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첨] 그러므로 아노니, *성론(成論)․*지론(地論)의 학자들은 *오직 공반야의 뜻을 볼 뿐 불공반야의 뜻을 보지 못하고, *중론(中論)의 학자들은 *불공반야의 뜻을 얻었을 뿐 공반야의 뜻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故知成論地論師, 秖見共般若意, 不見不共意. 中論師, 得不共意, 失共意.
14893성론. 2923의 ‘成實論’의 주.
14894지론. 7263의 주.
14895오직 공반야의 뜻을 볼 뿐 불공반야의 뜻을 보지 못함. 원문은 ‘秖見共般若意, 不見不共意’. 소승에 대승과 공통하는 면이 있음만 알고, 대승에 소승과 공통하지 않는 면이 있음은 모르고 있다는 것.
14896중론. 910의 주.
14897불공반야의 뜻을 얻었을 뿐 공반야의 뜻을 놓치고 있음. 원문은 ‘得不共意, 失共意’. 소승을 깨고 대승의 우수함을 드러내는 일에만 전념하여, 진실한 대승은 소승․대승의 대립마저 넘어서는 것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석첨] 넷째로 ‘通敎’ 아래서는 폐(廢)․불폐(不廢)를 판별했다.
四通敎下, 判廢不廢.
[석첨] 통교는 이미 두 뜻을 갖추고 있는 터이므로, *통상적인 보살과 *방편의 성문(聲聞)에 있어서는 *곧 폐기의 뜻임이 되나, *주과(住果)의 성문은 *아직 폐기의 뜻은 아님이 되며, *불공(不共)의 보살인 경우는 *폐기되지 않는 뜻이라 할 수 있다.
通敎旣其兩意, 於通菩薩, 及方便聲聞, 卽是廢意. 住果聲聞, 未是廢義. 不共菩薩, 則不廢義云云.
14898통상적인 보살. 원문은 ‘通菩薩’. 통교의 보살로도 볼 수 있으나, 지금은 통교의 전현적인 보살, 곧 이승(二乘)과 다를 것이 별로 없는 둔근의 보살을 이른다.
14899방편의 성문. 원문은 ‘方便聲聞’. 방편으로 성문임을 나타내 보이고 있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석첨”에서는 ‘발심함이 있는 뜻’이라 했다.
14900곧 폐기의 뜻임이 됨. 원문은 ‘卽是廢意’. 둔근의 보살은 공반야를 얻고 나면 통교의 가르침은 쓸 데가 없어지고, 발심한(대승의 뜻을 일으킨) 성문 또한 뒤의 가르침으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14901주과의 성문. 원문은 ‘住果聲聞’. 소승의 깨달음에 머물러 있는 성문.
14902아직 폐기의 뜻은 아님. 원문은 ‘未是廢義’. 소승의 위계는 법화경이 설해짐에 미쳐서야 폐기되는 까닭이다.
14903불공의 보살. 원문은 ‘不共菩薩’. 불공반야를 얻고 있는 보살.
14904폐기되지 않는 뜻임. 원문은 ‘不廢義’. 이미 통교를 떠나 있기 때문이다.
[석첨] 방편의 성문이란 *발심(發心)함이 있는 성문이라는 뜻이니, 그러므로 폐기를 논하게 되며, 불공(不共)의 보살은 불공(不空)을 얻고 있는데, 이는 곧 *진리를 봄을 얻고 있음이 되니, 그러므로 폐기하지 않는 것이다.
方便聲聞, 有發心義. 是故論廢. 不共菩薩, 得於不空. 此得卽見理, 是故不廢.
14905발심. 4666의 주.
14906진리를 봄. 원문은 ‘見理’. 중도의 진리를 보는 일.
[석첨] 다음으로 별교를 밝힌 것 중에 셋이 있다. 먼저 별교를 세움을 말했다.
次明別敎中三. 先述立別.
[석첨] 만약 별교(別敎)가 일어날 때라면 *계외(界外)의 *사선(事善)이 생기리니,
若別起時, 生界外事善.
14907계외. 3723의 주.
14908사선. 13806의 주.
[석첨] 둘째로 ‘若破’ 아래서는 바로 폐기를 밝혔다.
次若破下, 正明廢.
[석첨] 만약 *무지(無知)․*진사(塵沙)를 깨어 사선(事善)이 이미 이루어진다면 가르침의 뜻이 곧 충족되리니, 다시 모름지기 깨야 한다.
若破無知塵沙, 事善旣成, 敎意卽足, 復須破.
14909무지. 진실을 알지 못하는 것. 무명혹(無明惑)보다는 뜻이 가볍다.
14910진사. 진사혹이니, 457의 ‘障中道微細無明’의 주 참조.
[석첨] 셋째로 ‘此隨’ 아래서는 폐기하는 뜻을 밝혔다. 이것에 또 둘이 있으니, 처음에서는 지전(地前)은 전적으로 폐기됨을 다루었다.
