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둘째로 인과(因果)에 입각해 판별한 것에 대해 살피건대, 이미 ‘나의 인으로 너의 과를 삼은’ 바에는, 마땅히 알라 *그 과(果)는 방편이어서, 방편인 까닭에 추(麤)인 것이다. 그리고 ‘當知’ 아래는 결론이니, *처음으로는 작은 풀에서 이것에 이르도록 하나하나를 다 ‘當知’ 아래의 글을 가지고 그 방편의 위계임을 결론지어 물리친 것이 된다.

次約因果者. 旣以我因爲汝之果. 當知果權, 權故爲麤. 當知下, 結. 始從小草, 終至於此, 一一皆以當知下, 結斥權位.

14749그 과는 방편임. 원문은 ‘果權’. 진실의 가르침의 인(因)을 가져다 과(果)라 하고 있는 까닭이다.
14750처음으로는 작은 풀에서 이것에 이르도록. 원문은 ‘始從小草, 終至於此’. 소초(小草)에서 대수(大樹)에 이르도록. 삼초이목(三草二木)을 가리키니, 곧 인천(人天)에서 별교까지의 모든 위계를 이른다.

 [석첨] 셋째로 결귀(結歸)에 또 둘이 있으니, *법설(法說)․비설(譬說)이다.

三結歸又二. 法譬.

14751법설․비설. 원문은 ‘法譬’. 190의 주.

 [석첨] 이에 알괘라 원교의 위계는 처음으로부터 뒤에 이르기까지 다 진실의 가르침이어서, 진실로 혹(惑)을 억제하며 진실로 혹을 끊나니, 다 묘(妙)라 일컬어야 한다……. 대지도론에서 이르되,
 ‘비유컨대 나무 있어 이름을 *호견(好堅)이라 하니, *땅에 있기 백년이다가 *한번 나오매 곧 길이가 백장(百丈)에 이르러 온갖 나무의 꼭대기를 뒤덮음과 같다.’
고 하니, 이는 원교의 위계를 비유한 것이다.

是知圓位, 從初至後, 皆是實說. 實伏實斷, 俱皆稱妙云云. 大論云. 譬如有樹, 名曰好堅. 在地百歲, 一出卽長百丈, 蓋衆樹頂. 此譬圓位也.

14752호견. 나무 이름. “현의”와 “석첨”의 설명 참조.
14753땅에 있기 백년임. 원문은 ‘在地百歲’. 초주 이전에는 본성(불성) 안에 있었다는 비유. 14754한번 나오매 곧 길이가 백장에 이름. 원문은 ‘一出卽長百丈’. 초주에 들어가자 바로 묘각과 동등해진다는 뜻.

 [석첨] 비유에서 호견수(好堅樹)라 말한 것에 대해 살피건대, 대지도론(大智度論) 제一0의 다음 같은 문답에서 나온 것이다.
 질문. ‘제불(諸佛)의 공덕은 그보다 더한 것이 없는 터인데, 그렇다면 부처님은 온 천지에서 누구를 받드셔야 할 것인가.’

 범왕의 대답. ‘부처님은 최고시니 부처님을 넘어서는 자는 없다. 부처님 자신도 *천안(天眼)으로 시방(十方)을 관(觀)하시매 부처님 같은 이가 없는지라 마음에 스스로 생각하시기를, <나는 *반야(般若)를 닦아 이제 부처가 되었으니, 이것이야말로 나의 받들 바여서 곧 나의 스승이다. 나는 마땅히 법(法)을 공양해 *받들어 섬기리라.> 하셨다. 비유컨대 한 나무가 있어 이름 해 호견(好堅)이라 말하는 것과 같으니, 이 나무는 땅 속에 있기를 백년이나 하면서 가지와 잎을 온통 갖추며, 하루 동안에 돋아나서는 백장(百丈)보다도 높아지는데, 이 나무가 땅으로부터 나오고 나서 큰 나무를 찾아 제 몸을 가리게 하려 하자, 이때 *수신(樹神)이 호견에게 이르기를, <온 세상에서 너보다 큰 나무는 없으니, 모든 나무는 다 네 그늘 속에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부처님도 이와 같으시다. 무량아승지겁을 *보살지(菩薩地) 속에 계시다가, 하루 동안에 보리수 밑에서 *금강좌(金剛座)에 앉으사 불도를 이루시매, 부처님을 넘어서는 것은 없다.’
 대지도론은 *극과(極果)를 비유했거니와, 지금은 하루에 백장보다는 높아진다는 점을 취해, 그것으로 초주(初住)의 *팔상작불(八相作佛)을 비유함이라 하겠다. 부처가 되는 뜻은 동일하기에 그러므로 차용(借用)할 수 있었던 것이다.

