸位. 故知皆爲令物聞位, 歡喜生善, 破惡發眞, 卽是明位利益意也. 故今依諸敎, 如下所引是也.
13720교․근․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중생의 근기와, 절대적인 진리.
13721부계. 부절(符節)이라고도 한다. 나무에 신표가 되는 글자를 쓴 뒤에 이를 절단해서 피차가 각각 그 반씩을 소지함으로써, 후일 유사시에는 그 나무 조각을 합쳐서 증거로 삼았던 것.
13722근기에 맞춤. 원문은 ‘赴機’.
13723말세. 원문은 ‘末代’.
13724범부. 원문은 ‘凡下’. 어리석은 사람.
13725중생으로 하여금. 원문은 ‘令物’. 물(物)은 중생.
13726환희. 세계실단을 이르니, 2617의 주.
13727생선. 위인실단의 뜻이니, 2370의 주.
13728파악. 대치실단을 뜻하니, 2527의 주.
13729발진. 자기의 진성(眞性)을 일으켜서 구경(究竟)에 이르는 일. 곧 제일의실단이니, 2360의 ‘四悉檀’의 주 참조.
13730이제 여러 가르침을 따름. 원문은 ‘今依諸敎’. 여러 방편의 가르침에서 설해진 위계를 따른다는 뜻.
[석첨] 다음에서는 열거했다.
次列.
[석첨] 도리어 일곱 종류에 입각하는 것에 의해 위계를 밝히는 터이니, 십신․십주․십행․십회향․십지․등각․묘각이다.
還約七種以明階位. 謂十信十住十行十廻向十地等覺妙覺.
[석첨]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可見.
[석첨] 셋째로 해석한 것 중에는 둘이 있으니, 먼저 *이 글에서 세워진 것에 대해 서술하고, 다음으로는 자세히 모든 위계에 대해 해석했다.
처음의 글에서는 먼저 서술했다.
三釋中二. 先述今文所立. 次廣釋諸位. 初文者, 先述.
13731이 글에서 세워진 것. 원문은 ‘今文所立’. 천태대사가 십신 이전에 오품위(五品位)를 세운 것을 가리킨다.
[석첨] 그러나 이제 나는 십신(十信)의 앞에서, 다시 오품(五品)의 위계를 밝힌다…….
今於十信之前, 更明五品之位云云.
[석첨] 다음에서는 해석했는 바, 해석 중에서는 먼저 *대사의 해석을 말하고, 다음에서는 *개인의 해석을 보였다.
앞의 글에 셋이 있으니, 먼저 바로 해석하고, 두 번째로 ‘如此’ 아래서는 결론지어 찬탄하고, 셋째로 ‘若欲’ 아래서는 *위계를 비교해 결정했다.
처음의 것은 *스스로 다섯이 되는데, *초품(初品)의 글에는 또 둘이 있다. 그리하여 먼저 그 경지를 서술하니, 곧 원만히 들어 신심을 일으킴이다.
次釋. 釋中, 先大師, 次私釋. 前文爲三. 先正釋. 次如此下, 結歎. 三若欲下, 決位. 初自爲五. 初品文者又二. 先述境. 卽圓開而起信也.
13732대사. 천태대사.
13733개인의 해석. 원문은 ‘私釋’. 장안대사의 견해.
13734위계를 비교해 결정함. 원문은 ‘決位’. 별교의 위계와 원교의 그것을 비교하여, 서로 어떤 관계를 이루는지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일.
13735스스로 다섯이 됨. 원문은 ‘自爲五’. 오품(五品)이 있는 바에는 글 또한 다섯 부분으로 갈릴 것은 당연한 까닭이다.
13736초품. 오품의 첫째인 수희품(隨喜品).
[석첨] 사람이 *과거세에 선근(善根)을 심음이 깊고 두텁다면, 혹은 선지식을 만나거나 혹은 *경권(經卷)을 따르는 것에 의해 원만히 미묘한 진리를 듣게 되리니, 이르되 ‘*일법(一法)이 일체법(一切法)이요 일체법이 일법이어서, 一도 아니요 일체도 아니라 불가사의할 뿐이다’ 함이 그것이니, *앞에서 설해진 바와 같이 원만한 신해(信解)를 일으켜, *일심(一心) 중에 십법계(十法界)를 갖춤이, *일미진(一微塵)에 대천(大千)의 경권이 있음과 같다고 믿는 것이다
若人宿殖深厚, 或値善知識, 或從經卷, 圓聞妙理. 謂一法一切法, 一切法一切, 非一非一切, 不可思議. 如前所說起圓信解. 信一心中, 具十法界. 如一微塵, 有大千經卷.
13737과거세에 선근을 심음. 원문은 ‘宿殖’.
13738경권. 2033의 주.
13739일법이 일체법임. 원문은 ‘一法一切法’. 일법은 하나의 사물. 일체법은 온갖 사물이니 만법(萬法)과 같다. 하나의 사물과 일체의 사물이 원융하여 구별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 13740앞에서 설해진 바와 같이. 원문은 ‘如前所說’. 앞의 경묘(境妙)의 부분에서 설해진 것을 가리킨다.
13741일심 중에 십법계를 갖춤. 원문은 ‘一心中具十法界’. 일념 안에 지옥계에서 불계에 이르는 십계가 간직돼 있는 일. 이를 확대하면 일념삼천(一念三千)이 성립하니, 188의 ‘具攝三千’의 주 참조.
13742일미진에 대천의 경권이 있음. 원문은 ‘一微塵有大千經卷’. 대천(大千)은 삼천대천세계. 하나의 작은 티끌 속에 삼천대천세계 같은 엄청난 분량의 경이 들어 있다는 것. 곧 눈에 안 보이는 마음에 십법계가 간직돼 있음을 나타내는 비유. 이것은 화엄경․보성론(寶性論) 따위에서의 인용이다.
[석첨] 하나의 티끌 중에 대천의 경권이 있다 함은, 마하지관 제三의 기술과 같다.
一塵中有大千經卷, 如止觀第三記.
[석첨] 두 번째로 ‘欲開’ 아래서는 신심에 의거해 수행을 일으킴을 보였다. 그리고 이것에 또 둘이 있으니, 먼저 *십승(十乘)의 행법(行法)을 바로 밝히고, 다음으로 ‘擧’ 아래서는 묶어서 위계의 이름을 나타내 보였다.
이 처음의 글에 또 셋이 있으니, 처음에서는 일반적으로 수행의 취지를 밝혔다.
次欲開下, 依信起行. 又二. 先正明十乘行法. 次擧下, 結束示位. 初文者又三. 初總明行意.
13743십승의 행법. 원문은 ‘十乘行法’. 4040의 ‘十乘成觀’의 주.
[석첨] 이 마음을 열고자 해 원교의 행(行)을 닦는 것이다.
欲開此心, 而修圓行.
[석첨] 다음으로 ‘圓行’ 아래서는 전반적으로 수행의 특질을 나타내 보였다.
次圓行者下, 總示行相.
[석첨] 원교의 행(行)이란, *일행일체행(一行一切行)이다.
圓行者, 一行一切行.
13744일행일체행. 한 행 속에 일체의 행을 갖추는 것. 원교의 행을 나타내는 말인데, 모두가 원융하기에 이럴 수 있는 것이다.
[석첨] 셋째로 ‘略言’ 아래서는 구별하여 행의 특질을 나타내 보였다. 먼저 그 수를 들었다.
그러나 차별하여 나타날 때는 간략히 말해 열로 할 수 있다.
三略言下, 別示行相. 先擧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