三此隨下, 明廢意. 又二. 初地前全廢.
[석첨] 이는 *수타의어(隨他意語)라, *그러므로 별교의 가르침은 폐기돼야 하므로 *지전(地前)의 행(行)․위(位)도 다 폐기되고,
此隨他意語, 是故別敎敎廢. 地前行位悉廢.
14911수타의어. 765의 주.
14912그러므로 별교의 가르침은 폐기되어야 함. 원문은 ‘是故別敎敎廢’. 당분(當分)에서 이익을 주고 나면 쓸 데가 없어지는 까닭이다.
14913지전. 952의 주.
[석첨] 둘째로 지상(地上)은 다만 높음은 폐기하고 아래로 돌아옴을 밝혔다.
次地上, 但廢高歸下.
[석첨] *지상(地上)의 위계와 *부처님의 위계는 다 *높음을 폐기하고 아래로 돌아오니, 그러므로 별교를 폐기하고 원교를 세우게 되는 것이다.
地上位及佛位, 皆廢高歸下. 是故廢別立圓.
14914지상. 초지(初地) 이상의 위계. 곧 초지에서 제십지(第十地) 까지를 가리킨다.
14915부처님의 위계. 원문은 ‘佛位’. 곧 묘각(妙覺).
14916높음을 폐기하고 아래로 돌아옴. 원문은 ‘廢高歸下’. 십지(十地)에서는 중도를 깨달으므로 교(敎)는 폐기될 수 없고, 행(行) 또한 원교와 같아지므로 폐기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위(位)의 높이가 폐기되어 아래의 단계로 되돌아오는 것뿐이니, 별교의 초지(初地)는 원교의 초주(初住)와 같은 따위가 그것이다.
[석첨] 다음으로 원교를 밝힌 것 중에 넷이 있으니, 처음에서는 직접 폐기하지 않음을 밝히고, 둘째로 ‘大經’ 아래서는 폐기하지 않는 취지를 밝히고, 셋째로 ‘昔從’ 아래서는 폐기하지 않은 뜻을 밝히고, 넷째로 ‘文云’ 아래서는 경을 인용하여 증명했다.
次明圓敎中四. 初道明不廢. 次大經下, 明不廢意. 三昔從下, 明不廢之義. 四文之下, 引證.
[석첨] *원교(圓敎)의 팔번(八番)의 위계는 다 *진실의 위계니, 그러므로 폐기되어서는 안된다.
圓八番位, 皆是實位, 故不須廢.
14917원교의 팔번의 위계. 원문은 ‘圓八番位’. 원교의 여덟 가지 위계. 곧 오품제자위(五品弟子位)․십신(十信)․십주(十住)․십행(十行)․십회향(十廻向)․십지(十地)․등각(等覺)․묘각(妙覺). 십신은 육근청정위(六根淸淨位)라고도 한다. 번(番)은 회수(回數)를 나타내는 말이니, 위계는 나타났다가는 다른 위계로 옮아감을 나타낸다.
14918진실의 위계. 원문은 ‘實位’. 진실의 가르침(實敎)의 위계니, 곧 원교의 위계.
[석첨] 처음의 것은 글 그대로다.
初如文.
[석첨] *대발열반경에서 이르되,
‘온갖 강물에 다
*굽으러짐이 있고,
온갖 숲에 반드시
나무 있도다.’
라 하셨듯, *제교(諸敎)는 *중생의 근기를 따라 설하셨으므로 굽으러짐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삼초이목(三草二木)은 부처님의 방편이어서, 그러므로 진실은 아님이 되니, 의당 그 위계는 폐기해야 한다. 그리고
*‘금사(金沙)의 대하(大河)는 곧장 서해(西海)로 들어가며, 금은(金銀)의 나무는 다 *보림(寶林)이다.’
라 하셨듯 원교는 굽어지지 않고 곧을 뿐이니, 그러므로 폐기하지 않는 것이다.
大經云. 一切江河, 悉有廻曲. 一切叢林, 必有樹木. 諸敎隨情, 故有廻曲. 三草二木, 是佛方便, 故非眞實, 宜須廢位. 金沙大河, 直入西海. 金銀之樹, 悉是寶林. 非曲是直, 是故不廢.
14919대발열반경에서 이르되. 원문은 ‘大經云’. 권십(卷十)의 일체대중소문품(一切大衆所問品)의 인용이다.
14920굽으러짐. 원문은 ‘廻曲’. 물이 돌아서 굽어지는 것.
14921제교. 법화경 이전의 모든 가르침. 방편의 가르침.
14922중생의 근기를 따라 설하심. 원문은 ‘隨情’. 5219의 주.
14923삼초이목. 2146의 ‘藥草’의 주 참조.