譬云好堅樹者. 大論第十. 問. 諸佛功德, 無能勝者. 一切天地, 誰可爲尊. 梵王答曰. 佛爲無上, 無果佛者. 佛亦天眼觀於十方, 無如佛者. 心自念言. 我行般若, 今得作佛. 是我所尊, 卽是我師. 我當供養尊事於法. 譬如一樹, 名曰好堅. 在地百年, 枝葉具足. 一日出生, 高於百丈. 是樹出已, 欲求大樹以蔭於身. 是時樹身語好堅言. 一切世間, 無大汝者. 諸樹皆在汝之蔭中. 佛亦如是. 無量阿僧秖劫, 在菩薩地中, 一日語菩提樹下, 坐金剛座, 得成佛道, 無能過上. 論譬極果, 今取一日超百丈邊, 以譬初住八相作佛. 作佛義同, 故得借用.

14755천안. 3933의 ‘五眼’의 주 참조.
14756반야. 경에는 ‘摩訶般若波羅密’로 되어 있다. 위대한 지혜의 완성.
14757받들어 섬김. 원문은 ‘尊事’.
14758수신. 나무의 신.
14759보살지. 보살의 경지. 한편으로 ‘보살의 땅’이라는 뉴앙스도 풍긴다.
14760금강좌. 부처님이 성도하실 때의 자리.
14761극과. 부처님의 깨달음. 성도.
14762팔상작불. 12572의 ‘八相’의 주 참조.

 [석첨] *대장(大章) 제六의 *위흥(位興)을 밝히는 것 중에서, 일단 잠시 *사교(四敎)의 차례만 구별하고 *오시(五時)의 차례를 구별하지 않은 것은 생략한 것뿐이다. 그리고 생략해 밝히지 않은 까닭은, 이미 四교의 그것을 안다면 五시의 모든 가르침의 일으키는 취지도 알리니, *화엄시(華嚴時)의 두 일으킴과 *녹원시(鹿苑時)에 한 일으킴과 내지는 *법화시(法華時)의 한 일으킴에 각각 까닭이 있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논하지 않은 것이다.

 이 중에서는 먼저 물었다.

大章第六明位興中, 一王且辨四敎次第, 而不辨五時次第興者, 略耳. 所以不明者. 旣知四敎, 則知五時諸敎興意. 如華嚴二興, 鹿苑一興, 乃至法華一興, 各有所以, 是故不論. 於中先問.

14763대장. 문장의 큰 분단. 원교의 위계를 십의(十意)로 나눈 것을 가리킨다.
14764위흥. 위계를 일으킴. 여러 가르침의 위계를 설하시는 일.
14765사교. 화법사교니, 248의 ‘五時八敎’의 주 참조.
14766오시. 앞의 주 참조.
14767화엄시의 두 일으킴. 원문은 ‘華嚴二興’. 화엄시에서는 원교의 위계와 별교의 위계에 대해 설하신 일.
14768녹원시의 한 일으킴. 원문은 ‘鹿苑一興’. 녹원시에서는 삼장교의 위계에 관한 가르침만이 설해진 일.
14769법화시의 한 일으킴. 원문은 ‘法華一興’. 법화경에서는 원교의 위계에 대한 설법만이 행해진 일.

 [석첨] 여섯째로 위계를 일으킴을 밝힌다.
질문. ‘방편의 위계는 다 추(麤)인 터에, 부처님은 어찌해 이를 설하신 것인가.’

六明位興者. 問. 權位皆麤, 佛何意說耶.

 [석첨] 둘째로는 대답했다. 대답 중에는 셋이 있으니, 먼저 *기연(機緣)․*사실(四悉)의 같지 않음을 늘어놓고, 둘째로는 *부기(赴機)하는 *십륙종(十六種)의 설(說)을 늘어놓고, 셋째로 ‘爲是’ 아래서는 맺었다.

次答. 答中三. 先列機緣四悉不同. 次列赴機十六種說. 三爲是下, 結.

14770기연. 중생의 인연(근기).
14771사실. 2360의 ‘四悉檀’의 주.
14772부기. 7752의 ‘赴緣’과 같다.
14773십륙종의 설. 원문은 ‘十六種說’. 본문에 나온다.

 [석첨] 답. ‘온갖 중생은 *소망이 같지 않으며, *생선(生善)의 연(緣)이 같지 않으며, 허물을 알아 악을 고침이 같지 않으며, 설하심을 당해 깨달음을 취함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여래의 갖가지 모든 설법은 다 이익을 주심이 있으시니, *만약 계내(界內)의 소망을 따르실 때는 *앞의 양교(兩敎)의 가르침을 설하시며, 만약 *계외(界外)의 소망을 따르실 때는 *뒤의 양교의 위계를 설하신다. 계내의 *사선(事善)을 낳게 하실 때는 삼장교의 위계를 설하시며, 계내의 *이선(理善)을 낳게 하실 때는 통교의 위계를 설하시며, 계외의 사선을 낳게 하실 때는 별교의 위계를 설하시며, 계외의 이선을 낳게 하실 때는 원교의 위계를 설하신다. 계내의 *사악(事惡)을 깨게 하실 때는 삼장교의 위계를 설하시며, 계내의 *이악(理惡)을 깨게 하실 때는 통교의 위계를 설하시며, *진사(塵沙)의 사악을 깨게 하실 때에는 별교의 위계를 설하시며, *무명(無明)의 이악을 깨게 하실 때는 원교의 위계를 설하신다. *사(事)를 연(緣)하여 진리에 들게 하실 때는 삼장교의 위계를 설하시며, *이(理)를 연하여 진리에 들게 하실 때는 통교의 위계를 설하시며, 사에서 중도에 들게 하실 때는 별교의 위계를 설하시며, 이를 연하여 중도에 들게 하실 때는 원교의 위계를 설하신다.

答. 爲諸衆生好樂不同, 生善緣不同. 知過改惡不同. 當說取悟不同. 是故如來種種諸說, 皆有利益.
若隨界內好樂, 說前兩敎位. 若隨界外好樂, 說後兩敎位. 生界內事善, 說三藏位. 生界內理善, 說通敎位. 生界外事善, 說別敎位. 生界外理善, 說圓敎位. 破界內事惡, 說三藏位. 破界內理惡, 說通敎位. 破塵沙事惡, 說別敎位. 破無明理惡, 說圓敎位. 緣事入眞, 說三藏位. 緣理入眞, 說通敎位. 從事入中, 說別敎位. 緣理見中, 說圓敎位.

14774소망. 원문은 ‘好樂’. 원하는 것. 음은 ‘호요’.
14775생선의 연. 원문은 ‘生善緣’. 선을 낳는 연(근기).
14776만약 계내의 소망을 따르실 때는. 원문은 ‘若隨界內好樂’. 이는 세계실단이니, 중생의 소망을 따라 설하시며 기쁘게 해 주심이 세계실단인 까닭이다. 2617의 ‘歡喜’의 주. ‘계내’는 3721의 주.
14777앞의 양교. 원문은 ‘前兩敎’. 삼장교와 통교. 이 둘은 계내의 가르침이다.
14778계외. 3723의 주.
14779뒤의 양교. 원문은 ‘後兩敎’. 별교와 원교.
14780사선. 사혹(事惑)을 끊는 천근(淺近)한 선. 천태종에서 주장하는 이선(二善)의 하나. 선을 낳게 하는 교화는 위인실단이다.
14781이선. 이혹(理惑)을 끊는 심묘(深妙)한 선. 二선의 하나.
14782사악. 사혹(思惑)으로 저지르는 악.
14783이악. 이혹(理惑)에서 생겨나는 악.
14784진사. 진사혹.
14785무명. 무명혹. 앞의 ‘진사혹’과 함께 457의 ‘障中道微細無明’의 주 참조.
14786사를 연함. 원문은 ‘緣事’. 7887의 주.
14787이를 연함. 원문은 ‘緣理’. 7886의 주.