14924금사의 대하. 원문은 ‘金沙大河’. 경에서 구야니(拘耶尼)에 있다고 한 사바야(娑婆耶)라는 강의 의역. 금사하(金沙河).
14925보림. 보배나무의 숲.
[석첨] 둘째의 글이 대발열반경에서 ‘온갖 강물에 다 굽으러짐이 있다’ 따위라 말하고 있다 한 것은, *제십(第十)의 경중에서 부처님이 게송을 설해 이르시되,
‘온갖 강물 반드시
굽으러짐이 있고,
온갖 숲에 반드시
나무가 있고,
온갖 여인(女人) 반드시
*첨곡(諂曲)이 있고,
온갖 *자재(自在) 반드시
안락(安樂)을 받는도다.’
라 하시니, 문수보살이 *이의를 제기해 이르되,
‘이 도리는 그렇지만은 않사옵니다. 이 *대천세계(大千世界)에 *대륙이 있으니 이름이 *구야니(拘耶尼)요, 그 대륙에 강이 있어 *곧바로 흘러서 굽어지지 않으니 이름이 *사바야(娑婆耶)라, 오히려 직선의 노끈과도 같아 바로 서해(西海)로 들어가오니, 이같이 곧은 강에 대하여는 부처님께서 일찍이 설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갖가지 금․은․유리의 보수(寶樹)도 또한 숲이라 이르오며, 또한 여인이 있어 잘 *금계(禁戒)를 지키며 공덕은 성취하여 대자비가 있는 경우가 있사오며, *석범제천(釋梵諸天)은 비록 자재함을 얻었다 해도 다 무상(無常)할 뿐이옵니다.’
라 한 것을 가리킨다.
지금은 강물의 굽으러짐과 숲 따위로 *유여(有餘)를 비유하고, 금사하(金沙河) 따위로 *무여(無餘)를 비유한 것이다.
次文云大經一切江河悉有廻曲等者. 第十經中, 佛說偈云. 一切江河, 必有廻曲. 一切叢林, 必有樹木. 一切女人, 必懷諂曲. 一切自在, 必受安樂. 文殊難云. 是義不然. 於此大千有洲, 名拘耶尼. 其洲有河, 端直不曲, 名娑婆耶. 猶如直繩, 直入西海. 如此直河, 佛未曾說. 種種金銀琉璃寶樹, 是亦名林. 亦有女人, 善持禁戒, 功德成就, 有大慈悲. 釋梵諸天, 雖得自在, 悉皆無常. 今以廻曲及叢林等, 以譬有餘. 金沙河等, 以譬無餘.
14926제십의 경. 원문은 ‘第十經’. 대발열반경 권십(卷十)의 뜻.
14927첨곡. 남에게 아첨하여 제 마음을 곧지 못하게 가지는 것. 비위를 맞추는 것. 아양을 떠는 것.
14928자재. 뜻대로 할 수 있는 것.
14929이의를 제기함. 원문은 ‘難’.
14930대천세계. 원문은 ‘大千’. 1697의 ‘三千大千世界’의 주.
14931대륙. 원문은 ‘洲’.
14932구야니. 구다니(瞿陀尼)의 원어 Godaniya를 잘못 음사한 것인가? 그렇다면 사주(四洲)의 하나인 우화주(牛貨洲).
14933곧바로. 원문은 ‘端直’.
14934사바야. 금사하(金沙河)의 원어. 자금(紫金)의 원어인 Suvarna의 음사.
14935금계. 계율.
14936석범제천. 제석천․범천과, 그들을 따르는 여러 신들.
14937유여. 유여설(有餘說). 아직 진실의 전부를 밝히지 못한 설법. 미료설(未了說).
14938무여. 남김이 없이 진리를 완전히 설하는 것. 무여설(無餘說).
[석첨] 옛날에는 *돈교에서 점교를 내매 *점교는 돈교에 합치하지 않는지라, 점교를 이끌어 돈교에 들게 함에 있어서는 *곳곳에서 폐기해야 했거니와, 지금은 이미 돈교에 합치했거니, 돈교를 어찌 폐기할 것이랴.
昔從頓出漸, 漸不合頓. 引漸入頓, 處處須廢. 今已會頓, 頓何須廢.
14939돈교에서 점교를 냄. 원문은 ‘從頓出漸’. 먼저 돈교인 화엄경을 설하셨는데 이해하는 자가 없기에, 근기에 맞추어 녹원시․방등시․반야시의 점교가 설해진 일.
14940점교는 돈교에 합치하지 않음. 원문은 ‘漸不合頓’. 점교를 들으면서 그것이 돈교에서 나온 방편임을 모른 일.
14941곳곳에서 폐기해야 했음. 원문은 ‘處處須廢’. 방편의 교화를 높여갈수록 앞의 가르침은 폐기돼야 했다는 것.