 [석첨] 근기에 달려감을 나열하는 중에서 ‘계내․계외의 사리(事理)의 혹(惑)’이라 말한 것에 대해 살피건대, 혹에는 사리가 없되 사람을 따라 이해를 낳아, *이해에 뛰어남과 졸렬함이 있는 까닭에 사리를 가름이요, 이(理)에 방편과 진실이 있기에 *계(界)의 내외(內外)를 갈랐다. 만약 진리 바로 그것에서 혹을 설한다면 *혹을 일러 이(理)라 하고, 만약 진리를 떠나서 혹을 설한다면 *혹을 일러 사(事)라 할 것이니, 그러므로 내외를 갈라 사종(四種)으로 한 것이다.

列赴機中, 云界內界外事理惑者. 惑無事理, 隨人生解. 解有巧拙, 故分事理. 理有權實, 分界內外. 若卽理說惑, 謂惑爲理. 若離理說惑, 謂惑爲事. 故分內外, 成於四種.

14788이해에 뛰어남과 졸렬함이 있음. 원문은 ‘解有巧拙’. 혹 자체에 사리의 구별이 있어서 사혹․이혹이라 함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이해에 우열이 있기 때문에 사혹․이혹의 구별이 생겼다는 것.
14789계의 내외. 원문은 ‘界內外’. 계내와 계외.
14790혹을 일러 이라 함. 원문은 ‘謂惑爲理’. 진리에 입각할 때는 번뇌와 진리의 구별은 없어진다는 것.
14791혹을 일러 사라 함. 원문은 ‘謂惑爲事’. 진리를 떠난 처지에서는 차별적(事)인 혹이 있음이 된다는 것.

 [석첨] 이 이유 때문에 모든 위계가 일어나게 되어, 계급의 높고 낮음이 무량하기에 이른다.

爲是義故, 諸位得興, 階差高下無量矣.

 [석첨] 대장(大章) 제七의 위폐(位廢)를 밝히는 것 중에 둘이 있으니, 먼저 일반적으로 취지를 서술하고, 둘째로는 바로 폐기를 밝혔다.

大章第七明位廢中二. 先總叙意. 次正明廢.

 [석첨] 일곱째로 *위계의 폐기(廢棄)를 밝히건대, *진리에는 본디 위계가 없건만 위계는 *근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니, *근기가 이미 번갈아 일어나는 바에는 위계 또한 서로 물러날 것은 뻔한 이치다. *결코 법화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다시 폐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온갖 *파립(破立)의 취지를 알아야 할 것이니, 함부로 깨고 함부로 세워서는 안된다.

七明位廢者. 理本無位, 位爲緣興. 緣旣迭興, 位亦迭謝. 非是法華始復廢也. 須識諸破立意, 不得妄破妄立.

14792위계의 폐기. 원문은 ‘位廢’. 화법사교에서 볼 때, 가르침이 높아감을 따라 앞의 가르침에서 설정했던 위계는 폐기되는 결과가 온다.
14793진리에는 본디 위계가 없음. 원문은 ‘理本無位’. 위계는 수행의 정도를 가리는 것인데, 진리 자체는 수행이니 깨달음이니 하는 것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4794근기. 원문은 ‘緣’. 기연(機緣). 중생의 자질.
14795근기가 이미 번갈아 일어나는 바에는……. 원문은 ‘緣旣迭興, 位亦迭謝’. 근기에 따라 새로운 위계가 나타날 때마다 이제까지의 위계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14796결코 법화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다시 폐기됨은 아님. 원문은 ‘非是法華始復廢’. 법화경은 원교라 이전의 삼교(三敎)의 위계는 여기서 폐기되었으나, 폐기는 이전의 가르침에도 있었다는 것.
14797파립. 깨는 일과 세우는(설정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